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장악 박근혜 ‘끝장 노림수’ 막전막후

박(朴-博) 터지는 파워게임 “오래 끌면 둘 다 죽는다”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박근혜 전 대표의 표정이 요즘 사뭇 비장하다. 여태 겉으로만 맴돌다 당에 안착해 지휘봉을 잡은 박 전 대표이기에 더욱 그렇다. 지난 9일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져 홍준표 대표가 사퇴하자 당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내홍은 더욱더 깊어져만 갔다.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와 박 전 대표를 중심으로 공천권을 포함한 전권을 가진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주장하는 갈등이 극에 달한 것이다. 김성식·정태근 의원이 탈당까지 하는 극심한 갈등과 혼란을 맞이하자 박 전 대표가 드디어 나섰다. 혼란하다 못 해 공중분해 위기에 처한 한나라당은 ‘여왕님의 귀환’에 일사분란하게 교통정리 됐지만 박 전 대표로서도 수많은 과제에 직면했다. 박 전 대표로선 대권으로까지 가는 험난한 여정에서 산적한 7대 과제를 우선 풀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선 이명박 대통령과의 ‘끝장 승부수’가 무엇보다 중요한 요즘이다.  

<박근혜가 풀어야 할 7대 과제>
① 비대위원회의 구성 ② 당내 화합과 소통
③ 이명박 대통령과의 차별화 ④ 합리적인 공천권 사용
⑤ 보수 대통합 ⑥ 경제 살리기 ⑦ 총선 승리 ‘121석 이상?’

‘선거의 여왕’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전면에 나섰다. 탈당까지 감행한 쇄신파의 불만을 잠재운 그는 ‘대선출마 1년6개월 전 당직 사퇴’ 당헌·당규가 개정됨에 따라 당권을 잡고 대권을 도전할 수 있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됐다.
 
2006년 6월 대표직에서 물러난 이후 온갖 구설수와 책임론 등에 휩싸였지만 묵묵히 참아낸 그에게는 지난 5년5개월의 보상을 한꺼번에 받은 듯 크나큰 성과다.

당권 잡고 대권 도전
두 마리 토끼 잡다


박 전 대표는 지난 15일 2년7개월 만에 의원총회에 참석해 “우리에게 남아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고 긴박한 현 상황을 짚은 뒤 “짧은 시간동안 얼마나 우리가 국민에게 다가가고, 또 얼마나 우리가 국민의 삶을 챙기고, 어려움에 대해서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얼마나 국민과 함께 하느냐, 이것에 우리 당의 명운이 달려있다”고 결연한 자세를 보였다.

또한 “우리 모두가 하나가 되어서 짧은 기간 동안 모두가 매진하겠다고 할 때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다 풀리고 녹아있다”고 ‘화합과 통합’을 외쳤다. 지난 2004년 탄핵 역풍으로 난파 위기에 직면했던 당을 구했던 박 전 대표지만 다시 한 번 한나라당을 외면한 민심의 구렁텅이 속에서 꺼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하기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너무나 많이 산적해 있다.

첫 번째로 부딪힌 과제는 비대위원회의 구성이다.
 
비대위원장을 맡으면서 가장 먼저 직면한 과제다. 15인 이내로 꾸려질 비대위는 박 전 대표의 인사 스타일을 가늠할 첫 단추로 여겨진다.
 
따라서 박 전 대표는 어느 때보다 신중하다. 친박계의 해체를 공언한 박 전 대표는 당내인사보다는 외부인사로 비대위를 꾸릴 예정이지만 여의치 않으면 당내인사로 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재선 의원은 “비대위원들이 이명박 정부 내각처럼 ‘고소영, 강부자’ 식이거나 ‘그 나물에 그 밥’식이면 초장부터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 주변에선 당내 사정에 어두운 외부인사를 영입하기보다 김무성 전 원내대표나 김문수 경기지사 등을 포함해 통합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두 번째 과제로 ‘당내 화합과 소통’이 박 전 대표를 기다리고 있다.

홍준표 전 대표 체제가 와해되자 당내에서는 재창당 논란이 불거졌다. 비대위의 권한과 활동기간을 놓고 당내 쇄신파를 비롯해 비박계는 재창당을 강하게 요구했고, 이 와중에 김성식·정태근 의원이 탈당까지 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 가운데 쇄신파와 박 전 대표 사이에 오해를 빚은 ‘메모지’ 논란은 박 전 대표에게 ‘인의 장막’ ‘불통 정치’라는 오점을 남겼다.

박 전 대표가 쇄신파와의 회동에서 오해라고 해명했으며 해당의원을 문책하겠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지난 4년간 보여 온 ‘칩거 아닌 칩거’와 이번 불통 사건은 그가 극복해야 할 크나큰 과제로 남게 됐다.

정치전문가들은 “당 전면에 나선 이상 지금까지 보여준 ‘신비주의’ 전략으로는 힘들다”며 “소통의 기술, 능력, 방법이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통’을 통한 ‘화합’으로 박 전 대표의 통합 능력이 입증될 것이라는 것이다.

또한 스스로 친박을 해체하며 계파 갈등을 없애고 하나 됨을 강조한 박 전 대표지만 여전히 잠재해있는 쇄신파들의 추가적인 이탈 가능성을 차단하고 친이계나 비박계 인사들을 포용해야 할 것이다.

때문에 당내 대권 경쟁주자인 김 경기지사와 정몽준 전 대표, 이재오 전 특임장관 등과의 관계설정도 중요하다. 불통의 정치가 아닌 대화와 타협으로 이들을 끌어안고 공정한 경쟁관계 설정도 중요한 과제라는 지적도 있다.

