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 <59>12·7 대책 대해부

올해만 6번째…결국 서민은 ‘들러리’

 

지난 7일 정부가 또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부동산 대책은 올해만 6번째. 이명박 정부 들어 정책 횟수를 살펴보니 총 20회가 넘는다. 너무 자주 대책을 발표하다보니 이제는 헷갈릴 정도다.

주택시장 정상화·서민 주거안정 지원 방안 발표
일반국민들 의견 수렴…쪽방 등 현장점검도 반영

정부는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수렴을 토대로 위기관리대책회의를 거쳐 지난 7일 ‘주택시장 정상화 및 서민 주거안정 지원방안’을 확정·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 등에 따른 주택시장의 어려움을 완화하고, 전월세 등 서민 주거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전세가 상승 우려
…선제적 대응방안”

최근 유럽 재정위기 등 세계경제 불확실성 증가, 주택 구매심리위축, SOC 예산 축소 등으로 주택·건설시장의 어려움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고, 이에 따라 서민 주거안정도 저해될 우려가 있어 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취지다. 전월세시장의 경우 내년 초 봄 이사철 수요 등으로 전세가격이 상승할 우려가 있어 선제적으로 대응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특히 이번 대책은 시장 전문가, 관련업계, 대학생 등 일반국민들의 의견수렴 결과와 쪽방·재건축 단지·대학가 등 다양한 현장 점검결과 등을 반영했다. 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해 시장 과열시기에 도입된 과도한 규제 완화, 건설업계 유동성 지원 등을 통한 원활한 주택건설·공급 기반을 마련하고,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실수요 주택구입자의 내집 마련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전월세가구와 대학생 등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다양한 주거비부담 완화방안을 강구했다.

이에 따라 2005년 8·31 대책을 통해 발표되고 1년간 유예기간을 거친 후 2007년 1월1일부터 시행됐던 2주택 이상 다주택 보유자의 양도소득세 중과조치가 이르면 2012년 초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2주택자 양도세 중과폐지는 햇수로 4년, 3주택 이상은 7년만으로, 마지막까지 쥐고 있던 거래 규제를 푼 것이다.

규제를 푸는 배경에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재현 가능성과 가계부채급증으로 내년 내수시장 및 경제성장률 위축이 가시화되자, 주택시장이 수도권 위주로 재차 추락할 움직임을 조기에 차단하고 주택거래량을 활성화시키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내년 세제개편이 현실화되면 양도세의 절세 요령이 보다 간편해지고, 다주택 판정과 기간에 구애 없이 다주택자의 시세차익을 정부가 묵시적으로 용인한 셈이어서 수도권 주택시장의 가격조정과 바닥 다지기도 보다 빨리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심리가 저조하고 당분간은 계절적 비수기가 겹쳐 거래활성화 효과를 단기간 기대하기 어렵겠으나, 지난 3월 수도권 DTI규제 부활로 조정되던 주택가격의 하락폭을 저지하는데 일조할 수 있으리라 전망된다.

국토해양부는 강남 3구에만 적용하고 있는 투기과열지구를 폐지하는 방안도 발표했다. 현재 투기과열지구는 강남·서초·송파구가 있다. 투기과열지구가 해제되면 분양권 전매 제한 기간,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청약자격 제한 등의 규제가 완화된다.

2003년 12월31일 이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지역 안에서 설립된 재건축 조합의 조합원은 조합인가일로부터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됐으나, 이번 조치로 인해 보유자 및 신규 매수자의 진출입이 자유로워져 매수·매도 타이밍에 여유를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장이 다시 과열될 경우 단기차익을 노리는 투기수요를 차단하기 힘들어 졌다.

강남 3구의 투기과열지구 해제는 금번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2년 부과중지와 맞물려 강남재건축 규제완화 호재로 작용해 집값 낙폭을 저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조합설립 인가된 26개 단지 1만9000명의 조합원 지위양도가 가능해지고, 조합설립을 추진  중인 22개 단지 2만2000명도 향후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수혜 대표 단지로는 강남구 개포주공 1단지, 서초구 방배 5차, 대치동 청실 등이 있다.

