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빼든’ 자유한국당 대반전 카드

벼랑끝 전면전 “갈 데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한국당이 야성을 되찾았다. 9월 정기국회가 시작되면서 본격적인 대여·대정부 투쟁에 나서는 모양새다. 한국당은 문재인정부를 둘러싸고 있는 현안과 의혹에 집중하고 있다. 맹점을 파고들어 존재감을 확실히 되찾겠다는 의지다. 그들은 무엇을 공략하고자 할까.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지난 5일 김성태 원내대표(이하 김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로 포문을 열었다. 김 원내대표는 원색적인 단어를 서슴지 않았다. 당장 정치인의 품격을 가리켜 비판이 쏟아졌다. 동시에 지난날의 야성을 되찾았다는 평가도 존재했다. 이번 김 원내대표의 연설은 한국당이 9월 정기국회서 보여줄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 첨예한 갈등이 예상되는 까닭이다.

수위 높여가며
대정부 투쟁 예고

김 원내대표는 지난달 20일 한국당 연찬회서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을 언급하며 9월 정기국회 전면전을 예고했다. 이날 김 원내대표는 “영화 속 건달들이 ‘집중해서 한 놈만 패자’고 한다”며 “한국당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끝장을 보여주자는 투지를 가질 때 야당으로서 가장 무서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5일, 국회 본회의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소득주도성장을 정면 반박하며 대여·대정부 투쟁을 예고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6·13지방선거 참패 이후 일차적으로 당 수습에 나섰다. 이후 김 원내대표는 경제 지표가 악화되는 상황에 발맞춰 대정부 투쟁의 수위를 서서히 높여갔다.

김 원내대표는 이번 교섭단체 연설을 통해 9월 정기국회서 야성을 드러내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문재인정부의 3대 정책기조 중 하나인 소득주도성장을 작심한 듯 비판했다. 그는 “소득주도 성장은 국민을 현혹하는 보이스 피싱” “소득주도 성장은 대한민국이 베네수엘라로 가는 레드카펫”이라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 원내대표는 이번 연설서 소득주도성장 대신 출산주도성장을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가 주장한 출산주도성장은 아이가 태어나면서 성년에 이르기까지 출산장려금 2000만원과 함께 1억원의 지원금을 국가가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당장 재원 마련 방안의 결여성이 제기됐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다음날 오전 국회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서 “여성의 출산을 경제성장의 도구로 여기는 한국당의 인식이 너무 천박하다”며 비난했다.

김 원내대표의 이번 연설은 9월 정기국회서 한국당이 보여줄 행보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은 9월 국회서 정부의 경제 정책에 바짝 날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은 침체된 고용 지표를 근거로 경제 현안을 선점하고자 한다. 

이는 한국당 신보라 원내대변인이 지난 2일 발표한 “민생을 살리기 위한 민심 국회를 만들겠다”는 논평과 그 궤를 같이한다. 그간의 경제 결과를 근거로 소득주도성장을 부정하면서 민심의 중심에 서겠다는 의지다.

특히 한국당은 정기국회서 2019 정부 예산안에 반기를 들 가능성이 높다. 정부 예산안에는 문재인정부의 경제 기조가 고스란히 녹아있기 때문이다. 김 원내대표는 이번 교섭단체 연설에서 정부 예산안을 “세금 중독 예산을 싹둑싹둑 잘라낼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당은 문 대통령의 경제 정책 기조가 아직까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과 소득주도성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는 것을 반대급부로 존재감을 드러내고자 한다. 한국당은 김 원내대표의 연설로 신호탄을 쏘아올린 셈이다.

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 역시 소득주도성장에 반박하고 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4일, 국회서 열린 비대위 회의서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 성장과 관련해 “일종의 악마의 유혹서 빠져 나와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소득주도성장
정면으로 비판

한국당은 소득주도성장과 반대되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득주도성장을 대체할 만한 새로운 경제모델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 산하 ‘가치와 좌표 재정립소위’ 위원장을 맡은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홍성걸 교수는 지난 31일 BBS 시사 프로그램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여의도 연구원을 비롯해 당내서 여러 가지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당이 소득주도성장을 대체할 만한 모델을 통해 반등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까닭이다.

