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란…올림픽에 ‘들썩들썩’

2011년 부동산 10대 이슈

올 한해 부동산 시장의 핵심 화두는 전세대란과 이에 따른 반전세 확산이었다. 또 강남 보금자리 본청약과 지방발 청약열풍도 올 부동산 시장을 달군 키워드였다. 이밖에 평창 올림픽 호재로 강원도 토지시장이 들썩였고, 수도권에 DTI규제가 부활된 것도 부동산시장 이슈가 됐다. 다음은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가 선정한 올해 부동산시장 10대 이슈다.

①반전세 확산 = 최근까지 예금금리가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부동산 시장의 장기 침체로 주택 임대차 시장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목돈으로 고수익을 얻기 힘든 임대인들이 전세 대신 매달 현금이 들어오는 반전세(보증부 월세)를 선호하면서 반전세가 늘어났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전세가격 상승이 커 늘어난 전세금을 감당하지 못 하고 월세로 전환하는 경우도 있다. 앞으로 월세의 비중이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월세 비중이 증가하면 그만큼 전세 물량은 줄어들어 전세난이 가중되고 다시 월세 선호 현상이 나타나는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②강남권 보금자리주택지구에서 첫 시행된 본청약 = 2011년 1월 강남권(강남·서초) 보금자리주택지구에서 첫 시행된 본청약이 성황리에 마감됐다. 입지여건이 우수한 강남 지역에서 주변시세보다 저렴한 분양가격이 책정된 주택이 신규 공급되면서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됐고, 청약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각 유형별로 마감된 평균 청약경쟁률은 신혼부부 54대1, 3자녀 9.6대1, 노부모부양 12.9대1, 생애최초 38대1, 일반공급 17대1이다.

③부산·세종시 등 지방 분양시장 열풍 = 올 지방 분양시장은 서울·수도권과 달리 열기가 뜨거웠다. 부산과 세종시, 대전, 광주, 경남, 춘천 등 지방 대부분 지역에서 청약 결과 높은 청약경쟁률로 마감되는 사업장이 많았다. 지방의 경우 2007년 이후 공급이 거의 끊겨 전세난이 확산되고 신규 주택 수요가 늘어나면서 분양 시장도 호조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④평창 올림픽 호재 = 3번의 도전 끝에 평창이 동계올림픽을 유치해 강원도가 들썩였다. 정부가 대대적으로 강원도 일대 인프라를 확충, 사통팔달 거미줄 교통망을 조성할 예정이고 정치권에서도 특별법 제정 등 종합대책을 서두르고 있다. 이번 올림픽 효과가 강원도 발전을 20∼30년 가량 앞당길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개최지 선정 이후 부동산마다 투자자들의 전화문의도 급증하는 분위기였다. 워낙 기대감이 높은 탓에 급매물이 회수되고 호가만 상승했지만 당분간 평창 일대에 대한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은 지속될 전망이다.

⑤수도권 DTI 완화 종료 = 2010년 8·29대책으로 2011년 3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시행됐던 수도권 총부채상환비율(DTI) 금융권 자율적용 조치가 예정대로 종료됐다. (DTI 적용비율 : 투기지역 40%, 투기지역 외 서울 50%, 인천·경기 60%) DTI 규제 환원으로 실수요 주택거래에 불편함이 없도록 여러 가지 보완방안이 병행되기도 했지만, 4월부터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이 크게 줄어드는 등 주택 구매 심리 위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⑥전세가 폭등 = 정부는 1·13 전월세시장 안정대책, 2·11 전월세시장 추가 보완대책, 3·22 주택거래 활성화 방안, 5·1 건설경기 연착륙 및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 8·18 전월세 안정 대책 등 올해만 전월세 안정대책을 5차례 발표했다. 그러나 전세시장 안정과 주택거래 활성화란 정책목표를 달성하기에는 그 실효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여러 차례 전월세 안정 대책에도 불구하고 전월세 시장이 안정되지 못하는 이유는 근본적인 해결 방안인 수요에 맞는 공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고 매매 시장 침체로 전세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보금자리주택 청약을 위해 무주택 자격 요건을 유지하는 수요자들도 하나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⑦전월세 상한제 추진 = 올 들어 전월세 가격 상승폭이 커지자 정치권에서 전월세 상한제를 추진하는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야당은 전·월세 계약 갱신 때 금액 인상 폭이 연 5% 범위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때는 임차인이 위반 금액에 대한 반환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임차인이 1회에 한해 전·월세 계약을 2년 더 연장할 수 있도록 전·월세 계약갱신 청구권도 보장하자는 내용이 담겨 있다. 반면 여당안은 전월세 가격이 문제가 되는 일부 지역을 대통령령으로 지정해 가격 인상을 제한하자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그러나 정부는 전월세 상한제 추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고 국회도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아 연내 법안 처리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⑧양도세 2년 거주 요건 폐지 = 정부가 지난 6월 서울과 신도시에 적용해오던 9억원 이하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비과세 요건 중 2년 거주요건을 폐지했다. 정부는 주택경기의 침체가 계속됨에 따라 활성화 대책으로 양도세 2년 거주 요건을 폐지했지만 지금까지 별다른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는 않다.

⑨주택청약종합저축 첫 1순위 배출 = 2009년 5월 출시 이후 만능통장 열풍을 일으키며 신규가입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주택청약종합저축이 2011년 5월 출시 2년 만에 수도권 첫 1순위 가입자를 배출했다. 기존 청약저축 통장에 예금과 부금 기능을 모두 합친데다 무주택자는 물론 유주택자, 미성년자 등 1인 1통장으로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단일통장 최초로 1000만명 가입시대를 열었다.

⑩분당을 리모델링 공방 = 연초 국토해양부가 아파트 수직증축을 포함한 다양한 리모델링 활성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리모델링 활성화 기대감이 높아졌었다. 당초 구조 안전성이나 재건축과의 형평성 측면에서 수직증축 및 일반분양 허용은 수용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린 보고서를 토대로 국토부도 불가 방침을 고수하는 듯했으나 관련 단체와 조합 등이 거세게 반발하자 ‘모든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쪽으로 선회했기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라 지난 4·27 재보선에서 최대 승부처로 박빙의 승부가 펼쳐진 경기 성남 분당을 선거구에서 여야가 리모델링 사업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그러나 재보선이 끝나고 현재까지 이렇다 할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