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별대담]임진년 희망 전하는 박희태 국회의장

“국민에게 사랑과 신뢰 받는 국회 만드는 데 힘 쓰겠다”

[대담 정리=이주현 기자] 다사다난 했던 신묘년(辛卯年)이 저물고 임진년(壬辰年)이 밝아오고 있다. 지난해보다 새롭게 맞이하는 새해에는 좋은 일만 가득 할 것이라는 희망을 안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 국민 모두 다가오는 임진년에는 새로운 희망을 가득 안고 밝고 활기찬 한 해가 되기를 너나 할 것 없이 바라고 있다. ‘서울G20국회의장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대한민국의 국격을 드높이는 데 기여한 박희태 국회의장은 <일요시사>와의 신년 대담을 통해 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서울 G20국회의장회의 성공적 개최 자랑스러워”
한미FTA 비준안 “직권상정에 대해선 매우 유감”


박희태 국회의장은 지난 2011년 한 해를 누구보다 파란만장하게 보냈다. ‘서울G20국회의장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대한민국의 국격을 드높이는 데 기여함은 물론, 비록 철회하긴 했지만 국회의장으로서 57년 만에 법안 발의를 하기도 했다.

18대 후반기 국회의장 취임 이후 줄곧 국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해 노력해온 박 의장은 서민들의 편에서 그들의 고충을 직접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서민을 위한 국회의장’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박 의장은 <일요시사>와의 신년특집대담에서 “18대 국회를 잘 마무리해서 유종의 미를 거두어야 할 것이다”며 “기회가 된다면 국민으로부터 사랑과 신뢰를 받는 국회를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 싶다”고 남은 임기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 18대 국회에서 누구보다 파란만장한 시간을 보내고 계십니다. 약 4분의 3의 임기를 수행하셨는데 그간의 소회가 어떠신지요.
▲ 검사로서 22년, 국회의원으로서 23년 동안 바쁘게 살아왔지만 특히 18대 국회에서는 참으로 분주하게 보낸 것 같습니다. 16대에 이어 두 번째 당 대표를 맡았고, 양산 주민들의 도움으로 6선 의원이 되어 현재는 국회의장으로서 소임을 다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렇게 조직에서 최고봉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제가 ‘화(和)’의 길을 걸어 왔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화는 단순한 화합을 넘어서는 더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의미의 융화, 차이를 받아들이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공존의 정신을 의미합니다. 우리 사회가 화의 경지에 보다 가까이 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늘 그랬듯 최근 국회와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들이 인식이 썩 좋지 않습니다. 국민들의 신뢰를 받아야 할 ‘민의의 전당’이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 이를 개선할 해결방안으로 염두에 둔 바가 있으신지?
▲ 나라가 유지되고 발전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신뢰라 생각합니다. 일찍이 공자님도 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을 신(信)’자 하나라고 했습니다. 신뢰가 없으면 무너지고 말지요. 따라서 국회다운 국회, 법대로 국회, 정쟁보다는 정책으로 대결하는 국회, 싸움보다는 타협의 장이 되는 국회만이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안이 의장 직권상정으로 진행됐습니다. 이를 결심한 배경과 입장을 밝히신다면?
▲ 한미 FTA 비준안이 여야 간 합의처리가 되지 못하고 직권상정 되었다는 점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야 원내대표와 수없이 만나고, 대통령까지 국회로 오시게 해서 타협안을 마련하려고 마지막까지 최대한 노력을 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의 깊은 이해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 한나라당이 연이은 재보선 패배 후 거센 후폭풍에 휘말렸습니다. 당 쇄신안을 놓고 탈당하는 의원까지 속출했고 결국은 박근혜 전 대표를 주축으로 한 비대위가 출범했습니다. 선배 정치인으로서 조언을 하신다면?
▲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정당에서 다양한 의견이 분출되고 논의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당내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고 무조건 ‘갈등이다’ ‘대립이다’ 이렇게 보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봅니다. 민주주의는 다양성이 생명이지요. 현재의 상황이 겉으로는 분열되는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당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서 일치단결할 수 있다면 국민들에게 더 신뢰받는 새로운 정당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될 것입니다.  


- 대변인 시절 ‘촌철살인’의 명대변인으로 꼽히셨는데, 오랜만에 대변인 시절로 돌아가 현재 정치권을 논평해 보신다면?
▲ ‘선 국사 후 당사(先 國事 後 黨事)’의 자세로 여야 의원 모두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 국회 역사상 가장 큰 국제행사로 기억되는 ‘서울 G20국회의장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셨습니다. G20국회의장회의를 치르며 느끼신 점들은 어떤 것들이 있으신지요?
▲ 대한민국의 국격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엄청나게 신장했다는 점입니다. 서울 국회의장회의의 개최도 오타와 국회의장회의에서 주요국 의장들이 만장일치로 지지해주어 자연스럽게 유치하게 된 것입니다. 작금 세계가 대한민국의 영향권 아래에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봅니다. 세계의 도로에 우리의 자동차가 달리고, 세계인의 가정 곳곳에 우리 가전제품이 가득 차 있으며, 세계인들의 손에는 우리의 핸드폰이 들려 있지 않습니까. 저 넓은 오대양에는 우리가 만든 배들이 가득 떠다니는 등 한류가 세계를 휩쓸고 있습니다. 원조 받던 나라에서 원조 하는 나라로, 국제질서를 따르던 나라에서 국제질서를 만드는 나라로 변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가슴 벅차고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 서울 G20국회의장회의가 남긴 의미와 역사적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먼저 G20 정상회의의 합의사항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각국 의회에서 법제화되고 정책으로 제도화하는 등 후속 조치가 반드시 뒤따라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서울 국회의장회의에서는 주요국 의장들이 모인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넘어 지구촌 안전을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담아낸 공동선언문을 채택했습니다. 또한 이번 서울 국회의장회의에서는 정례화의 계기를 마련함으로써 국회의장회의가 국제현안을 논의하는 주요 거버넌스([governance] 국가경영 또는 공공경영)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결실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우리 국회의 의원외교 역량이 그 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세계대진출’에 있어 국회가 든든한 레일을 놓는 일에 앞장서도록 하겠습니다.


