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장악 박근혜 ‘끝장 노림수’ 막전막후

박(朴-博) 터지는 파워게임 “오래 끌면 둘 다 죽는다”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박근혜 전 대표의 표정이 요즘 사뭇 비장하다. 여태 겉으로만 맴돌다 당에 안착해 지휘봉을 잡은 박 전 대표이기에 더욱 그렇다. 지난 9일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져 홍준표 대표가 사퇴하자 당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내홍은 더욱더 깊어져만 갔다.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와 박 전 대표를 중심으로 공천권을 포함한 전권을 가진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주장하는 갈등이 극에 달한 것이다. 김성식·정태근 의원이 탈당까지 하는 극심한 갈등과 혼란을 맞이하자 박 전 대표가 드디어 나섰다. 혼란하다 못 해 공중분해 위기에 처한 한나라당은 ‘여왕님의 귀환’에 일사분란하게 교통정리 됐지만 박 전 대표로서도 수많은 과제에 직면했다. 박 전 대표로선 대권으로까지 가는 험난한 여정에서 산적한 7대 과제를 우선 풀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선 이명박 대통령과의 ‘끝장 승부수’가 무엇보다 중요한 요즘이다.  

<박근혜가 풀어야 할 7대 과제>
① 비대위원회의 구성 ② 당내 화합과 소통
③ 이명박 대통령과의 차별화 ④ 합리적인 공천권 사용
⑤ 보수 대통합 ⑥ 경제 살리기 ⑦ 총선 승리 ‘121석 이상?’

‘선거의 여왕’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전면에 나섰다. 탈당까지 감행한 쇄신파의 불만을 잠재운 그는 ‘대선출마 1년6개월 전 당직 사퇴’ 당헌·당규가 개정됨에 따라 당권을 잡고 대권을 도전할 수 있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됐다.
 
2006년 6월 대표직에서 물러난 이후 온갖 구설수와 책임론 등에 휩싸였지만 묵묵히 참아낸 그에게는 지난 5년5개월의 보상을 한꺼번에 받은 듯 크나큰 성과다.

당권 잡고 대권 도전
두 마리 토끼 잡다


박 전 대표는 지난 15일 2년7개월 만에 의원총회에 참석해 “우리에게 남아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고 긴박한 현 상황을 짚은 뒤 “짧은 시간동안 얼마나 우리가 국민에게 다가가고, 또 얼마나 우리가 국민의 삶을 챙기고, 어려움에 대해서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얼마나 국민과 함께 하느냐, 이것에 우리 당의 명운이 달려있다”고 결연한 자세를 보였다.

또한 “우리 모두가 하나가 되어서 짧은 기간 동안 모두가 매진하겠다고 할 때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다 풀리고 녹아있다”고 ‘화합과 통합’을 외쳤다. 지난 2004년 탄핵 역풍으로 난파 위기에 직면했던 당을 구했던 박 전 대표지만 다시 한 번 한나라당을 외면한 민심의 구렁텅이 속에서 꺼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하기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너무나 많이 산적해 있다.

첫 번째로 부딪힌 과제는 비대위원회의 구성이다.
 
비대위원장을 맡으면서 가장 먼저 직면한 과제다. 15인 이내로 꾸려질 비대위는 박 전 대표의 인사 스타일을 가늠할 첫 단추로 여겨진다.
 
따라서 박 전 대표는 어느 때보다 신중하다. 친박계의 해체를 공언한 박 전 대표는 당내인사보다는 외부인사로 비대위를 꾸릴 예정이지만 여의치 않으면 당내인사로 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재선 의원은 “비대위원들이 이명박 정부 내각처럼 ‘고소영, 강부자’ 식이거나 ‘그 나물에 그 밥’식이면 초장부터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 주변에선 당내 사정에 어두운 외부인사를 영입하기보다 김무성 전 원내대표나 김문수 경기지사 등을 포함해 통합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두 번째 과제로 ‘당내 화합과 소통’이 박 전 대표를 기다리고 있다.

홍준표 전 대표 체제가 와해되자 당내에서는 재창당 논란이 불거졌다. 비대위의 권한과 활동기간을 놓고 당내 쇄신파를 비롯해 비박계는 재창당을 강하게 요구했고, 이 와중에 김성식·정태근 의원이 탈당까지 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 가운데 쇄신파와 박 전 대표 사이에 오해를 빚은 ‘메모지’ 논란은 박 전 대표에게 ‘인의 장막’ ‘불통 정치’라는 오점을 남겼다.

박 전 대표가 쇄신파와의 회동에서 오해라고 해명했으며 해당의원을 문책하겠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지난 4년간 보여 온 ‘칩거 아닌 칩거’와 이번 불통 사건은 그가 극복해야 할 크나큰 과제로 남게 됐다.

정치전문가들은 “당 전면에 나선 이상 지금까지 보여준 ‘신비주의’ 전략으로는 힘들다”며 “소통의 기술, 능력, 방법이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통’을 통한 ‘화합’으로 박 전 대표의 통합 능력이 입증될 것이라는 것이다.

또한 스스로 친박을 해체하며 계파 갈등을 없애고 하나 됨을 강조한 박 전 대표지만 여전히 잠재해있는 쇄신파들의 추가적인 이탈 가능성을 차단하고 친이계나 비박계 인사들을 포용해야 할 것이다.

때문에 당내 대권 경쟁주자인 김 경기지사와 정몽준 전 대표, 이재오 전 특임장관 등과의 관계설정도 중요하다. 불통의 정치가 아닌 대화와 타협으로 이들을 끌어안고 공정한 경쟁관계 설정도 중요한 과제라는 지적도 있다.

