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난 대통령 친·인척 관리 실태 <밀착해부>

“노무현 전 대통령 보내더니 본인은 얼마나 떳떳한지?”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말로 접어들면서 레임덕이 가속화 되고 있다. 레임덕을 더욱더 가속화 시키고 있는 데는 ‘친인척 비리’가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측근들이 각종 비리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어 이 대통령을 더욱더 궁지로 몰고 있다. 대통령과의 인맥을 이용한 각종 비리의혹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 당사자로서 이 대통령은 얼마나 친인척 비리에 떳떳한지 <일요시사>가 꼼꼼히 살펴봤다.

김윤옥 여사 사돈 황모씨 사기혐의로 징역형 선고 
영부인 사촌언니 김옥희씨 30억대 공천장사 비리


역대 대통령들에게는 늘 권력형 친인척 비리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정권 말기에는 더욱 심해졌고 이는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을 떨어뜨리는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과거 정권의 친인척 비리는 대부분 임기 말에 터졌던 것에 비해 이 대통령은 정권 초기부터 꾸준히 ‘친인척비리’에 시달렸다.

최근 이 대통령과의 관계를 이용해 각종 사기 행각을 벌였던 김윤옥 여사의 사돈 황모씨의 징역형이 확정되면서 친인척 비리에 대한 논란이 재조명되고 있다.

정권 초기부터
꾸준히 터진 비리


지난 20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황씨는 김 여사 형부의 동생으로서 이 대통령 재임기간 세 차례에 걸쳐 사업·취업 알선 등을 빌미로 금품을 챙겨 사법처리 됐다.

황씨는 강원 원주의 한 식당에서 고향 후배 박모씨에게 “내 친형이 대통령과 동서지간이고 대통령 선거대책위원장을 지냈다. 돈이 좀 급하게 필요한데 자금이 있으면 2주만 쓰고 갚겠다”며 고향 후배에게 7000만원을 빌려 자신이 운영하는 불법 게임장에 투자했고, 이를 갚지 않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황씨의 사기 행각은 이 대통령이 2007년 대선에서 승리하자마자 시작됐다. 그러나 대통령 친인척 중 비리에 취약한 인물들을 중점 관리해야 할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황씨의 추가 범행을 막지 못했다.
 
황씨는 2007년 12월 사기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모씨가 1·2심에서 유죄가 나와 대법원에 상고한 것을 알고 “나는 이명박 대통령과 사돈이고, 형은 전직 대법관”이라며 무죄를 받게 해주겠다는 명목으로 3250만원을 받았다.
 
춘천지법 원주지원은 2008년 9월 사기 및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황씨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3250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에서는 추가로 240시간의 사회봉사명령을 부과했다.

황씨는 앞서 지난 8월30일 또 다른 사기 혐의로 대구지법 안동지원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그는 2008년 10월 처남에게 전화해 “내가 4대강 사업과 관련해 공사를 수주해줄 수 있는데 건설업체를 좀 알아봐 달라”고 청탁했고 이후 처남 소개로 김모씨와 한 건설업체 임원을 만났다.

황씨는 이들에게 “공사를 하려면 수자원공사 직원들과 밥도 먹고 접대도 해야 한다”며 3000만원을 요구했다.

상대방 쪽에서 금전적 부담을 호소하자 “공사를 따서 하도급을 주면 공사금액의 10%가 리베이트로 떨어진다”며 1500만원을 받았다. 2009년 6월에는 김씨 가족이 구직 중이라는 것을 알고 한국도로공사에 취업시켜주겠다며 200만원을 챙기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 중 황씨는 빙산의 일각이었다. 김윤옥 여사의 사촌언니 김옥희씨가 현 정권 1년 차인 지난 2008년 공천 장사에 나서다 발각돼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김씨는 총선을 앞둔 2008년 2월과 3월 두 차례에 걸쳐 서울시 버스운송사업조합 김종원 이사장에게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을 대가로 30억원을 받은 혐의로 2008년 8월께 구속 기소됐다.

당시 김씨는 김 이사장에게 자신을 김 여사의 사촌언니가 아닌 친언니로 소개하며 접근, 거액의 로비자금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김 이사장은 김씨에게 건넨 30억 원과는 무관하게 공천에서 탈락했다.

결국 김씨는 법정에서 사기혐의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김 여사는 “평소 김씨와는 친분이 없었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며 비리사건과 일정한 선을 그었다.

이후 김씨는 건강상 이유로 감옥에서 나와 치료 수감을 받았지만 밀린 병원비를 내지 못해 다시 법정에 서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9촌 조카 정모씨 역시 황씨와 마찬가지로 건설 하도급과 관련한 사기혐의로 법정에 섰다.

