임기 말 다시 뜨는 <이명박 리포트> 들춰보니

재산·여자·부도덕성 “X파일 수도 없이 많다”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최근 트위터를 비롯한 각종 SNS에서는 <이명박 리포트>가 엄청난 화제가 되고 있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하 의원)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를 지낸 김유찬씨가 지난 2007년 펴낸 책이다. 김씨는 허위사실 유포죄와 자신의 주장을 반박하는 박형준 당시 한나라당 의원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해 무고죄로 징역 1년 2월 형을 선고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정권말기로 접어들며 SNS에서는 법의 잣대와 상관없이 이 책 내용이 다시금 논란이 되고 있어 그 내용을 살펴봤다.

비서관 출신 김유찬 대폭로... 출소 후 현재 행방 묘연 
“적십자회비 많이 내자” 건의한 직원에 재떨이 날려 


최근에는 자취를 감춰 구하기조차 힘든 <이명박 리포트>. 책의 저자인 김유찬씨는 대통령선거를 앞둔 지난 2007년 4월9일 출판기념회 및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명박 의원의 지지율은 노무현 정권에 대한 반작용이지, 그가 만들어놓은 것이 아니다”며 “이명박 의원은 대통령 후보로서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었다.
 
김씨는 이 자리에서 “이명박 X파일이 존재하는가. 존재한다는 게 제 대답!”이라며 “이명박씨 X파일은 수도 없이 많다. 저도 X파일 중 하나다. 1년 같이 있다 보니 책 한 권 낼 정도 X파일이 생기더라”며 폭포수처럼 말을 쏟아냈다.

‘이명박 X파일’이라는 별칭이 붙은 김씨의 책에는 ‘이 의원이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되는 이유 20가지’를 나열해 논란이 됐었다.

200만원에 7년 일한
운전기사 다음 날 해고


최근 트위터에서 돌고 있는 <이명박 리포트>에 대한 내용을 정리 해보면 ▲현대건설 사장 재직시절 인턴 여직원과의 염문사건 ▲에리카 김 이야기 ▲유부녀 모씨 이야기 ▲에세이집 <신화는 없다> 대필의혹 제기 ▲책 마케팅을 위해 엄청난 돈을 쏟아 부었다는 이야기 등 알려지지 않았던 ‘비하인드 스토리’가 적나라하게 담겨져 있었다.

첫 번째 내용으로 김씨가 1998년 제2회 민선 구청장 출마를 준비하고 있을 때 이 의원을 모셨던 운전기사 이모씨에 관한 내용이 소개됐다.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은 사우나를 가게 됐고 이모씨는 당시 눈물을 글썽이며 “내가 생활이 어려워서 이명박 의원에게 200만원만 꿔달라고 했어. 전세금이 올라 200만원을 갑자기 만들 길이 없었어! 바로 다음 날부터 그만 나오라고 그러더라고. 그래도 성실하게 이 의원을 7년간이나 모셨는데…”라고 해고당한 사실을 밝혔다고 한다.

또한 서울시장 선거기간 회의시간에 있었던 일화도 공개했다. 적십자로부터 물난리 수해 때문에 ‘적십자 회비’를 내라는 전갈을 받은 주무부장은 이 의원에게 보고하며 중진의원으로서의 무게도 있고 하니 통지받은 금액보다 좀 더 후하게 납부하는 것이 어떻겠는가를 건의했다고 한다.

주무부장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이 의원은 “야! 그게 네 돈이냐?”라고 소리 지르며 재떨이를 집어던졌다고 한다.

책에는 재산에 대한 의혹도 제기했다. 이 의원의 공식등록 재산은 178억여 원이었지만 그를 잘 아는 대부분의 참모들은 이것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했다.

김씨가 사업을 하면서 알게 된 명동 사채시장의 웬만한 큰손들도 모두 이 의원의 재산이 178억여 원보다 훨씬 상회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178억여원이라는 액수를 듣고 코웃음을 쳤다고 밝혔다.

김씨는 국회담당비서로 근무하고 있던 1996년 5월 어느 날 국회감사관실의 한 감사관으로부터 “이 의원의 신고재산 중 누락된 부분이 많으니 소명하라고 하세요!”라는 요청을 받았고 이를 즉시 보고 했다고 한다.

그러자 이 의원은 “너는 모른 체하고 잠자코 있어! 내가 알아서 할 테니!”라고 말했고 그 후로 이 문제가 어떻게 처리되었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고 했다.
 

샐러리맨에서 거부가 될 때까지의 천문학적인 재산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에 대해 과연 어떠한 소명자료를 제출했는지는 모르지만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졌기 때문에 측근에 있는 사람들에게서조차 정확한 정보는 흘러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책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여러 사람들로부터 받은 제보 중에 구체적인 정황을 가늠케 하는 증언이 있었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그는 국민들을 감쪽같이 기만하고 재산을 은닉해왔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된다는 것이다.
 
김씨가 많은 진위여부 공방과 논란이 나올 소지가 있지만 국민들과 함께 검증이 되기를 바라는 차원에서 기술한다고 밝힐 정도였다. 외형적으로 178억뿐인 것으로 보이지만 빙산의 일각이라는 주장이 그것.

당시 이 의원은 자신의 친형인 이상은씨와 처남 고 김재정씨 명의로 모두 위장 분산해 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김씨는 이에 대해 “현대건설 회장 시절 일을 열심히 해서 정주영 회장으로부터 하사받은 재산이라고 했지만 만일 떳떳하게 불린 재산이라면 왜 자신의 이름으로 하지 않고 모두 제3자 명의로 돌려놓았을까” 하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 답으로 재산형성 과정이 떳떳치 못하다는 주장이었다.

