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들 잡은 박근혜 ‘MB 폐차’ 본격화 내막

명 다해가는 ‘똥차’, “강제 폐차시키기 전에 알아서 나가시지”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박근혜호’가 닻을 올렸다. 당의 절체절명 위기상황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당의 전권을 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지만 당의 생사를 가르는 ‘열쇠’ 또한 그의 손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위원장은 지난주 첫 번째 과제로 여겨졌던 비대위원 구성을 ‘반MB’의 대명사로 통하는 인물들을 영입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박차를 가해 당내 논란을 가져왔다. 비대위원의 의중이었다고는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박근혜의 이명박 버리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파격적인 초호화 11인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완료 
친인척 비리 특검 도입과 이 대통령 탈당까지 거론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비대위원 구성은 여야를 막론하고 깜짝 놀랄만한 쇄신이었다.

기존의 한나라당과는 전혀 다른 색채를 지닌 인물들이 위원으로 선정됐고 26세의 젊은 비대위원 영입과 함께 이명박 정권에 반하는 인물이 다수 포진됐기 때문이다.
 
비대위 구성 전부터 떠돌던 ‘그 나물에 그 밥은 안 된다’라는 논란을 한방에 잠재운 박 위원장이었다.
 
하지만 비대위의 파격 행보에 논란이 계속되자 당 안팎에선 MB정부 기간 내내 벌어졌던 친박계·친이계 간 대결이 비대위 대 친이계의 대리전이 되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는 분위기도 점쳐지고 있다.

이번에는 친이계
공천 대학살 예고


비대위는 출범하자마자 이 대통령을 옥죄기 시작했다. 외부 출신 비대위원들이 현 정부 정책노선 수정과 그동안 당내에서 거론하기 껄끄러웠던 대통령의 친인척 측근비리에 대한 특별검사 도입과 정권 실세에 대한 퇴진까지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김종인 위원은 “이 대통령의 ‘747 공약’은 실현 불가능한 허구다. 이제는 성장과 분배를 조화시키는 정책기조로 전환해야 한다”며 “MB노선에서 완전히 결별해야 한다”고 정책 차별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다른 한 비대위원은 “비대위원들 사이에 이 대통령이 탈당을 포함해 결단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대통령의 탈당 필요성까지 거론하며 쇄신을 요구하고 나섰다.

보수주의자지만 “MB정부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는 정권”이라 공공연히 밝히며 대표적인 ‘이명박 비난론자’로 손꼽혔던 이상돈 위원은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한나라당의 실패는 이명박 정권의 실패에서 비롯됐고, 이는 당이 청와대의 부속기구처럼 작동하면서 촉발한 것”이라며 “그런데도 현 정권 국정운영에 책임 있는 인사들이 이를 인정하지 않고 버티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 위원은 이어 “쇄신의 핵심은 국정운영에 책임이 있는 인사에 대한 인적 쇄신”이라며 “그들이 나가야 그 자리에 새 인재를 영입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것 아니냐. 그런 차원에서 이재오 의원이나 이상득 의원 같은 정권 실세들이 스스로 책임 있게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은 지난달 28일 한 라디오방송에서도 대대적 인적 쇄신 필요성을 강조하며 향후 인적 쇄신을 비대위가 주도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현재 비대위 체제로서 총선까지 간다고 돼 있다. 특히 어떤 인물을 낼 것인가 하는 문제, 그를 위해서 공천의 기준과 절차를 갖다가 정하는 문제가 지금 화급한 문제”라며 “확실한 것은 어제 결정한 것은 공표를 하는 절차와 기준은 비대위에서 결정하게 돼 있다”며 인적 쇄신, 즉 공천 물갈이 기준을 비대위가 만들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상득·이재오·홍준표·안상수 의원 등의 불출마를 주장한 이 위원의 이러한 발언들은 ‘친이계의 공천학살을 예고한다’는 의미로도 풀이돼 친이계의 극심한 반발을 샀다.

한·미 FTA 비준안 직권상정 때 한나라당 의원으로서 유일하게 반대표를 행사했던 황영철 신임 대변인도 라디오방송에서 최구식 의원 탈당 권유에 이어 이상득 의원에게도 탈당 권유를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중요한 것은 한나라당이 이제는 디도스사건이라든가 대통령의 친인척비리라든가 그런 부분에 대해서 바람막이 역할을 더 이상 안 하겠다”라고 말해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이 의원에 대해서도 출당 요구를 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 외부 출신 비대위원도 “그늘이 있으니 버섯이 생기는 것 아니냐. 대통령의 측근 참모나 친인척들의 비리는 결국 대통령의 책임”이라며 “야당이 주장하는 특검도 과감하게 수용해야 한다”고 이 대통령 버리기에 더욱더 힘을 실었다.

