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줌인] <창피해> 배우 김꽃비

"우리 사랑 얘기, 동네방네 자랑하고 싶어요"

[일요시사=박상미 기자] 생애 다시없을 법한 진한 사랑이었다. 2달간 사랑의 쓴 맛, 단 맛을 다 본 배우 김꽃비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훌쩍 성장했다. 그 후 2년, 기억 속에 차곡차곡 개켜뒀던 사랑이야기를 스크린 위에 내보인다. 12월8일 개봉을 앞둔 영화 <창피해>의 주연을 맡은 김꽃비를 만났다.

여성 퀴어 영화 <창피해>, 김효진과 절절한 동성애 호흡
스크린 데뷔 10년 차, 지나온 캐릭터들이 연기의 원동력

12월 충무로에 특별한 퀴어 영화가 찾아온다. 이번에는 여성이다. 남성의 동성애가 앞서 드라마와 영화에서 소재로 쓰인 바 있지만, 퀴어는 보는 이에게나 만드는 이에게나 여전히 쉽지 않은 재료다. 심상치 않은 시선이 쏠리고 있는 여성 퀴어 영화 <창피해>, 그 스포트라이트의 한 가운데에 김꽃비가 있다.   

사랑에 대해 서로 다른 태도를 보이는 강지우(김꽃비 분)와 윤지우(김효진 분)의 로맨스를 그린 <창피해>의 영문명은 ‘Life is peachy’다. 의미도 어감도 예쁘기 그지없다. 스크린에 펼쳐놓은 두 지우의 사랑이야기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발그레한 복숭아 빛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그냥 ‘사랑’이니까

“사랑이니까요.”

참 ‘예쁜’ 영화 <창피해>에 관해 김꽃비는 간결하고 명료한 답을 내놨다. 김꽃비는 “어떤 사랑이든지 사랑하는 사람들끼리는 늘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퀴어 영화이기 때문에 예쁘게 그려진 것이 아니라 사랑이야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간 국내에서 선보인 퀴어 영화는 지나치게 어둡고 진중하거나 과하게 말랑말랑했다. 정서상 이질감이 큰 만큼 개봉 후 어려움을 겪은 작품도 상당했다. 김꽃비는 퀴어 영화이기 때문에 남다른 시선이 쏠리는 상황에 대해 “동성애라서 예쁘게 포장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 자체에 이미 색안경을 낀 시선이 깔려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창피해>는 힘찬 크랭크인 이후 2년간 개봉일을 기다렸다. 드디어 관객과 만날 날이 정해진 후에는 무엇보다 관객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오는 12월8일 베일을 벗는 <창피해>는 앞서 영화제에 초청됐던 것에 추가 편집을 가한 새 버전이다.  

수정된 개봉판 <창피해>는 김꽃비가 연기한 강지우의 이야기에 무게 추를 몇 개 더 얹었다. 캐릭터의 특징을 더 부각시켜 관객이 한결 편안하게 강지우의 심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김꽃비는 재편집본이 제법 마음에 드는 눈치다. 그는 “(편집 전보다는) 좀 따라가기 쉬워진 느낌”이라면서 “아주 친절한 작품은 아니지만, 그래도 많이 친절해졌다”고 말했다.

극중 강지우는 작품 속 캐릭터 중 유일하게 다른 시공간에서 관객과 만난다. 카메라는 2년 전 사랑 이야기를 조곤조곤 털어놓는 윤지우를 따라 이동하고, 강지우는 윤지우의 말 속에서만 움직인다. 관객에게서 한 발 물러서서 자신과 함께한 시간을 회상하는 윤지우의 입을 통해서만 관객과 대화한다. 관객은 윤지우의 기억에 완전히 의존해 강지우를 만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관객이 강지우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강지우에 대해서는 철저히 관찰자의 입장이 될 수밖에 없는데다 관객과 강지우의 만남에 있어서 매개체 역할을 하는 윤지우의 기억 속에서 의도치 않은 왜곡도 있었을 수 있다. 이타적인 성향이 강한 윤지우와 달리 강지우는 그녀를 경계하느라 진을 뺀다. 김꽃비는 “강지우는 이기적이지 않다. 상처가 많아 그것들을 감추기 위해서 일부러 강한 척하는 아이”라고 역성을 들었다.

첫 사랑, 첫 경험

2002년 <질투는 나의 힘>으로 충무로에 등장한 김꽃비는 이제 경력 10년을 꽉 채웠다. 그리고 <창피해>의 강지우와 만나 배우로서 첫 경험을 했다. 김꽃비는 “그간 연기했던 캐릭터들이 내게 영향을 주고 있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면서 “전에는 몰랐는데 이제야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극중 베드신으로 10년 만에 처음 속살을 내보였다는 표면적인 것 이상의 변화를 경험했다는 이야기다. 김꽃비는 “배우들이 흔히 하는 ‘캐릭터에서 벗어나느라 힘들었다’는 말은 남의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다”면서 “이제와 생각해보니 나는 캐릭터에 서서히 젖어들고 서서히 멀어져서 내가 젖어드는 줄도, 헤어 나오고 있는 줄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더라”고 전했다. 

김꽃비는 <창피해>가 스스로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 작품이니만큼 빨리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어 몸이 달아있다. 극중 모 배우의 대사처럼 ‘동네방네 떠들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한 듯, 입을 열 때마다 눈동자가 푸르게 빛났다.

“기분이 정말 좋아요. 여기저기 자랑하고 싶은 기분이에요. 수줍고 설레서…그래서…창.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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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