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오세훈의 저주’ 막전막후

‘5세 훈이’ 응석에 파탄 난 한나라당 ‘그 끝은 어디?’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한나라당이 심상치 않다. 쇄신은 물론 해체설까지 제기되며 최대의 위기를 맞은 것이다. 집권당이자 거대여당의 이러한 위기에는 이른바 ‘오세훈의 저주’가 서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강행하고 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끝내 사퇴한 것이 ‘저주’의 시작이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을 해체수준까지 인도한 오세훈의 저주는 끝이 아닌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에 한나라당은 떨고 있다. 오 전 시장의 사퇴가 남긴 것은 무엇인지 집중 조명해봤다.

유승민·남경필·원희룡 동반사퇴에 홍반장도 사퇴 ‘체제붕괴’
FTA 날치기 여파 가시기도 전에 디도스 공격 파문 악재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한나라당을 포함한 현 정치권에 남긴 파장은 실로 엄청나다. 단지 무상급식 주민투표 패배로 서울시장이 교체된 것 이상의 의미와 파장을 남기고 있다. 세상을 뒤흔든 ‘핵폭탄급’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잘나가는 변호사 출신이 서울시장 연임에 성공했고 차차기 대선후보로까지 거론됐던 인물이었으니 그럴 법도 하다.

오세훈 사퇴
‘저주’의 시작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무상급식 주민투표 전부터 한나라당과 줄곧 마찰을 빚어왔다. 중앙당 차원의 지원을 요구하고 이를 이끌어내기 위해 패배시 ‘시장직 사퇴’라는 배수진을 쳤다.
 
이에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티격태격했고 당내 갈등이 심화됐다. 주민투표에서 패배하자 지도부는 오 전 시장의 사퇴를 극구 말렸고 사퇴를 강행하더라도 10·26 재보선 이후로 사퇴시점을 늦춰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자존심 강한 오 전 시장은 끝내 자신의 의지를 꺾지 않고 즉각 사퇴해 버렸다. 이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서울시장 후보 선정으로 당내 혼란이 일었고 결국 나경원 후보가 고군분투 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선거 패배는 물론이고 장래가 촉망됐던 나 후보 부친의 사학비리가 까발려졌고 1억원 피부샵, 고가의 다이아 재산 은닉 의혹, 보좌관의 폭로 등으로 만신창이 돼버렸다.

나 후보는 선거 패배 후 미국으로 건너가 휴식을 취하며 복귀 시점을 저울질 하고 있지만 당의 계속되는 악재로 갈팡질팡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또한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밝혀진 의혹들은 앞으로도 공직생활을 하는데 크나큰 오점과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것으로 여겨진다.

‘불똥’은 박근혜 전 대표에게도 튀었다. 4년을 절치부심하며 자신만의 대권레이스를 구상한 그를 조기등판 시킨 것이다. 박 전 대표로서도 역할론과 책임론에 휩싸여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걸로 여겨진다.

박 전 대표도 득보다 실이 많았다. 선거운동기간 전국을 돌아다녔지만 총력을 다한 서울시장 선거에 패배하며 ‘선거의 여왕’이라는 이미지에 크나큰 오점을 남긴 것이다.

오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선거 기간 중 안철수 현상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병 걸린 거 아니에요?”라고 답해 막말 파문에 휩싸이기도 했다.

오세훈 저주가 남긴 것 중 가장 큰 변화는 뭐니 뭐니 해도 시민사회세력의 등장이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정치권의 새로운 정치트렌드로 자리 잡았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당선으로 그 파워를 여실히 드러냈다.
 
안 원장의 등장은 4년간 대선후보 지지도 1위 자리를 지켜온 박 전 대표를 앞서는 등 엄청난 영향력을 가져왔다.
 
안 원장은 “학교 업무만으로도 벅차다”며 한발 물러선 듯 했지만 1500억원이라는 거액을 기부하며 다시 한 번 국민의 환심을 사 박 전 대표와의 지지율 격차를 더욱더 벌렸다. 

박근혜 전면 복귀 불가피, 당내 잠룡들 주도권 경쟁 치열할 듯
한나라당 공중분해 위기, ‘저주’ 계속 된다면 정권교체 가능성도

오 전 시장은 한나라당의 ‘소통 부재’를 국민들에게 알리는 신호탄이 되기도 했다.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시민세력이 강세를 보였지만 이를 가능케 한 것은 SNS의 힘이 컸다는 사실에 이견을 다는 이들은 많지 않다.
 
정치에 무관심한 젊은층에게 관심을 갖게 하면서 빠른 전달력으로 정보전달을 하는 한편, 이들의 발걸음을 투표소로 향하게끔 했다.

그 정점에는 <나는 꼼수다>라는 인터넷 방송이 있었다. 팟케스트 다운로드 전 세계 1위 기염을 달성한 <나꼼수>는 엄청난 인기를 얻으며 나 후보의 의혹과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문제 등을 사실에 입각해 집중 거론했고 투표를 독려했다.

