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획>10·26이 남긴 것들①수도 빼앗기고도 웃는 MB ‘후계 비책’

박근혜 버릴 절호의 기회 “나 지켜줄 사람 누구?”

[일요시사=이주현 기자]한나라당의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는 집권당의 국정 운영 전반에 대한 심판이라는 실로 엄중한 의미로 해석되며 정치권에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왔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장악력이 급격히 쇠퇴해 레임덕이 초가속화 되고 박근혜 전 대표의 ‘대세론’이 흔들리며 ‘대안론’이 대두되고 있다. 정권 말미 친이·친박 간 주도권 다툼도 본격화 되었다. 하지만 이는 정권 재창출을 이뤄내 자신의 ‘방호벽’을 쌓기 위해 고심 중인 이 대통령에게는 호재로 다가올 것으로 여겨진다. 겉으로는 ‘낮은 자세’를 운운하지만 속으로는 웃고 있을 MB의 의중을 들여다봤다.

흔들리는 ‘박근혜 대세론’, 미소 짓는 이명박
퇴임 후 ‘방호벽’ 쌓기 안간힘, 기회는 지금! 

이번 서울시장 선거 참패는 내년 4·11 총선에서 여의도 권력 지형이 여소야대로 재편되는 데 이어, 12·19 대선에서도 정권 재창출이 무망함을 보여주는 일종의 예고편이 될 수 있는 선거였다.
 
이는 당장 임기 말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을 가속화시킬 개연성도 크다. 이 대통령은 레임덕 악화와 집권당의 영향력 약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실패한 정권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다가섰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개의치 않고 홀로 ‘마이웨이’ 중이다.

개의치 않는 MB
홀로 ‘My Way’


이 대통령이 선거가 끝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선거 패배 대책 수립도 당과 청와대의 책임론을 제기한 것도 아니었다. 선거 다음날인 27일 이 대통령은 선거 결과에 전혀 개의치 않고 특유의 보은인사와 회전문 인사를 강행했다.

청와대 경호처장에 어청수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을 임명했고 지식경제부장관에 홍석우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사장을 내정한 것.

하지만 어 처장은 지난 2008년 경찰청장 재임 시절 촛불시위 참가자들의 청와대 진입을 막기 위해 컨테이너를 쌓아 광화문 입구를 막은 일(일명 ‘명박산성’)을 지휘했던 인물로 많은 논란을 일으켰고 “소통을 차단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강경하다. 자신의 퇴임 후를 지켜줄 인사 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듯하다.

또한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임태희 비서실장이 사의를 표명하자 이 대통령은 “민심을 수습하는 것이 우선이고 그 다음이 (인적) 개편”이라며 임 실장을 교체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자신의 심복을 놓치지 않고 곁에 두려는 의중으로 해석된다.

자신을 경호해 줄 경호처장은 최측근 인사로 내정했지만 이 대통령의 가장 큰 목적은 정권 재창출에 있다.

그동안 정권재창출의 키워드는 ‘박근혜 대세론’이었다. 친이-친박이라는 치유할 수 없는 ‘앙금의 골’ 속에 정권 재창출이라는 공동의 관심사만으로 불편한 동거를 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계파갈등 뿐만 아니라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정책현안 등에 대해서도 갈등을 빚어왔다. 그동안 가졌던 7번의 회동 중 5차례 회동에서 갈등을 증폭시켰다.

지난 2007년 12월 대선 승리 후 가진 첫 만남에선 협력관계 정립에 실패했고, 2008년 총선을 전후한 회동에선 공천갈등이 폭발하며 만날수록 둘의 사이는 악화됐다.

그러나 지난해 8월 회동에선 세종시 수정안 등을 놓고 양측의 갈등이 봉합되기 시작했고 지난 6월 유럽 특사보고 회동에서는 ‘정권 재창출’에 뜻을 함께하며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회동 당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박근혜 대세론이 정점을 찍을 때였기 때문에 이 대통령이 ‘레임덕’을 최소화하고 국정운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기 위해 일종의 제스처였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박 전 대표도 당시 불거진 ‘여성 대통령 불가설’을 의식했고 대권으로 가기 위해서는 친이계의 지원과 협조가 필요했음을 인식해 이에 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갑’과 ‘을’의 위치가 완전 뒤 바뀐 것이다. 서울시장 선거 참패로 박근혜 대세론이 흔들리고 친이계가 ‘대안론’을 내세우며 주도권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런 상황에 ‘정권 재창출’만이 살 길인 이 대통령으로서는 ‘계륵’과도 같았고 ‘눈엣가시’같은 존재였던 박 전 대표와의 동거는 더 이상 무의미 해졌다.

