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오세훈의 저주’ 막전막후

‘5세 훈이’ 응석에 파탄 난 한나라당 ‘그 끝은 어디?’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한나라당이 심상치 않다. 쇄신은 물론 해체설까지 제기되며 최대의 위기를 맞은 것이다. 집권당이자 거대여당의 이러한 위기에는 이른바 ‘오세훈의 저주’가 서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강행하고 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끝내 사퇴한 것이 ‘저주’의 시작이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을 해체수준까지 인도한 오세훈의 저주는 끝이 아닌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에 한나라당은 떨고 있다. 오 전 시장의 사퇴가 남긴 것은 무엇인지 집중 조명해봤다.

유승민·남경필·원희룡 동반사퇴에 홍반장도 사퇴 ‘체제붕괴’
FTA 날치기 여파 가시기도 전에 디도스 공격 파문 악재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한나라당을 포함한 현 정치권에 남긴 파장은 실로 엄청나다. 단지 무상급식 주민투표 패배로 서울시장이 교체된 것 이상의 의미와 파장을 남기고 있다. 세상을 뒤흔든 ‘핵폭탄급’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잘나가는 변호사 출신이 서울시장 연임에 성공했고 차차기 대선후보로까지 거론됐던 인물이었으니 그럴 법도 하다.

오세훈 사퇴
‘저주’의 시작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무상급식 주민투표 전부터 한나라당과 줄곧 마찰을 빚어왔다. 중앙당 차원의 지원을 요구하고 이를 이끌어내기 위해 패배시 ‘시장직 사퇴’라는 배수진을 쳤다.
 
이에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티격태격했고 당내 갈등이 심화됐다. 주민투표에서 패배하자 지도부는 오 전 시장의 사퇴를 극구 말렸고 사퇴를 강행하더라도 10·26 재보선 이후로 사퇴시점을 늦춰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자존심 강한 오 전 시장은 끝내 자신의 의지를 꺾지 않고 즉각 사퇴해 버렸다. 이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서울시장 후보 선정으로 당내 혼란이 일었고 결국 나경원 후보가 고군분투 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선거 패배는 물론이고 장래가 촉망됐던 나 후보 부친의 사학비리가 까발려졌고 1억원 피부샵, 고가의 다이아 재산 은닉 의혹, 보좌관의 폭로 등으로 만신창이 돼버렸다.

나 후보는 선거 패배 후 미국으로 건너가 휴식을 취하며 복귀 시점을 저울질 하고 있지만 당의 계속되는 악재로 갈팡질팡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또한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밝혀진 의혹들은 앞으로도 공직생활을 하는데 크나큰 오점과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것으로 여겨진다.

‘불똥’은 박근혜 전 대표에게도 튀었다. 4년을 절치부심하며 자신만의 대권레이스를 구상한 그를 조기등판 시킨 것이다. 박 전 대표로서도 역할론과 책임론에 휩싸여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걸로 여겨진다.

박 전 대표도 득보다 실이 많았다. 선거운동기간 전국을 돌아다녔지만 총력을 다한 서울시장 선거에 패배하며 ‘선거의 여왕’이라는 이미지에 크나큰 오점을 남긴 것이다.

오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선거 기간 중 안철수 현상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병 걸린 거 아니에요?”라고 답해 막말 파문에 휩싸이기도 했다.

오세훈 저주가 남긴 것 중 가장 큰 변화는 뭐니 뭐니 해도 시민사회세력의 등장이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정치권의 새로운 정치트렌드로 자리 잡았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당선으로 그 파워를 여실히 드러냈다.
 
안 원장의 등장은 4년간 대선후보 지지도 1위 자리를 지켜온 박 전 대표를 앞서는 등 엄청난 영향력을 가져왔다.
 
안 원장은 “학교 업무만으로도 벅차다”며 한발 물러선 듯 했지만 1500억원이라는 거액을 기부하며 다시 한 번 국민의 환심을 사 박 전 대표와의 지지율 격차를 더욱더 벌렸다. 

박근혜 전면 복귀 불가피, 당내 잠룡들 주도권 경쟁 치열할 듯
한나라당 공중분해 위기, ‘저주’ 계속 된다면 정권교체 가능성도

오 전 시장은 한나라당의 ‘소통 부재’를 국민들에게 알리는 신호탄이 되기도 했다.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시민세력이 강세를 보였지만 이를 가능케 한 것은 SNS의 힘이 컸다는 사실에 이견을 다는 이들은 많지 않다.
 
정치에 무관심한 젊은층에게 관심을 갖게 하면서 빠른 전달력으로 정보전달을 하는 한편, 이들의 발걸음을 투표소로 향하게끔 했다.

그 정점에는 <나는 꼼수다>라는 인터넷 방송이 있었다. 팟케스트 다운로드 전 세계 1위 기염을 달성한 <나꼼수>는 엄청난 인기를 얻으며 나 후보의 의혹과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문제 등을 사실에 입각해 집중 거론했고 투표를 독려했다.

