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국감 결산] 논란과 화제 ‘결정적 장면 10’

소문난 잔치 볼 것만 많았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국정감사였다. 올해 국감 역시 논란과 성과, 그리고 여러 가지 볼거리를 남겼다. 국감 본연의 의미와 부합한 의원들이 있는 반면 오히려 여론의 비판을 받게 된 경우도 있었다. <일요시사>는 10월 한 달 간 펼쳐진 ‘국감 주요 장면’을 모아봤다.
 

2018 국회 국정감사는 지난 10일부터 29일까지 20일간 진행됐다. 국회는 이 기간 동안 국정 전반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며 행정부를 견제·감시하게 된다. 조사 대상이 국정 전반에 해당되다 보니 그 범위가 워낙 광범위하다. 

국감 성적표
A부터 F까지

국회는 그 연유로 분야별 상임위원회를 구성한다. 국회의원은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각 분야를 맡게 된다. 법제사법위원회에 법조계 출신 의원들이 상당수 포진된 것과 같다. 현재 20대 국회에 18개의 상임위가 있다. 국회의원은 국감에 필요한 서류, 증언, 의견 등을 요구할 권리가 주어진다. 국감의 하이라이트라 볼 수 있는 증인 출석 요구도 마찬가지다.

국감 시즌에 국회를 향한 이목은 여느 때보다 집중된다. 국회의원들은 그간 준비했던 자료를 바탕으로 질의를 이어간다. 여론 형성의 적기인 만큼 행정부 견제에 효과적이고, 본인들의 존재감을 부각시킬 수 있는 기회의 장이다. 

그 까닭에 무리수를 두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톡톡한 성과를 내놓기도 한다. 이번 국감 역시 마찬가지였다.


올해 국감은 첫날부터 때 아닌 고양이 논란으로 떠들썩했다. 사건의 주인공은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김진태 의원. 김 의원은 국정감사장에 ‘벵갈 고양이’를 데리고 왔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인 김 의원은 지난 1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서 열린 국무조정실·총리비서실 국감서 우리에 갇혀 있는 벵갈 고양이를 소개했다. 

김 의원은 “지난 9월18일 대전동물원에서 탈출했다가 사살된 퓨마와 비슷하게 생긴 동물을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북정상회담을 하는 날 눈치도 없는 퓨마가 탈출해 인터넷 실시간검색 1위를 계속 차지했다. 그랬더니 NSC(국가안전보장회의)가 소집된 게 맞느냐”고 물었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절대 사실이 아니다. 내가 회의 멤버이기 때문에 안다”고 답변했다. 

같은 상임위 소속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이날 오후 국정감사서 “고양이의 눈빛이 상당히 불안에 떨면서 사방을 주시했다”며 “국감장, 상임위장에 동물을 데려오는 것을 금지해달라. 꼭 필요하면 여야 합의 하에 회의장에 데려오기로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날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문체위) 국정감사도 화제가 됐다. 선동열 야구 대표팀 감독은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 게임 야구대표팀 선발 논란’과 관련해 증인으로 출석했다. 해당 상임위 소속 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선 감독에게 날선 비판을 이어갔지만 되레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20일간 진행 18개 상임위원회 총출동
대장정 마무리…피감기관에 송곳질의 


선 감독이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한 것은 ‘일부 선수에게 병역 특혜를 제공하기 위해 국가대표로  선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손 의원은 선 감독의 연봉과 근무 형태 등을 캐물으며 본질서 벗어났다는 호된 비판을 받았다.

손 의원은 ‘판공비를 포함해 연봉 2억을 받는다’는 선 감독의 대답에 “KBO 관계자한테 연봉 2억에 판공비는 무제한으로 처리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선 감독이 “전혀 아니다”라고 하자 손 의원은 “더 알아보겠다”며 질의를 이어갔다. 손 의원이 제기한 판공비 의혹은 여기까지였다.

이어 손 의원은 “선수를 관찰하러 현장에 자주 나오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선 감독은 “TV로 5경기를 동시에 시청하는 게 더 낫다”고 대답했다. 

프로야구는 월요일을 제외한 모든 요일에 경기가 3∼4시간씩 열린다. 게다가 경기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 5시간을 넘기기도 한다. 현장 관찰보다 TV로 동시에 관찰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손 의원은 “그 우승(아시안게임 금메달)이 그렇게 어렵다고 다들 생각하지 않는다”며 언성을 높였다. 이 발언이 바로 여론의 역풍이 거세진 결정적 이유였다. 오히려 선 감독에 대한 동정론이 일 정도였다.

