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의 달인에서 선비 저격수 변신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

“MB 자살골 야권엔 천재일우…통합옥동자로 정권교체 해야”

[일요시사= 서형숙 기자] <손자병법>의 ‘모공편’에는 싸우지 않고 적군을 지혜로 굴복시키는 것을 최선의 전략으로 여겼다. 상대편의 꼼수나 책략을 사전에 꿰뚫고 이를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이것은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툭하면 몸싸움이 난무하는 정치판 가운데서도 치밀한 논리와 날카로운 지적으로 정부여당을 제압하는 야당의 ‘저격수’가 있다. 그는 바로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이다. 오랜 공직생활로 선비적인 기품을 잃지 않으면서도 말로써 강한 야성을 드러내는 민주당의 ‘입’, 이 대변인을 <일요시사>가 만나봤다.

선비 기품 유지하면서도 민주당의 ‘입’으로 강한 야성본능 발휘
치밀한 논리, 날카로운 지적에 4년 연속 국감 우수의원 진기록

행정고시 출신으로 30년 넘는 공직생활로 잔뼈가 굵은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이 18대 국회를 통해 여의도에 입성했다. 그는 참여정부에서 행정자치부 장관 및 건설교통부 장관, 관세청장, 국세청장 등을 역임하며 지난 2008년 2월까지 정부에 몸담았던 말 그대로 ‘행정의 달인’이다. 때문에 그에게 있어 국정감사는 이전 동료들을 감시하는 터라 여간 괴로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 대변인은 거대한 행정부의 견제를 통해 서민을 보호하고 나라를 바로 세워야 하는 국회의 존재 이유를 한순간도 잊은 적이 없다. 이러한 초심을 잃지 않고 국회의원의 감시와 견제라는 책무를 다해왔다. 이것은 18대 국회의원 299명 중 유일하게 ‘경실련’ ‘국감 NGO모니터단’ 양 기관에서 4년 연속 우수의원으로 선정되는 진기록으로 이어졌다.

뿐만 아니라 그는 민주당의 대변인으로 공격의 최전방에 서며 강한 야성본능을 발휘하고 있다. 정부여당의 폐부를 노리는 ‘저격수’ 역할로 빛나는 활약상을 펼치고 있는 것. 오랜 공직생활로 잡힌 기품을 잃지 않으면서도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상대의 급소를 찌른다. 최근 한나라당이 한미FTA를 강행처리 한 것은 의회 쿠데타이고, 수적 우세를 이용한 헌정파괴라고 규정했다.

양국 간에 체결된 조약을 단독으로 상정해 날치기 처리한 것은 초유의 사태여서다. 게다가 이명박 대통령의 사저 논란과 관련해 아들 시형씨에 대한 법적 조치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며 불씨를 이어가고 있다.

이 대변인은 특히 18대 국회의 4년간을 MB정부와 투쟁으로 보냈다. 그의 투쟁은 몸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적인 투쟁이었다. 무엇보다 그는 참여정부시절 추진했던 세종시 정책을 흔들려는 현정부에 강력 대항했다. 종합부동산세를 폐지시하려는 것도 막아냈고, 한반도 대운하를 접고 4대강 사업으로 전환하게 한 것도 나름의 성과다. 

이 대변인은 MB정권의 가장 큰 문제점을 전문성이 결여된 측근인사 기용으로 인한 사회적 자본의 황폐화라고 지적했다. 젊은 세대가 현 정부에서 보고 배운 것이 능력개발과 혁신보다는 끈을 찾고 연고를 찾게 만들었다는 것. 또 돈과 가치로만 평가하는 물신주의 사상을 확대시킨 점도 성토하고 있다.

이 대변인은 ‘안철수 현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대한민국과 정치 발전을 위해 적절한 시기에 나타난 것이라는 것.
“태평양같이 크고 깊은 바다도 사시사철 잔잔하고 고요하면 먹이들이 바닥으로 가라앉아서 죽은 바다가 된다. 살아있는 바다가 되려면 일정간격으로 해일이 일고 용암이 분출하고 거친 파도가 덮쳐 바다를 뒤집어놔야 한다.”

그는 안철수 현상이 바로 정치발전을 위한 용암이자 해일이고, 거친 파도라며 이런 과정을 거쳐 새로운 정치가 열릴 수 있는 기폭제가 될 것이란 기대감을 드러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한미FTA가 한나라당에 의해 강행처리 됐다.