공정한 경쟁으로 치열한 경선이 되어 흥행에 성공한다면 박 전 대표에게도 이득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을 배척하고 싱거운 경선이 되어 버린다면 당내의 비난은 물론이고 흥행에 실패해 대선에서도 참패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MB와의 차별화
필수과제, 본격화

이명박 대통령과의 차별화도 세 번째 과제로 손꼽혔다. 친박계는 그간 이 대통령과의 차별화 선언을 공공연히 해왔지만 이제는 본격화 할 태세다.

하지만 차별화를 위한 차별화가 아닌 양극화 문제 해결에 관한 정책이나 복지에 관한 정책을 내놓으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이 이 대통령의 성장주의와는 다른 점을 부각하는데 성공해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최근 측근과 친인척 비리가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대통령과의 차별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주장이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이 대통령 친인척 비리에 원칙적이고도 단호한 태도를 보이면서 차별화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권을 잡은 박 전 대표지만 궁극적 최종 목적지는 대권이기 때문에 민심을 잃은 이 대통령과의 차별화는 하되 갈등과 반발을 피하기 위해 조심스럽지만 각고의 노력을 기울듯 여겨진다.

특히 세종시 수정안과 동남권 신공항 등의 문제로 이미 이 대통령과 마찰을 빚어온 박 전 대표이기에 더욱더 신중해 보인다.

네 번째 과제로 많은 이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 공천문제다.
 
박 전 대표는 “가장 모범적인 공천을 완수하겠다”고 밝혔지만 의원들에겐 생사가 걸린 문제기 때문에 아주 민감한 부분이다.

주도권을 내준 쇄신파와 비박계로서는 당장 공천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노심초사하고 있어 이들을 잘 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비대위 쇄신 과정에서 인적 쇄신을 통해 ‘친박 공천에 기득권을 주지 않겠다’는 구두 약속을 넘어 친박계 의원들의 자발적 불출마 유도를 통해 각 계파 밑바닥에 쌓인 불안감을 불식시키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일단 박 전 대표는 오픈 프라이머리(완전 국민참여경선)엔 ‘여야가 동시에 하지 않으면 채택하기 어렵다’는 태도다.

따라서 지난 2004년 당 대표 시절 김문수, 박세일 두 공심위원장에게 전권을 주고 맡겼던 것처럼 외부인사 위주의 공심위에 전권을 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박 전 대표는 공심위에 ‘외풍’을 막는데 주력하는 방안이 점쳐지기도 한다.

또한 당 밖으로는 ‘박세일 신당’ 등 보수진영의 새로운 정당 출현으로 분열되는 보수정치세력을 한나라당의 든든한 우군으로 묶어야 하는 것도 다섯 번째 과제로 지목됐다.
 
‘중도’라 선언했지만 사실상 한나라당 지지층과 겹치는 박세일 신당이 박 전 대표와 각을 세울 수 있어 어떻게든 ‘통합이미지’를 구축해야 한다.

야권이 통합정당을 도출해낸 상황에 보수의 분열은 곧 대권판도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크나큰 문제이기에 박 전 대표에게는 무엇보다 크나큰 과제이다.

5년5개월 만에 당 전면에 등장, 혼란한 한나라당 한방에 교통정리 
많은 악재 속에 귀환한 여왕님 파워, 어느 정도 일지 정치권 촉각

여섯 번째 과제로 ‘경제 살리기’가 기다리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서민들의 삶은 팍팍해져 있고 고물가와 전세난, 등록금 문제 등도 간과 할 수 없는 부분이다.

‘경제 하나만큼은 꼭 살리겠다’던 이명박정부가 이를 실패한 만큼 국민들은 가시적이고 피부에 느껴질 수 있는 경제정책을 내놓는 것을 아주 중요하게 살펴 볼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과제로 총선 승리가 남아 있다. 이것이 박 전 대표로서는 마지막 퍼즐로 여겨진다. 현재의 위기를 잘 추슬러 4달여 남은 총선에 승리한다면 박 전 대표 체제로의 비대위는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고, 대권행보 역시 더욱더 탄력을 받을 것이 틀림없다.

한나라당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박 전 대표는 지난 17대 총선 선전, 2006년 5.31지방선거 압승, 각종 재보궐선거에서 연전연승 등 불패의 신화를 기록해 ‘선거의 여왕’이라는 애칭을 얻었지만 이번 10·26 서울시장 보선에서 패배하며 오점을 남기기도 했다.

일단 정치권에서는 지난 2004년 탄핵 이후 ‘박근혜 대표’ 체제에서 한나라당이 거둔 121석을 기준으로 잡는 시각이 우세하다.

당시 박 전 대표는 과감한 당 개혁 조치를 내놓은 뒤 전국을 돌며 읍소해 여당의 개헌 저지선인 121석(지역구 100석+비례대표 21석)을 얻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한나라당의 현 상황이 탄핵 후폭풍 당시와 비슷한 절체절명의 위기라는 점에서 121석 안팎을 건지느냐가 비대위원장인 박 전 대표의 총선 성패를 가를 기준점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선거의 여왕’
기준은 121석?

이처럼 당 전면에 나선 박 전 대표에게는 검증받고 해결해야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그간 보여 왔던 ‘수첩공주’ 이미지를 탈피해 당을 장악하는 카리스마와 리더십을 발휘해 한나라당을 재건하는 것은 그의 손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악재 속에 귀환한 여왕님의 파워가 어느 정도일지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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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