정부는 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해 우선 시장과열 시 도입된 과도한 규제를 완화해 주택거래·공급에 애로가 없도록 해 나갈 예정이다. 부동산시장과열 시 투기방지를 위해 주택소유와 거래를 제한하는 제도가 도입됐었으나, 현재 시장상황에서는 이러한 규제가 어려움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분양가상한제 폐지 법안 개정을 지속 추진하되, 우선 주택법 하위법령을 대폭 정비해 주택건설에 사용된 비용이 분양가에 합리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하고 분양가 공시항목(공공 61개, 민간 7개)도 축소해 다양한 주택이 공급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계획이다.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은 개발이익 환수라는 제도 도입취지를 감안하여 제도자체는 유지하되, 현재의 재건축 위축상황을 고려하여 2년간 부과중지할 계획이다. 주택 청약제도도 과거 주택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던 시기에 마련된 무주택자 위주의 규정이 시장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용될 수 있도록 개선하기로 했다.

비수도권의 경우 청약가능지역이 시·군단위로 제한되어 있으나, 앞으로 청약가능지역을 도단위(인접 광역시 포함)로 확대하여 교통여건 개선으로 확대된 생활권역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하되 당첨기회는 당해 시·군 거주자에게 우선 부여할 계획이다.

또 현재 1순위, 2순위 순차적으로 분양하도록 되어 있는 청약제도를 미분양이 우려되는 지역에 대해서는 1·2순위를 동시 분양할 수 있도록 개선하여 미분양이 최소화되도록 할 예정이다.(당첨은 현행대로 1순위 우선) 장기간 미사용 되는 용지 등을 지역수요에 부응하는 시설부지로 활용하는 등 토지이용도를 제고하고, 뉴타운사업에 대한 지원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택지지구 등에 학교용지·관공서 부지 등으로 계획되었으나 여건변화로 불필요해져 장기간 미사용 상태인 용지나, 대도시 주변의 개발가능지를 지역수요에 부응하는 시설부지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토부, 교과부, 지자체 등 관계기관 TF를 구성하여 실태조사와 부지 사용가능성, 특성, 수요, 지역여건 등을 면밀히 점검하여 추진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강남·서초·송파
투기과열지구 폐지

주민들과 업계의 토지거래·택지확보와 관련된 애로와 불편을 해소하기 위하여 지가가 안정되고 투기우려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장기간 토지이용이 제한되고 있는 지역(수도권 녹지·비도시지역 등)에 대해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하고, 과거 후분양 조건(40% 이상 공정 시 주택분양)으로 공급받았으나 자금부담 등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택지도 경기상황을 감안하여 선분양할 수 있도록 허용할 계획이다.

정부는 뉴타운 사업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뉴타운 지구에 대한 기반시설 설치비 국고지원을 ‘12년에 대폭 확대’(11년 500억원)하고, 향후에도 수요를 보아가며 지속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건설업계 경영난 완화와 구조조정 지원을 위해 PF 정상화, 유동성 지원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사업추진이 부진한 공모형 PF 정상화를 위해 정부 내 조정위원회를 설치하여 사업조건 조정(사업계획 변경, 토지대금 납부조건 완화 등) 등 추진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대한주택보증에서 시행 중인 PF대출 보증도 지속 시행하되, 사업성 있는 중소업체의 사업위주로 지원할 계획이다. 사업성이 있는 부실 PF 사업장은 PF 정상화뱅크 등에서 인수하여 최대한 정상화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미 PF 정상화뱅크를 통해 지난 6월 19개 사업장 1억20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매입한 바 있으며, 금년 말까지 2차 부실채권을 매입할 예정이다.

은행권 부실 PF사업장 증가 등 수요발생 시 2012년 제2차 PF 정상화뱅크를 설립할 계획이다. 또 자산관리공사가 매입한 저축은행 PF사업장 중 사업성이 높은 사업장은 민간사업자를 유치하여 정상화할 계획이다.

MB정부 들어 정책만 20여 회
매번 다주택자에 초점 맞춰

또한 건설업계 유동성 지원을 위해 건설사 P-CBO 추가발행과 대주단 협약 운영기간 연장을 유도해 나가기로 했다. P-CBO는 2010년 12월 이후 4차례 총 1조1000억원 발행하였으며, 발행수요 등을 보아가며 2조원 규모 내에서 추가 발행할 계획이다.

