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레드모델바’ 김동이 대표의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 47>

‘여성전용음주문화’ 선도하는 레드모델바의 정신과 철학

전국 20여개 지점을 가지고 있는 국내 최고의 여성전용바인 ‘레드모델바’를 모르는 여성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현재 레드모델바는 기존의 어두운 밤 문화의 하나였던 ‘호스트바’를 건전하게 바꿔 국내에 정착시킨 유일한 업소로 평가받고 있다. 이곳에 근무하는 ‘꽃미남’들만 전국적으로 무려 2000명에 이르고, 여성들의 건전한 도우미로 정착하는 데 성공했으며 매일 밤 수많은 여성손님들에게 생활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한때 ‘전설의 호빠 선수’로 불리던 김동이 대표의 고군분투가 녹아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삶과 유흥업소의 창업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를 펴냈다. 김 대표의 책 내용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일본과 너무 다른 호스트바에 대한 인식
남성과 차별되는 여성들의 유흥문화 공간


■ 철학과 정신
가장 쉽게는 고객들의 이름을 기억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입장을 바꿔서 거꾸로 생각하면 된다. 자신의 이름을 알고 직업의 고충을 알고, 집을 걱정해주는 업소가 있다고 생각해보라. 당연히 가고 싶어지게 된다. 서비스 안주를 풍부하게 주는 것도 방법이다.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공짜 심리’가 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서비스를 받게 되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가게 된다. 서비스를 대할 때에는 가장 쉽고 간단한 것에서부터 접근해야 한다. 어렵다고 생각하면 또 한없이 어려운 것이 이런 서비스 업종이다.

비록 악몽과 같은 일본 호빠 시절을 겪긴 했지만, 나는 그 과정에서 ‘호빠의 이상형’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었다. ‘호빠’에 무슨 이상형이 있냐고 비웃을 지도 모르지만, 사실 일본에서 호스트바 선수는 젊은이들이 가장 선망하는 직업 중의 하나이다. 많은 젊은이들의 미래 희망을 물어보면 첫 번째 순위가 연예인이고, 그 다음이 바로 호스트바 선수이다. 이는 호스트바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인식 차이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선수들은 일본 TV에 상당히 자주 얼굴을 내밀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상당수의 남자 연예인들이 바로 이러한 호스트바 선수 출신이기도 하다.

특히 일본에서는 우리나라처럼 폐쇄적이지 않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저 약간의 고급스러운 술집이라는 이미지로 공간이 오픈되어 있으니 그 안에서 퇴폐적이고 음란한 일이 생기기 힘들다. 일을 하는 선수들은 정확한 시간에 출퇴근을 하기 때문에 스스로도 ‘직업인’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또한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고 자신만의 단골손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직업적인 자부심도 대단하다. 그렇게 일을 해서 어려운 가정 형편을 도우고, 동생들의 학비를 대고 자신의 미래를 꿈꾼다. 그들의 직업은 남들이 봐도 건전하고 스스로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일본에서는 완전히 합법적이니 경찰에 단속이 될 일도 없고 스스로 죄책감에 시달리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은 어떤가. 좀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호스트바에 대해 ‘남창(男娼)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늘 경찰의 단속 대상이 되고, TV에 나오는 선수들의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된다. 자신을 당당히 드러낼 수 없는 직업이 어떻게 건전한 직업이 될 수 있으며 대중적인 직업이 될 수 있을 것인가.

바로 이러한 생각들이 오늘날 레드모델바의 기초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에는 유난히 여성들만의 문화가 없다. 남자들이 갈 곳은 많다. 술집, 노래방, 룸살롱…. 그러나 여성들만이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이라고 해봐야 ‘여성전용 찜질방’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성들도 사람이다. 때론 편하게 술도 마시고 담배도 피울 수 있고 마음껏 눈치 보지 않고 수다를 떨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여성들은 누구나 다 가는 술집에 가도 눈치를 보며 담배를 피워야 한다.

주변의 남성들이 흘낏 흘낏 쳐다보기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끌끌, 혀를 차기도 한다. 자기 자신은 입에 담배를 문채로 말이다. 도대체 여자로 태어난 것이 뭐가 어쨌기에 남성과 차별을 받아야 하며 남성만이 누리는 즐거움에서 배제가 되어야 한단 말인가.

나는 레드모델바를 진정한 의미의 호스트바로 만들고 싶었다. 일본에서처럼 직업적으로 인정받고 그 스스로도 떳떳할 수 있는 그런 호스트바 말이다. 마치 손님을 초대한 주인 같은 정성스러운 준비와 배려의 마음으로, 그리고 그 자리의 주최자로서 멋지고 세련된 남성들이 자신을 찾아주는 여성에게 최대한의 즐거움과 감동을 주는 그러한 방식의 업소 말이다. 이 같은 나의 생각과 의지가 바로 ‘여성전용음주문화’를 이끌어 가는 레드모델바의 정신이고 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안타깝지만 많은 유흥업소 업주들이 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그것은 바로 쓴 소리를 하는 손님들을 참아내는 것이고 ‘진상 손님’의 속마음을 읽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손님은 왕’이기 때문에 참고 그들의 속마음을 읽으라는 것은 아니다. 유흥업의 성공의 비밀이 바로 여기에 있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 봤을 때 사업을 만드는 것은 업주가 아니라 바로 고객이다. 그들이 사업을 만들어 주고 잘 갈 수 있도록 이야기를 해주고,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주게 된다. 업주들이 해야 하는 것은 바로 그런 손님들의 지적을 잘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

예를 들어 서비스를 불평불만을 하다가 결국 술에 취해 종업원과 싸우는 고객이 있다고 해보자. 아마도 대부분의 업주들은 ‘짜증나는 진상 손님’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도대체 저 고객이 왜 저럴까?’라고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 그 고객은 자신의 업소가 가지고 있는 서비스에 대해 정확하게 지적해주고, 만약 그것이 개선되지 않으면 이 업소는 망하고 말 것이라는 경고를 해주고 있는 셈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들이 아무런 경제적 대가도 바라지 않고 그러한 조언과 충고를 아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그들은 오히려 업주들에게 돈을 내고 충고를 한다. 해당 업소에 와서 음식과 술을 먹지 않고는 그러한 충고를 해줄 수도 없기 때문이다.

흔히 우리는 누군가에게 충고를 할 때 화를 내면서 할 수는 있지만 돈을 주면서 충고를 하지 않는다. 그러나 손님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소의 경우 손님들에게 돈을 받으면서 충고를 받는다.

■ 쓴 소리에 답이 있다
이처럼 즐거운 일이 어디 있는가. 세상에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을 지금 손님들이 업주들에게 해주고 있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진상 손님’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끊임없이 서비스를 원하고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여 주길 원한다. 이것도 거꾸로 생각하면 마찬가지다. 그들은 업소의 종업원들을 자신이 나서서 훈련시켜주고 있다. 보통 훈련을 시켜주는 사람들은 자신이 돈을 받는다. 그런데 손님들 역시 업주에게 돈을 주면서 종업원들을 교육시켜준다. 이런 기막힌 일들이 현실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을 바꾸면 많은 것이 달라진다. 쓴 소리를 하는 손님, 진상을 부리는 손님이 너무도 사랑스러워 보이지 않겠는가. 사업을 한다면 이렇게 자신의 마인드를 완전히 바꿀 수 있는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말로만 “고객이 왕”이라고 부르짖어봐야 아무런 소용도 없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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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