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떨고 있는 지자체장 백태

겉으론 보무당당 속으론 전전긍긍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최근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이 지사의 혐의는 지난 지방선거 때부터 시작됐고, 당선 이후에도 논란은 끊이질 않았다. 이 지사가 선거과정서 불거진 의혹으로 경찰수사를 받게 되면서 몇몇 당선인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실제로 이 지사처럼 선거 당시 제기된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당선인들이 꽤 있기 때문이다.
 

난 6·13지방선거는 여느 선거 때와 다름없이 혼탁했다. 특히 후보 간 ‘의혹 공방’이 첨예했다. 당선인들은 치열한 선거전 끝에 당선의 기쁨을 맛봤지만 후유증을 남겼다. 선거를 치르면서 고소·고발이 난무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선거 이후 수사에 착수했다. 몇몇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일부는 검·경 수사를 받는가 하면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끝나지 않은 선거
고소·고발 난무

선거법 위반 혐의와 관련된 사건 중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던 건 이재명 경기도지사다. 이 지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때 이름을 날렸고, 잠룡으로 불리며 대권 주자로 수직 상승했다. 

이 지사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선 경선에 뛰어들며 경쟁력을 과시했지만 당시 문재인 후보에게 밀려났다. 이 지사는 6월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재기에 성공했다.

이 지사는 당선 이후 성남시장 시절 선보였던 ‘성남형 복지 정책’을 경기도에 안착시키고자 했다. 그러나 이 지사는 선거 과정 당시 불거진 의혹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 지사는 ‘여배우 스캔들’ ‘친형 정신병원 강제입원’ 의혹 등과 정면으로 마주했다.


지난 12일 이 지사는 친형 강제 입원과 관련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이 지사가 성남시장 재직 당시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시켰다는 의혹에 따른 수사였다. 경기 분당 경찰서는 이 지사의 자택과 성남시청 통신기계실 등 4개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경찰이 이 지사의 친형 의혹을 본격적으로 수사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바른미래당 성남적폐진상조사특별위원회의 고발에 따른 것이다. 특위는 지방선거가 열리기 3일 전인 지난 6월10일 이 지사를 허위사실 공표죄 등으로 고발했다. 이 지사가 친형 강제 입원 의혹을 부인했다는 이유에서다.

이 지사는 이날 오전 자택을 나서며 “사필귀정을 믿는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 지사는 “이명박·박근혜정권 때도 문제가 되지 않은 사건인데, 6년이 지난 이 시점서 왜 이런 과도한 일이 벌어지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경찰은 이번 압수수색이 지난 7월 있었던 압수수색의 연장선이라고 밝혔다. 당시 경찰은 분당보건소와 성남시정신건강증진센터, 국민건강보험공단 성남남부지사 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벌인 바 있다.
 

이 지사는 지난 16일엔 자진 ‘신체검증’에 나섰다. ‘여배우 스캔들’의 당사자인 배우 김부선씨가 제기한 신체 비밀을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해서였다. 신체 비밀 논란은 지난 4일, SNS 트위터 등에서 퍼진 김씨와 공지영 작가의 음성파일이 단초가 됐다. 

음성파일에서 김씨는 “이 지사의 신체 한 곳에 큰 점이 있다”며 “법정서 최악의 경우 꺼내려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지사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및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진흙탕 선거, 당선 되고도 노심초사
직접 신체 검증…의혹 일축에 안간힘


이 지사는 이날 수원 아주대학교병원 웰빙센터 진료실서 7분간 신체 검증을 받았다. 신체 검증을 위해 아주대 성형외과·피부과 전문의 각각 1명씩 참여했다. 검증에 참여한 아주대학교 의료진은 “녹취록에 언급된 부위서 점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동그란 점이나 레이저 흔적, 수술 봉합, 절제 흔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김용 경기도 대변인은 “오늘 공개검증은 더 이상 불필요한 논란으로 도정이 방해받아선 안 된다는 이 지사의 확고한 결심에 따라 진행됐다”며 “자연인 이재명에게 매우 참담하고 치욕스런 일이지만 공인으로서, 도지사로서 책무를 다하고자 검증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이 명백하게 밝혀진 만큼 소모적 논란이 모두 불식되길 바란다”며 “이 지사가 차분하게 도정에 집중할 수 있도록 협조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이 지사는 ‘혜경궁 김씨’ ‘조폭 유착설’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최근 들어 이 지사는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 강경 대응하는 모양새다. 경찰 수사에 따라 불가피하게 입장을 밝히는 것과 다소 결이 다르다. 

