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장악 박근혜 ‘끝장 노림수’ 막전막후

박(朴-博) 터지는 파워게임 “오래 끌면 둘 다 죽는다”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박근혜 전 대표의 표정이 요즘 사뭇 비장하다. 여태 겉으로만 맴돌다 당에 안착해 지휘봉을 잡은 박 전 대표이기에 더욱 그렇다. 지난 9일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져 홍준표 대표가 사퇴하자 당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내홍은 더욱더 깊어져만 갔다.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와 박 전 대표를 중심으로 공천권을 포함한 전권을 가진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주장하는 갈등이 극에 달한 것이다. 김성식·정태근 의원이 탈당까지 하는 극심한 갈등과 혼란을 맞이하자 박 전 대표가 드디어 나섰다. 혼란하다 못 해 공중분해 위기에 처한 한나라당은 ‘여왕님의 귀환’에 일사분란하게 교통정리 됐지만 박 전 대표로서도 수많은 과제에 직면했다. 박 전 대표로선 대권으로까지 가는 험난한 여정에서 산적한 7대 과제를 우선 풀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선 이명박 대통령과의 ‘끝장 승부수’가 무엇보다 중요한 요즘이다.  

<박근혜가 풀어야 할 7대 과제>
① 비대위원회의 구성 ② 당내 화합과 소통
③ 이명박 대통령과의 차별화 ④ 합리적인 공천권 사용
⑤ 보수 대통합 ⑥ 경제 살리기 ⑦ 총선 승리 ‘121석 이상?’

‘선거의 여왕’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전면에 나섰다. 탈당까지 감행한 쇄신파의 불만을 잠재운 그는 ‘대선출마 1년6개월 전 당직 사퇴’ 당헌·당규가 개정됨에 따라 당권을 잡고 대권을 도전할 수 있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됐다.
 
2006년 6월 대표직에서 물러난 이후 온갖 구설수와 책임론 등에 휩싸였지만 묵묵히 참아낸 그에게는 지난 5년5개월의 보상을 한꺼번에 받은 듯 크나큰 성과다.

당권 잡고 대권 도전
두 마리 토끼 잡다


박 전 대표는 지난 15일 2년7개월 만에 의원총회에 참석해 “우리에게 남아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고 긴박한 현 상황을 짚은 뒤 “짧은 시간동안 얼마나 우리가 국민에게 다가가고, 또 얼마나 우리가 국민의 삶을 챙기고, 어려움에 대해서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얼마나 국민과 함께 하느냐, 이것에 우리 당의 명운이 달려있다”고 결연한 자세를 보였다.

또한 “우리 모두가 하나가 되어서 짧은 기간 동안 모두가 매진하겠다고 할 때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다 풀리고 녹아있다”고 ‘화합과 통합’을 외쳤다. 지난 2004년 탄핵 역풍으로 난파 위기에 직면했던 당을 구했던 박 전 대표지만 다시 한 번 한나라당을 외면한 민심의 구렁텅이 속에서 꺼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하기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너무나 많이 산적해 있다.

첫 번째로 부딪힌 과제는 비대위원회의 구성이다.
 
비대위원장을 맡으면서 가장 먼저 직면한 과제다. 15인 이내로 꾸려질 비대위는 박 전 대표의 인사 스타일을 가늠할 첫 단추로 여겨진다.
 
따라서 박 전 대표는 어느 때보다 신중하다. 친박계의 해체를 공언한 박 전 대표는 당내인사보다는 외부인사로 비대위를 꾸릴 예정이지만 여의치 않으면 당내인사로 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재선 의원은 “비대위원들이 이명박 정부 내각처럼 ‘고소영, 강부자’ 식이거나 ‘그 나물에 그 밥’식이면 초장부터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 주변에선 당내 사정에 어두운 외부인사를 영입하기보다 김무성 전 원내대표나 김문수 경기지사 등을 포함해 통합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두 번째 과제로 ‘당내 화합과 소통’이 박 전 대표를 기다리고 있다.

홍준표 전 대표 체제가 와해되자 당내에서는 재창당 논란이 불거졌다. 비대위의 권한과 활동기간을 놓고 당내 쇄신파를 비롯해 비박계는 재창당을 강하게 요구했고, 이 와중에 김성식·정태근 의원이 탈당까지 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 가운데 쇄신파와 박 전 대표 사이에 오해를 빚은 ‘메모지’ 논란은 박 전 대표에게 ‘인의 장막’ ‘불통 정치’라는 오점을 남겼다.

박 전 대표가 쇄신파와의 회동에서 오해라고 해명했으며 해당의원을 문책하겠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지난 4년간 보여 온 ‘칩거 아닌 칩거’와 이번 불통 사건은 그가 극복해야 할 크나큰 과제로 남게 됐다.

정치전문가들은 “당 전면에 나선 이상 지금까지 보여준 ‘신비주의’ 전략으로는 힘들다”며 “소통의 기술, 능력, 방법이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통’을 통한 ‘화합’으로 박 전 대표의 통합 능력이 입증될 것이라는 것이다.

또한 스스로 친박을 해체하며 계파 갈등을 없애고 하나 됨을 강조한 박 전 대표지만 여전히 잠재해있는 쇄신파들의 추가적인 이탈 가능성을 차단하고 친이계나 비박계 인사들을 포용해야 할 것이다.

때문에 당내 대권 경쟁주자인 김 경기지사와 정몽준 전 대표, 이재오 전 특임장관 등과의 관계설정도 중요하다. 불통의 정치가 아닌 대화와 타협으로 이들을 끌어안고 공정한 경쟁관계 설정도 중요한 과제라는 지적도 있다.

