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꼼수> 정봉주 실형 ‘치졸한 정치보복론’ 실체

박근혜도 있는데...<나꼼수> 잡으려 정봉주 골인?

[일요시사=이주현 기자]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이 전격 수감됐다. 정 전 의원은 2007년 대선 때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BBK 사건’ 연루 의혹을 제기한 혐의로 기소됐으며, 지난 22일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이에 야당과 <나꼼수>지지자들은 “치졸한 정치보복이다” “사법부가 권력의 시녀가 됐다”며 극렬하게 반발하고 있으며,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 고발 움직임까지 보이는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정 전 의원의 수감이 의미하는 정치보복의 실체를 집중 해부해봤다.

대법원 ‘BBK 의혹 제기 허위’ 징역 1년·10년간 피선거권 박탈
박근혜, ‘BBK 의혹 제기 동영상’ 파문 확산, 고발 청원까지

정봉주 전 의원이 선고 받는 날 아침, 대법원 앞에는 300여 명의 지지자들이 모여 그를 응원하며 무죄임을 주장했다. 하지만 그들의 표정은 금세 어두워지고야 말았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로 정 전 의원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직접적인 표현 또는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방법으로 공표한 ‘이명박 후보자가 김경준과 공모해 주가조작 및 횡령을 했다’ ‘이명박 후보자가 BBK를 소유하고 있다’ 등의 발언이 허위임이 증명됐다”고 밝혔다.

앞서 1·2심 재판부도 “피고인이 자료를 좀 더 확인했더라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라며 유죄를 선고했다. 현행 공직선거법에는 특정 후보자를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한 사람은 처벌받도록 돼 있다.

피선거권 10년 박탈
징역 1년, 유죄 선고


징역형을 선고 받자 김어준 총수, 주진우 기자, 김용민 시사평론가 등 <나꼼수> 출연진들은 당혹해하며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정 전 의원도 “국민 모두 이명박 대통령이 BBK와 관련이 있다는 의혹을 갖고 있다”며 “BBK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낙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도 그럴 것이 17대 국회의원을 지내고 18대 낙선 후 19대 국회 입성을 단단히 벼려왔던 정 전 의원이었다. <나꼼수>로 엄청난 인기를 끌며 지지기반을 다지던 그로서는 모든 계획이 물거품이 돼버렸고, 화려한 재기는커녕 구속 수감되어 남들의 잔치를 지켜봐야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정 전 의원은 형을 다 하고 출소하더라도 곧바로 정치활동을 재개할 수 없다. 정치인이 선거법을 위반해 벌금 100만원 이상을 선고받으면 5년 동안 공무담임권과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징역형을 선고받으면 박탈기간이 10년으로 늘어난다.
 
정 전 의원은 대법원 앞에 운집한 300여명의 지지자 앞에서 “지금은 사법부 얘기는 안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BBK 의혹을 폭로한 김경준씨(수감 중)가 “이른바 ‘기획입국설’의 근거가 된 가짜편지 작성을 지시한 세력을 밝혀 달라”고 고소한 사건과 관련해 “수사가 계속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의 진실이 살아날 때까지 믿고 <나꼼수>를 기다려 달라”고 말하며 지지자들에게 큰절을 올리고 대법원을 떠났다. 차량 탑승 후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포착돼 지지자들의 마음을 더욱더 아프게 했다.

눈물 흘린 ‘봉도사’
침통한 <나꼼수>팀


정 전 의원의 유죄판결에 야권과 시민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정 전 의원이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BBK진상조사단장으로 활동할 때 대선후보였던 정동영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정봉주가 유죄면 저도 유죄다. (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BBK 의혹을 거론했던) 한나라당 박근혜 비대위원장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당시 진상조사단원이던 박영선 민주통합당 의원 등 24명도 기자회견을 열고 “사법정의가 무너져 내린 정치판결이자 정치보복”이라고 비판했고 박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서도 “정봉주 의원의 지금 마음이 어떨까요?”라며 “BBK로 억울한 수사를 받았던 당사자이기에 제 마음이 파르르 떨리고 있습니다. 이건 분명 아닙니다. 분명 아니지요. 우리 힘을 모아요! 정봉주 의원을 위해!”라고 말했다.

또한 “정 전 의원의 재판을 보고 마음을 바꿨다”며 전대 출마를 결심하기도 했다.
 
소설가 공지영씨도 트위터에서 “저는 작가로서 시민으로서 가카(각하)와 BBK 사이에 엄청난 연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 저도 구속하십시오. 제가 허위사실 공표했다면!”이라는 글을 올렸다.

회사원 손민혁씨(30)도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나꼼수>는 잠자고 있던 나의 정치적 무관심을 깨워준 고마운 존재다. 이제 그 고마움을 투표로 갚겠다”고 말했으며 김판수(34)씨 또한 “트위터 등 인터넷을 봐도 국민들의 분노가 대단하다. 지금의 분노를 잊지 말고 (총선이 있는) 내년 4월까지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SNS유저들은 “정봉주가 유죄면 박근혜도 유죄”라며 박 위원장의 동영상을 보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BBK의 진실, 한나라당은 알고 있었다’라는 제목으로 게재된 2분3초짜리 동영상에서 박 위원장은 지난 2007년 경선 당시 “BBK 사건의 핵심은 이명박 후보”라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BBK의 600억 주가조작 사건은) 5500명의 투자자에게 1000억 원대의 피해를 입혔고 피해자는 자살까지 했던 사건이다, 이명박 후보는 매일 의혹이 터지고 매일 그것이 아니라고 변명해야하는 후보”라고 말하고 있다.