‘MB 계승론’을 걱정하며 조심스럽게 관계설정에 임했던 박 전 대표가 뒤통수를 맞은 형국이다.

‘MB 계승론’ 걱정하다
뒤통수 맞은 박근혜


‘미래권력’과의 ‘불편한 동거’를 끝낸 이 대통령은 정권 재창출을 위해 자신의 후계자 선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야권에서 벌써부터 ‘정권 심판론’을 운운하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해 보이는 이 대통령이다.

시기는 더 할 나위 없이 좋다. 친박계 의원들은 ‘선거 패배는 MB 탓’이라며 선상반란을 꾀하고 있지만 이런 움직임은 이 대통령이 자연스럽게 박 전 대표와 등을 돌리게 해주는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 당 내에서도 이러한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한나라당 핵심 당직자는 “박근혜 대세론으로 인해 한나라당이 안주한 것은 사실”이라며 “박 전 대표를 보완할 만한 인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친이계 의원도 “박 전 대표가 집권할 경우 한나라당의 정권 재창출이라기보다는 정권교체나 다름없다는 말이 나온다”며 “박 전 대표가 패배한 수도권 지역에서 영향력을 행사 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문수 경기지사와 함께 이재오 전 특임장관, 정몽준 전 대표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이중 가장 무게감이 실리고 이 대통령의 히든카드로 떠오르는 인물은 단연 김 지사다.

‘박근혜 대안론’에 ‘김문수 역할론’ 대두되는 한나라
‘더 이상 잃을 것 없다’ 후임 밀어주기 박차 가할 듯

김 지사는 수도권에서 단 한 번도 낙선하지 않은 지지기반이 있어 ‘박근혜 수도권 한계론’을 뒷받침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노동운동과 진보정당 경험은 물론 한나라당의 부자정당 이미지를 불식시킬 만큼 서민계층과 잘 어울린다. 대구와 부산경남을 찾으며 지역민심을 돌봤던 점도 향후 대권행보에 유리하게 작용될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달리 학교 무상급식과 관련해 민주당이 다수당인 경기도의회와 타협을 이룬 그의 정치력과 도내 31개 전 시·군을 순회한 택시기사체험 등 현장행정도 주목받고 있다.

김 지사는 대권 의지와 관련해 누누이 “꿈을 이루기 위해 조건이 마련돼야 한다. 정치적 계기로 해서 변화가 올 것으로 본다”며 정중동의 스탠스를 취해온 김 지사는 서울시장 선거결과에 “큰 충격이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쇄신, 자기혁신이 없으면 미래가 없다”고 밝혔다.
 
김 지사의 속내가 어떻든 간에 서울시장 선거 패배로 한나라당의 대권구도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시점에 그의 ‘역할론’이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

김 지사가 당장 중앙정치에 뛰어들지는 않겠지만 특강과 한나라당 홈페이지 기고 등의 방식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분명하게 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또 국정의 축소판인 경기도정에 대한 비판적인 평가를 받으며 대권으로의 도전은 불가능하기에 일단 도정에 계속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지사직을 조기에 그만둘 경우 역풍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박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를 통해 대권 행보를 본격화한 만큼 김 지사도 하루 빨리 나서 지지율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조기등판을 요구하기도 했다.

박근혜의 위기!
이명박의 호재?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지사가 내년 1월을 전후해 대권 출마를 본격화 할 것이란 시각과 총선 직후로 보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김 지사가 대권 출마로 비워진 경기지사 자리는 임태희 비서실장으로 채운다는 청와대의 가이드라인이 정해져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처럼 김 지사가 원하든 원치 않던 당내 경선 흥행을 위해 대권 출마가 불가피할 것으로 여겨진다.

10·26 재보선 참패는 박 전 대표에게 위기로 다가왔고 다른 시각으로 본다면 이 대통령에게는 호재로 다가왔다. 친이계의 자신과 우호적인 인물을 내세울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이 대통령은 놓칠 리 없다.
 
이미 국정장악력을 잃어버린 시점에 ‘더 이상 잃을게 없다’는 자세로 후임자 밀어주기에 매진 할 것으로 보인다.

그것만이 자신이 살 길임을 이 대통령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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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