▲ 한나라당이 한미FTA를 강행처리 한 것은 의회 쿠데타이고, 수적 우세를 이용한 헌정파괴다. 양국 간에 체결된 조약을 단독으로 상정해 날치기 처리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그들이 비공개 처리를 원했던 만큼 국민들 앞에 부끄럽고 당당하지 못한 행동이다. 작년 예산안 단독처리 후 한나라당 22명 의원이 국회 바로세우기 모임에서 앞으로 강행처리 참여 시 불출마를 하겠다고 선언할 만큼 날치기에 대해 자신들이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을 자임했음에도 또 다시 되풀이 한 것이다.

- 향후 민주당의 대처는? 

▲ 먼저 국회 정상화를 위해서는 국익을 손상시킨 한미 FTA의 ISD조항을 폐기 또는 유보시키는 협상을 시작해야 하고, 두 번째로 날치기로 사회적 혼란을 일으킨 박희태 국회의장‧정의화 국회부의장‧홍준표 대표‧황우여 원내대표는 책임지고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 세 번째는 향후 예산안?법안 처리할 때 날치기 처리하지 않겠다는 보증을 해야 한다.

- ISD조항은 무엇이 문제인가?

▲ ISD조항은 선진국이 후진국에 투자할 때 후진국의 재판부가 중립성도 없고, 법도 불안정해 국제분쟁센터에 맡기는 조항이다. 하지만 한국은 사법권의 독립이 보장되어 있음에도 이를 채택해 경제주권을 침해한 것이다. ISD조항은 중소기업이나 서민들에게 바로 부정적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우리는 대기업이 손대지 못하도록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법으로 만들어 규제하고 있는데 미국 투자자가 그 업종을 못해 피해를 봤다며 ISD 조항으로 이의를 제기하면 손해배상을 국가가 해줘야 한다. 우리나라가 마음대로 공공정책이나 서민위한 정책이 여기에 걸릴까 싶어 조심하게 되면 결국 피해는 서민들이 보는 것이다. FTA는 관세규제를 없애 무역을 증진시키자는 취지다. 하지만 한미FTA는 우리나라의 제도, 시스템, 관행을 미국화하자는 것이다. 우리가 ISD를 반대하는 이유다.

- 민주당의 통합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 이해관계가 상충된 정당들이 합치는데 소리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 통합과정이 그만큼 민주적인 절차를 밟고 있다고 생각해 달라. 지난 1일 민주당이 당무위원회에서 오는 12월11일 전당대회를 개최하기로 의결됐다. 의제는 통합 추진 경과보고와 통합 결의, 통합 수임기관 지정이다. 전당대회를 하면 현 지도부는 사퇴를 하고, 통합을 결의해 그 다음 날 수임기관 간에 합동회의를 개최해 정당법상 새로운 통합정당이 만들어 진다. 거기에서 새 지도부 구성 및 경선룰 등의 절차적 방법이 확정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구시대적 정치행태인 공천이나 지분 나누기는 더 이상 없다는 것이다. 진통은 있지만 반드시 옥동자를 탄생시킬 것으로 본다.


- ‘호남물갈이’가 지속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 물갈이보다는 신진대사로 표현하고 싶다. 과거 지도부에서 계파 간의 이해관계에 따라 인위적으로 시행되는 것이 물갈이로 표현되어 왔다. 이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국민들의 뜻에 의해서 이 사람은 적절하지 못하다 새로운 사람이 더 훌륭하다 판단한다면 그러한 신진대사는 필요하다. 현재는 기성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높아 19대는 신진대사의 폭이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다만 계파에 의한 인위적 물갈이는 국민들이 용납을 안 할 것이다.

- ‘통합진보정당’ 측과는 나중에 선거연대로 가는 것인지? 대통합을 하는지?

▲ 원래 민주당은 야권 전체 대통합을 바란다. 하지만 통합은 결혼하는 것이기에 상대방이 싫다면 못하는 것이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민노당과의 통합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민노당 측에서 민주당을 연대의 대상이라 선을 그은 상태다. 두 번째는 당 내부에서도 당의 정강이나 철학, 추구하는 바가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통합보다는 정책이나 선거 연대를 하는 것이 정권교체에도 바람직하다고 보는 분들이 많이 있어서 총선은 정책과 선거 연대로 가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젊은 계층이 민주당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있다. 대책은 있는가?

