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흥신소 그곳이 알고 싶다

”돈만 주시면 죽은 사람 무덤도 파드립니다”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돈만 있으면 뭐든 다 되는 세상이다. 개인의 소재나 가족관계를 파악하고 신용정보나 사생활 등 뒷조사까지 돈만 주면 뭐든지 해결되는 흥신소가 활개를 치고 있다. 흥신소라는 명칭이 부정적으로 보일 것을 우려해 최근에는 ○○기획 ○○대행 등 그럴싸한 간판을 달아놓은 업체도 등장하고 있다. 이른바 ‘심부름센터’로 알려진 흥신소는 불법적인 일을 대행하는 업체로 각인돼 있어 대부분의 정보가 감춰져있는 상태. 취재가 매우 어려웠던 이유이다. 취재를 요청한 10곳의 업체 중 단 한 곳에서 익명을 약속하고 취재에 응해 주었다. <일요시사>는 전국적인 체인망을 두고 있는 서울 구로구의 한 흥신소를 찾아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의뢰비용, 소요 인력·시간에 따라…30~500만원 선
○○기획 ○○대행 등 그럴듯한 간판 달고 영업

지난달 26일 오전 10시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한 빌딩을 찾았다. 2층에 위치한 이 흥신소는 ○○기획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영업 중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정면으로 상담실이 보였고 10여 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는 모습은 여느 사무실과 다르지 않았다. 그때 기자의 눈에 (사진을 인화하는 곳으로 보이는) 암실과 카메라·캠코더·녹음기 등 각종 장비들이 보였다.

업무 90% 이상
사람찾기 차지

얼마 뒤 상담실에서 직원으로 보이는 한 남성과 고객이 나왔고 중년남성으로 보이는 고객은 빠르게 문을 열고 사라졌다. 흥신소의 특성상 신분을 감추려고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5년째 이 업체에서 근무했다는 신모(34·남)씨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신씨는 취재기자에게 휴대폰 등의 개인 소지품을 맡기기를 요구했다. 익명으로 진행되지만 불법적인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신씨에 따르면 흥신소의 업무 중 90% 이상을 사람찾기가 차지한다. 사람찾기는 단순 신상정보를 찾아 알려주거나 가출 배우자 및 청소년 찾기 등이 있다. 단순 신상정보는 전문 브로커(현직 공무원이나 정보통신업계에 근무 중인 사람들로 추정됨)에 의뢰하여 찾아주고 사람을 직접 찾아야하는 경우는 흥신소에서 직접 나선다.

비용은 30~500만원 선. 단순 신상정보는 흥신소에서 해당 브로커에게 10~30만원을 주고 정보를 구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직접 뛰어 찾아야 하는 경우에는 인력과 시간이 많이 소모되기 때문에 500만원 가까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사람찾기의 경우 착수금 입금이 확인되면 이름, 전화번호, 주민번호 등 의뢰인이 제공한 정보를 가지고 인터넷으로 정보를 수집합니다. 인터넷 해킹을 통해 이메일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아내고 그를 토대로 쇼핑몰을 해킹, 실거주지나 직장주소를 파악합니다. 알아낸 주소 등을 가지고 미행을 해 현재 위치한 장소를 알아내고 그 정보를 의뢰인에게 전달하고 성공보수를 받습니다."

가장 어려운 일
불륜현장 포착

신씨는 불륜현장 포착을 가장 힘든 일로 꼽았다. 정보는 많지만 해야 하는 일이 많다는 것.

"의뢰인이 상대 배우자에 대한 정보를 모두 가져오기 때문에 착수는 쉬운 편이지만 미행, 잠복, 차량추적, 촬영 등 해야 할 일도 많고 불륜을 저지르는 커플들은 모두 조심스럽고 의심이 많은 편이기 때문에 포착이 매우 어려운 편입니다."

신씨에 따르면 불륜현장 포착에 드는 비용은 300~500만원 선. 일단 착수금이 들어오면 일을 시작한다.

오전에 상담실을 방문한 중년남성도 배우자의 불륜을 의심해 착수금을 내고 의뢰를 한 상태라고 했다.

"착수금도 지불했고 오늘 배우자가 불륜남을 만난다는 정보도 있어 지금 움직이려 합니다. 동행해도 좋지만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불의의 사고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못합니다."

의뢰인이 신씨에게 전해준 자료는 인감증명서를 포함한 각종 개인정보가 담겨있는 서류와 배우자가 어떤 시간에 외출을 하고 어디로 이동하는 지에 대한 자료였다.

신씨는 사무실의 직원 몇 명을 불러 역할을 지시했고 취재기자는 신씨를 포함한 직원 4명과 함께 승합차에 올라탔다.

한참을 달리던 승합차는 잠실의 한 아파트 단지 앞 길가에 주차됐고, 신씨는 누군가로부터 전화를 받은 뒤 직원들에게 서둘러 준비할 것을 지시했다. 전화는 오전에 상담실에서 봤던 중년남성으로부터 걸려온 모양이다. 배우자가 집을 나섰고 운전하는 차량의 종류와 번호판을 알려주는 내용이었다.

