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되면 울릴’ 정계개편 총성

거대 야당이 꿈틀댄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정계개편의 바람이 여의도 국회를 관통하고 있다. 한국당은 바미당에게 연일 러브콜을 보내고 있고, 평화당 내부에선 일부 의원들의 탈당설이 제기됐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치권 셈법이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다만 정계개편의 바람은 선거제 개편에 달려있다는 게 중론이다. 선거제 개혁을 논의할 국회 정개특위의 활동기한은 12월31일까지다. 그 결과에 따라 개편 여부가 가시화될 전망이다.
 

정치권 최대 이슈로 정계개편이 손꼽히고 있다. 사실 20대 국회서 정계개편 이슈는 더 이상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정계개편은 이미 지난 6·13지방선거 이후 한 차례 국회를 뒤흔든 바 있다. 개편 가능성을 두고 여러 가지 경우의 수와 각종 시나리오가 흘러나왔다. ‘양당제 체제로의 회귀’까지 언급됐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다당제 체제
깔끔히 정리?

현재 국회는 다당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2020년에 치러질 총선이 차츰 가까워지면서 개편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형국이다.

정계개편 이슈가 국회를 덮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전원책 조직강화특별위원회(이하 조강특위) 위원의 ‘보수단일대오 형성’ 발언 때문이다. 

전 위원은 지난 4일,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행 대통령제를 계속 고수한다면 소선거구제와 양당제로 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라며 “내년에는 보수 통합 전당대회로 가야 되고, 보수단일대오로 가는 것이 국민의 뜻”이라고 밝혔다. 


전 위원은 최근까지도 연일 ‘보수단일대오’를 주장하고 있다.

전 위원의 보수단일대오를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이 나왔다. 그 중에서도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과의 통합 가능성이 대두됐다. 한때 보수라는 가치아래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였기 때문이다.

바미당 소속 의원들 중 일부는 과거 한국당 의원들이었다. 이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새누리당(한국당의 전신)을 탈당하면서 바른정당을 창당했다. 그러나 소속 의원들의 한국당 복당으로 바른정당은 위기를 겪었다. 바른정당은 훗날 국민의당과 합당했고, 오늘날의 바미당이 창당됐다.

그 연유로 전 위원의 보수단일대오 발언에 바미당이 가장 먼저 언급됐다. 바미당은 지난 6월 지방선거 이후 제기된 정계개편서도 한국당과의 통합이 거론된 바 있다.

한국, 연일 바미당 향해 러브콜
바미, 집안 단속 나서며 선긋기

그러나 바미당 손학규 대표는 한국당과의 통합 가능성에 대해 연일 선을 그었다. 손 대표는 지난 15일 다소 격앙된 상태로 “한국당과의 통합이라는 건 전혀 없다”며 “만약 우리 당에서 갈 사람이 있으면 가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중도우파의 새로운 통합은 바미당을 중심으로 이뤄지지 적폐 청산 대상인 한국당으로 안 된다”며 “한국당은 다음 총선에서 없어질 정당”이라며 작심한 듯 비판을 이어갔다.


한국당의 보수단일대오와 손 대표의 ‘갈 테면 가라’가 충돌하는 양상이다. 한국당은 보수 통합을 외치며 바미당을 흔들고 있다. 바미당은 지난 6월 지방선거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고, 이후 지지율 답보상태서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손학규호가 출범했지만 취임 100일도 지나지 않은 시점서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고질적인 당내 통합 문제도 큰 부담이다. 바미당은 손 대표 취임 이후 내부 통합 문제로 잡음이 잦아드는 형국이었지만, 최근 당 통합 문제가 다시금 불거져 나왔다. 이는 당 정체성 논란으로 번졌다.

바미당은 최근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안을 두고 당내 갈등이 수면위로 부상했다. 바미당 투톱인 손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는 판문점 선언 비준안에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언주·지상욱 의원 등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지 의원은 당의 정강·정책과 함께 지도부의 신임을 묻기도 했다. 바미당 지도부는 지난 8일 의원총회에 조명균 통일부장관을 초청해 당내 갈등을 매듭짓고자 했다.

이 의원은 자신의 SNS 페이스북을 통해 “다른 전문가를 모셔서 듣든가 할 일이지 장관을 부르다니 여당이라도 된 줄 착각한 모양”이라며 “아예 대놓고 2중대가 되기로 한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아예 총회에 불참했다.

지선 이후
다시 화두로

지 의원은 의총에 참석해 “조 장관의 의견 개진을 공개가 아닌 비공개로 하겠다고 했고, 일정을 따로 잡아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에 반대하는 전문가의 시간을 잡아주기로 해서 오늘은 그냥 넘어가도록 하겠다”며 한 걸음 물러섰다. 

다만 지 의원은 손 대표가 이날 오전 국회 비준안에 반대하는 이들을 향해 “냉전적 안보관을 탈피하고, 평화 프로세스서 당당한 야당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바미당에는 냉전적 안보관을 가진 의원은 없다. 걱정 말라”며 완전히 물러서진 않았다. 