공정한 경쟁으로 치열한 경선이 되어 흥행에 성공한다면 박 전 대표에게도 이득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을 배척하고 싱거운 경선이 되어 버린다면 당내의 비난은 물론이고 흥행에 실패해 대선에서도 참패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MB와의 차별화
필수과제, 본격화

이명박 대통령과의 차별화도 세 번째 과제로 손꼽혔다. 친박계는 그간 이 대통령과의 차별화 선언을 공공연히 해왔지만 이제는 본격화 할 태세다.

하지만 차별화를 위한 차별화가 아닌 양극화 문제 해결에 관한 정책이나 복지에 관한 정책을 내놓으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이 이 대통령의 성장주의와는 다른 점을 부각하는데 성공해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최근 측근과 친인척 비리가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대통령과의 차별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주장이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이 대통령 친인척 비리에 원칙적이고도 단호한 태도를 보이면서 차별화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권을 잡은 박 전 대표지만 궁극적 최종 목적지는 대권이기 때문에 민심을 잃은 이 대통령과의 차별화는 하되 갈등과 반발을 피하기 위해 조심스럽지만 각고의 노력을 기울듯 여겨진다.

특히 세종시 수정안과 동남권 신공항 등의 문제로 이미 이 대통령과 마찰을 빚어온 박 전 대표이기에 더욱더 신중해 보인다.

네 번째 과제로 많은 이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 공천문제다.
 
박 전 대표는 “가장 모범적인 공천을 완수하겠다”고 밝혔지만 의원들에겐 생사가 걸린 문제기 때문에 아주 민감한 부분이다.

주도권을 내준 쇄신파와 비박계로서는 당장 공천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노심초사하고 있어 이들을 잘 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비대위 쇄신 과정에서 인적 쇄신을 통해 ‘친박 공천에 기득권을 주지 않겠다’는 구두 약속을 넘어 친박계 의원들의 자발적 불출마 유도를 통해 각 계파 밑바닥에 쌓인 불안감을 불식시키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일단 박 전 대표는 오픈 프라이머리(완전 국민참여경선)엔 ‘여야가 동시에 하지 않으면 채택하기 어렵다’는 태도다.

따라서 지난 2004년 당 대표 시절 김문수, 박세일 두 공심위원장에게 전권을 주고 맡겼던 것처럼 외부인사 위주의 공심위에 전권을 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박 전 대표는 공심위에 ‘외풍’을 막는데 주력하는 방안이 점쳐지기도 한다.

또한 당 밖으로는 ‘박세일 신당’ 등 보수진영의 새로운 정당 출현으로 분열되는 보수정치세력을 한나라당의 든든한 우군으로 묶어야 하는 것도 다섯 번째 과제로 지목됐다.
 
‘중도’라 선언했지만 사실상 한나라당 지지층과 겹치는 박세일 신당이 박 전 대표와 각을 세울 수 있어 어떻게든 ‘통합이미지’를 구축해야 한다.

야권이 통합정당을 도출해낸 상황에 보수의 분열은 곧 대권판도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크나큰 문제이기에 박 전 대표에게는 무엇보다 크나큰 과제이다.

5년5개월 만에 당 전면에 등장, 혼란한 한나라당 한방에 교통정리 
많은 악재 속에 귀환한 여왕님 파워, 어느 정도 일지 정치권 촉각

여섯 번째 과제로 ‘경제 살리기’가 기다리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서민들의 삶은 팍팍해져 있고 고물가와 전세난, 등록금 문제 등도 간과 할 수 없는 부분이다.

‘경제 하나만큼은 꼭 살리겠다’던 이명박정부가 이를 실패한 만큼 국민들은 가시적이고 피부에 느껴질 수 있는 경제정책을 내놓는 것을 아주 중요하게 살펴 볼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과제로 총선 승리가 남아 있다. 이것이 박 전 대표로서는 마지막 퍼즐로 여겨진다. 현재의 위기를 잘 추슬러 4달여 남은 총선에 승리한다면 박 전 대표 체제로의 비대위는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고, 대권행보 역시 더욱더 탄력을 받을 것이 틀림없다.

한나라당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박 전 대표는 지난 17대 총선 선전, 2006년 5.31지방선거 압승, 각종 재보궐선거에서 연전연승 등 불패의 신화를 기록해 ‘선거의 여왕’이라는 애칭을 얻었지만 이번 10·26 서울시장 보선에서 패배하며 오점을 남기기도 했다.

일단 정치권에서는 지난 2004년 탄핵 이후 ‘박근혜 대표’ 체제에서 한나라당이 거둔 121석을 기준으로 잡는 시각이 우세하다.

당시 박 전 대표는 과감한 당 개혁 조치를 내놓은 뒤 전국을 돌며 읍소해 여당의 개헌 저지선인 121석(지역구 100석+비례대표 21석)을 얻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한나라당의 현 상황이 탄핵 후폭풍 당시와 비슷한 절체절명의 위기라는 점에서 121석 안팎을 건지느냐가 비대위원장인 박 전 대표의 총선 성패를 가를 기준점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선거의 여왕’
기준은 121석?

이처럼 당 전면에 나선 박 전 대표에게는 검증받고 해결해야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그간 보여 왔던 ‘수첩공주’ 이미지를 탈피해 당을 장악하는 카리스마와 리더십을 발휘해 한나라당을 재건하는 것은 그의 손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악재 속에 귀환한 여왕님의 파워가 어느 정도일지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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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