이내 아파트단지에서 해당차량이 빠져나왔고 취재기자가 탄 승합차도 20~30m 거리를 유지하며 따라가기 시작했다. 20여 분을 달리던 차량은 수서역 근처의 한 골프연습장에 도착했고 중년여성이 차에서 내려 골프연습장 안으로 사라졌다.

30분 정도가 지났을 무렵. 골프연습장 안으로 사라졌던 중년여성이 골프가방을 든 한 남성과 함께 자신의 차량에 탑승해 출발, 승합차도 거리를 유지하면서 따라갔다.

중년여성과 한 남성이 탄 차량은 남한산성 유원지 인근 식당에 멈췄고 둘은 다정한 모습으로 팔짱을 끼고 식당으로 유유히 들어갔다.

5시간 동안 이어진
한겨울 007작전

40여 분이 지나자 식사를 마친 것으로 보이는 이 커플은 다시 차량을 타고 달리기 시작했다. 이들이 도착한 곳은 팔당유원지 인근 한 모텔. 그들이 모텔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신씨는 직원 2명을 남겨두고 근처 식당으로 향해 늦은 점심식사를 했다.

"보통 모텔에 들어가면 2시간 정도 있다가 나오지만 개중에는 급하게 일을 치루고 더 빠르게 나오거나 아니면 자고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텔에 함께 들어가고 함께 나오는 것을 포착해야 하기 때문에 교대로 밥을 먹는 것이지요."

식사를 마친 신씨는 남은 직원과 교대했고 불륜커플은 모텔에 들어간 지 3시간여 만에 함께 나왔다. 오전 11시께부터 오후 4시까지 5시간 동안 이뤄진 추적은 007 작전을 방불케 했다. 증거사진을 모두 찍은 신씨가 직원들에게 사무실로 복귀할 것을 지시하자 차량은 일을 성공리에 마쳤다는 듯 가볍게 출발했다. 문득 현장에 들어가지 않은 이유가 궁금해졌다.

"고객이 의뢰한 내용은 두 사람이 만나고 있는지에 대한 여부였습니다. 사실이 확인됐고 의뢰인에게 보고 후 추가적인 의뢰가 있을 경우 다음번에는 의뢰인, 경찰과 동행해 현장을 덮칠 겁니다."

신상정보 해킹 전문 브로커 존재, 건당 10~30만원 지급
3년 사이 업체 폭증 "전망 좋은 직종 부정할 수 없다"


신씨의 말에 따르면 불륜현장을 포착하는데 걸리는 기간은 보통 7일 남짓이다. 의뢰인이 가져오는 정보가 완벽할수록 기간은 단축되며 위의 상황과 같이 하루 만에 포착되기도 한다.

하지만 흥신소라고 해서 전지전능한 것은 아니다. 정보가 빈약할 경우 의뢰를 완수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한다. 신씨는 의뢰를 완수하지 못하더라도 흥신소의 손해는 아니라고 한다.

"일단 모든 흥신소의 업무는 착수금이 입금돼야 일을 시작합니다. 총 소요 비용이 200만원 정도 든다고 가정하고 착수금 50만원을 받고 일을 시작해 의뢰를 완수하지 못하더라도 흥신소 입장에서는 남는 장사입니다."

이 같은 상황 때문에 불과 2~3년 사이 전국적으로 흥신소는 1000여 개를 돌파했다. 등록되지 않은 업체까지 감안하면 2000여 개를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경쟁력에서 뒤쳐진 업체들은 착수금만 받고 잠적하는 경우도 있어 의뢰인들의 피해가 늘고 있다.

신씨에게 흥신소를 선택하는 방법에 대해 물었다.

신씨의 말에 따르면 ▲과장광고 조심 ▲사무실 유무 ▲타 업체보다 과도하게 저렴한 비용 ▲전액 선 입금 요구 여부를 주의해야 한다.

"100% 성공이라는 광고는 모두 과장광고입니다. 또 사무실을 방문하려 하는데 손님이 있다거나 공사 중이라고 하면서 근처 커피숍 등으로 유인하려 하는 업체는 가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기본 신상정보를 찾는 일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의뢰비용은 100만원을 넘습니다. 타 업체보다 과도하게 싼 금액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추후에 터무니없는 추가 요금을 받으려고 할 겁니다. 전액 선 입금을 요구하는 경우는 잠적하는 경우가 많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의뢰 완수 못해도
흥신소는 남는 장사

마지막으로 신씨는 흥신소에 대해 업체가 대폭 늘어 수입이 조금 줄긴 했지만 전망이 좋은 직종이라고 전했다. 젊은 청년들도 쉽게 큰돈을 만질 수 있다는 생각에 흥신소로 몰리고 있다고. 하지만 흥신소에서 하는 일은 대부분 명백한 불법이다. 흥신소 직원들도 이 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불법이라도 저질러서 해결하고 싶은 일들이 많아지고 그 일을 처리하기 위한 흥신소가 늘고 있다는 것은 분명 한국사회의 씁쓸한 초상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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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