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농단’ 몸통 4인방 수사 관전포인트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10.08 10:12:17
  • 호수 11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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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못 먹어도 고’…법원은 ‘쇼당’?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검찰이 사법 농단 몸통으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전직 대법관들을 향한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그동안 답보상태였던 사법 농단 수사에 물고가 텄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수사를 받게 될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의 혐의를 살펴봤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지난달 30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차량, 박병대 전 대법관의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사무실, 고영한 전 대법관의 서울 종로구 주거지, 차한성 전 대법관의 법무법인 태평양 사무실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의 경우 차량에 대해서만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되고 주거지 부분은 기각됐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주거의 안정성과 증거가 남아있을 개연성이 적다는 이유를 기각 사유로 든 것으로 전해졌다.

[양승태]
[정치판사 노릇?]

양 전 대법관은 사법 농단의 몸통이다.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양 전 대법관은 법원행정처를 통해 일선 판사들에게 불이익을 준 의혹이 있다. 허위 증빙 서류를 통해서 수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단서가 검찰에 적발됐다. 

박근혜정부의 요구에 따라서, 대법원 재판 결과를 결정해줬던 재판 거래를 했다는 의혹도 있다.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고 검찰이 이를 집행한 것은 양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전직 대법관들이 이번 사건의 피의자로 공식화됐음을 뜻한다. 검찰에 피의자로 소환돼 조사를 받는 것이 기정사실화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비롯해 이날 압수수색을 당한 세 대법관이 받는 혐의를 모두 포괄하고 있다.

대법관들 사상 초유 정조준
수사선상 오른 4명 의혹은?

양 전 대법관은 ‘정치 판사’라는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 그는 실제로 반헌법행위자열전에 헌법 파괴자 명단에 올랐다. 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원회에 따르면 양 전 대법관은 박정희정권 시절 6건의 간첩 조작 사건 재판을 주관했고, 12건의 긴급조치 위반 사건 판결에 직접 영향을 미쳤다. 

편찬위원회는 양 전 대법원장을 대한민국 사법사상 ‘최악의 대법원장’으로 선정했다.  

양 전 대법관은 1970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했다. 같은 해 제12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법관으로 임용돼 1975년 11월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로 법복을 입은 후 대구지방법원, 서울고등법원, 제주지방법원, 사법연수원, 법원행정처, 부산고등법원, 서울중앙지방법원서 판사로 근무했다.
 

1998년 IMF 구제금융사건 당시 서울지방법원 파산부 수석부장으로 재직했고, 2002년 부산지방법원장 등을 거쳐 2003년 특허법원장으로 재직하다가 2005년 2월 대법관으로 임명됐다. 2009년 2월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이 됐으며, 2011년 9월25일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대법원장에 올랐다. 2017년 9월24일 퇴임했다.


[박병대]
박 비선 챙겼나

박 전 대법관은 법원행정처장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이 관심을 가진 ‘비선 진료’ 박채윤씨 소송을 챙겨줬다는 의혹이 있다. 더불어 대법원 내부의 현금으로 은밀히 관리하던 비자금 조성 기획 및 실행을 주도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박 전 대법관이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을 통해 다른 재판연구관이 공무상 비밀이 담긴 박씨 특허소송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게 해 공무상 비밀누설과 직권남용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런 내용을 유 전 연구관의 사전구속영장에 포함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이 설 연휴 직후인 2016년 2월11일, 우병우 전 수석에게 전화를 걸었고, 이후 우 전 수석은 박 전 대법관에게 직접 전화한 다음 다시 박 전 대통령에게 전화한 통화내역을 검찰이 확인했다. 

같은 날 오후 박 전 대법관이 자신의 업무용 컴퓨터서 법원 내부게시판 ‘코트넷’에 접속해 박씨의 옛 동료인 김모씨 업체가 박씨 업체 ‘와이제이콥스메디칼’을 상대로 낸 등록무효 특허소송 사건번호를 입력한 로그기록도 확인됐다.
 