이와 달리 이슈를 주도한 의원들도 있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과 한국당 유민봉 의원은 각각 ‘사립유치원 비리 의혹’과 ‘서울교통공사 채용 비리 의혹’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번 국감을 통해 사회를 강타한 최대 이슈로 꼽힌다.

한쪽은 역풍
한쪽은 주도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인 박 의원은 지난 11일 비리 유치원 명단을 공개했다. 박 의원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지난 2013∼2017년 동안 감사를 벌인 결과 전국 1878개 사립유치원서 5951건의 비리가 적발됐다고 밝혔다. 

유치원 교비로 원장이 핸드백을 사고, 노래방과 숙박업소 이용비로 쓰이기도 했다. 심지어 성인용품 구입에도 교비가 쓰였다. 사회적 공분이 일었고, 학부모들의 시위가 이어졌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이하 한유총)의 대응은 강경했다. 한유총은 사태가 발발하자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개 사과를 했지만 곧바로 MBC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MBC가 감사 결과를 실명으로 공개한 것에 대해 ‘시도교육청 감사 결과 공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이다.
 

박 의원에 대한 소송 움직임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의원은 지난 17일 자신의 SNS 페이스북을 통해 “처음 비리유치원 명단 공개를 결심할 때부터 어느 정도 각오는 했지만 막상 닥쳐오니 걱정도 되고,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면서도 “소송 위협에 굴하지 않고 유치원 비리 해결의 끝을 보겠다”고 정면 대응을 예고했다. 

한유총의 소송 소식에 박 의원을 향한 응원과 후원금이 급증했다.


박 의원은 최근 ‘박용진 3법’을 발의했다. 박 의원은 지난 23일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박 의원을 대표 발의자로 민주당 의원 129명이 전원 이름을 올렸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이하 행안위) 소속 유 의원은 지난 18일 서울시 국정감사서 서울교통공사 채용 비리 의혹을 언급하며 포문을 열었다.

지난 2016년 5월 ‘구의역 김 군 사고’ 이후 서울시가 대책으로 내놓은 ‘정부 산하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과정’서 재직자의 친인척 상당수가 정규직으로 채용됐다는 것이 골자다. 

유 의원은 해당 의혹을 지난해 9월 국정감사에서도 꺼내든 바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자료가 부족해 의혹 제기에 머물렀다. 유 의원은 이후 1년 동안 관련 자료를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 의원이 제기한 서울교통공사 채용 비리 의혹 논란은 일파만파로 퍼지는 형국이다. 한국당은 지난 3월1일자로 무기계약직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서울교통공사 직원 1285명 중 108명이 재직자의 친인척이라는 점에 대해 고용세습이라며 비판했다. 

한국당은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민주평화당 그리고 정의당 등과 함께 이번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맷돌부터 
로봇까지

서울시는 감사원 감사가 우선이란 입장이다. 정치공세에 대한 경고도 덧붙였다. 윤준병 서울시 행정1부시장은 지난 24일 서울시청 신청사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는 한 점의 의혹도 남겨서는 안 된다는 판단 아래 의혹들에 대한 보다 객관적이고 확실한 검증을 위해 지난 23일 감사원 감사를 청구했다”고 밝혔다. 

윤 부시장은 “일부 정치권서 가짜뉴스 등을 확대 양산해 진실을 거짓으로 호도하고 있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는 부분에 대해선 분명한 책임을 묻겠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한편 이번 국감에선 눈길을 사로잡는 다양한 소품들이 등장했다. 소총과 로봇부터 한복과 맷돌 등이 모습을 드러냈다. 적절한 ‘퍼포먼스’였다는 평가와 함께 ‘쇼’라는 비판이 동시에 흘러나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기정통부) 소속 한국당 박대출 의원은 과기정통부 국감에 맷돌을 가지고 왔다. 크기가 작은 맷돌이었다. 

박 의원은 맷돌을 보이며 유영민 과기정통부장관에게 “맷돌 손잡이를 뭐라고 부르는지 아느냐”라며 “어처구니라고 한다. 기업이 일자리를 만든다는 당연한 말을 대통령이 하는데 이게 기사가 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에 이어 같은 당 박성중 의원은 가정용서비스 로봇을 꺼내들었다. LG전자가 올 연말 출시할 제품 ‘클로이’였다. 박 의원은 로봇을 향해 “의원님들께도 인사 한 번 드리자, 헤이 클로이!”라고 말했지만 생각만큼 로봇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로봇이 재차 응답하지 않자 박 의원은 “내가 사투리를 쓰니까 서울 로봇은 못 알아듣는가 보네”라며 헛웃음을 지었다. 결국 클로이는 인사말을 전했고, 박 의원은 “아주 잘했어”라며 로봇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박 의원은 “국내 산업용 로봇은 근로자 1만명당 531대 수준으로 세계최고 수준이지만 서비스용 로봇은 그렇지 않다”며 질의를 이어갔다.

