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형사처벌 예약된 ‘최초의 대통령’ 파문 막전막후

‘땅 욕심’ 적당히 부릴 것이지…‘꼼수’ 쓰다 딱 걸렸네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가 또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내곡동 사저 부지 구입에 깊숙이 개입했던 김인종 전 경호처장이 <신동아> 12월호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의 실명제법 위반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발언을 직접 털어놨기 때문이다. 이로써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편법증여 등 각종 법위반 논란이 재점화 됐다. 야권은 퇴임 후 고발이라는 초강수를 두며 이 대통령을 압박하고 나서 이 대통령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김인종 전 경호처장 “대통령이 OK 하니까 샀지” 작심 폭로
민주당 “국정조사·특검 요구, 대국민 사과와 국회차원 조사”

김인종 전 경호처장은 인터뷰에서 작심한 듯 모든 내용을 털어놨다. 정권 초기부터 신임을 받으며 4년간 이 대통령을 보필했지만 한 순간 버림받자 이에 대한 칼을 간 듯 보였다.

김 전 처장은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이 계약 전 (내곡동 터를) 방문해 OK(승인) 하니까 샀지, (대통령) 돈 투자하는데 내 마음대로 했겠나. (대통령) 승인이 나니까 계약을 하는 것”이라고 폭탄 발언을 했다.
 
이어 “사저는 각하 개인 돈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총무수석이 알 필요도 없었다”고 말했다. 김 전 처장은 내곡동 땅 거래 과정에서 이 대통령이 보고받고 승인했다고 증언했다.

이는 “이 대통령은 전혀 몰랐다”는 청와대의 주장과 정면 배치되는 주장이라 파문을 몰고 왔다.

버림받고 작심한
김인종의 폭로


이 대통령은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자택이 있지만 비싼 땅값 등으로 경호시설 수용의 어려움을 들어 퇴임 후 거주할 사저를 신축하기 위해 서초구 내곡동에 788평 규모의 사저 부지를 구입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명의가 아닌 아들 시형씨 명의로 부지를 구입해 부동산실명제법 위반과 편법증여 의혹이 불거졌다.

이 같은 의혹에 청와대는 “국민에게 노출되는 것을 꺼려 아들 명의로 계약했고 차후 이 대통령 명의로 이전하려했다”고 실명제법 위반과 편법증여 의혹을 완강히 부인했다.
 
또한 내곡동 사저 부지 금액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자 부지 매입 자금은 시형씨가 은행대출을 받았고 나머지는 친인척에게 빌렸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 전 처장은 “이번 사저는 각하 개인 돈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총무수석(김백준)이 알 필요도 없지. 그러나 알기는 알았지만”이라며 내곡동 사저 구입비용이 이 대통령 ‘개인 돈’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처장은 이어 대통령이 퇴임 후 거주할 사저를 시형씨 이름으로 차명거래 한 것에 대해서 “대통령이 일반 국민과 땅 거래를 할 수는 없지 않냐”며 “보안 때문에 제가 (시형씨 이름으로 사자고) 대통령에게 건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건의를 한 이유에 대해서는 “논현동에 이 대통령의 집이 있는 상황에서 내곡동에 또 땅을 샀다고 하면 1가구 2주택의 상황이 되어 시빗거리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는 대통령이 명의신탁과 실명제법 위반 행위에 개입했음을 강력히 뒷받침하는 발언으로 적잖은 후폭풍을 몰고 왔다.

그는 시형씨가 구입 자금을 조달한 경위에 대해선 “그건 내가 잘 모르겠다. 돈 빌렸다 하는 건 얼마만큼 어떻게는 잘 모르고, 그건 총무수석이 알 거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또 다른 의문점과 의혹이 제기 된다. 김 전 처장의 주장은 “이 대통령의 개인 돈”이라 밝혔다. 하지만 전 국민이 알다시피 이 대통령은 자신의 모든 재산을 ‘청계재단’에 기부했고 월급마저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김 전 처장이 밝힌 이 대통령 개인 돈의 출처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또 다른 의혹
‘대통령 개인 돈’


김 전 처장의 폭로에 민주당은 지난달 19일 내곡동 사저 부지 의혹과 관련해 시형씨와 김백준 대통령총무수석비서관, 임태희 대통령실장 등 5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20일에는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이 논평을 통해 “민주당은 지난달 19일 대통령의 사저 터 구입 의혹과 관련한 각종 위·탈법 행위에 대해 관련자들을 검찰에 고발하고 수사를 의뢰했지만, 꼬박 한 달이 지났는데도 고발자에 대한 한 차례 검찰 조사 외에는 별다른 진척이 없다”며 “검찰의 수사 의지가 이렇게 미흡하기 때문에, 우리 민주당이 당 차원은 물론 결국은 특검이나 국정조사와 같은 국회 차원의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검찰이 ‘국민이 원하는’ 진실 규명을 위해 수사의 고삐를 바짝 당겨야 했음에도, 언론이 관련 사실을 밝혀낼 때까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이 이 사건과 관련해 아들 시형씨와 청와대 주요 관계자들을 고발한 데 그쳤다면, 민주노동당은 이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를 직접 고발하기로 하고, 고발장 작성을 마친 상태다.