이외에도 최경환 한나라당 의원의 “이명박 전 시장은 BBK가 본인과 관련 없는 회사라 주장했으나 에리카김의 동생 김경준씨와 공동대표로 있었다”라는 주장, 이방호 의원의 “전국적으로 민란수준의 국민저항이 올 것”이라는 발언도 담겨있다.

이에 네티즌들은 “여당 의원이 주장하면 무죄고 야당의 정 전 의원이 주장하면 유죄냐”고 비난하고 있으며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이 유효하긴 한 것이냐”고 힐난하고 있다.
 
야당과 지지자들 반발 확산, 사법부에 비난의 목소리 높아져
<나꼼수> 정봉주 제외한 3인 체제 유지될 듯, 응원 줄이어


트위터 이용자 @zigo***는 “정봉주랑 박근혜랑 사실상 똑같은 얘기 한 것이니 유죄판결 받을 경우 같이 받아야 한다, 강용석도 같은 논리로 무죄판결 받은 거 아니었나?”라는 글을 남겼다.

이 같은 목소리가 제기되자 정 전 의원의 팬클럽인 ‘정봉주와 미래 권력들(미권스)’은 지난 22일 <다음> 아고라에서 박 위원장을 고발하자는 청원을 시작했다.

이들은 “BBK와 관련해 최초로 문제제기 발언을 한 것은 박근혜였다”며 “같은 말을 하고도 누구는 교도소 가고 누구는 비대위로 가는 건 맞지 않은 것 같다”라고 주장했다.

이 아고라 청원은 내년 1월31일까지 15만 명의 서명을 목표로 하고 있고 청원 하루 만에 목표인원의 20%가 넘는 인원이 참가하고 있다.
청원에 참가한 네티즌 heun****는 “박근혜가 잘못한 것은 아니다. 그러니 정봉주도 잘못 없다! 그들은 진실을 말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ha***는 “같은 주장을 한 다른 사람에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검찰의 판결을 보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정봉주가 유죄면
박근혜도 유죄?


정 전 의원이 전격 수감됨에 따라 향후 <나꼼수>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정 전 의원이 빠진 <나꼼수>는 일단 김 총수와 주 기자, 김 평론가 3명이 계속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의원은 대법원 선고 직후 “오늘 마지막 <나꼼수> 녹음을 하고 정리할 것”이라며 “여러분이 알아야 할 내용은 세 분이 잘해 주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김어준 총수도 “출연진 교체는 없다”고 밝혔고 “<나꼼수>가 없어진다면 가장 기뻐할 분은 가카(이명박 대통령)인데 왜 그러겠냐”며 <나꼼수>가 계속 될것임을 시사했다.

지난 26일 정 전 의원을 입감을 몇시간 앞두고 국회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최고위원회의에 BBK 진상조사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해 “전 오늘 진실의 재단에 바쳐지지만 제가 구속수감돼 BBK 판도라 상자는 다시 열릴 것”이라며 “오늘은 진실이 구속되나 다음엔 거짓이 구속될 차례. 그 거짓의 주범이 누군지 국민은 분명히 알 것”이라고 BBK의 진실이 반드시 밝혀질 것으로 확신했다.
 
그는 “저는 구속되지만 구속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BBK 진실을 향한 투쟁은 이제 시작됐다”며 “이 투쟁의 끝은 4.11 총선 승리, 내년 12월 정권 탈환으로 이어질 것으로 굳게 믿으며 감옥에서 당당하게 쫄지 않고 정권탈환을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26일 입감된 정 전 의원은 만기를 채우면 내년 크리스마스인 12월25일 출소하게 된다. 그의 출소일은 내년 대선 이틀전이다.

그는 “저는 오늘 이명박 BBK 실소유 의혹 제기로 구속 수감된다. 국민 여러분, 저를 구해주십시오. 저를 구하는 길은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이라며 “다가오는 15일 민주통합당의 전당대회에 선거인단으로 모두 참여해 달라.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민주통합당을 살리고 그 길이 저를 구하는 길”이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민주통합당은 이날 정 전 의원의 구명활동을 위해 BBK진상조사위 내 ‘정봉주 구명위원회’(위원장 천정배)를 설치하기로 했으며 이날 최고위원들은 모두 붉은 장미꽃을 한송이씩을 정 전 의원에게 건네주면서 건투를 다짐했다.

대법원 유죄 선고에 따라 징역 1년, 피선거권 박탈 10년 형에 처한 정 전 의원.

한 네티즌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든 것은 옥중생활이 90% 이상이었다. 힘내라”고 밝혔듯 옥중생활을 재도약의 시간으로 받아들여 출소 후 더욱더 멋지고 유쾌한 ‘깔때기’를 들을 수 있기를 많은 지지자들은 바라고 있다. 그의 화려한 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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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