▲ 민주당이 두 가지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다. 하나는 현재 젊은 층의 아픔을 보듬을 수 있는 일자리, 보육, 등록금 등에 대해 정책개발 하는 것이다. 젊은층과 소통을 통해 의견을 수렴해서 정책에 반영해야 하고, 젊은층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SNS나 온라인 정당을 만들자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또 하나는 이번에 공천할 때 젊은층도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검토하고 있다.

- 정부여당이 복지정책으로 부자증세, 무상보육론을 들고 나왔다. 애초 민주당 주장 아닌가.

▲ 민주당이 금년 1월 ‘3+1(무상보육‧무상급식‧무상의료‧반값등록금)’의 보편적 복지정책을 발표했다. 당시 정부여당이 세금폭탄 및 선거용 망국적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그런 여당이 4‧27 분당을 재보선에서 패배하기 시작하며 갑작스럽게 우리 정책을 따라온다. 철학에 따른 것이라기보다 표심만 쫓다보니 일관성과 완결성이 떨어지고, 자꾸 바뀌다 보니 짝퉁 복지가 되고 있다. 때문에 우리의 진품 복지마저 의심받고 있다. 늦게라도 민주당이 주장했던 정책을 채택해주는 것이 나라를 위해 바람직스럽다. 하지만 따라오려면 제대로 따라와야 한다.

- 한나라당은 부자감세를 주장하다 최근에 부자증세를 논의하고 있다.

▲ 미국의 경제학자 프리드먼이 “미국이 멸망하면 사회 양극화 때문에 멸망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만큼 양극화가 큰 문제다. 이에 월가 1%의 분노로 세금을 더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 세계적으로 갑자기 확산되는 추세다. 한나라당 역시 세계적 흐름이 이렇다고 갑작스럽게 부자증세를 내놓은 것이다. 한나라당은 그간 조세부담률 21%를 19.3%까지 떨어뜨리며 부자감세로 90조를 깎았다. 자신들의 정책이 잘못됐으면 사과부터 해야 하고, 부자감세 철회가 먼저인데 세계적 흐름이 이렇다고 갑작스럽게 부자증세를 내놓다니 어이가 없다.

-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 부자감세 철회와 조세부담률을 참여정부 말의 수준인 21.5%정도까지 올려야 한다고 발표했다. 또 상위 1%에 해당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특별세율을 적용하자는 입장이다. 소득세의 경우 과세표준 1억5000만원이 넘는 사람들에 대해 40% 세금을 매기고, 대기업 과세소득 100억이면 그 이상의 소득에 대해 25% 특별세율 매기자는 당론을 가지고 가고 있다. 핵심은 99%의 국민들의 세금은 늘어나지 않도록 하면서 1% 고소득자에 대해서는 세금을 좀 내게 하자는 것이다. 고소득자는 본인의 노력도 있지만 대한민국이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채택했기 때문에 부 축적이 가능했다. 때문에 양극화해소를 위한 비용을 위해 우리 제도로부터 가장 많이 혜택을 본 사람들에게 사회적 책임을 더하자는 차원이다.

MB정권 측근 시한부 인사들의 한탕주의에 부정부패 안 끊겨
‘안철수 현상’은 정치발전 위한 용암이자 해일이고 거친 파도

-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에 대해 민주당이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등의 문제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을 했다고 밝혔다.

▲ 대통령 사저를 아들 명의로 산 것이 부동산실명제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 특히 김인종 전 청와대 경호처장 인터뷰에서 대통령 돈이라고 했는데 이 역시 금융실명제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 내곡동 터를 한국감정원 등에 평가를 의뢰한 결과 시형씨가 구입한 땅 감정평가액이 17억3212만원이지만 11억6000만원에 샀다. 경호시설은 감정가 25억1481만원이지만 42억8000만원에 샀다. 대통령이 싸게 산 땅값을 경호시설에서 받은 것이 된다. 즉 대통령이 내야할 돈을 국가예산에서 지원해줬다는 것이다. 이것은 형법상 배임죄에 해당한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 고발한 것이다.


- 검찰에 고발한 이후 진행사항은 어떻게 돼 가는지?