이 지사는 ‘의혹의 꼬리표’를 잘라내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하고 있다. 여러 의혹으로 정치적 타격을 입으면서 도정활동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지사가 지난 8일 맞이한 취임 100일에서도 그간의 성과와 함께 각종 논란들이 언급됐다.

당선 후 의혹
수사 받기도

이 지사 외에 지방선거 전후 불거졌던 의혹으로 수사를 받게 된 당선인들이 다소 존재한다. 이 지사처럼 자택 등을 압수수색 당한 경우부터 검찰에 송치되거나 당선 무효형을 선고 받는 등 그 형태도 다양하다.

김진규 울산 남구청장은 공직선거법위반과 정치자금법위반 혐의로 자택 등을 압수수색 당했다. 울산지방검찰청 공안부는 지난 13일 오전 수사관들을 김 구청장의 집무실과 남구에 있는 자택 등에 보내 2시간가량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울산시선관위가 지난 4일 김 구청장과 선거사무원 1명, 선거사무소 자원봉사자 2명을 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것에 따른 조치다. 김 구청장은 지난 6월 지방선거서 당선된 단체장 가운데 전국서 최초로 선관위에 의해 검찰에 고발된 사례가 됐다. 
 

김 구청장은 지난 6월 지방선거 과정서 선거사무원과 선거사무소 자원봉사자 등에게 선거운동의 대가로 1600여만원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매수 및 이해유도죄)에 따르면 후보자가 자원봉사자에게 선거운동과 관련해 대가를 제공하면 7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매길 수 있다.

회계책임자가 아니었던 자원봉사자 2명은 지난 3∼5월까지 선거운동 물품 제작비 등 총 140여건과 8700여만원에 이르는 선거비용을 지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구청장은 예비후보 당시 회계책임자를 겸임했는데, 이들이 이를 대신해 선거비용을 지출한 것이다. 

정치자금법(선거비용 관련 위반행위에 대한 벌칙)에 따르면 회계책임자가 아닌 자가 선거비용을 지출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김 구청장에 대한 압수수색 소식이 이어지자 지역 야당은 크게 반발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울산광역시당 김종섭 대변인은 김 구청장의 압수수색이 있던 다음날 논평을 통해 “이쯤 되면 김 구청장의 정상적인 업무가 불가능하다고 보여진다”며 “스스로의 사퇴가 답”이라고 잘라 말했다.

울산시 남구의회 한국당 소속 의원들도 김 구청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안대룡 부의장 등 7명은 지난 16일 남구청 프레스센터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구청장은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직접 해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부의장은 “이 사태가 길어지면 남구민들은 행정에 불신을 느낄 것”이라며 “김 구청장 혐의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달라”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울산시당은 일단 수사를 지켜보자며 조심스러운 모양새다.

김 구청장은 이 외에도 지난 7월 허위학력 게재 혐의를 받아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바 있다. 김 구청장은 지난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발행한 선고 공보와 벽보, 명함 등과 SNS에 허위학력을 공표한 혐의를 받았다.

주택 16채를 소유해 화제가 된 백군기 용인시장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다가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백 시장을 지난 15일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백 시장에게 유사기관 설치 금지 및 사전 선거운동 혐의를 적용했다. 백 시장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4월까지 지지자 10여명이 참여한 유사 선거사무실을 활용해 유권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발송하는 등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외에도 백 시장은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받고 있다. 백 시장은 확정되지 않은 계획을 홍보한 바 있기 때문이다. 백 시장은 올해 5월 ‘세종고속도로에 용인 모현·원삼 나들목을 설치하겠다’고 언론에 알리거나, 선거 공보물에 ‘흥덕역 설치 국비확보’라고 홍보하는 등 확정되지 않은 계획을 공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추가 수사를 통해 송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취임 100일
검 들락날락

백 시장은 두 혐의에 따라 경찰의 소환 조사를 받았다. 백 시장은 경찰 조사에서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했다. 경찰이 유사기관 설치 금지와 불법 선거운동 혐의를 적용한 까닭은 전 용인시 간부급 공무원 A씨의 조사를 통해서다. 

A씨는 유사 선거사무실서 활동하면서 용인시민의 개인정보 등을 확보해 백 시장에게 전달한 혐의로 구속됐다.