또한 정치라는 딱딱한 주제에 재미를 가미하면서 젊은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내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권승리의 1등 공신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말로만 ‘소통’을 강조하며 <나꼼수>와 SNS, 토크콘서트 등을 흉내 내려다 여의치 않자 SNS를 규제하는 법안을 개정하고 이들을 나쁜매체로 규정함으로써 국민적 반감을 샀다.

여러 사람 울린
‘오세훈의 저주’


최근에는 10·26 재보선 당시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마비시킨 디도스 공격의 범인이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수행비서라는 사실이 밝혀져 오세훈의 저주는 정점에 달해있다.

야권과 시민들의 원성은 자자하고 여권 내에서도 확실한 규명을 언급하며 국정조사와 특검까지 논의되고 있는 상항이다. 이번 디도스 사건으로 한나라당은 도덕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치명타를 입었다.

또한 선거 패배 후 책임론에 휩싸인 홍 대표는 줄곧 사퇴압박을 받았고 쇄신안을 내놨지만 지도부는 물론 친박과 친이, 쇄신파 할 것 없이 홍 대표를 압박했다.
 
홍 대표는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 사퇴는 없다고 완강히 버텼지만 지난 7일 유승민·남경필·원희룡 최고위원이 동반사퇴하며 ‘홍반장 체제’는 완전 붕괴됐다.
 
지난 8일에도 측근들에게 “자리에 연연하는 것이 아니라 무책임하게 대안 없이 대표를 그만두고 나가버리면 당에 대 혼란이 초래된다. 대안이 마련될 때까지는 대표직을 정상적으로 수행하겠다”고 일축하며 다시 한 번 사퇴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하지만 홍 대표는 지난 8일 저녁 “나갈 때가 되면 내 발로 걸어 나가겠다”는 의사를 전했고, 다음 날인 9일 오전 여의도 당사 대표실에서 김장수 최고위원과 면담을 갖고 “결심을 하겠다”고 말해 사퇴가 임박했음을 내비쳤다.

이어 오후 3시 홍 대표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당원 여러분의 뜻을 끝까지 받들지 못해 죄송하다”고 운을 뗀 뒤 “집권여당 대표로서 혼란을 막고자 당을 재창당 수준으로 정비하고 내부정리 후 사퇴하고자 했던 저의 뜻도 기득권 지키기로 매도되는 것을 보고 저는 더 이상 이 자리에 있는 것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히며 전격 사퇴했다.

오세훈의 저주가 결국 ‘홍반장’ ‘모래시계 검사’로 불리며 유명세를 떨쳤던 홍 대표까지 무릎 꿇게 만든 것이다.

홍 대표가 사퇴하자 관심은 자연히 박 전 대표의 등판에 쏠렸다. 홍 대표의 퇴진은 당내 최대 주주이자 유력 대선주자인 박 전 대표의 당 전면 복귀를 뜻하지만 박 전 대표의 역할 및 향후 당의 진로를 둘러싸고 비상대책위원회, 선거대책위원회, 재창당위원회, 조기 전당대회 등의 논의가 쏟아져 나오면서 극심한 진통을 겪고 있다.

현재 소장·쇄신파는 비대위를 구성해 박 전 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수도권 친이계 ‘재창당모임’은 당의 실질적 재창당을 위해 재창당준비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친박은 비대위냐 조기 전당대회냐 등을 놓고 통일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상태다.

여당 내부의 상황과는 별개로 내년 4·11 총선을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의 여권 지도부 교체, 특히 박 전 대표의 전면 등장은 총선과 대선 정국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여권이 만약 재창당 수순으로 갈 경우 ‘헤쳐모여’ 속에 일부 이탈세력이 발생하면서 여권발 정계개편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부에선 당의 향후 진로를 놓고 권력투쟁이 시작됐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친박계는 특히 ‘포스트 홍준표’ 체제에 대한 당내 논란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박 전 대표가 선뜻 전면에 나설 경우 정몽준 전 대표, 김문수 경기지사 측이 반격을 가할 수도 있어 잠룡들 간에 주도권을 잡기위한 치열한 경쟁 또한 예상된다.
 
이들은 박 전 대표에게 전권을 넘겨줬다간 자신들의 설 땅이 사라질 것이란 공포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은 박 전 대표를 간판으로 내세우되 공천권 등은 분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MB와의 차별화’에 대해서도 미온적이다.
 
공천 과정에 자신들이 배제될 경우 이들은 분당도 불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럴 경우 박 전 대표 자신이 상처를 입고 대선가도에도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주도권 잡기 위한
잠룡들의 세력싸움


이처럼 오세훈의 저주는 정국을 뒤흔들 만큼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오고 있다.

문제는 이 저주의 끝이 여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10·26 재보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그의 저주가 언제 어떤 사건으로 또 다시 터질지 모르는 데다 지금 현재도 진행형이라는 점에서 한나라당을 바짝 긴장케 하고 있다.
 
만약 한나라당에 오세훈의 저주가 계속된다면 총선 패배는 불 보듯 훤하고 대선 패배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마디로 그의 저주가 한나라당 전체를 태풍 속에 몰아넣은 것이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오 전 시장이 원흉으로 여겨질 법도 하다. 끝나지 않은 오세훈의 저주, 그 끝은 어디일지 사뭇 궁금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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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