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 <51>단독주택 집중탐구

“성냥갑은 가라”… 이젠 ‘나만의 집’


최근 아파트 시장이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한 가운데 단독주택이 새로운 부동산 투자처로 인기를 얻고 있다. ‘나만의 집’을 짓고 안락하고 쾌적하게 살 수 있는 데다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면서 단독주택에 관심을 갖는 수요층도 확대되는 추세다.

아파트 시장 여전히 침체 속 투자처로 인기
주거 트렌드 변화…땅 등 거래량 크게 증가

아파트에 밀려 인기를 잃었던 단독주택 신축이 최근 수도권 신도시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단독주택을 지을 수 있는 땅도 올 들어 작년대비 40% 이상 많이 팔려나갔다.

단독주택은 올 들어 거래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전국 단독주택 거래량은 지난해 1∼8월 6만8733건에서 올해 같은 기간 8만103건으로 16.5% 늘어났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분양하는 단독주택용 땅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올해 1∼8월 7879억원(106만4000㎡)이 판매됐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면적은 60%, 금액은 40%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주택 거래량 16%↑
부지 거래량 60%↑

그렇다면 단독주택이 인기를 끄는 이유가 뭘까.
먼저 주택시장 침체가 길어지면서 아파트의 매력이 많이 떨어진 반면 단독주택은 건축 규제가 상당부분 풀려 투자 가치가 높아졌다. 정부는 ‘5·1부동산 대책’을 통해 택지개발지구의 단독주택 층수를 최고 2∼3층에서 3∼4층으로 완화하고 최대 3가구인 가구수 제한도 풀었다. 이른바 ‘땅콩집’(1개 필지에 단독주택 2채를 붙여 놓은 집) 열풍을 타고 좀 더 쾌적한 환경에서 싸게 내집 마련을 하겠다는 젊은층의 욕구가 커지고 있는 것도 단독주택이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다.

일반적으로 단독주택은 집을 짓는 방식에 따라 2층짜리 주거전용과 1층에 상가를 두고 2∼3층에 집이 있는 점포 주택으로 나뉜다. 주거전용의 경우 땅주인이 직접 거주하거나 세를 놓는 경우가 가장 많다. 점포주택은 주인이 3층에 직접 살면서 나머지 주택과 상가를 임대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이 가운데 점포주택은 최근 은퇴한 베이비부머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본인의 거주문제를 해결하면서 매달 꼬박꼬박 임대 수익도 챙길 수 있다. 최근 전세난으로 전세금이 크게 오르면서 3층짜리 점포주택이라면 적게는 100만∼200만원, 많게는 400만∼500만원대의 월세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건축규제 상당부분 완화
‘쾌적한 환경’욕구 채워


판교신도시의 경우 점포주택의 264㎡(80평) 기준으로 땅값은 3.3㎡당 1800만∼2000만원, 건축비가 300만∼350만원 정도가 소요된다. 땅을 사서 집을 짓는데 15억∼16억원 정도 필요한데 이미 지어놓은 주택을 구입하려면 20억원 정도를 투자해야 한다. 그나마 지난해 말부터 50대 이상 은퇴자들의 투자 문의가 많지만 매물은 잘 나오지 않는다.

그 사례로 경기 용인시 동백지구도 점포주택이 인기다. 전세금이 급등한 수원이나 분당에서 밀려나 전세금이 싼 동백지구에서 전셋집을 구하려는 세입자가 늘면서 임대 사업하기가 좋아졌기 때문이다.

현재 3층짜리 점포주택은 8억∼11억원 선에 거래된다. 가령 3층짜리 단독주택의 경우 총 6가구를 세놓으면 400만원 안팎의 월세를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동백지구의 경우 3.3㎡당 땅값이 500만∼800만원선으로 통상 연면적 198∼264㎡ 규모의 집을 짓는 데 7억5000만∼8억원 정도가 든다.

언뜻 만만치 않은 금액이지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하루 30여 통씩 문의전화가 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최근 주목받는 단독주택이 아파트 시장의 불황에 따른 ‘일시적인 인기’인지, 장기적인 트렌드로 정착할 수 있을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SH공사가 공급하는 택지지구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늘고 있다. 이들이 공급하는 지역의 경우 도시 기반시설이 잘 갖춰진 곳에 들어서는 데다 배후 상권이 탄탄해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LH가 분양을 앞둔 택지지구 상당수는 아파트 입주가 진행 중이거나 입주를 눈앞에 둔 곳들이 많다”며 “SH공사가 공급하는 은평·문정지구는 수익성이 이미 검증된 알짜 부지인 만큼 투자처로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LH가 공급하는 택지지구에서 개인투자자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땅은 단독주택 용지다. 상가를 넣을 수 있는 점포 겸용 단독주택용지를 찾는 투자자들이 많다. 3층 규모의 상가주택을 지어 1층엔 음식점 등 근린생활시설을 들이고, 2∼3층은 다가구주택을 지어 전·월세를 놓는 식이다.

