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이주현 기자]박근혜 전 대표는 그간 ‘조기 등판론’ ‘탈당설’ ‘신당설’ ‘책임론’ 등 각종 설에 시달렸다. 지난 4년간 대세론을 확고히 굳혀온 박 전 대표에 대한 시기와 질투가 묻어난 구설수 들이었다. 안철수 태풍으로 대세론이 흔들리고 있고 경쟁 대선주자들은 박 전 대표 흠집 내기에 혈안이 되어있다. 그럼에도 박 전 대표는 그간 정중동 자세를 유지하며 각종 설들에 대해 한 발짝 물러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본격 대선행보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칩거 아닌 칩거’를 접고 드디어 치열한 전쟁터에 발을 내딛는 것이다.
11월 말, 대학 강연으로 대권행보 시작 직접 알려
‘해바라기가 해를 향하듯이 국민만을 바라본다’
최근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신당설에 홍역을 치렀다.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이 신당 추진을 공식화하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박근혜 전 대표에게도 불똥이 튄 것이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신당설을 일축하자 한동안 잠잠했던 ‘대표론’이 다시금 떠올랐다. 대세론이 흔들리자 전면에 나서 뭔가를 보여줘야 된다는 것이다.
또한 12월 중순께 통합 전당대회를 추진하고 있는 야당의 움직임에 대응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됐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대표설은) 있을 수도 없는 이야기”라고 거듭 일축했다.
4년 전과 동일하게
대학 강연으로 시작
이런 ‘설’들은 대세론이 흔들렸다고는 하지만 박 전 대표의 영향력과 파워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여권에서 대안론으로 구체적인 인물들이 거론되고 자신을 견제하는 ‘반 박근혜’ 성격의 신당이 창당된다 해도 박 전 대표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 보인다. 언제나 그랬듯 자신의 템포에 맞춰 묵묵히 ‘대권계단’을 밟아 올라가고 있다.
오래 전부터 나오라는 갖은 등판 요구에도 답답하리 만큼 침묵으로만 일관하던 박 전 대표의 심경에 변화가 생긴 것일까. 이번에는 그간 있었던 각종 추측이나 측근의 의견이 아닌 박 전 대표가 직접 자신의 대권행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나서 주목을 끌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16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중소상공인대회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학생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고 제 얘기도 하겠다”면서 사실상 출격을 선언했다.
이정현 의원도 “이달 말에서 12월 초 사이에 지방대 강연을 시작으로 박 전 대표가 활발하게 활동을 할 것”이라며 시점 또한 못 박았다. 이 의원은 이어 “그동안 박 전 대표가 무대 위에서 이야기했다면 이제는 무대 아래서 듣는 위주로 다가서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대선 경선 때도 대권행보의 시작을 대학 강연에서 했다. 이 때문에 내년 대선을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은 이달 말이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재 박 전 대표가 어느 지역의 대학에서 첫 강연 스타트를 끊을지는 미정이지만, 과거 ‘내미는 손을 잡는’ 방식이 아니라 ‘먼저 손을 내밀고 다가가는’ 방식으로 전환할 것으로 측근들은 전했다.
그렇다고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꼽히는 안 원장의 ‘청춘콘서트’ 방식을 따라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측근은 최근 ‘청춘콘서트’를 따라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드림토크’와 <나는 꼼수다>를 따라한 <홍준표의 라디오스타>를 의식한 탓 인이지 ‘박근혜 형식’의 강연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측근은 “기존에는 무대에 올라 이야기를 하고 들었다면, 이제는 무대에서 내려와 함께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면서 “이는 청춘콘서트와도 전혀 다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존에 ‘수첩공주’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즉흥적인 만남과 대화의 시간도 충분히 가질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 지나칠 정도로 준비된 답변만 내놔 ‘수첩에 적힌 것만 이야기 한다’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지난 10·26 재보선 지원 유세에 나섰던 당시 한 커피전문점에서 여중생들과 30분 이상 자유롭게 대화한 것이나, 택시를 잡아타고 기사와 이야기를 나눈 것이 같은 맥락이다.
좀 더 유연하고 친근한 이미지로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 현장에서 즉석 간담회를 하거나 예정되지 않은 대화의 시간을 만들겠다는 이야기다.
