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기부-청계재단-정수재단 전격비교

‘재단’과 ‘기부’라는 명칭아래 너무나 다른 ‘실체’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지난달 15일 1500억원대의 주식을 기부하기로 한 이후 안철수연구소도 전담팀을 만들어 사회공헌 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또한 안 원장은 기부한 금액을 ‘성실공익법인’으로 재단을 설립하기로 해 이래저래 이명박 대통령의 ‘청계재단’과 박근혜 전 대표의 ‘정수재단’과 비교되고 있다. 현직 대통령과 차기 유력 대선주자 2인의 재단과 기부를 전격 비교해 보았다.

안철수 재단, 설립하지만 ‘성실공익법인’ 설립으로 가닥 잡힌 듯
청계재단 ‘공익법인’, 사위 및 지인들이 이사진 대거 포함돼 논란


안철수 원장은 지난달 1500억대의 주식 환원으로 엄청난 화제를 몰고 왔다. 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는 안 원장이 2위 박근혜 전 대표와의 격차를 더욱더 벌리는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정치권에서는 기부를 대권을 겨냥한 일종의 정치적 행보로 보는 시각이 많았지만 안 원장은 “오래 전부터 생각해 왔던 걸 실행에 옮긴 것뿐이다” “그간 사회에 대한 책임, 사회 공헌을 많이 말했는데 그걸 행동으로 옮긴 거다”는 두 마디로 일축했다.

한국사회 롤모델 될
안철수 원장의 기부

 
세간의 관심은 자연히 1500억원의 용도와 사용 방식에 몰렸지만 안 원장은 입을 굳게 다물었었다

. 하지만 안 원장의 한 지인은 지난달 말 기부방식과 관련해 “정치인들의 기존 기부방식과는 차원이 다른 성격이 될 것”이라며 “기부금 운용은 초저금리 혹은 무이자로 돈을 빌려줬다가 상환 받는 방식이 유력하다”고 전했다.

“학생들에게 장학금 등을 몇 차례 나눠주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기부의 초점을 ‘자활’에 맞추겠다는 게 안 원장의 뜻”이라는 얘기다.

다시 말해 안 원장의 기부금 1500억원은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무이자나 거의 제로금리로 학자금을 대출해 주는 데 쓰이게 될 듯하다.

안 원장은 또한 주식을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끌었던 ‘아름다운재단’ 같은 단체에 기부하지 않고 직접 복지재단을 설립하되 재단형태는 ‘성실공익법인’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공익법인 중 주식 배당금 같은 운용소득을 원래 목적에 80% 이상 사용하고, 이사 자리에 특수관계인을 5분의 1 이하로 쓰면 성실공익법인으로 인정받는다.

그만큼 많은 금액을 원래 목적인 기부에 사용할 수 있고 이익관계가 없어 보다 투명한 재단을 운영할 수 있다.

주식을 기부해 증여세를 내야 하는 안 원장으로선 세금 부담을 덜고 기부액을 늘리기 위해서라도 성실공익법인을 택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이 법인은 당국의 관리감독을 더 철저하게 받되 주식을 기부할 때 비과세 범위가 두 배로 늘어난다.

안 원장의 이 같은 행보에 발맞춰 안철수연구소는 지난 1일 경기도 판교 사옥에서 안 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회공헌팀’ 신설과 이를 체계적·혁신적으로 발전시켜 한국 사회의 롤모델 기업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안 원장과 함께 사회공헌 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안 원장은 간담회에서 “사실 안철수연구소는 창업 당시부터 이윤보다는 사회공헌을 생각해온 ‘소셜벤처(사회적 기업)’였다”며 “제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선 지 7년째 접어드는데 구성원들과 경영진이 제가 생각한 마음을 간직하며 발전시키고 있는 것을 보면 가슴이 벅차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명박 대통령의 ‘청계재단’(이사장 송정호)은 과연 어떠할까? 일단 재단의 성질부터 안 원장이 설립하게 될 성실공익법인이 아닌 ‘공익법인’이다.

청계재단은 이사진에 이 대통령의 사위 및 지인이 대다수 포함돼 논란이 있었다. 지인을 배치해 ‘원래의 목적인 기부는 등한시 하고 재산관리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은 것이다.

이 대통령은 처남 김재정씨 사후에 그가 가졌던 ‘다스 지분’ 5%의 ‘청계재단 기부’가 문제 되기도 했다. 이 주식기부 행위는 2007년 대선 당시 논란이 되었던 BBK와 다스의 실소유주가 누구냐는 문제를 다시 불러일으키는 파장을 몰고 왔다.

청계재단 주식기부에는 진통이 있었다. 다스의 주식은 비상장 주식이다. 서울시교육청 담당 교육지원청은 주식배당금 등 수익관계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청계재단 측의 서류를 반려했다.