공정한 경쟁으로 치열한 경선이 되어 흥행에 성공한다면 박 전 대표에게도 이득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을 배척하고 싱거운 경선이 되어 버린다면 당내의 비난은 물론이고 흥행에 실패해 대선에서도 참패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MB와의 차별화
필수과제, 본격화

이명박 대통령과의 차별화도 세 번째 과제로 손꼽혔다. 친박계는 그간 이 대통령과의 차별화 선언을 공공연히 해왔지만 이제는 본격화 할 태세다.

하지만 차별화를 위한 차별화가 아닌 양극화 문제 해결에 관한 정책이나 복지에 관한 정책을 내놓으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이 이 대통령의 성장주의와는 다른 점을 부각하는데 성공해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최근 측근과 친인척 비리가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대통령과의 차별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주장이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이 대통령 친인척 비리에 원칙적이고도 단호한 태도를 보이면서 차별화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권을 잡은 박 전 대표지만 궁극적 최종 목적지는 대권이기 때문에 민심을 잃은 이 대통령과의 차별화는 하되 갈등과 반발을 피하기 위해 조심스럽지만 각고의 노력을 기울듯 여겨진다.

특히 세종시 수정안과 동남권 신공항 등의 문제로 이미 이 대통령과 마찰을 빚어온 박 전 대표이기에 더욱더 신중해 보인다.

네 번째 과제로 많은 이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 공천문제다.
 
박 전 대표는 “가장 모범적인 공천을 완수하겠다”고 밝혔지만 의원들에겐 생사가 걸린 문제기 때문에 아주 민감한 부분이다.

주도권을 내준 쇄신파와 비박계로서는 당장 공천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노심초사하고 있어 이들을 잘 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비대위 쇄신 과정에서 인적 쇄신을 통해 ‘친박 공천에 기득권을 주지 않겠다’는 구두 약속을 넘어 친박계 의원들의 자발적 불출마 유도를 통해 각 계파 밑바닥에 쌓인 불안감을 불식시키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일단 박 전 대표는 오픈 프라이머리(완전 국민참여경선)엔 ‘여야가 동시에 하지 않으면 채택하기 어렵다’는 태도다.

따라서 지난 2004년 당 대표 시절 김문수, 박세일 두 공심위원장에게 전권을 주고 맡겼던 것처럼 외부인사 위주의 공심위에 전권을 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박 전 대표는 공심위에 ‘외풍’을 막는데 주력하는 방안이 점쳐지기도 한다.

또한 당 밖으로는 ‘박세일 신당’ 등 보수진영의 새로운 정당 출현으로 분열되는 보수정치세력을 한나라당의 든든한 우군으로 묶어야 하는 것도 다섯 번째 과제로 지목됐다.
 
‘중도’라 선언했지만 사실상 한나라당 지지층과 겹치는 박세일 신당이 박 전 대표와 각을 세울 수 있어 어떻게든 ‘통합이미지’를 구축해야 한다.

야권이 통합정당을 도출해낸 상황에 보수의 분열은 곧 대권판도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크나큰 문제이기에 박 전 대표에게는 무엇보다 크나큰 과제이다.

5년5개월 만에 당 전면에 등장, 혼란한 한나라당 한방에 교통정리 
많은 악재 속에 귀환한 여왕님 파워, 어느 정도 일지 정치권 촉각

여섯 번째 과제로 ‘경제 살리기’가 기다리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서민들의 삶은 팍팍해져 있고 고물가와 전세난, 등록금 문제 등도 간과 할 수 없는 부분이다.

‘경제 하나만큼은 꼭 살리겠다’던 이명박정부가 이를 실패한 만큼 국민들은 가시적이고 피부에 느껴질 수 있는 경제정책을 내놓는 것을 아주 중요하게 살펴 볼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과제로 총선 승리가 남아 있다. 이것이 박 전 대표로서는 마지막 퍼즐로 여겨진다. 현재의 위기를 잘 추슬러 4달여 남은 총선에 승리한다면 박 전 대표 체제로의 비대위는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고, 대권행보 역시 더욱더 탄력을 받을 것이 틀림없다.

한나라당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박 전 대표는 지난 17대 총선 선전, 2006년 5.31지방선거 압승, 각종 재보궐선거에서 연전연승 등 불패의 신화를 기록해 ‘선거의 여왕’이라는 애칭을 얻었지만 이번 10·26 서울시장 보선에서 패배하며 오점을 남기기도 했다.

일단 정치권에서는 지난 2004년 탄핵 이후 ‘박근혜 대표’ 체제에서 한나라당이 거둔 121석을 기준으로 잡는 시각이 우세하다.

당시 박 전 대표는 과감한 당 개혁 조치를 내놓은 뒤 전국을 돌며 읍소해 여당의 개헌 저지선인 121석(지역구 100석+비례대표 21석)을 얻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한나라당의 현 상황이 탄핵 후폭풍 당시와 비슷한 절체절명의 위기라는 점에서 121석 안팎을 건지느냐가 비대위원장인 박 전 대표의 총선 성패를 가를 기준점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선거의 여왕’
기준은 121석?

이처럼 당 전면에 나선 박 전 대표에게는 검증받고 해결해야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그간 보여 왔던 ‘수첩공주’ 이미지를 탈피해 당을 장악하는 카리스마와 리더십을 발휘해 한나라당을 재건하는 것은 그의 손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악재 속에 귀환한 여왕님의 파워가 어느 정도일지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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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