백 시장은 지난 10일 ‘100일 취임 기자간담회’서 각종 의혹들에 대해 해명했다. 백 시장은 이날 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에 대해선 강하게 부인했다. 백 시장은 “흔들림 없이 시정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역 사회 일각에선 백 시장을 ‘신(新) 적폐’로 규정하며 비판하고 있다. 지난 2일 출범한 ‘용인시민모임’은 이날 시청 브리핑실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백 시장에 대한 공정수사를 촉구했다. 백 시장에 대한 선거법 수사의 단초를 제공한 제보자로 알려진 김현욱 전 경기도의원은 이 모임의 상임대표를 맡았다.

시민모임은 이날 유인물을 통해 “백 시장의 공직선거법 위반과 관련한 경찰 조사에서 누락된 부분과 추가 위반 내용에 대한 공정수사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검찰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백 시장의 구속수사 촉구와 법적 처벌을 요구하는 집회 등에 대한 계획도 설명했다. 
 

시민모임은 “민주시민세력, 합리적 진보세력, 야당 등과 연대해 신 적폐세력 퇴진 운동을 펴겠다”며 향후 백 시장에 대한 적극적 비판 활동을 예고했다.

조인묵 양구군수 역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다가 검찰에 송치됐다. 강원 양구경찰서는 조 군수를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조 군수는 지난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신이 직접 쓰지 않은 책을 편저자인 것처럼 출간해 선거에 당선될 목적으로 출판기념회를 연 혐의(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를 받고 있다.

책 출간을 공모한 B씨 역시 같은 혐의가 적용돼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조 군수는 이 같은 혐의로 지난달 6일 경찰에 출석해 3시간30분가량 조사 받은 바 있다. 조 군수와 B씨는 지난 8월부터 9월초까지 양구경찰서에 출석해 조사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 군수는 “단순히 원고를 구입해 출판기념회를 연 것이 아니다”라며 “당초 원고 내용과 개인적 기획 의도(고전 분야)에 맞게 출판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쳤고, 내용도 대폭 수정해 출판기념회를 열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조 군수는 “검찰에 가서도 있는 사실 그대로 진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조 군수는 지난해 12월 양구군수 출마를 선언하며 지난 2월출판기념회를 가졌다. 당시 조 군수는 <육도삼략-6가지 지혜로 3가지 전략을 얻어라>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출마예정자였던 조 군수는 “공직은퇴를 전후해 고향 양구서의 삶을 계획하고 양구의 미래를 꿈꾸며 평소 즐기던 고전들을 읽게 됐다”며 “그 과정서 만난 지혜들을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책을 출간하게 됐다”고 출판배경을 밝혔다. 

이윤행 전남 함평군수는 선거법 위반 혐의로 당선 무효형을 선고 받았다. 이 군수는 지난 2016년 지인들에게 신문사 창간을 제안하고, 창간 비용으로 5000만원을 제공한 혐의로 지난 3월 불구속 기소됐다. 이 신문사는 당시 현직이었던 안병호 전 군수를 비판하는 글을 다수 게재했다.

검경 수사부터 당선 무효형까지
공소시효 끝나는 12월까지 주목 

광주지법 목포지원 형사합의부 김희중 판사는 지난달 17일 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 군수에 대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김 판사는 판결문을 통해 “언론매체를 선거에 이용해 지지기반을 형성하고 공론화의 장에서 민의를 침해한 범죄로 매우 불량하다”면서도 “다만 금품제공 시점이 6월 지방선거 2년6개월 전이고, 안 전 군수가 선거에 불출마해 영향을 미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직 군수로 군정을 수행해야 하고 형이 확정되지 않은 점, 방어권 보장 등을 감안해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이 군수는 1심 선고 이후 입장문을 통해 “저는 분명히 법을 범하지 않았고, 재판부서도 제 유죄를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에 군수직을 그대로 수행토록 기회를 주고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고 오로지 군과 군민만을 바라보며, 제 소임을 다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 군수의 항소심은 내달 1일 열린다.

선거 공소시효
얼마 남지 않아

6·13지방선거와 관련된 선거 사범의 공소시효 만료일은 오는 12월13일까지다. 공직선거법 제 268조에 따르면 선거 사범의 공소시효는 선거일 후 6개월이다. 곳곳에선 지방선거 관련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사정당국은 공소시효 만료일까지 수사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지방선거 당선자들이 경찰과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되면서 그 결과에 따라 지역 사회는 한 차례 출렁일 것으로 보인다. 지방자치단체장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직을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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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