▲ 중앙지검에서 맡고 있는데 수사에 진전이 전혀 없다. 특히 대통령의 도덕성에 관한 문제이기에 명명백백하게 수사해서 밝혀야 하지만 수사 속도를 안내고 있다. 검찰과 청와대 모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것이 오해라면 하루라도 빨리 진실규명을 하기 바란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진실이다. 청와대 스스로가 내곡동 땅의 실체를 그대로 밝혀 사죄할 부분은 사죄하고 책임질 일은 책임져야 한다.

- MB정부의 인사방식을 두고 회전문 인사 낙하산 인사 등 비판이 많은데.

▲ ‘인사가 만사’이기에 청렴하고 능력 있는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현 정부는 선거캠프인사나 ‘고소영인사’ 등 측근으로 기용하니 전문성이 떨어져 일이 안 되는 것이다. 특히 사회적 자본을 황폐화시킨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사회적 자본은 신뢰, 정의, 정직, 청렴이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사람들은 늘 병역, 탈세, 투기, 논문표절 의혹이 붙는다. 때문에 사회지도층이 되려는 젊은층한테 깨끗해라, 노력해라 말할 수 있는가? 이들도 결국 능력개발, 혁신보다는 연고를 찾으려 할테니 가장 큰 문제다.

- 공정사회 기조를 내걸었던 이명박 정부에서 측근인사들이 연이어 비리에 연루되었다.

▲ 이 대통령은 연고로 인사들을 임명했기에 당연히 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주변에서 청탁을 계속 한 것이다. 그 사람도 인맥으로 중요한 자리에 갔기 때문에 권리를 최대한 누리려고 하다 보니 비리가 계속 될 수밖에 없다. 자신의 능력으로 갔으면 정권이 바뀌어도 계속 일할 수 있지만 끈에 의해 자리에 앉아 시한부다. 메뚜기도 한철이라고 그 안에서 뭔가 목표를 달성하려다 보니 문제들이 나오는 것이다.

- ‘안철수 신드롬’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는지?

▲안철수 현상이 대한민국과 정치 발전을 위해 적저란 시기에 잘 왔다고 본다. 태평양 같은 크고 깊은 바다도 사시사철 잔잔하고 고요하면 먹이들이 바닥으로 가라앉아서 죽은 바다가 된다. 살아있는 바다가 되려면 일정간격으로 해일이 일고 용암이 분출하고 거친 파도가 덮쳐 바다를 뒤집어놔야 한다. 때문에 안철수 현상이 정치발전을 위한 용암이고 해일이고 거친 파도적 역할을 했다고 본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새로운 정치가 열릴 수 있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

- 내년 총‧대선을 어떻게 전망하는지?

▲ 야권입장에서는 천재일우의 기회다. 민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MB가 죽쒀놔서 상대방이 자살골을 먹은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압승하지 못한다면 영원히 이러한 기회는 없을 것이다. 이것을 확실히 다지기 위해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혁신이 필요하다. 그 혁신의 대표적인 것이 야권통합이다. 야권통합을 제대로 이루면 총선에서 압승하고 대선으로 정권교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통합은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한 혁신의 수단인데 그 통합이 각 세력들의 이익 챙기기,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지면 민심을 얻지 못한다. 통합은 민심이 원하는 기준에서 감동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 ‘경실련’에 이어 ‘국정감사 NGO모니터단’으로부터 4년 연속 국정감사 우수의원으로 선정되는 진기록을 세웠는데.

▲ 누군가가 좋은 평가를 해주면 기분 좋은 일이다. 2008년 2월까지 정부에 있었다. 국정감사는 정부를 감사하는 것이다. 엊그제까지의 동료를 감사하고 비판하기에 인간적으로는 괴롭다. 하지만 현재 내 자리의 책무다. 국회가 존재하는 이유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행정부를 견제하기 위함이다. 권한남용 방지로 서민을 보호하고 나라를 바로 세우라는 의미다. 한나라당이든 민주당이든 국회가 존재하는 이유고, 이것에 충실하려고 노력했고, 이것을 잘 평가해준 것 같다.

<이용섭 의원 프로필>

1969년 학다리고등학교 졸업
1973년 제14회 행정고시 합격
1974년 전남대학교 무역학 학사 
1989년 미시간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석사 
1999년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박사 
2002.02~2003.02 제20대 관세청장
2003.03~2005.03 제14대 국세청장
2005.04 대통령비서실 혁신관리수석비서관
2006.03~2006.11 제8대 행정자치부 장관
2006.12~2008.02 제14대 건설교통부 장관
2008.05~ 제18대 민주당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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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