정책 행보는 이미 시작된 만큼 기존에 발표한 정책들을 보완해 나가며 분야를 확대화 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박 전 대표는 조만간 장기 성장 전략과 노동시장 활성화 전략, 미래 먹거리 산업 전략 등 국가 성장 정책을 잇달아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 측 관계자는 “그동안 고용과 연계시키기는 했지만 박 전 대표 정책의 초점이 ‘복지’에 맞춰져 있었다”며 “골고루 잘살게 하는 게 목표라면 그 핵심 수단은 경제 성장일 수밖에 없다. 성장에 대한 박 전 대표의 비전을 곧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앞으로는 기존에 발표한 정책을 정교화하고 경제·교육·여성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계획을 밝힐 전망이다. 다만 이런 와중에서도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배려가 담긴 정책을 더 강조하겠다는 계획이다.
대권행보의 콘셉트도 정해졌다. ‘해바라기가 해를 향하듯이 국민만을 바라본다’는 의미로, 최근 각종 선거를 통해 나타난 국민의 불만을 파악해 해법을 마련하겠다는 뜻인 ‘국민바라기 정치’를 대권 콘셉트로 정했다.
안철수와는 다르다
‘박근혜 형식’ 강연
대권행보를 시작한 박 전 대표는 당내 권력지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위기감을 느낀 친이계가 박세일 이사장의 신당과 교감을 나눈다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으며, 이에 박 전 대표는 쇄신파와의 연대설이 떠돌고 있다.
이에 연말 당 쇄신 국면에서 정치와 정책 분야에서 친박과 쇄신파의 연대가 강화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만약 박 이사장과 친이계가 손을 잡고 신당을 만든다면 친박계는 쇄신파와 손잡고 한나라당을 이어 갈 것으로 여겨진다. 결국 한나라당이 ‘두나라당’으로 재편되는 것이다.
당내 권력지형에도 영향력, 쇄신파와 연일 교감
새롭게 떠오르는 ‘쇄-박 연대’로 당 장악한다?
박 전 대표는 최근 쇄신파 의원들과 긴밀한 교감을 나누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당내 초선 쇄신파의 맏형 격인 김성식 의원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 지난 1일엔 자신이 주최한 고용·복지 세미나의 사회를 김 의원에게 맡긴 바 있어 두 사람 간의 관계설정이 주목된다.
지난 15일에는 한·미FTA 여야 합의 처리를 주장하며 단식 농성 중인 정태근 의원을 찾아 “몸 잘 추스르라”고 안부를 전하기도 했다. 박 전 대표는 다음달 2일 열리는 권영진 의원의 출판기념회에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 주변에선 이미 양쪽이 교감을 나눈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박 전 대표는 쇄신파 의원들을 한나라당의 변화를 추진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세력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측근도 “안면이 없는 사람에게 선뜻 다가서지 않는 게 박 전 대표의 스타일인데, 쇄신파 의원들에게 가까이 다가서는 것을 보면 서로 개별적인 접촉을 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평소 쇄신파 의원들이 주장하는 정책이나 법안을 유심히 봐왔다고 한다.
박 전 대표의 행보가 정책적인 차원을 넘어 정치적인 외연 확대 차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박 전 대표의 한 참모는 “큰 틀에서 보면 합리적인 의원들부터 품고 같이 가겠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박 전 대표로서는 쇄신파와의 연대를 통해 당이 친박에 치중됐다는 이미지와 20~40세대의 지지가 공고하지 않다는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한 수도권 초선의원도 “당 쇄신 국면에서 함께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양쪽 모두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한·미FTA 국면 이후 닥칠 당 쇄신 국면에서 ‘쇄-박 연대’가 실체를 드러내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이정현 의원은 “당 내 편가르기 차원이 아닌, 국민의 삶을 챙긴다는 차원에서 합리적인 의원들과 뜻이 맞으면 같은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가시화 되는
‘쇄-박 연대’
이처럼 아무리 대세론이 흔들리고 있다는 박 전 대표이지만 그의 움직임에 여권이 요동치고 있다.
그를 흠집 내기 위한 세력도 숱하게 많지만 박 전 대표는 담담해 보인다. 그만큼 그가 가지고 있는 ‘보수의 차기 대통령’ 이미지가 강하고 여권에서 가지는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미래권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 4년을 ‘이를 갈고’ 준비한 첫 발을 내딛은 것이다. ‘안철수 신드롬’에 맞선 그의 영향력과 파급력은 어디까지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