처남인 김씨가 이 의원의 재산을 관리했고 매일 자금상황을 보고한 점으로 미루어 보아 명의상으로 처남 김씨의 것으로 되어 있지만 그렇게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숱한 재산공방에도 불구하고 이 의원이 철저하게 피해갈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들 가족들 간에 입을 맞추고 재산관련 서류를 자신들의 것이라고 우겼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명박 여인들
여자관계 리포트


이 의원의 여인들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이 의원을 현대건설 회장 시절부터 모시고 오른팔과 같은 역할을 한 이광철 비서관은 이 의원에 대한 사생활 정보까지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이 비서관은 현대건설 사장·회장 재직시절 인턴 여직원과의 염문사건에 대해 입을 열었고, 자신이 롯데호텔의 방에서 이 의원과 함께 나오는 여인을 목격한 장면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이어 에리카킴 이야기, 유부녀 모씨와의 염문 이야기 등의 실 사례를 열거하며 이 의원의 여성편력을 이야기한 일이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이미 자신이 뿌린 씨앗들이 있으며 그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참담하고 아픈 인생을 더 이상은 만들지 말라”고 이 의원에게 경고하기까지 했다.

또한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겠는가”라며 “아무리 돈이 많고 출세했다고 해도 상대는 인격을 가진 가여운 여성들이며, 약한 인간들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돈 몇 푼 주고 그들의 정조를 짓밟고, 또 그 사실을 감추려고 온갖 작전을 다 꾸며도 송곳이 주머니 속에서 삐져나오듯 감출 수 없는 법”이라고 했다.

이 의원의 인사관리 실태에 대해서도 정곡을 찔렀다. 제15대 총선을 준비하며 이 의원은 선거를 대비하여 보좌진들의 거주지를 모두 종로로 옮길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주거지 이전문제를 놓고 필요한 경우 전세비용을 6개월간 보조하겠다는 약속까지 곁들였지만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다 되어가도 전세비용을 대겠다던 이 의원의 공언은 실천되지 않아 보좌진들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한다.

이 의원의 조직관리 스타일은 절대로 어느 한 사람에게 전권을 위임하지 않고 각개전투식 조직관리 스타일이었다고 한다.

좀처럼 사람을 잘 신뢰하지 못하는 이 의원의 성격 탓으로 세세한 부분까지 꼼꼼히 간섭하고 챙기려는 통에 전체적인 일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또한 듣는 귀가 얇은지 한 번 결정을 내렸다가 느닷없이 번복해 버리는 통에 실무자들이 골탕을 먹는 예가 많았다고 한다.


공식재산 178억원 공개에 명동 사채시장 큰손들 코웃음
돈 몇 푼 주고 여인들 정조 짓밟은 후 감추려 온갖 작전?

한번은 선거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기부행위 금지규정’에 따라 책자 발송을 그만하자고 건의 했지만 “법 다 지켜가며 선거하다가는 어느 세월에 선거에서 이길 수 있냐”고 강경한 반응을 보인 일도 전했다.

또한 김씨는 이 의원의 측근 중에는 ‘사람’이 없었다고 진단했다. ‘신화적인 인물’이라고 알려진 것과는 달리 ‘가신(家臣)’다운 가신이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

김씨는 “동료애고 뭐고 생각할 겨를이 없다. 20대 이사, 30대 사장, 40대 회장이라는 초고속 승진만을 보더라도 주변을 돌아보고 아랫사람을 챙길 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었을 것은 당연한 이치가 아니겠는가”라며 앞만 보고 달려온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심지어는 충성하고 싶은 마음이 들다가도 이 의원의 그러한 모습을 문득문득 발견할 때면 정이 뚝뚝 떨어졌다고 했다. 어떻게 현대건설 회장까지 올랐을까 의아했고 정주영 회장의 인사관리에 대해 의문점을 느끼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 의원의 용인술(用人術)은 ‘충성의 이반’을 초래하기 쉬운,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인사관리 스타일이었다고 힐난했다.

김씨는 당시 월급이 120만원 정도였음을 밝히며 권영옥 사무국장이 헌신적으로 일하는 몇몇 지구당 조직책들의 박봉을 거론하며 30만원 정도 인상해 줄 것을 정식으로 건의하니 “도대체 조직부장이 하는 일이 뭐가 있느냐”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고 한다.

김씨는 그때를 회상하며 “참 그 소리 들으니 밥맛이 없더구만. 이명박씨는 대부분 자신을 모시는 참모들을 자기가 거두어주지 않으면 오갈 데가 없는 인물들 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 실제로 자신이 아직도 현대건설 회장이고, 지구당 조직책들은 오갈 데 없어 자신에게 빌붙어 지내는 식객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아. 그러니 제대로 충성하는 이들이 없는 거야!”라고 분개했다.

김씨는 일련의 상황들을 보면서 이 의원이 매우 ‘박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자신을 위해 몸을 던진 그 숱한 참모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못할망정 늘 그들을 의심하고 능욕하니 과연 정신이 제대로 된 사람들이 자존심을 버리고 그 곁에 어찌 단 하루를 버티겠나 싶었다고 하며 심지어는 아주 원수가 되어 떠나는 사람도 있었다고 밝혔다.

“법 다 지키며
 어떻게 이겨!”

이상이 최근 트위터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이명박 리포트>에 대한 압축된 내용이다.

김씨는 지난 2008년 10월 만기 출소했지만 현재까지 그에 대한 소식은 전혀 알려진바 없다. 때문에 각종 SNS에서는 ‘실종설’ ‘해외도피설’ ‘사망설’까지 나돌고 있다.

최근 연이어 터지는 측근비리로 곤경에 처한 이 대통령은 자신의 전직 비서였던 김유찬씨를 둘러싼 염문이 다시금 확산되며 더욱더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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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