한국당은 탈원전 정책에도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다. 김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연설서 “탈원전 정책의 백지화는 협치의 시작”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탈원전 정책의 대체재로 평가받는 재생에너지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드러냈다.

김 원내대표는 “최근 집중 호우로 전국의 태양광 발전 시설들이 수해에 그대로 노출됐다”며 피해를 입은 시설 사진을 꺼내들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달 청와대서 열린 여야 5당 원내대표 오찬 회동에 이어 탈원전 문제를 재차 강조했다. 탈원전 카드가 공식화된 것이다. 

한국당은 탈원전 정책을 전력수급 문제와 고용 등과 함께 연결지어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전력수급 문제는 지난 여름 동안 이어졌던 폭염과 함께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이번 여름에는 이상 고온으로 전력 수요가 연일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에 전력수급불안이 제기됐다. 

당시 한국당은 전력예비율이 예상보다 빠르게 떨어지자 탈원전 정책 재고를 주장한 바 있다. 다만 산업통상자원부는 “탈원전 정책은 원전을 당장 줄이자는 게 아니다”며 단계적 감축이란 점을 강조했다.

한국당은 이어 고용문제를 언급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정기국회 첫날이었던 지난 3일 오전 첫 현장 일정으로 울산에 위치한 한국수력원자력 새울원자력본부를 방문해 신고리 4호기 발전소 시설을 시찰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이날 신고리 4호기 발전소를 시찰한 뒤 가진 토론회서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앞으로 2030년까지 한수원 직원 1만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기사를 접했다”며 “결국 안전문제로 원전을 반대하고 나섰지만 결국 국민들의 고용불안은 더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탈원전 정책을 고용문제와 결부지어 비판한 것이다.

다만 정부와 여당은 이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민주당은 지난달 16일 문 대통령이 지난달 여야 5당 원내대표 회동 당시 “탈원전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경미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탈원전이라는 표현을 호도하는 게 있었는데 이에 우려를 했다”고 밝혔다. 또한 문 대통령은 탈원전 속도와 관련해 “충분히 스텝 바이 스텝으로 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폭염이 지속됐던 지난달 8일, 최고위원회의서 탈원전 정책 비판에 대해 “근거 없는 트집잡기”라고 비판했다. 그는 “예정대로 진행된 원전 정비를 전력수급 때문에 갑자기 바꾼 것으로 호도하고, 마치 탈원전 때문에 전력 수급에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호도하고 있다"며 "근거 없는 탈원전 흠집 내기 공세를 그만하라"고 촉구했다.


김 비대위원장의 현장방문과 김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연설을 통해 한국당은 탈원전 공세를 9월 정기국회서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번 9월 국회에선 인사청문회가 열린다. 특히 산업통상자원부장관 후보자의 청문회가 예정돼있다. 탈원전 정책 공방이 불가피한 까닭이다.

당 내부서도 탈원전 공세가 고개를 들고 있다. 김 비대위원장이 세울원자력본부를 시찰한 날 한국당 이채익 의원은 정부가 에너지경제연구원 등에 의뢰해 작성한 ‘원전산업 생태계 개선 방안 보고서’를 토대로 “청와대는 ‘탈원전 몽니’를 그만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용 문제 연결
원전 공세 가속

이 의원은 “보고서에 따르면 추가 해외 원전 수주가 없을 시 2030년까지 약 1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며 “국내 원전산업 붕괴로 부품 및 기자재 수급이 어려워 원전의 안전 운용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정부도 인정한 탈원전 부작용을 청와대만 모른척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엿다.

한국당은 지난 여름 발생한 폭염에 전력문제가 대두된 것과 신재생 에너지의 경착륙 등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탈원전 공세를 펼칠 예정이다. 여기에 고용문제까지 결부시켜 진용을 갖추고 있다. 또 산자부장관의 인사청문회가 예정돼있어 탈원전 반대 정책을 적극적으로 홍보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당은 대북 정책에 있어서도 정부·여당과 대척점을 형성하고 있다. ‘북한산 석탄 국정조사’와 ‘판문점 비준안’ 문제가 대표적이다. 한국당은 북한산 석탄 의혹과 관련해 꾸준히 문제를 제기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열린 한국당 북한산석탄수입의혹규명특별위원회 첫 회의서 북한산 석탄 의혹과 관련해 “우리 기업, 금융기관을 비롯한 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미치고 국가 안보에도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당의 석탄 국정조사 요구는 이번 9월 국회서 더욱 선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연설서 “북한산 석탄 밀반입 의혹은 반드시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부는 오래전부터 북한산 석탄을 인지하고 수차례 청와대 대책회의까지 했다”며 “이번 정기국회서 국정감사를 통해 진실을 반드시 파헤치겠다”고 강조했다.
 

