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획>10·26이 남긴 것들②여야 잠룡 성적표

혹시나 했던 ‘문풍’ 쏘옥, 역시나 했던 ‘안풍’ 쌩쌩

[일요시사=이주현 기자]2012년 총선과 대선의 바로미터로 여겨졌던 10·26 재보선이 박원순 야권통합후보의 승리로 귀결되면서 차기 대권주자들에게 커다란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최대 수혜자는 단연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최대 피해자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다. 그동안 ‘노무현 정신 계승’을 주장하며 바람몰이에 나선 친노세력도 4·27 재보선 이후 연이은 패배로 ‘노풍’이 사그러들었고, 대세는 ‘안풍’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준 선거라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10·26재보선 성적표를 손에 쥔 잠룡들의 득실을 따져봤다.

서울시장 당선 1등 공신, 야권 대선주자 발돋움한 안철수
‘선거의 여왕’에서 ‘잠자는 숲속의 공주’로 전략한 박근혜   
   

서울시장 선거가 가진 의미는 아주 크다. 과거 열린우리당의 집권이 조순 시장의 당선으로 시작되었고 한나라당의 집권도 이명박 시장의 당선으로 그 시대를 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울시장 선거는 대선의 전초전으로 여겨진다. 이번 10·26 재보선의 최대 격전지였던 서울시장 선거는 단순히 나경원·박원순 두 후보의 대결이 아니라 훨씬 큰 의미를 지닌 중요한 선거였다는 것이 정치권의 시각이다.


최대 수혜자 단연 안철수
정계개편 중심에 ‘우뚝’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이긴 것은 박 시장이지만 정작 최대의 수혜자이자 승자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다.

안 원장은 출마의사 표명 단계서 후보직을 사퇴하며 5%에 불과했던 박 시장 지지율을 50%까지 치솟게 해 초반기선 제압에 크게 일조했다. 또한 막판 지지의사 표시 등으로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며 박 시장 승리의 1등 공신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과정은 안 원장 본인 의사와는 관계없이 정치적인 행위로 비쳐졌고 박 시장의 승리로 ‘대선주자 안철수’ 입지도 상당히 강화됐다는 평가다.

이처럼 안 원장은 정치권에 얼굴을 들이민 지 두 달여 만에 일약 ‘주류’로 자리를 잡았다.
 
박 시장에게 서울시장 출마를 양보한 뒤 침묵을 지켰던 그는 2장짜리 편지로 접전 양상이었던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다. 가장 적은 노력으로 제일 큰 이익을 거뒀으니 이른바 ‘닭 잡는 칼로 소를 잡은 격’이다.

향후 정국은 ‘안철수 태풍’이 기성 정치권을 강타할 공산이 크다는 게 정치권의 조심스런 분석이다. “학교 일도 벅차다”며 한 발 빼는 듯한 안 원장이지만 박 시장을 중심으로 신당 창당이 추진되는 등 정치권 재편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안 원장은 지난 27일 학생회의 참석을 위해 서울대 행정관을 찾은 자리에서 유력한 차기 대권후보로 거론되는 것에 “당혹스럽다”며 “그런 결과들은, 글쎄요”라고 말끝을 흐렸다. 정치에서 발을 빼면서도 완전히 ‘정치 안 한다’고 선을 긋지는 않은 셈이다.

본인 스스로는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있지만 이미 민심은 그의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야권의 유력한 대선후보이자 박근혜 대세론에 필적하는 유일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안 원장이 실제 현실정치에 발을 들이고 총선과 대선 등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검증이라는 험준한 난관을 넘어야 한다.
 
당장 수천억 원의 재산 등이 검증대상으로 공공연히 거론되고 있다. 또한 조국 서울대 교수와 더불어 대표적인 ‘폴리페서’(정치참여 교수)라는 비판도 넘어야 할 벽이다.
 
또한 이번 선거에 한계로 드러난 ‘50대 이후 중장년층 흡수’ ‘지방세력 확대’를 극복할 방법도 찾아야 한다.


박근혜 흔들리는 ‘대세론’
급부상하는 ‘대안론’


반면 박 후보 당선으로 박 전 대표는 큰 타격을 입었다.

과거 “대전은요?”라는 한 마디로 판세를 뒤집고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칭을 얻은 박 전 대표지만 이번에는 이렇다 할 ‘한방’이 없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선거지원을 했고 선거 전날 나경원 후보에게 현장의 소리를 담은 ‘수첩’을 전달했지만 안철수의 ‘편지’에 묻혀 빛을 발하지 못했다.