만만치 않은
친이계의 반발


비대위가 이처럼 이 대통령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나오면서 이는 박 위원장의 뜻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친박 관계자는 “박 위원장은 그동안 이 대통령과 인위적으로 단절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취해왔다”면서도 “하지만 비대위원들이 국민 여론을 반영해 하는 말인 만큼 박 위원장도 귀담아들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비박계와 친이계 일각에서는 극렬한 반발에 나섰다. 그동안 침묵으로만 일관하다가 총선과 대선이 다가오니 주도권을 잡기 위해 쇄신의 수준이 너무 심하다는 것이다.

한 친이계 의원은 “박 위원장이 겉으로는 대통령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려 하지만 비대위의 구성인사들과 이들의 행보를 보면 아예 ‘버리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언짢아했다.

또 다른 친이계 의원은 “일부 비대위원은 그동안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을 부정해온 인물인데 ‘완장’을 차자 칼춤을 추고 있다”며 “이 대통령을 직접 공격하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기까지 했다.

김종인 “박근혜, MB 틀 속에 갇히면 아무것도 안 돼” 
MB 비판론자 이상돈 교수 영입으로 무차별 공격 개시


친이계 좌장 이재오 의원은 “오늘은 할 말이 없다”고 말한 뒤 ‘허허허’ 웃으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이 의원과 가까운 장제원 의원은 지난달 29일 “한나라당이 ‘이상돈 사당(私黨)’이 아니지 않느냐. 당 개혁과 화합에 오히려 저해가 된다”며 “박 위원장이 (이 위원에게) 엄중 경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의원은 트위터에도 “일개 교수(이 위원)가 마치 개혁의 선봉장이나 되는 것처럼 칼을 긁어대는 게 공천이냐. 그런 막말은 개혁이 아니다”고 썼다.

친이 직계는 아니지만 당 대표 시절 이 대통령과 자주 만나 정책 공감대를 형성했던 홍준표 전 대표도 “어이가 없다, 어이가 없어. 요새 하는 것을 보니까”라며 비대위 전반을 비꼬았고 “박 위원장의 폐쇄적인 인선”이라며 “김종인·이상돈 위원을 사퇴시키는 게 맞다”고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박 위원장은 이 위원의 사견이라고 전제하면서 진화에 나섰지만 대대적인 인적 쇄신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 위원장이 나서서 말려 달라’는 친이계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친박계도 표면적으로는 친이계를 자극하지 않으려 애썼지만 MB정부 실세 퇴진론에는 동감했다.
 
한 의원은 “국민 다수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 아니냐. 당을 위해서라도 그렇게 가야 하는 것”이라고 공감했다. 친박계 의원 대다수는 “정무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단서를 붙였지만 “어떤 식으로든 MB와의 단절은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비쳤다.

하지만 친이계의 반발이 예상보다 거세시자 당내 분란을 우려한 듯 박 위원장도 “쓸데없는 감정 표현은 쇄신 본질 훼손”이라며 “앞으로 비대위 차원에서 나가는 의견은 우리 비대위원님들과 합의되고, 공감대를 이룬 의견이 나갔으면 좋겠다”고 밝히며 한발 물러섰다.

이는 ‘친이계 핵심 용퇴론’ ‘공천 물갈이’ 등 비대위원들의 여과 없는 의견 표출로 거센 반발이 일고, 출범 초기에 비대위와 친이계간의 새로운 계파 갈등 조짐이 보이자 자진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근혜 MB 버리기
시기선택만 남았다?


정치권에서는 박 위원장이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 인선한 비대위원들의 출범 초기 모습은 박 위원장의 의중을 그대로 담고 있다는 견해가 많다.
 
이 대통령과 함께 가는 길은 대권행보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임을 박 위원장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 위원장의 고민은 이 대통령과 ‘함께 가는냐’ ‘차별화를 하느냐’가 아닌 ‘당장 버리느냐’ ‘천천히 버리느냐’인 것으로 확연히 드러났다.

당의 전권을 쥐며 대권행보를 시작한 박 위원장의 ‘이명박 버리기’와 권력무상을 뼈저리게 느끼며 아등바등 살길 모색에 절치부심인 이 대통령과 친이계의 권력 다툼의 최후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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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