바미당은 의총 이후 판문점 선언 비준에 대해 “국회 비준대상은 아니다”라며 “대신 당 차원의 지지결의안을 추진하겠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당내 갈등과 지지율 답보 등 회복세를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서 한국당의 보수단일대오 발언은 바미당에게 달갑지 않다. 현행 소선거구제로 2020년 총선이 치러질 때 바미당의 선전은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바미당은 이미 지난 6월 지방선거서 참패에 가까운 성적을 냈고 지지율도 좀처럼 상승하지 못하고 있다. 손 대표는 당의 상황을 고려해 “갈 테면 가라”며 사실상 집안 단속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도 정계개편의 바람을 정면으로 맞고 있다. 평화당 초선 의원들의 ‘탈당설’이 새어나오면서 어수선한 분위기다. 탈당설의 중심에 있는 인물은 김경진·이용주 의원이다. 김 의원과 이 의원은 왕성한 대내외 활동으로 평화당의 주력 인물로 평가받는다. 다만 이들의 탈당은 당장 일어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 의원은 지난 11일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12월 이후 탈당이 있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선거법 개정이라든지 정계개편의 방향을 알아보고 필요하다면 탈당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 의원은 “김 의원과 저는 12월 이전에 탈당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이 정계개편의 시기를 12월로 한정한 까닭은 그 시기에 마무리될 선거제 개편 논의 때문이다. 현행 소선거제로 다가오는 2020 총선을 치르기엔 평화당에게 다소 무리가 있다. 저조한 지지율 탓이다. 

바미당 역시 마찬가지다. 그 연유로 바미당과 평화당을 이끄는 정동영 대표와 손 대표는 취임 전후로 선거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강하게 피력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취임 이후 “당 명운을 걸고 선거제 개혁을 이뤄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손 대표 역시 선거제 개혁을 “정치적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두 당은 정의당과 원외정당 그리고 시민단체 등과 함께 선거제 개편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이들이 주장하는 선거제 개혁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란 지지율에 따라 의석수가 결정되는 것으로 현행 소선거구제보다 국회 진입장벽이 낮다.


여야는 지난 16일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구성에 합의했다. 정개특위는 선거제 개편을 논의하는 창구다. 정개특위는 지난 7월26일 국회 본회의에서 구성안이 의결됐지만 원 구성을 두고 여야 간 합의가 늦춰졌다.

정개특위의 활동시한은 오는 12월31일까지다. 이 의원이 정계개편의 시기를 12월로 한정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선거제 개편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오는 2020 총선은 소선거제로 치러질 공산이 크다. 바미당과 평화당은 현재 지지율로 가시적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정개특위가 내놓을 결과물에 따라 양당 소속 의원들의 ‘정치적 결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개특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지난 18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공감대가 높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전제로 여러 가지 쟁점들을 조율할 것”이라며 사실상 선거제도 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잡음 들리자
바로 흔들기?

바미당과 평화당을 비롯한 정의당 등 소수 3당은 선거제 개편에 적극 동의하고 있지만 관건은 거대 양당이다. 현행 선거제도가 민주당과 한국당에게 유리한 만큼 양보를 이끌어내야 한다.

민주당은 원내 정당 가운데 연일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위인 한국당과도 그 격차가 크다. 민주당은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압승한 것처럼 이번 총선서도 ‘민주당 바람’을 기대하고 있다. 민주당의 양보가 관전 포인트인 까닭이다.

한국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보다 중·대선거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6월 지방선거서 크게 패배한 한국당으로선 한 선거구서 한 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것보다 두 명 이상을 뽑는 게 유리하다. 한 선거구서 민주당 등에게 1등자리를 줘도 2등자리만큼은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야 간 간극이 드러나면서 정개특위의 합의는 요원해질 전망이다. 특히 정개특위의 활동 시기는 두 달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또 국회는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위원회’의 구성 법정기한(총선 18개월 10일 전인 지난 15일)을 넘긴 상태다. 논의에 속도가 필요한 만큼 여야의 첨예한 갈등이 선명해질 전망이다.

정개특위 구성, 활동 12월까지
선거제 개편 불발시 이합집산?

여야가 선거제 개편 합의에 실패한다면 바미당과 평화당 의원들의 움직임이 주목을 받을 공산이 크다. 이미 한국당이 보수단일대오를 외치며 바미당을 흔들어 놓은 상황이다. 바미당 소속 의원들의 한국당 행이 가시화될 경우 민주당서도 상응한 조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결국 의석수 대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평화당 의원들의 탈당이 이뤄진다면 민주당으로선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평화당 의원들의 진영은 한국당보단 민주당에 가깝기 때문이다. 반면 최근 한국당에선 ‘태극기 부대’를 통합의 대상이라 밝히면서 바미당 의원들의 한국당행은 가능성이 다소 낮아졌다는 해석이다. 
 

전 위원은 지난 15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과의 인터뷰서 태극기 부대에 대해 “(그분들은)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가장 열렬한 지지자였다. 극우가 아니다”라며 “그러면 그들을 보수 세력에서 앞으로 제외할 것이냐, 그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손 대표는 지난 17일 “태극기 부대까지 통합 대상이라며 수구세력의 몸집 부풀리기에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하태경 최고위원 역시 “보수대통합의 전제가 극우라는 것이 증명됐다”며 공세를 이어갔다. 한국당의 태극기 부대 발언으로 선거제 개편이 불발되더라도 바미당 의원들의 한국당행은 전보다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선거제 개편의 가능성이 낮다는 게 중론이지만 극적인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하긴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과 문희상 국회의장이 선거제 개혁에 적극적인 까닭이다. 문 대통령은 선거제 개혁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문 의장은 “선거제 개편에 합의하면 정치개혁을 제일 잘 한 국회가 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한편 최근 각 정당의 지지율은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 지난 18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15∼17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502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정당 지지도에 따르면 민주당 42.3%로 선두를 지켰다. 이어 한국당이 20%로 2위를 기록했고, 정의당9.8%, 바미당6.6%, 평화당 3.1% 순이었다.

보수 통합설
민주당 조치는?

이번 여론조사는 무선 전화면접(10%),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방식,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5%포인트로 응답률은 7.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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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