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레드모델바’ 김동이 대표의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 47>

‘여성전용음주문화’ 선도하는 레드모델바의 정신과 철학

전국 20여개 지점을 가지고 있는 국내 최고의 여성전용바인 ‘레드모델바’를 모르는 여성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현재 레드모델바는 기존의 어두운 밤 문화의 하나였던 ‘호스트바’를 건전하게 바꿔 국내에 정착시킨 유일한 업소로 평가받고 있다. 이곳에 근무하는 ‘꽃미남’들만 전국적으로 무려 2000명에 이르고, 여성들의 건전한 도우미로 정착하는 데 성공했으며 매일 밤 수많은 여성손님들에게 생활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한때 ‘전설의 호빠 선수’로 불리던 김동이 대표의 고군분투가 녹아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삶과 유흥업소의 창업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를 펴냈다. 김 대표의 책 내용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일본과 너무 다른 호스트바에 대한 인식
남성과 차별되는 여성들의 유흥문화 공간


■ 철학과 정신
가장 쉽게는 고객들의 이름을 기억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입장을 바꿔서 거꾸로 생각하면 된다. 자신의 이름을 알고 직업의 고충을 알고, 집을 걱정해주는 업소가 있다고 생각해보라. 당연히 가고 싶어지게 된다. 서비스 안주를 풍부하게 주는 것도 방법이다.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공짜 심리’가 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서비스를 받게 되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가게 된다. 서비스를 대할 때에는 가장 쉽고 간단한 것에서부터 접근해야 한다. 어렵다고 생각하면 또 한없이 어려운 것이 이런 서비스 업종이다.

비록 악몽과 같은 일본 호빠 시절을 겪긴 했지만, 나는 그 과정에서 ‘호빠의 이상형’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었다. ‘호빠’에 무슨 이상형이 있냐고 비웃을 지도 모르지만, 사실 일본에서 호스트바 선수는 젊은이들이 가장 선망하는 직업 중의 하나이다. 많은 젊은이들의 미래 희망을 물어보면 첫 번째 순위가 연예인이고, 그 다음이 바로 호스트바 선수이다. 이는 호스트바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인식 차이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선수들은 일본 TV에 상당히 자주 얼굴을 내밀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상당수의 남자 연예인들이 바로 이러한 호스트바 선수 출신이기도 하다.

특히 일본에서는 우리나라처럼 폐쇄적이지 않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저 약간의 고급스러운 술집이라는 이미지로 공간이 오픈되어 있으니 그 안에서 퇴폐적이고 음란한 일이 생기기 힘들다. 일을 하는 선수들은 정확한 시간에 출퇴근을 하기 때문에 스스로도 ‘직업인’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또한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고 자신만의 단골손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직업적인 자부심도 대단하다. 그렇게 일을 해서 어려운 가정 형편을 도우고, 동생들의 학비를 대고 자신의 미래를 꿈꾼다. 그들의 직업은 남들이 봐도 건전하고 스스로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일본에서는 완전히 합법적이니 경찰에 단속이 될 일도 없고 스스로 죄책감에 시달리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은 어떤가. 좀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호스트바에 대해 ‘남창(男娼)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늘 경찰의 단속 대상이 되고, TV에 나오는 선수들의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된다. 자신을 당당히 드러낼 수 없는 직업이 어떻게 건전한 직업이 될 수 있으며 대중적인 직업이 될 수 있을 것인가.

바로 이러한 생각들이 오늘날 레드모델바의 기초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에는 유난히 여성들만의 문화가 없다. 남자들이 갈 곳은 많다. 술집, 노래방, 룸살롱…. 그러나 여성들만이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이라고 해봐야 ‘여성전용 찜질방’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성들도 사람이다. 때론 편하게 술도 마시고 담배도 피울 수 있고 마음껏 눈치 보지 않고 수다를 떨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여성들은 누구나 다 가는 술집에 가도 눈치를 보며 담배를 피워야 한다.

주변의 남성들이 흘낏 흘낏 쳐다보기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끌끌, 혀를 차기도 한다. 자기 자신은 입에 담배를 문채로 말이다. 도대체 여자로 태어난 것이 뭐가 어쨌기에 남성과 차별을 받아야 하며 남성만이 누리는 즐거움에서 배제가 되어야 한단 말인가.

나는 레드모델바를 진정한 의미의 호스트바로 만들고 싶었다. 일본에서처럼 직업적으로 인정받고 그 스스로도 떳떳할 수 있는 그런 호스트바 말이다. 마치 손님을 초대한 주인 같은 정성스러운 준비와 배려의 마음으로, 그리고 그 자리의 주최자로서 멋지고 세련된 남성들이 자신을 찾아주는 여성에게 최대한의 즐거움과 감동을 주는 그러한 방식의 업소 말이다. 이 같은 나의 생각과 의지가 바로 ‘여성전용음주문화’를 이끌어 가는 레드모델바의 정신이고 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안타깝지만 많은 유흥업소 업주들이 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그것은 바로 쓴 소리를 하는 손님들을 참아내는 것이고 ‘진상 손님’의 속마음을 읽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손님은 왕’이기 때문에 참고 그들의 속마음을 읽으라는 것은 아니다. 유흥업의 성공의 비밀이 바로 여기에 있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 봤을 때 사업을 만드는 것은 업주가 아니라 바로 고객이다. 그들이 사업을 만들어 주고 잘 갈 수 있도록 이야기를 해주고,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주게 된다. 업주들이 해야 하는 것은 바로 그런 손님들의 지적을 잘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

예를 들어 서비스를 불평불만을 하다가 결국 술에 취해 종업원과 싸우는 고객이 있다고 해보자. 아마도 대부분의 업주들은 ‘짜증나는 진상 손님’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도대체 저 고객이 왜 저럴까?’라고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 그 고객은 자신의 업소가 가지고 있는 서비스에 대해 정확하게 지적해주고, 만약 그것이 개선되지 않으면 이 업소는 망하고 말 것이라는 경고를 해주고 있는 셈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들이 아무런 경제적 대가도 바라지 않고 그러한 조언과 충고를 아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그들은 오히려 업주들에게 돈을 내고 충고를 한다. 해당 업소에 와서 음식과 술을 먹지 않고는 그러한 충고를 해줄 수도 없기 때문이다.

흔히 우리는 누군가에게 충고를 할 때 화를 내면서 할 수는 있지만 돈을 주면서 충고를 하지 않는다. 그러나 손님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소의 경우 손님들에게 돈을 받으면서 충고를 받는다.

■ 쓴 소리에 답이 있다
이처럼 즐거운 일이 어디 있는가. 세상에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을 지금 손님들이 업주들에게 해주고 있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진상 손님’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끊임없이 서비스를 원하고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여 주길 원한다. 이것도 거꾸로 생각하면 마찬가지다. 그들은 업소의 종업원들을 자신이 나서서 훈련시켜주고 있다. 보통 훈련을 시켜주는 사람들은 자신이 돈을 받는다. 그런데 손님들 역시 업주에게 돈을 주면서 종업원들을 교육시켜준다. 이런 기막힌 일들이 현실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을 바꾸면 많은 것이 달라진다. 쓴 소리를 하는 손님, 진상을 부리는 손님이 너무도 사랑스러워 보이지 않겠는가. 사업을 한다면 이렇게 자신의 마인드를 완전히 바꿀 수 있는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말로만 “고객이 왕”이라고 부르짖어봐야 아무런 소용도 없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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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