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0조’ 2019 예산 전쟁

돈 쓸 데는 많은데…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2019 정부 예산안이 발표되면서 여야가 전면전을 예고하고 있다. 국회 예산안 심사가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당은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 반면 야당은 ‘재정 중독’이라며 각을 세우고 있다. <일요시사>는 여야가 충돌할 만한 사안에는 무엇이 있을지 짚어봤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지난달 24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브리핑실서 ‘2019 예산안’과 ‘2018∼2022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발표했다. 내년 예산안 총지출은 470조원을 넘어서 당장 ‘슈퍼 예산’이란 말이 나왔다.

감도는 전운

예산안서 눈길을 끄는 것은 보건·복지·노동 예산이다. 총 162조원으로 전체 예산의 3분의 1을 넘어섰다. 일자리 예산은 역대 최대치(22%)로 늘어나면서 관심을 끌었다. 정부가 고용지표 개선을 위해 대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자리 예산은 23조로 보건·복지·노동 예산에 포함된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오전 청와대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를 통해 2019년도 예산안을 확정했다. 여야는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 명의의 보도자료서 “일자리 창출, 경제활력 제고, 사회안전망 확충 등에 중점을 뒀다”며 “재정의 적극적 역할 의지를 보인 예산”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인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같은 날 오후 국회 정론관서 “한국당은 정부의 2019년도 예산안을 ‘국민 예산’이 아닌 불통과 독선의 ‘장하성 예산안’으로 규정한다”며 “이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한 예산안은 지난달 31일 국회에 제출됐다. 예산안 심사를 두고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부딪힐 만한 사안 중 하나는 ‘공무원 증원’이다.
 

공무원 일자리 확대는 문재인정부의 기조기도 하다. 정부는 공무원을 5년간 17만4000명을 충원하기로 밝힌 바 있다. 그 기조에 맞춰 공무원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만2000명에서 올해 2만7000명으로 그 수가 늘었다. 

이번 예산안에 따르면 공무원은 내년에 3만6000명으로 늘어난다. 이 중 국가직은 2만1000명, 지방직은 1만5000명이 충원된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보건·영양·상담 교사 등 교원 3300명, 경찰 5700명, 질병 검역·미세먼지 등 국민생활 밀접 분야 6000명 등이 증원된다. 또 상시·지속업무 비정규직 1만70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 공공부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계획에 따라서다. 

예산안에 따르면 국가직 인건비는 4000억원이 반영됐다. 지방직은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 지방자치단체 재원으로 부담할 방침이다.

공무원 증원부터 남북협력기금까지 
팽팽한 기싸움…법정시한 또 넘기나


이에 한국당 장 의원은 지난달 28일 성명서를 통해 “공무원만 2배 이상 증원하는 관존민비 예산”이라며 “늘어난 공무원들의 연금까지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회서비스 일자리’ 역시 공무원 증원과 마찬가지로 재정 지원을 통한 일자리 확대 정책과 궤를 같이 한다. 예산이 지원되는 사회서비스 일자리는 수요가 많고 시급한 보건·복지 분야에 집중될 예정이다. 이 분야에선 어린이집 보조교사, 아이돌보미,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등 일자리 9만4000개가 늘어날 예정이다.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서비스 일자리제공 예산도 증액됐다. 여성 일자리에는 1조4000억원을 투입돼 일자리 1만5000개를 늘릴 계획이다. 세부적으로 아이돌봄서비스, 노인돌봄서비스, 장애인활동지원 등이 있다.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예산이 책정됐다. 노인 일자리는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로 10만개를 신규로 제공할 예정이며 총 8200억원이 책정됐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지난달 28일 국회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서 “민간 부문의 일자리 창출 능력이 회복될 때까지 재정을 통해 공공행정과 사회복지 서비스 일자리를 확대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회 재정위원회 소속 한국당 추경호 의원은 같은날 “지금처럼 선심성 복지지출에 과도하게 재정을 투입한다면 향후 재정건전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우려를 표했다.

여야는 일자리 분야 외에도 남북협력기금 예산안을 두고 마찰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통일부는 2019년 예산 규모가 총 1조3188억원이라고 밝혔다. 이중 남북협력기금은 1조1004억원이다. 나머지 2184억원은 일반회계다.
 

세부적으로 북한 철도·도로 현대화와 개성공단 기반 조성 등에는 5044억원이 배정됐다. 협력기금에는 북한의 산림 복구를 위한 양묘장 현대화와 산림 병해충 방제 관련 경비 등도 포함됐다. 판문점 선언 이행에 방점을 둔 것이다. 판문점 선언 1조 6항에 따르면 ‘남북의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 연결 및 현대화’가 명시돼있다.

그러나 야당은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동의를 반대하거나 유보하는 입장이고, 북한산 석탄 반입과 관련해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남북협력기금 예산이 국회를 순탄하게 통과하기엔 다소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 회동 이후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국회로 돌아와 가진 기자 간담회서 “한반도의 실질적 비핵화에 진전이 이뤄지고 국제사회의 교감이 이뤄졌을 때 적극 뒷받침할 것”이라며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동의에 반대 의사를 표했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역시 “개인적으로는 판문점 선언을 지지하고 비준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면서도 “비핵화 프로세스가 가시화되면 비준 처리 여건이 마련될 수 있다”며 유보의 뜻을 밝혔다.

이어 한국당은 북한산 석탄이 국내에 반입된 것과 관련해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한국당 신보라 원내대변인은 “더 늦기 전에 북한산 석탄 위장반입을 누가 주도했고 누가 숨기려 했는지 밝혀야 한다”며 “민주당은 북한산 석탄 위장반입과 관련한 국정조사를 즉각 수용하라”고 주장했다.  


한편 국회로 넘어온 2019 정부예산안은 국회의 소관 상임위원회의 예비심사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종합심사 그리고 본회의 의결 단계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국회는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1월1일의 30일 전인 12월2일까지 예산안 본회의 의결을 마쳐야 한다. 

통과까진?

다만 국회는 2000년대 들어 지난해까지 총 18차례의 예산안 심사서 단 두 차례만 법정시한을 지켰다. 이번 국회 예산안은 여야의 정면충돌이 예고된 만큼 법정시한을 정확히 지켜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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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