- 의장 취임 이후 줄곧 국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해 노력해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배경이 궁금한데요?
▲ 현재 우리나라 노동현장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가 바로 비정규직 문제입니다. 심지어 비정규직 여직원의 경우에는 1~2년마다 계약을 갱신해야 하기에 안심하고 2세를 가지기도 힘든 형편입니다. 그래서 국회의장이 된 직후 국회부터 비정규직을 없애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일부 반발에도 불구하고 강하게 추진해 왔습니다. 국민의 대의기관으로 국민들의 아픈 부분을 치유하는데 앞장서지 않으면 누가 하겠습니까. 국가기관으로서는 처음으로 실시한 이러한 조치들이 최근 다른 공공기관이나 사기업에도 파급되기 시작해 서민과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분위기가 확산되는 것 같아 큰 보람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국회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위해 노력 “보람 느껴”
“<일요시사> 애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최근 한국 영해에서 중국 어선의 불법어로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고, 이로 인해 해경 한명이 순직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국민들은 극심한 비난에 나섰고 한·중 간 외교적 문제로 비화될 소지가 높은데, 이에 대한 입장과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하신다면?
▲ 한중어업협정에 따라 우리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서 조업이 허락된 중국어선은 연간 1700여 척, 허가 어획량은 6만5000톤 정도이지만 실제 불법조업 어선 수는 20만 척이 넘는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이제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 단속은 전투양상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현재 정부에서 다각적이고 단호한 재발방지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보다 강력하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한·중 간에 최악의 분쟁요인이 될 위험성이 큽니다.


- 한국경제발전에 큰 공헌을 한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얼마 전 별세하셨습니다. 고인과 각별한 인간관계를 쌓아 오신 것으로 압니다만?
▲ 그렇습니다. 박태준 명예회장은 제가 대변인직을 수행 할 때 대표(민정당)로, 또 최고위원(민자당)으로 모셨지요. 많은 사랑도 받았고 격려도 받았는데 아무 보답도 못 했던 것이 여러 가지로 죄송스럽습니다. ‘철강왕’이신 박 명예회장처럼 의지와 창의력, 끈질긴 노력을 후세들이 교과서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또한 박 명예회장이 만든 용광로에 여야가 함께 들어가 화합했으면 하는 바람도 큽니다.


- 최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사망을 어떻게 보시는지?
▲ 김 위원장의 사망이 북한으로 하여금 개혁·개방의 길로 들어서,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전환점이 되었으면 합니다. 북한이 세계와 맺은 약속인 비핵화도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또한 남북 간의 대화도 활성화 되어서 이산가족 상봉 등 실질적인 결실을 맺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 김 위원장 사망이 향후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시는지요?
▲ 그거야 아직 알 수 없지요. 분명한 것은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한 치도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우리 국민 모두가 한 뜻으로, 특히 보수와 진보를 초월해 난국을 이겨내겠다는 일치단결의 자세를 갖는다면 한반도에 평화를 더욱 공고히 정착시킬 수 있는 기회로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 소망하시는 국회의장상은 어떤 것인지요?
▲ 국회는 원칙적으로 여야가 대화와 타협으로 운영하는 곳입니다. 따라서 의장이 국회운영과 관련하여 할 일이 많다는 것은 그리 바람직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압니다. 다만, 이런 대화와 타협이 잘 이루어지지 않을 때 오랜 의정경험을 바탕으로 의장이 중재를 해서 얽힌 실타래를 풀 수 있었으면 합니다. 또한 입법부의 수장으로서 의원외교의 강화를 통해 국익에 도움을 주고 입법부의 장기적 발전방향에 대해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 남은 재임기간 동안 꼭 이루고 싶으신 일이 있으시다면?
▲ 무엇보다 18대 국회를 잘 마무리해서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국회다운 국회가 되어 국민으로부터 사랑과 신뢰를 받는 국회를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보내고 희망찬 새해를 맞이합니다. <일요시사>와 애독자들에게 덕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일요시사> 임직원 여러분 임진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색깔 있는 신문’ ‘소리 나는 신문’ ‘향기 나는 신문’ 등 3대 취재편집 방향을 더욱 발전시켜 <일요시사>의 사세가 더욱 번창하기를 바랍니다. 또한 <일요시사> 애독자 여러분의 가정에도 웃음과 행복이 넘쳐나기를 바랍니다. 특히 <일요시사>가 각계각층의 훈훈한 미담을 더 많이 발굴해 우리 사회에 온기가 넘치게 해주시고 <일요시사> 독자를 비롯한 국민들의 사기를 끌어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박희태 국회의장 프로필>

2010.06~ 제18대 후반기 국회 의장
2009.10 제18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2008.07~2009.09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
2004.06 제17대 국회 부의장
2004.05~2008.05 제17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2003.05~2003.06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
2002.05 한나라당 최고위원
2000.05~2004.05 제16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1996.04~2000.05 제15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1993.08 법률구조공단 이사
1993.02~1993.03 제42대 법무부 장관
1992.05~1996.04 제14대 국회의원
1988.04~1992.05 제13대 국회의원
1980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성동지청 부장검사
1966 청주지방검찰청 검사
1961 제13회 고등고시 사법과 합격
~ 1987 건국대학교 대학원 법학 박사 
1957~1961 서울대학교 법학 학사 
~ 1957 경남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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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