국감장에 소총이 등장하기도 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민주당 김병기 의원은 K-11 복합형소총을 가져왔다. 

김 의원은 “K-11은 내구도와 명중률이 현저히 떨어져 총기로서 기능을 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이제라도 개발을 중단하고 현대전에 필수적인 개인용 무전기와 야간투시경, 주·야간 조준경 등을 보병전투원 전원에게 지급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촉구했다. 김 의원 관계자는 해당 소총을 견착해 조준 자세를 선보이기도 했다. 

문체위 국감에는 한복과 태권도복이 등장했다. 바미당 김수민·이동섭 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두 의원은 한복과 태권도복을 직접 입고 국감장에 출석했다.

주목받은 국감 스타는 누구?
다양한 소품·의상으로 눈길

김 의원은 지난 16일 개량 한복을 입고 문화재청 국감장에 나타났다. 이날 김 의원은 “종로구청이 퓨전 한복은 고궁 출입 시 무료 혜택을 주지 않기로 하고 문화재청 가이드라인을 따르겠다고 했다”며 “한복의 기준을 가볍게 다루고 있다는 우려가 든다”고 말했다. 
 

최근 종로구청은 고궁 출입 시 한복을 입고 올 때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그러나 개량 한복은 혜택 대상서 제외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김 의원은 “개량 한복의 아름다움에 많은 관람객들이 경복궁을 찾는다”며 “한복에도 다양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선 감독에 대한 질의로 여론의 역풍을 맞았던 손 의원이 김 의원 옆 자리에 앉아있었다. 손 의원 역시 이날 개량 한복을 입고왔다. 유명 디자이너 출신인 손 의원은 패션 개량 한복을 선보였다. 공교롭게도 김 의원 역시 선 감독을 향한 부적절한 내용의 질의로 도마에 오른 적이 있었다. 

김 의원은 당시 문체위 국감서 선 감독에게 무기명으로 처리된 두 선수의 기록이 적혀있는 판넬을 보이며 “누구를 뽑겠느냐”고 질문했다. 두 선수는 오지환 그리고 김선빈 선수였다. 오지환 선수는 당시 제기됐던 선수 선발 논란의 중심에 있던 인물이었다. 

기록으로 봤을 때 김선빈 선수를 뽑는 게 상식적이지만 대표팀에는 오지환이 올랐다. 문제는 김 의원이 제시한 자료가 작년 통계였다는 것이다. 대표팀 명단 발표는 지난 6월에 있었다. 

김 의원 역시 손 의원과 함께 ‘야알못(야구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비판을 받은 두 의원이 나란히 개량 한복을 입고 국감장에 출석한 셈이다. ‘문화적 상상력’을 언급한 안민석 문체위원장의 제안과 한복의 대중적 확산을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야구와 관련된 비판이 꺼지지 않던 시점이라 두 의원에 대한 시선은 그리 곱지만은 않았다.

존재감 부각만
부작용도 있어

문체위 소속 이 의원은 지난 18일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12개 기관에 대한 국감서 태권도복을 입고 등장했다. 태권도 공인 9단인 이 의원은 “지난 3월 본회의서 의결한 ‘태권도 국기 지정법’이 오늘부터 시행된다”며 “그것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문화계 산하기관 국감임에도 도복을 착용했다”고 설명했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여의도 신입생 국감 성적표

지난 6·13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당선된 12명의 ‘국감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당시 재보선에서 당선된 12명은 최재성, 김성환, 맹성규, 윤준호, 윤일규, 송갑석, 송언석, 이상헌, 이후삼, 이규희, 서삼석, 김정호 의원이다. 4선의 최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들은 모두 초선이다. 

여의도 신입생들은 이번 국감서 결정적인 장면을 남기지 못했다. 대부분이 초선인 데다 국감을 준비할 시간이 촉박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생활 밀착형 정책을 제안하면서 이목을 끌었다.

최 의원은 보충역 관리문제, 김 의원은 리콜 조치 대상 장난감의 시중 유통 문제, 맹 의원은 의료사고 등을 지적했다.

송갑석·송언석 의원은 각각 전통시장 소화 설비 문제와 광주 아파트값 문제를, 윤준호·윤일규 의원은 각각 강원도 라돈 수치 문제와 대리수술 의혹을 꺼내들었다.

이상헌·이후삼·이규희 의원은 차례로 도서정가제 점검, 서울 노후 하수관 문제, 교차로 신호등 시간 표시제 등을 제시했다. 또한 서 의원은 동해안 바다 사막화 문제를, 김 의원은 민자 고속도로 요금 문제를 제기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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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