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꼼수> 정봉주 실형 ‘치졸한 정치보복론’ 실체

박근혜도 있는데...<나꼼수> 잡으려 정봉주 골인?

[일요시사=이주현 기자]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이 전격 수감됐다. 정 전 의원은 2007년 대선 때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BBK 사건’ 연루 의혹을 제기한 혐의로 기소됐으며, 지난 22일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이에 야당과 <나꼼수>지지자들은 “치졸한 정치보복이다” “사법부가 권력의 시녀가 됐다”며 극렬하게 반발하고 있으며,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 고발 움직임까지 보이는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정 전 의원의 수감이 의미하는 정치보복의 실체를 집중 해부해봤다.

대법원 ‘BBK 의혹 제기 허위’ 징역 1년·10년간 피선거권 박탈
박근혜, ‘BBK 의혹 제기 동영상’ 파문 확산, 고발 청원까지

정봉주 전 의원이 선고 받는 날 아침, 대법원 앞에는 300여 명의 지지자들이 모여 그를 응원하며 무죄임을 주장했다. 하지만 그들의 표정은 금세 어두워지고야 말았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로 정 전 의원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직접적인 표현 또는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방법으로 공표한 ‘이명박 후보자가 김경준과 공모해 주가조작 및 횡령을 했다’ ‘이명박 후보자가 BBK를 소유하고 있다’ 등의 발언이 허위임이 증명됐다”고 밝혔다.

앞서 1·2심 재판부도 “피고인이 자료를 좀 더 확인했더라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라며 유죄를 선고했다. 현행 공직선거법에는 특정 후보자를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한 사람은 처벌받도록 돼 있다.

피선거권 10년 박탈
징역 1년, 유죄 선고


징역형을 선고 받자 김어준 총수, 주진우 기자, 김용민 시사평론가 등 <나꼼수> 출연진들은 당혹해하며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정 전 의원도 “국민 모두 이명박 대통령이 BBK와 관련이 있다는 의혹을 갖고 있다”며 “BBK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낙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도 그럴 것이 17대 국회의원을 지내고 18대 낙선 후 19대 국회 입성을 단단히 벼려왔던 정 전 의원이었다. <나꼼수>로 엄청난 인기를 끌며 지지기반을 다지던 그로서는 모든 계획이 물거품이 돼버렸고, 화려한 재기는커녕 구속 수감되어 남들의 잔치를 지켜봐야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정 전 의원은 형을 다 하고 출소하더라도 곧바로 정치활동을 재개할 수 없다. 정치인이 선거법을 위반해 벌금 100만원 이상을 선고받으면 5년 동안 공무담임권과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징역형을 선고받으면 박탈기간이 10년으로 늘어난다.
 
정 전 의원은 대법원 앞에 운집한 300여명의 지지자 앞에서 “지금은 사법부 얘기는 안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BBK 의혹을 폭로한 김경준씨(수감 중)가 “이른바 ‘기획입국설’의 근거가 된 가짜편지 작성을 지시한 세력을 밝혀 달라”고 고소한 사건과 관련해 “수사가 계속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의 진실이 살아날 때까지 믿고 <나꼼수>를 기다려 달라”고 말하며 지지자들에게 큰절을 올리고 대법원을 떠났다. 차량 탑승 후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포착돼 지지자들의 마음을 더욱더 아프게 했다.

눈물 흘린 ‘봉도사’
침통한 <나꼼수>팀


정 전 의원의 유죄판결에 야권과 시민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정 전 의원이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BBK진상조사단장으로 활동할 때 대선후보였던 정동영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정봉주가 유죄면 저도 유죄다. (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BBK 의혹을 거론했던) 한나라당 박근혜 비대위원장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당시 진상조사단원이던 박영선 민주통합당 의원 등 24명도 기자회견을 열고 “사법정의가 무너져 내린 정치판결이자 정치보복”이라고 비판했고 박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서도 “정봉주 의원의 지금 마음이 어떨까요?”라며 “BBK로 억울한 수사를 받았던 당사자이기에 제 마음이 파르르 떨리고 있습니다. 이건 분명 아닙니다. 분명 아니지요. 우리 힘을 모아요! 정봉주 의원을 위해!”라고 말했다.

또한 “정 전 의원의 재판을 보고 마음을 바꿨다”며 전대 출마를 결심하기도 했다.
 
소설가 공지영씨도 트위터에서 “저는 작가로서 시민으로서 가카(각하)와 BBK 사이에 엄청난 연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 저도 구속하십시오. 제가 허위사실 공표했다면!”이라는 글을 올렸다.

회사원 손민혁씨(30)도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나꼼수>는 잠자고 있던 나의 정치적 무관심을 깨워준 고마운 존재다. 이제 그 고마움을 투표로 갚겠다”고 말했으며 김판수(34)씨 또한 “트위터 등 인터넷을 봐도 국민들의 분노가 대단하다. 지금의 분노를 잊지 말고 (총선이 있는) 내년 4월까지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SNS유저들은 “정봉주가 유죄면 박근혜도 유죄”라며 박 위원장의 동영상을 보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BBK의 진실, 한나라당은 알고 있었다’라는 제목으로 게재된 2분3초짜리 동영상에서 박 위원장은 지난 2007년 경선 당시 “BBK 사건의 핵심은 이명박 후보”라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BBK의 600억 주가조작 사건은) 5500명의 투자자에게 1000억 원대의 피해를 입혔고 피해자는 자살까지 했던 사건이다, 이명박 후보는 매일 의혹이 터지고 매일 그것이 아니라고 변명해야하는 후보”라고 말하고 있다.