당시 법원행정처 처장이던 박 전 대법관은 박씨가 피고인 특허소송과 아무 관련이 없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박씨의 부탁을 받고 우 전 수석에게 “박씨 사건을 챙겨보라”고 지시했고, 우 전 수석을 통해 이를 전달받은 박 전 대법관이 사건을 직접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전 대법관은 1979년 21회 사법고시 합격했다. 1982년 9월 육군 법무관으로 군복무했으며, 1985년 9월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로 시작했다. 박 전 대법관은 법원행정처의 주요 보직을 모두 거치며 양 전 대법관 뒤를 이어 차기 대법원장 0순위로 꼽히기도 했다. 

[고영한]
판사 비리 덮었나

고 전 대법관은 부산 법조비리 은폐 의혹 사건 당시 법원행정처 처장으로 고등법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사건을 무마한 의혹이 있다. 2016년 부산지역 건설업자와 유착한 판사 비리가 알려지자, 당시 건설업자의 항소심 재판에 부산고등법원장 등을 통해 가이드라인을 전달하는 등 재판에 개입한 정황이 포착됐다. 

지난 8월30일 윤인태 전 부산고법원장은 검찰에 출석해 2016년 9월쯤 고 전 대법관으로부터 직접 전화를 받았고, 고 전 대법관 요구사항을 사건을 심리 중인 재판부에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 고 전 대법관은 전국교직원노조 법외노조 소송에도 개입한 의혹이 있다. 검찰은 2014년 9월 전교조의 법외노조처분 효력을 2심 판결 때까지 정지시킨 서울고법 결정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재항고한 사건서, 법원행정처가 재항고이유서를 대필해준 의혹을 수사 중이다. 

검찰은 청와대가 재항고이유서를 고용부에 직접 전달해 대법원에 접수한 정황을 포착한 상태다. 당시 문건은 ‘청와대 법무비서관-고용노동비서관-고용부’ 순으로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법원행정처서 작성한 문건이 청와대를 통해 고용부에 전달됐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지난 8월26일과 30일, 두 차례에 걸쳐 검찰은 재항고 사건 주심이었던 고 전 대법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발부되지 않았다.

고 전 대법관은 1979년 21회 사법고시에 합격, 같은 해 2월 대전지방법원 판사로 시작했으며 2012년 8월 대법관에 올랐다. 2016년 2월∼2017년 5월까지 법원행정처 처장을 지냈다. 

[차한성]
강제징용 묵살?

차 전 대법관은 법원행정처 처장이던 시절 김기춘 전 청와대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이른바 ‘삼청동 공관회동’에 참석해 강제징용 사건 결과를 바꿔야 한다는 등의 논의를 했다고 의심받고 있다.

차 전 대법관은 2013년 12월1일 오전 대통령 비서실장 공관서 김 전 실장을 만나 “국외송달이 늦어진다는 이유로 징용소송의 심리불속행 기간을 넘길 수 있다”는 취지로 제안했다. 국외송달은 소송 관계 서류의 내용을 당사자에게 서면으로 알리는 여러 가지 송달 방법 중에서 재외공관 등을 통해 해외에 있는 당사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당시 공관 회동은 같은 해 11월 말 “징용소송이 2012년 대법원 판결대로 결론 나면 한일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를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로 김 전 실장이 소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실장은 재판을 지연시키거나 전원합의체에 넘겨 일본 전범기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기존 판단을 뒤집어달라고 요구했다. 차 전 대법관은 여기에 국외송달이라는 절차적 문제를 구실 삼아 자연스럽게 청와대 뜻을 관철하는 방안을 제시하며 화답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차 전 대법관은 1975년 17회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1980년에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에 임용된 이래 판사를 하다가 사법정책연구실장, 법원행정처 차장을 거쳐 대법관에 임명돼 2011년 법원행정처 처장으로 3년간 재직한 차한성은 2014년 3월 대법관 임기를 마쳤다.