또한 정치라는 딱딱한 주제에 재미를 가미하면서 젊은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내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권승리의 1등 공신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말로만 ‘소통’을 강조하며 <나꼼수>와 SNS, 토크콘서트 등을 흉내 내려다 여의치 않자 SNS를 규제하는 법안을 개정하고 이들을 나쁜매체로 규정함으로써 국민적 반감을 샀다.

여러 사람 울린
‘오세훈의 저주’


최근에는 10·26 재보선 당시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마비시킨 디도스 공격의 범인이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수행비서라는 사실이 밝혀져 오세훈의 저주는 정점에 달해있다.

야권과 시민들의 원성은 자자하고 여권 내에서도 확실한 규명을 언급하며 국정조사와 특검까지 논의되고 있는 상항이다. 이번 디도스 사건으로 한나라당은 도덕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치명타를 입었다.

또한 선거 패배 후 책임론에 휩싸인 홍 대표는 줄곧 사퇴압박을 받았고 쇄신안을 내놨지만 지도부는 물론 친박과 친이, 쇄신파 할 것 없이 홍 대표를 압박했다.
 
홍 대표는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 사퇴는 없다고 완강히 버텼지만 지난 7일 유승민·남경필·원희룡 최고위원이 동반사퇴하며 ‘홍반장 체제’는 완전 붕괴됐다.
 
지난 8일에도 측근들에게 “자리에 연연하는 것이 아니라 무책임하게 대안 없이 대표를 그만두고 나가버리면 당에 대 혼란이 초래된다. 대안이 마련될 때까지는 대표직을 정상적으로 수행하겠다”고 일축하며 다시 한 번 사퇴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하지만 홍 대표는 지난 8일 저녁 “나갈 때가 되면 내 발로 걸어 나가겠다”는 의사를 전했고, 다음 날인 9일 오전 여의도 당사 대표실에서 김장수 최고위원과 면담을 갖고 “결심을 하겠다”고 말해 사퇴가 임박했음을 내비쳤다.

이어 오후 3시 홍 대표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당원 여러분의 뜻을 끝까지 받들지 못해 죄송하다”고 운을 뗀 뒤 “집권여당 대표로서 혼란을 막고자 당을 재창당 수준으로 정비하고 내부정리 후 사퇴하고자 했던 저의 뜻도 기득권 지키기로 매도되는 것을 보고 저는 더 이상 이 자리에 있는 것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히며 전격 사퇴했다.

오세훈의 저주가 결국 ‘홍반장’ ‘모래시계 검사’로 불리며 유명세를 떨쳤던 홍 대표까지 무릎 꿇게 만든 것이다.

홍 대표가 사퇴하자 관심은 자연히 박 전 대표의 등판에 쏠렸다. 홍 대표의 퇴진은 당내 최대 주주이자 유력 대선주자인 박 전 대표의 당 전면 복귀를 뜻하지만 박 전 대표의 역할 및 향후 당의 진로를 둘러싸고 비상대책위원회, 선거대책위원회, 재창당위원회, 조기 전당대회 등의 논의가 쏟아져 나오면서 극심한 진통을 겪고 있다.

현재 소장·쇄신파는 비대위를 구성해 박 전 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수도권 친이계 ‘재창당모임’은 당의 실질적 재창당을 위해 재창당준비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친박은 비대위냐 조기 전당대회냐 등을 놓고 통일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상태다.

여당 내부의 상황과는 별개로 내년 4·11 총선을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의 여권 지도부 교체, 특히 박 전 대표의 전면 등장은 총선과 대선 정국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여권이 만약 재창당 수순으로 갈 경우 ‘헤쳐모여’ 속에 일부 이탈세력이 발생하면서 여권발 정계개편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부에선 당의 향후 진로를 놓고 권력투쟁이 시작됐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친박계는 특히 ‘포스트 홍준표’ 체제에 대한 당내 논란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박 전 대표가 선뜻 전면에 나설 경우 정몽준 전 대표, 김문수 경기지사 측이 반격을 가할 수도 있어 잠룡들 간에 주도권을 잡기위한 치열한 경쟁 또한 예상된다.
 
이들은 박 전 대표에게 전권을 넘겨줬다간 자신들의 설 땅이 사라질 것이란 공포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은 박 전 대표를 간판으로 내세우되 공천권 등은 분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MB와의 차별화’에 대해서도 미온적이다.
 
공천 과정에 자신들이 배제될 경우 이들은 분당도 불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럴 경우 박 전 대표 자신이 상처를 입고 대선가도에도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주도권 잡기 위한
잠룡들의 세력싸움


이처럼 오세훈의 저주는 정국을 뒤흔들 만큼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오고 있다.

문제는 이 저주의 끝이 여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10·26 재보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그의 저주가 언제 어떤 사건으로 또 다시 터질지 모르는 데다 지금 현재도 진행형이라는 점에서 한나라당을 바짝 긴장케 하고 있다.
 
만약 한나라당에 오세훈의 저주가 계속된다면 총선 패배는 불 보듯 훤하고 대선 패배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마디로 그의 저주가 한나라당 전체를 태풍 속에 몰아넣은 것이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오 전 시장이 원흉으로 여겨질 법도 하다. 끝나지 않은 오세훈의 저주, 그 끝은 어디일지 사뭇 궁금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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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