그 후 청계재단 측은 주식배당을 하겠다는 다스 측의 확인서를 담당 교육지원청에 제출했지만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대수입 대부분 MB 빚 갚는데 사용, 실제 기부는 연간 3억 수준
박근혜 ‘정수재단’ 이사장직 놓았지만 측근 배치로 영향력 행사 논란

또한 세금을 조금이라도 줄여 기부를 많이 하기 위해 노력하는 안 원장과 달리 청계재단의 연간 기부금은 얼마 되지 않는다.

청계재단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청계재단의 연간수입은 약 15억~16억원 수준이다. 수입의 대부분은 이 대통령이 기부한 세 건물의 임대료가 차지한다. 이 중 장학금으로 지출된 액수는 지난해의 경우 약 6억2000만원이다.

하지만 실상을 살펴보면 이 중 3억원은 이 대통령의 사위가 부사장으로 있는 한국타이어가 기부한 것이다.
 
따라서 청계재단이 지출한 실질 장학금 금액은 3억2000만원에 불과하다. 15~16억원의 수입을 올리는데 비해 순수 목적인 장학금 금액이 적은 이유는 청계재단에 부채가 많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08년 천신일 전 세중나모 회장의 채무를 변제하기 위해 은행에서 30억원을 대출받아 사용했다. 여기에 대한 이자만 해도 연간 2억6000만원에 이른다.

연간 장학금과 별반 차이가 없는 금액이 재단 설립자인 이 대통령 개인채무탕감에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부채 변제 액수를 제외하더라도 장학금 액수가 너무 작아 또 다른 논란이 되고 있다. 본래 목적인 장학사업을 등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계재단의 목적사업은 장학사업이다. “장학사업보다는 이 대통령의 재산을 지키기 위한 재단이 아니냐”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청계재단’ MB 재산
지키기 위한 수단?


안 원장과 함께 최고의 잠룡으로 분류되는 박근혜 전 대표도 재단과 관련해 골머리를 싸매고 있다.

박 전 대표가 <부산일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정수재단 이사장직에서 2005년 물러났지만 본인의 비서였던 최필립씨를 이사장으로 앉혀 실질적 운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런 <부산일보>가 지난 1988년 편집권 독립 쟁취 투쟁 이후 23년 만에 신문이 발행되지 못했고 인터넷 홈페이지도 폐쇄됐다.

사건의 발단은 노조와 편집국이 이날 자 신문 1면에 이호진 노조위원장에 대한 해고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기사와 2면에 해설기사를 싣기로 하면서 시작됐다. 그러자 김종렬 <부산일보> 사장이 이런 신문을 발행할 수 없다며 돌아가는 윤전기 가동 중단 지시를 내린 것이다.

앞서 <부산일보> 사측은 지난달 28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정수재단으로부터의 경영권 독립’을 요구해 온 이호진 노조 위원장에 대해 업무질서 문란 등을 이유로 최고의 징계 수위인 ‘면직’을 결정한 바 있다.
 
사측은 또한 노조의 ‘정수재단 사회 환원 투쟁’ 기사를 <부산일보> 18일자 1~2면에 보도하고 사측의 입장을 담은 사고 게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이정호 편집국장까지 징계위에 회부시켰다. 이 국장은 ‘편집국장 직선제’에 의해 선출된 편집국장으로, 노조와 입장을 같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측이 이처럼 극단적 대응을 하고 있는 것은 노조가 내년 총·대선을 앞두고 보도의 공정성 확립을 이유로 ‘정수재단 사회 환원 투쟁’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내년 선거 공정보도를 위해선 최 이사장이 퇴진하는 등 명실상부한 정수재단 사회환원 조치가 필요하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이 같은 노조 주장에 대해 언론노조를 비롯해 언론관련 시민사회단체들이 전폭적 지지 입장을 밝히고 있으며, 야당도 이에 가세하기 시작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박근혜 전 대표가 <부산일보>의 소유주인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정치인이 언론사 하나를 통째로 소유하고 그 보도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상식에도 부합하지 않고 민주주주와도 관련이 없다”며 “결국 <부산일보>발행 중단 사태를 해결하는 열쇠는 박 전 대표에게 있다”고 압박을 가했다.

따라서 <부산일보> 파문 확대는 대선 레이스가 본격 시작된 시점에서 박 전 대표에게 또 하나의 악재가 될 전망이어서, 향후 박 전 대표의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23년 만에 신문 발행
못 한 <부산일보> 논란


이처럼 이 대통령과 차기 유력 대통령 후보로 손꼽히는 안 원장과 박 전 대표의 기부 및 재단운영 방식은 180도 다른 모습을 보이며 비교대상이 되고 있다.

재단의 본래 목적과 기부라는 순수하고 좋은 행위에 정치적 색깔을 입히고 진보와 보수를 구분할 이유는 없다.

다만 보다 더 효율적인 기부를 하려고 하는 모습에 시민들은 감동할 것이고, 역으로 기부라는 명분을 내걸고 자신의 재산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다면 국민들은 이를 좌고우면 하지 않을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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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