100여일 만에…
압수수색부터

그동안 사법 농단 수사는 답보상태였다. 지난 6월15일 김명수 대법원장이 “검찰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입장 표명 이후, 검찰이 사건을 특수부로 재배당하고 수사를 본격화한 지 4개월 만에 ‘윗선’ 수사가 이루어졌다. 

한 정권의 각종 의혹사건 종합판에 해당하는 국정 농단 수사가 최순실씨 출석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5개월 정도 걸렸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사법 농단 수사는 이례적으로 속도가 늦은 셈이다.

수사가 진척되지 않았던 것은 대법원의 자료 제출 불응과 법원이 고비마다 압수수색영장을 계속 기각했기 때문이다. 사법 농단 수사 이후 두 달간 서울중앙지법의 압수수색영장 기각비율이 전체 평균보다 두 배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법원 통계월보에 따르면, 7∼8월 검찰이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한 압수수색영장 4159건 중 883건이 일부 기각, 96건이 전부 기각됐다. 둘을 합친 기각률은 23.5%로, 6월 18일 사법농단 수사가 시작된 후 매달 상승세(6월 19.9%→7월 22.3%→8월 24.7%)다. 

4개월 만에 윗선으로 
최순실 때보다 느려

기각률이 증가한 이유는 사법 농단 관련 영장이 연이어 기각됐기 때문이다. 사법 농단 관련 영장을 심사하는 서울중앙지법 박범석·이언학·허경호 판사는 압수수색 영장 기각률이 90%에 달한다. 그 사유도 “임의제출 가능성이 있다”거나 “죄가 안 된다”는 등 이례적이어서 ‘방탄 법원’ 논란을 일으켰다.

검찰은 ‘수사 방해’라며 공개적으로 반발하며, 정면 돌파를 택했다. 기존 특수 1·3·4부 소속 사들로 구성했던 사법 농단 수사팀에 특수2부 송경호 부장검사 등 소속 검사 일부와 방위사업수사부 소속 검사일부를 추가로 투입했다. 

사법 농단 의혹 수사팀 검사는 총 3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최순실 특별수사본부'와도 견줄 규모가 됐다. 최순실 특수본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해체 후 단일 수사팀으로서는 최대 규모로 꼽힌다. 

수사팀은 저인망식 수사로 방향을 선회했다. 관련자를 먼저 소환조사해 혐의를 소명한 뒤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해 받아내는 등 통상과는 달리 우회하는 방식으로 수사를 이어갔다. 그동안 사법농단 실무를 담당한 전·현직 법관 50여명을 소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정면돌파는 어느 정도 성과를 봤다. 9월 중순 대법원 일부와 현직 부장판사들에 대한 압수수색에 성공했다. 이어 사상 초유로 전직 대법관에 대한 압수수색에 이르렀다. 

검찰이 집행한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의 피의 사실에 재판거래 혐의가 적시된 것으로 전해진다. 고·박·차 전 대법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 구체적으로 재판거래 혐의가 적시됐다. 

해당 혐의에는 일제 강제 징용 재판과 헌법재판소 관련 내용도 있다. 과거 법원행정처가 강제 징용 소송 지연에 개입하고 과거사 재판 관련 헌재에 압력을 행사하거나 관련 평의 내용을 빼낸 행위 등의 최종 책임자가 양 전 대법원장이라고 검찰이 판단한 것이다.

정권과 거래
직접 나섰나 

전직 대법원장과 대법관에 대한 강제수사는 헌정 사상 처음이다. 검찰은 전직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 처장 등 대법관에 대해 강제수사를 법원이 허가한 것은 재판거래 혐의가 어느 정도 소명됐기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앞서 법원은 이번 의혹과 관련한 압수수색 영장을 '죄가 안 된다'는 이유를 대며 수차례 기각했다. 이런 상황서 법원이 검찰에게 전직 사법부 수뇌부의 수색 영장을 발부한 것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는 지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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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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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