실제 <YTN>이 발표한 예측조사에 따르면 ‘박 전 대표의 선거지원으로 나 후보를 선택했다’는 응답자는 19.4%, ‘안 원장의 막판 지원으로 박 후보에게 투표했다’는 응답자는 28.6%였다. 서울에선 선거의 여왕 박 전 대표의 바람이 안 원장보다 약했다는 결과였다.

지난 4년간 침묵을 깨고 중앙당 차원에서 지원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박 전 대표는 얻은 것이 없다는 평가다. 대신 안풍에 밀려 대세론에 금이 간 게 확인되었고 여권에서 대두되는 ‘박근혜 대안론’과 ‘수도권 한계론’이 그를 덮쳤다.

위기감이 커질 대로 커진 상황에서 박 전 대표의 수도권 한계론은 총선 위기를 증폭시키고 있다. 지방에선 위력을 보여줬지만 서울에서 지고 대권을 거머쥐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한 20~40대 표심을 잡지 않고서 승리하기란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박근혜 대세론에 밀려 좀처럼 활동 공간을 찾지 못했던 정몽준 전 대표나 김문수 경기지사, 이재오 전 특임장관 등 여타 잠룡들이 정치적 움직임을 모색하면서 박 전 대표를 견제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한나라당 핵심 당직자는 “박근혜 대세론은 한나라당을 안주하게 만들었다”고 자성한 뒤 “그래도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고 했다.

하지만 친박계 의원들 사이에서는 이런 분위기를 차단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친박계 한 핵심 의원은 “이번 선거로 박근혜 전 대표가 좋은 예방주사를 맞았다”고 평했다.
 
이 의원은 “서울시장 선거 결과만 봐서는 안 된다”며 “박 전 대표가 유세에 나섰던 다른 지역에서 판세를 뒤집은 곳도 많다. 서울시가 민심의 전체는 아니다”고 이번 선거지원을 통해 지방에서 변함없는 영향력을 보여준 것을 강조했다.

친박 의원들은 막판 안 원장이 끼어들며 판세가 야당 쪽으로 기울었지만 초반 ‘대패’가 자명했던 판세를 박빙으로 만든 데는 박 전 대표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노무현 정신 계승하며 잇단 선거 패배로 흔들리는 문재인
공황상태 빠진 한나라당, ‘정체성’ 논란 가중되는 민주당

안 원장을 제외하고 야권 대권주자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 중인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화력을 집중한 부산 동구청장 선거에서 이해성 민주당 후보가 다소 큰 표 차이로 낙선해 체면을 구겼다.

문 이사장은 이번 선거를 계기로 친노 진영의 결속을 다지고 야권 통합 논의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선거에 직접 뛰어들었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당초 박근혜 대 문재인의 ‘대리전’ 양상을 띤 부산 동구는 전통적으로 한나라당 강세지역이었다.
 
야권의 유력주자 들이 적극적으로 도왔고 문 이사장은 선거 기간 내내 상주하다시피 전력을 쏟아 부었지만 승부는 싱겁게 끝나고 말았다. 이와 관련해 부산에선 “박근혜가 문재인 바람을 잠재웠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문 이사장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어느 정도 득표력을 보여주면서 수도권에서 입지를 다졌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이처럼 문 이사장의 첫 정치적 시험대인 이번 재보선 결과만으로 그의 정치적 득실은 명확히 갈리지 않는다. 부산 동구가 한나라당의 텃밭인 점을 감안하면 문 이사장이 지원한 야권 후보가 36.59%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를 두고 야권에서는 “절반의 패배,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 같다” “현실의 벽을 실감하게 됐을 것이다” 등의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그가 상임대표로 있는 ‘혁신과 통합’이 서울과 부산에서 범야권 단일후보를 당선시켜서 향후 야권통합 국면에서 주도권을 행사하려던 계획에는 숨고르기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실 벽 실감한 문재인
‘절반의 성공’ 확인


정치권에선 문 이사장이 내년 총선에서 부산 출마를 포함한 정치 활동을 본격적으로 준비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번 재보선에서 지원군 역할로는 한계가 드러난 만큼 본인이 직접 부산·경남(PK)지역에서 야권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문 이사장이 내년 총선에서 야권의 PK 진출을 견인하는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한다면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서의 위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10·26 재보선은 대선주자들의 입지에 크나큰 영향을 가져왔고 이로 인해 정치지형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당내 혼란과 심각한 후폭풍도 몰고 왔다.

한나라당은 공황상태에 빠진 현재의 위기국면을 수습하면서 총·대선 체제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제1야당으로서 후보를 내지 못한 민주당은 지도부 책임론이 대두되며 ‘정체성’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10·26 재보선 성적표를 쥐고 웃고 울고 있는 대선주자들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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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