특히 정부는 실수요 주택구입 지원 강화를 위해 국민주택기금에서 주택구입자금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 말까지 지원하기로 되어 있던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지원기간을 1년간 연장하여 내년 말까지 1조원 한도에서 지원하되 금리를 연 4.7%에서 4.2%로 인하하고, 지원대상도 부부합산 연소득 4000만원 이하에서 5000만원 이하로 확대하여 구입자 부담을 완화하기로 했다.

8·18 전월세대책으로 금리를 0.5%p 인하(5.2→4.7%)한 이후 월평균 지원 실적이 500억원 이상 증가(1·8월 월평균 120억원→10∼11월 월평균 673억원)했으며, 1조원이 모두 지원될 경우 약 1만5000가구가 내집 마련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생애최초 구입자가 아닌 일반 무주택자에 대한 구입자금(근로자·서민 주택구입자금) 지원대상도 부부합산 연소득 2000만원 이하에서 3000만원 이하로 확대할 예정이다.


전월세가구의 주거지원 강화를 위해 전세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 다양한 주거비부담 완화방안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저소득 세입자 등의 주거안정을 위해 내년 중 전세임대주택 1만5000호를 공급하기로 했다.

전세임대주택은 LH·지자체 등이 수요자가 원하는 기존주택을 임차하여 저소득가구에게 시세보다 저렴하게 재임대하는 주택을 말한다. 임대주택 건설·매입에 장기간 소요되는 단점을 극복하여 단기간에 서민 주거안정을 지원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다. 쪽방 등 비주택 거주자나 소년소녀가장 및 시설퇴소아동 등에 대한 지원물량을 확대(1000→3000호)할 계획이다.

전월세 소득공제 적용대상이 확대되도록 제도 적용 시 ‘배우자 또는 부양가족 있는 자’요건을 폐지하여 1인가구 등이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주거용 오피스텔 세입자에 대해서도 국민주택기금에서 저리(2∼4%) 전세자금을 지원해 나가기로 했다.

대학생 주거안정을 위해 대학생용 임대주택과 기숙사 공급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대학생용 전세임대주택은 대학기숙사 수준의 임대료로 1만호를 내년 신학기에 맞춰 공급하기로 했다. 그 대상주택을 주거용 오피스텔(85㎡ 이하)까지 확대하고, 대학가 주변에 월세형 임차방식의 공급 비중이 높은 점을 고려하여 종전 전세주택뿐만 아니라 보증부 월세도 지원 대상에 포함하도록 할 계획이다. 아울러 지원 대상지역도 확대해 대학이 도 지역에 위치하는 경우 대학소재 시·군 지역의 전세주택만을 지원하던 것을 해당 도 전체의 전세주택까지 지원하기로 하였다.

과도한 규제들 완화
공제 적용대상 확대

대학기숙사 확충을 위해 자금과 택지지원도 확대할 계획이다. 대학이 소유부지 등에 기숙사 건설 시 주택기금에서 저리(2%) 자금을 지원하고, 국·공유지나 장기 미사용 중인 학교용지 등을 용도 변경하여 기숙사 부지로 활용되도록 할 방침이다. 대학가 하숙집 등 노후주택 개량 시 주택기금에서 저리(2%) 자금도 지원해 나가기로 했다.

도시 내 중소형·임대주택이 많이 건설될 수 있도록 관련 지원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보금자리주택(연 15만호)은 지구여건에 따라 분양주택 용지 일부를 5년 임대 또는 10년 임대로 전환하여 임대물량을 확대 공급할 계획이다. 도시 중소형·임대주택 건설 활성화 추세를 이어나가기 위해 다세대·연립·도시형 생활주택 등에 대한 저리(연 2%) 건설자금 지원을 내년 말까지로 연장하고, 택지를 소유하지 않더라도 임대주택으로 공급할 수 있는 토지 임대부 임대주택 방식을 제도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올해만 6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정책 횟수를 살펴보니 총 20회가 넘는다. 그때마다 부동산 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아울러 서민들의 주거안정기반이 한층 더 공고해질 것이라 자신했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이번 대책도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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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