이정희 민노당 대표 “퇴임 후 MB-김윤옥 부부 고발장 이미 써놨다”
퇴임 후 위반 사실 드러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


이정희 민노당 대표는 지난 21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이미 나온 증언만으로도, 이것은 명의신탁으로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재임기간에는 형사소추 면제 대상이기 때문에 당장 처벌할 수는 없지만, 퇴임하면 명백한 처벌감이라는 것이다.

부동산실명제법 3조는 ‘누구든지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명의수탁자의 명의로 등기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동법 7조에 의하면 명의신탁한 경우 신탁자는 5년 이하 징역·2억원 이하의 벌금, 수탁자는 3년 이하 징역·1억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돼 있다.

만약 이 대통령이 퇴임 후 개인 신분으로 돌아가고 부동산실명제법 위반이 드러난다면 이 대통령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 아들 시형씨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된다.

이 대표는 “아마 형사처벌이 예약된 최초의 대통령 내외분이 아닌가 싶다”라며 “적당한 때에 이 대통령과 김 여사 고발장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발장에는 “이 대통령과 부인 김 여사가 (민주당에서 고발한) 임 실장, 김 전 경호처장, 아들 시형씨 등과 공모해 10억원 상당의 이익을 취하고, 10억원 상당의 재산적 피해를 대통령실에 입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배임)을 위반한 혐의가 있으며, 대통령 부부가 매수한 부동산을 아들 명의로 명의신탁하여 등기해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혐의가 있어 고발하게 되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특히 이 대표는 고발장에서 “이 대통령은 대통령 재직기간 부여된 면책특권으로 당장 기소와 재판절차가 진행되기 어렵지만, 김 여사는 면책특권을 부여받은 바 없어 수사와 기소, 재판 진행에 법률상 장애가 없으므로 즉시 절차를 개시해 달라”고 촉구했다.

민노당의 한 관계자는 “현직 대통령을 고발한다는 부담이 있지만, 이 대표가 <나는 꼼수다>에 출연해 고발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며 “이번에 추가로 이 대통령이 직접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만큼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판단해 민노당이 나서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곡동 사저 부지에 대해서는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외에 이 대통령 개인 땅을 사는데 시형씨와 청와대 경호처가 아무런 기준과 원칙 없이 돈을 섞어서 구입하면서 국가예산 횡령, 배임 의혹도 불거졌다.

시형씨 명의로 구입한 사저 터와 건물의 공시지가는 모두 12억8497만원인데, 시형씨의 실거래가는 11억2000만원이었다. 반면 청와대 경호처가 구입한 터의 공시지가는 10억9400만원인데 실거래가는 42억8000만원이었다.

시형씨 지분과 경호실 지분을 합쳐서 54억원에 부지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시형씨는 알짜배기 땅을 싼 값에, 경호실은 싼 땅을 비싼 값에 사지 않았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또 청와대 설명에 따르면 시형씨는 내곡동 땅 구입을 위해 농협 청와대지점에서 6억원, 친척에게서 6억원을 빌렸는데 12억원에 대한 이자는 이율을 연 5%로 잡아도 월 500만원에 이른다. 연간 6000만원 수준이다.
 
자동차부품업체 다스에서 팀장으로 일하는 시형씨의 연봉은 4000만원 정도로 알려져 있어 시형씨가 연봉을 모두 이자 넣는데 써도 모자란다는 말이다. 결국 이자를 대통령 부부가 대신 내준다면 이는 편법증여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들 시형씨 소득
빚 갚는데 다 써?


야권은 김 전 처장의 발언으로 내곡동 부지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자 검찰의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야당은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는다면 결국 특검이나 국정조사를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특검이나 국정조사를 위해서는 한나라당의 동의가 있어야 하지만, 민주당은 검찰의 조사에 대한 여론이 나빠지면 한나라당도 무작정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현재로서는 검찰이 수사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며 “한나라당 내에서도 검찰의 이런 태도에 대한 국민의 비판이 고조될 경우 국정감사나 특별검사제 도입에 의지를 보이는 이들이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서 이 대통령은 재임 중 형사처벌이 예약된 최초의 대통령이라는 수모를 당하게 됐다. 내곡동 사저에 대한 끝없는 논란에 퇴임 후 이 대통령의 대응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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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