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3일 평양회담’ 남은 과제

했던 얘기 또 하고 하던 얘기 또 하고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비핵화의 실천적 방안.’ 남북은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를 위한 실천적 방안을 협의하기로 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이 그간 여러 차례 비핵화 의지를 드러냈지만 결정적 조치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때문에 미국 내에선 김 위원장을 의심했고, 북미는 선 체제보장과 선 비핵화 조치를 두고 갈등을 겪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문제는 김 위원장의 결단에 따라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설 공산이 크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18∼20일, 2박3일 일정으로 평양을 방문한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개최하는 남북정상회담은 지난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다. 이번 3차 남북정상회담은 비핵화 협상을 두고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를 정상궤도에 안착시키려는 성격이 짙다.

비핵화 방안 주목

지난 2차 남북정상회담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하자 개최됐다. 이번 남북정상회담 역시 북미의 간극을 봉합하는 역할이 강하다. 다만 비핵화 문제의 전환점을 기대하는 측면이 동시에 존재한다. 남북정상회담 개최 합의를 이끈 대북특사단 발표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필두로 한 대북특사단은 지난 5일 평양을 방문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났다. 대북 특사단은 당일치기 일정으로 오후 늦게 돌아왔다. 정 실장은 다음날 오전 청와대 춘추관서 방북 결과문을 발표했다. 

정 실장은 평양서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한 사실과 정상회담 의제를 전했다. 이목이 집중된 의제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실천적 방안 협의’였다.


비핵화를 위한 실천적 방안 협의는 북한의 실제적 비핵화 조치와 그 궤를 같이 한다. 비핵화 직접당사자로 꼽히는 북미는 그간 비핵화 조치를 둘러싸고 갈등을 벌였다. 그 일환으로 북한은 ‘선 종전선언·후 비핵화 조치’를 내세운 반면 미국은 ‘선 비핵화 조치·후 종전선언’을 주장했다. 

미국이 내세운 선 비핵화 조치는 북한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서 비롯됐다. 반면 북한은 핵을 체제의 보루로 여기고 있다. 북한은 상응하는 보상이 먼저 주어지지 않는 이상 핵을 쉽게 내려놓을 수 없는 입장이다. 북미정상회담 이후에도 진일보한 비핵화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 까닭이다.

북미가 비핵화 평행선을 달리기 시작하면서 파열음도 발생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 방북 취소 결정이 대표적이다. 자칫 비핵화 판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3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합의로 북미는 숨고르기에 들어가게 됐다. 또한 북한이 이번 남북정상회담 의제 중 하나로 ‘비핵화의 실천적 방안’을 명시하면서 반전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비핵화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논의되는 실천적 방안은 전적으로 김 위원장의 결단에 달려있다. 특히 김 위원장의 비핵화 조치가 미국을 설득할 만한 수단이 될지 주목된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미국의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를 관통할 수 있다면 비핵화 협상은 새로운 동력을 얻을 공산이 크다.

김 위원장의 ‘비핵화 시간표’ 발언은 그 기대를 높이고 있다. 김 위원장은 대북특사단을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가 사실상 끝나는 2020년을 비핵화 시간표로 제시했다. 

북한 최고 지도자가 비핵화 시간표를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방송된 <폭스뉴스>의 ‘폭스 앤 프렌즈’ 인터뷰서 “아주 멋지다”고 답했다.


실질적 비핵화 조치 성패 가를 듯
회담 이후 트럼프 반응 관심 집중

대북특사의 방북 이후 공개된  정상회담 합의와 비핵화의 실천적 방안 의제, 비핵화 시간표 등으로 비핵화 협상은 힘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을 통해 결정할 수 있는 비핵화 조치가 미국을 얼마나 설득할지가 관건이다. 그 설득은 북한이 추진하는 종전선언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김 위원장의 전향적 태도가 종전선언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는 까닭이다. 현재 남북은 연내 종전선언 추진을 향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긍정적이지 않다. 미국은 비핵화를 철저하게 검증할 수 없다는 이유로 적극적이지 않은 모양새다. 그 연유로 김 위원장이 먼저 나서 비핵화 조치의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해석이다.
 

물론 김 위원장의 결단이 미국의 기준을 완전히 충족시킬 가능성은 다소 낮다. 다만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적극 추진하고 있는 연내 종전선언에 동승하기 위해 어느 정도 수준에 맞는 비핵화 단계를 밟아갈 가능성이 있다. 

이례적으로 비핵화 조치를 의제에 올리고, 시간표를 제시한 것도 그 이유에서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2차 북미정상회담을 제안한 것도 같은 연장선에 있다.

일각에선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다는 근거를 경제사절단서 찾는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선 경제사절단이 동행한다. 문 대통령의 경제사절단 동행 결정은 남북 경제협력의 실질적 발전을 위한 마중물로 여겨지는 동시에 김 위원장의 발전된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내기 위한 수단으로 평가된다.

남북은 평양 정상회담을 통해 일련의 합의 사안을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 그 중에서도 주목되는 것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다.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가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합의 사안으로 표출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 관심이 모일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결단을 어디까지 수용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이는 남북이 추진하고 있는 ‘연내 종전선언’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결국 이번 남북정상 이후에는 김 위원장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반응, 그리고 연내 종전선언의 타결 가능성 등이 그려질 수 있다.

이젠 종전?

트럼프 대통령이 수긍할 만한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발현된다면 종전선언까지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미국의 기대를 완전히 충족시키기 어려운 만큼 치열한 협상과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김 위원장의 조치가 미국 내 불신을 불식시키지 못할 정도라면 비핵화 협상은 또 다른 어려움에 봉착할 공산이 크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