이외에도 최경환 한나라당 의원의 “이명박 전 시장은 BBK가 본인과 관련 없는 회사라 주장했으나 에리카김의 동생 김경준씨와 공동대표로 있었다”라는 주장, 이방호 의원의 “전국적으로 민란수준의 국민저항이 올 것”이라는 발언도 담겨있다.

이에 네티즌들은 “여당 의원이 주장하면 무죄고 야당의 정 전 의원이 주장하면 유죄냐”고 비난하고 있으며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이 유효하긴 한 것이냐”고 힐난하고 있다.
 
야당과 지지자들 반발 확산, 사법부에 비난의 목소리 높아져
<나꼼수> 정봉주 제외한 3인 체제 유지될 듯, 응원 줄이어


트위터 이용자 @zigo***는 “정봉주랑 박근혜랑 사실상 똑같은 얘기 한 것이니 유죄판결 받을 경우 같이 받아야 한다, 강용석도 같은 논리로 무죄판결 받은 거 아니었나?”라는 글을 남겼다.

이 같은 목소리가 제기되자 정 전 의원의 팬클럽인 ‘정봉주와 미래 권력들(미권스)’은 지난 22일 <다음> 아고라에서 박 위원장을 고발하자는 청원을 시작했다.

이들은 “BBK와 관련해 최초로 문제제기 발언을 한 것은 박근혜였다”며 “같은 말을 하고도 누구는 교도소 가고 누구는 비대위로 가는 건 맞지 않은 것 같다”라고 주장했다.

이 아고라 청원은 내년 1월31일까지 15만 명의 서명을 목표로 하고 있고 청원 하루 만에 목표인원의 20%가 넘는 인원이 참가하고 있다.
청원에 참가한 네티즌 heun****는 “박근혜가 잘못한 것은 아니다. 그러니 정봉주도 잘못 없다! 그들은 진실을 말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ha***는 “같은 주장을 한 다른 사람에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검찰의 판결을 보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정봉주가 유죄면
박근혜도 유죄?


정 전 의원이 전격 수감됨에 따라 향후 <나꼼수>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정 전 의원이 빠진 <나꼼수>는 일단 김 총수와 주 기자, 김 평론가 3명이 계속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의원은 대법원 선고 직후 “오늘 마지막 <나꼼수> 녹음을 하고 정리할 것”이라며 “여러분이 알아야 할 내용은 세 분이 잘해 주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김어준 총수도 “출연진 교체는 없다”고 밝혔고 “<나꼼수>가 없어진다면 가장 기뻐할 분은 가카(이명박 대통령)인데 왜 그러겠냐”며 <나꼼수>가 계속 될것임을 시사했다.

지난 26일 정 전 의원을 입감을 몇시간 앞두고 국회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최고위원회의에 BBK 진상조사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해 “전 오늘 진실의 재단에 바쳐지지만 제가 구속수감돼 BBK 판도라 상자는 다시 열릴 것”이라며 “오늘은 진실이 구속되나 다음엔 거짓이 구속될 차례. 그 거짓의 주범이 누군지 국민은 분명히 알 것”이라고 BBK의 진실이 반드시 밝혀질 것으로 확신했다.
 
그는 “저는 구속되지만 구속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BBK 진실을 향한 투쟁은 이제 시작됐다”며 “이 투쟁의 끝은 4.11 총선 승리, 내년 12월 정권 탈환으로 이어질 것으로 굳게 믿으며 감옥에서 당당하게 쫄지 않고 정권탈환을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26일 입감된 정 전 의원은 만기를 채우면 내년 크리스마스인 12월25일 출소하게 된다. 그의 출소일은 내년 대선 이틀전이다.

그는 “저는 오늘 이명박 BBK 실소유 의혹 제기로 구속 수감된다. 국민 여러분, 저를 구해주십시오. 저를 구하는 길은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이라며 “다가오는 15일 민주통합당의 전당대회에 선거인단으로 모두 참여해 달라.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민주통합당을 살리고 그 길이 저를 구하는 길”이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민주통합당은 이날 정 전 의원의 구명활동을 위해 BBK진상조사위 내 ‘정봉주 구명위원회’(위원장 천정배)를 설치하기로 했으며 이날 최고위원들은 모두 붉은 장미꽃을 한송이씩을 정 전 의원에게 건네주면서 건투를 다짐했다.

대법원 유죄 선고에 따라 징역 1년, 피선거권 박탈 10년 형에 처한 정 전 의원.

한 네티즌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든 것은 옥중생활이 90% 이상이었다. 힘내라”고 밝혔듯 옥중생활을 재도약의 시간으로 받아들여 출소 후 더욱더 멋지고 유쾌한 ‘깔때기’를 들을 수 있기를 많은 지지자들은 바라고 있다. 그의 화려한 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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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