북한산 석탄 논란은 지난달 28일 다시 주목을 받았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민주당 김민기 의원과 한국당 이은재 의원에 따르면 이날 오후 비공개로 열린 정보위원회 회의서 서훈 국정원장은 “지난해 10월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북한산 석탄의 국내 반입 사실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미 청와대가 북한산 석탄 반입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다만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보고한 것에 대해 민주당 김 의원은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한 게 아니라는 의미”라며 국정원이 덧붙였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당 이 의원은 “안보실 보고는 대통령 보고와 다름이 아니라는 답변을 (국정원이)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서 “미국이 지난해 10월 초 정보를 줄 때까지 제 차원에선 북한산 석탄 불법 수입 정보를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탈원전·석탄 등 대북이슈 조준
당내 투톱 이견 봉합 후 전면에

한국당 내부에서는 북한산 석탄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를 주장하고 있다. 북한석탄특별위 위원장인 유기준 의원은 “경찰 내사 중단과 관세청의 꼬리자르기 수사, 조직적인 자료 제출 부실 및 입맞추기 등 이에 대한 의심이 너무 많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여당 민주당 원내대표도 정부의 설명이 부족했다며 야당이 국조한다면 할 수도 있다고 말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는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지난달 28일, 국회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 “정부의 설명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그래도 야당서 국정조사를 하자고 하면 할 수도 있다”고 발언한 점을 되짚은 것이다.

다만 일각에선 북한산 석탄 국정조사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국정조사 등을 통해 밝혀질 수 있는 새로운 사실은 누구에게 유리할지 단언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또 북한의 비핵화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서 석탄 의제가 부각돼 협의가 한층 복잡해질 가능성도 제기 된다. 결국 한국당은 결과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당은 여당과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동의에도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 원내대표는 교섭단체대표 연설서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동의는 지금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경제에 실패한 문재인정권이 종전선언 운운하며 북핵 이슈를 계속 끌고 가기 위한 정략적 접근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며 “한미 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북핵폐기 철벽 공조에 보다 집중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한국당은 최근 대북 특사가 파견된 이후 3차 남북 정상회담 일정이 정해진 것을 두고도 입장차를 보였다. 정치권이 대체로 환영의 뜻을 표한 것과는 다소 결이 달랐다. 한국당은 지난 5일 윤영석 수석대변인을 통해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모든 지혜와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비대위원장 역시 비준안 동의 반대 기조로 입장을 선회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7월 JTBC에 출연해 “평화에 도움이 된다면 전통적인 안보관보다는 평화 정착을 위해 적극 협력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4일 비대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에 대해 “비핵화의 진전이 눈에 보이지 않는 상황” 이라며 “일종의 법률로서 인정하는 비준을 한다면 우리는 경제협력과 관련된 의무만 지게 된다. 찬성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양김 전면에
100일 역할은?

한국당 ‘투톱’이 소득주도성장과 탈원전 정책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북한산 석탄 수입 의혹을 제기하는 형국이다. 또한 판문점 비준안 동의 여부도 반대 입장을 표하고 있다. 한국당이 정기 국회를 관통하면서 본격적인 ‘존재감 드러내기’에 나서고 있다는 해석이다. 지난 지방선거 이후 당 수습에 들어갔던 한국당이 100일간의 정기 국회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주목된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홍준표 가니 김성태 왔다?

김성태 원내대표가 최근 교섭단체 대표 연설로 후폭풍을 맞고 있다. 정치권에선 김 원내대표의 표현과 발언을 비판했다. 여론 역시 부정적이다. 

김 원내대표의 거친 발언은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를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이 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지난 7일 “지방선거 패배로 무너진 홍 전 대표 체제의 또 다른 버전이 등장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혹평했다. 

홍 전 대표는 지난날 정부여당을 향해 막말에 가까운 비판을 쏟아내며 ‘레드준표’라는 별명을 얻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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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