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57>2012년 유망 상품은?

불안한 임진년 ‘안전빵’이 최고!

올해 부동산 시장을 이끈 상품은 당연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 등과 같은 수익형 부동산이었다. 수익형 부동산이 인기를 끌자 공급도 늘어났다. 그렇다면 곧 다가올 2012년 부동산 시장은 어떨까. 어떤 부동산 상품에 주목해야 할지, 어떤 변수들이 있을지 살펴보자.


오피스텔 등 수익형 인기 여전…공급 물량 늘듯
투자서 실수요 위주로 재편 ‘중대형 주택 위축’

수도권에서 올해 공급된 물량 가운데 수익형 부동산 비율이 높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정보업체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서 공급된 민간건설 주거용(다가구·다세대 및 단독주택 제외) 물량은 10월말 기준 15만7310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만3000가구 늘었다.

글로벌 위기 ‘여진’
“그리 밝지만 않다”

수익형 부동산인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 공급물량은 같은 기간 1만8274가구가 공급돼 지난해 같은 기간 5912가구보다 3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오피스텔 물량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기준 전국에서 공급된 오피스텔은 5000여 가구였지만 올해는 1만4455가구에 이른다.

수익형 부동산 공급 물량은 지금부터 연말까지도 2000여 가구 이상 더 나올 것으로 보여 지난해 1년간 총 공급량(8854가구)과 비교해도 2배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아파트 전월세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상품으로 수익형 부동산(오피스텔·도시형 생활주택)에 관심이 쏠렸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가 지난 8월18일 전월세 안정화 대책에서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지원(양도세 중과 배제·종부세·비과세 등) 완화조치를 발표, 임대사업 여건이 한층 좋아진 이유도 있다. 또 청약시 통장이 필요 없고, 전매제한을 받지 않는 것도 수익형 부동산 주택의 장점으로 꼽힌다.

이 같은 추세 속에 향후 몇년 동안 수익형 부동산의 인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인허가를 받은 도시형 생활주택 규모도 지난 상반기에만 해도 지난해 연간 실적보다 많은 3만 가구 가까이 된다. 이후에도 매달 5000가구 이상 인허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내년에는 실제 공사를 끝내고 공급에 들어가는 물량이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총선·대선 변수…시장에 호재”
‘표심 잡기’부양책 쏟아질 전망

이에 따라 2008년과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나 대출 규제 등의 큰 변화 앞에서 맥을 못 추고 하락하는 집값을 보며 부동산 투자자들은 내년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칠 변수들을 한발 앞서 파악하고 그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는데 여념이 없다. 하지만 2012년 부동산 시장도 그리 밝지만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의견이다.

그렇다면 불확실한 2012년 부동산 시장, 어떤 상품에 초점을 맞춰야 할까.
내년에도 집값은 약보합세를 보일 전망으로 부동산 투자의 핵심은 ‘안전성’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미·유럽발 금융위기 등의 여파로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 위주에서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며 중대형 주택을 중심으로는 수요 시장도 크게 위축됐다.

하지만 모든 위기가 그렇듯 기회는 있기 마련이다. 실제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의 침체 속에서도 올해 오피스텔·도시형 생활주택 등 수익형 부동산은 여느 때보다 높은 인기를 누렸다.

대부분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실수요 기반이 탄탄해 가격 하락 위험성이 낮은 역세권 소형아파트를 내년 투자해볼 만한 유망 상품으로 추천했다. 큰 변동성이 없는 시장에서는 저가 전략으로 가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충분히 가격이 떨어진 급매물 아파트나 경매를 통한 주택 취득을 권한다. 상품으로는 역세권 소형아파트가 가장 안전하다는 것이다.

하락 위험성 낮은
역세권 소형 추천

역세권 소형 아파트의 경우 실수요를 기반으로 자금 부담도 덜하고 공급물량도 부족해 내년에도 유망하다. 1인 가구는 물론 신혼부부, 3인 가족, 노년 부부 등의 수요까지 아우를 수 있어 수요가 탄탄한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반면 올해 큰 인기를 끈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의 경우 내년에는 올해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투자자들의 인기를 끌면서 투자비용이 지나치게 올라 수익률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수익률을 보전하기 위해선 임대료가 큰 폭으로 올라야 하지만 공급이 늘면서 그마저 여의치 않게 됐다는 설명이다. 신혼부부, 대학생, 젊은 직장인 등으로 수요가 한정돼 있다는 것도 단점이다.

하지만 1∼2인 가구의 꾸준한 증가 등 인구 변화를 고려할 때 양호한 입지를 고른다면 여전히 투자 가치는 있다고 보고 있다. 다른 상품에 비해 투자비가 적게 드는 LH단지 내 상가나 소형오피스텔 등은 여전히 입지에 따라 인기를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중대형 아파트 역시 아직 매입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많다. 지난 2∼3년간 신도시 위주로 공급이 과잉됐고, 추가 가격 하락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주택시장 역시 올해와 비슷한 수준의 약보합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국내외 경기 불안이 가장 큰 악재로 꼽히고 있다. 다만 금융위기가 다소 진정될 것으로 전망되는 내년 하반기쯤이면 집값 흐름을 결정짓는 단초를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 FTA 파장은?
긍정적 작용 예상
건설시장은 타격

특히 내년에는 총선과 대선이 잡혀 있다. 이는 여전히 집값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표심을 잡기 위한 정치권의 단기 부양책과 유동성 증가 정책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최근 선거 이슈가 ‘복지’로 전환되며 예전에 비해 부동산에 미치는 영향이 적으리라는 전망도 많지만 여전히 선거는 시장에 호재”라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도 “별다른 효과가 없었던 지방선거와 내년 열릴 총선·대선은 파급력이 다르다”며 “어느 정도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 아파트 입주물량은 대략 13만여 가구로 올해보다 6만 가구 가량이 줄어든다는 점이 집값 상승의 실마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수급 불일치로 인해 전·월셋값 및 매매값이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또 한 가지 의문이 있다. 국회를 통과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내년부터 공식 발효되면 국내 건설·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하는 것이다.

산업단지 일대 주목
건설사들은 초긴장

전문가들은 정부의 간섭이 줄어들게 되고, 간접 투자가 확대되는 등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국내 건설시장은 개방이 가속화돼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우선 한미FTA에서 규정한 투자자 국가소송제도(ISD)의 간접수용 절차가 부동산 시장에도 커다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간접수용은 투자자가 해당 정부의 규제로 인해 자산가치가 떨어질 경우 해당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제소권을 행사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는 부동산 시장에 정부의 개입(규제)이 많은 우리나라로서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양도소득세·중과세 등과 같은 부동산 관련 징벌적 세금이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이를 완화할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 개발부담금과 재건축개발이익환수제 등과 같이 정부가 시행하거나 시행 예고한 각종 부동산 규제들도 소송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과도한 규제가 줄어들 전망이다.

대신 부동산 간접투자 활성화가 예상된다. 따라서 부동산 시장의 투자 패턴도 달라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한미FTA가 발효되면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국내 진입이 늘어나고 이로 인해 국내 부동산 시장에도 일정 부분의 유동성이 유입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한미FTA 최대 수혜업종인 자동차와 반도체, 섬유 등의 산업이 몰려있는 경기 수원과 화성 동탄, 충남 당진, 대구 등 산업단지 일대는 장기적인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규 고용창출과 소득이 늘어나면서 부동산 가격도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건설산업은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설계와 건축 등 국내 기업들이 취약점을 보이는 분야에서는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 시장을 거의 잠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