정씨는 지난 2007년 7월경 대통령(당시 후보자)의 친인척임을 내세워 한 철거 하도급업자에게 현금 5000만원을 받고 포항의 한 아파트 철거권을 주겠다고 속인 혐의로 체포됐다.
 
당시 법원은 정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여론과 야권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정씨는 지난 9월1일에 있었던 재판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정씨의 사례는 이 대통령의 고향에서 발생한 토착 친인척 비리의 전형으로 꼽히고 있다.

대통령 친인척
건드린 대가는?


현 정권이 역점을 두고 있는 핵심사업인 ‘4대강 사업’과 관련해서도 친인척들의 비리 의혹이 불거져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 대통령의 사촌형 이모씨는 지난 2009년 8월 두 아들과 공모해 4대강 건설 사업권을 주겠다며 건설업자로부터 3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기를 당한 피해자의 설명에 따르면 당시 이씨는 ‘이 대통령과 이상득 의원이 형편이 어려운 친인척들에게 일부 4대강 사업권을 나눠주기로 했다’는 설명과 함께 자신의 위치를 내세웠다.

또한 이 대통령의 큰형 이상은씨와 처남 김재정씨를 비롯한 대통령 직계 친인척이 보유한 국내 부동산은 무려 85만9천2백43평에 시가 23조원에 달한다고 밝혀졌다.

전국 각지에 소재한 수많은 땅이 4대강 부동산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고 하지만 친인척 비리에 악용될 여지가 높고 재산 늘리기 수단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또 다른 사건으로 김 여사의 사촌오빠인 김재홍씨는 2009년 11월 서일대학 재단인 세방학원 이사로 취임했다. 세방학원 설립자 이용곤씨가 아들 문연씨를 이사장으로 세우려 하자 김 이사가 이를 반대해왔고 말다툼 도중 이씨가 김 이사에게 홍차를 끼얹은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이 일이 있고 난 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과 과장은 이씨를 찾아가 김 이사에게 사과를 강요했고,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나서서 서일대학을 직접 조사했다.

김 이사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의 친인척’이란 이유로 민정수석실 친인척관리팀에 신고를 했던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이씨가 회장으로 있던 한국게이트볼협회 조사는 물론이고, 교과부가 서일대학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한 재빠른 행동을 보면, 대통령 부인의 사촌오빠를 건드린 대가가 얼마나 무서운지 여실히 보여줬다.

MB 직계 친인척이 보유한 부동산 시가 무려 23조원 
셋째 사위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 주가조작 의혹      


대우조선해양 남상태 사장이 유임을 위해 로비활동을 벌였던 의혹도 있었다.

이 의혹은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의 자녀 3명이 대우조선해양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혹으로 끝나지 않았다. 남 사장은 김 여사의 동생 김재정씨와 친구 사이로 김씨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만났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남 사장이 사장직을 유지하기 위해 청와대가 나섰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대우조선해양 감사실에 있던 한 임원이 대우조선해양의 상임고문 영입과 비자금 의혹 관련 비리를 제보하자 비리를 제보한 임원은 청와대에 의해 해직되었고, 남 사장의 유임을 조사하기 위한 구속영장도 청와대에 의해 전격 기각됐다고 한다.

무혐의 판결을 받아 현재는 잠잠한 상태지만 이 대통령의 셋째 사위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의 주가조작 의혹 또한 레임덕 시기에 맞춰 다시금 수면 위로 부상할 수 있는 뇌관으로 지목받고 있다.
 
지난 2008년 검찰은 조 부사장의 주가조작 의혹을 포착하고 수사에 나선 바 있다.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한국도자기 창업자의 손자 김영집씨가 운영하던 코스닥업체에 투자해 수억 원을 챙긴 혐의였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 10개월 만에 조 부사장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업체의 ‘내부정보 제공’ 의혹이 다분한 상황에서 내려진 결과로 세간에서는 “역시 ‘봐주기 수사’라고밖에 볼 수 없다”는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못했었다.

레임덕과 퇴임 후
걱정하는 이명박


비리는 척결해야 하고 검찰에 고발당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이처럼 평소와는 다른 기관의 적극적인 행보에 야권과 언론에서는 의도적인 권력기관 동원이었다는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다.
 
지난 9월 이 대통령은 “측근이라고 해서 비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정말 이대로 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대통령 친인척이나 측근이면 측근일수록 더 엄격히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그간 개인적인 일로 선긋기를 하던 모습과는 다른 입장을 보인 것이다.

일찍이 레임덕을 맞고 있는 이 대통령의 퇴임 후가 더욱 더 궁금해지는 요즘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