청라·은평·문정
삼송지구 등 주목

LH는 연말까지 인천 청라지구와 평택 청북지구 등 전국 21개 지역에서 단독주택지 1263필지(54만3000㎡)를 공급 예정에 있다. 고양 삼송지구는 은평 뉴타운과 고양 원흥, 지축지구와 인접해 있어 수도권 북서지역의 신흥 주거벨트가 기대되는 곳이다. 서울지하철 3호선 원흥역이 2013년 개통 예정인 점도 호재다.

삼송지구에서는 12월 점포 겸용 단독택지 123필지가 분양된다. 청라지구는 연말까지 3500여 가구가 집들이를 앞두고 있어 상권 개발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꼽힌다. 서울역까지 개통된 공항철도 청라역이 내년 말 개통할 때면 입주 가구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서해안 개발의 거점 도시인 평택에 자리 잡은 청북지구 점포 겸용 단독택지(17필지)도 주목할 만하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서울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데다 전체 사업지구의 29%가 골프장과 전원형 주택단지로 조성돼 주거환경도 쾌적하다.
 
KTX 천안아산역 역세권인 아산 배방지구에서도 점포 겸용 단독택지(4필지)가 주인을 찾는다. KTX를 이용하면 서울이 30분대, 대전·광명은 20분대에 접근이 가능한 데다 삼성 LCD 탕정산업단지 등 첨단 산업단지와도 가까워 주거 수요가 많다. 이밖에 한국전력공사를 비롯한 수도권 공공기관이 이전하는 광주전남혁신도시와 인접한 광주효천2지구에서도 점포 겸용 택지 24개 필지가 공급된다.

전세난에 점포주택도 관심
3층서 500만원 월세 가능


서울에서도 상가와 빌딩 등을 지을 수 있는 알짜 부지가 쏟아진다. 서울시 SH공사는 문정, 은평, 강일, 장지, 우면2지구 등 10곳에서 총 32필지(20만6143㎡)를 분양한다. 용지별로는 유치원 등을 지을 수 있는 2종 일반주거지역이 14필지로 가장 많고 빌딩이나 상가를 지을 수 있는 일반상업지역이 11개, 3종 일반주거지역과 준주거 1개씩이다.

진관동 일대 은평지구에서는 2종 일반주거지역 8필지, 일반상업지역 6필지가 주인을 찾는다. 일반상업지역은 대부분 서울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 인근에 위치하고 있다. 분양가는 3.3㎡당 2200만원 수준이다.

송파 문정지구에서는 일반상업용지가 공급된다. 3필지 모두 특별계획구역으로 용적률 600%, 건폐율 60%가 적용된다. 분양가는 3.3㎡당 2400만∼2700만원이다. 이들 부지는 문정지구 첨단업무단지에 속하며 부지 남측으로 가든파이브와 송파푸르지오시티, 한화오벨리스크 오피스텔이 있다. 문정지구를 제외한 9개 지구 29개 필지는 10월24∼27일까지 입찰서를 제출하고 28일 낙찰자를 결정한다. 문정지구는 11월7∼10일 입찰서를 제출, 11일 낙찰자를 발표한다.

발산지구는 강서구 내발산동 일원에서 3필지가 분양 예정이다. 2종 일반주거 2필지, 1종 일반주거 1필지다. 분양가는 3.3㎡당 580만∼713만원 선이다. 강일지구는 강일동 304의 2 일원에서 일반상업지역 2필지가 분양된다. 분양가는 1500만∼1600만원 선이다.

조립식 건축도 가능
생산기준·절차 개선

앞으로 단독주택도 아파트처럼 공장에서 벽체 등을 미리 생산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공업화주택’방식으로 지을 수 있게 된다. 그동안 적합하지 않았던 생산기준과 절차를 개선하고 인정대상도 확대된다.

국토해양부는 이 같은 내용의 공업화주택 활성화를 위해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및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칙’일부개정안을 마련해 지난 17일 입법예고했다. 국토부는 현행 공업화주택 건설 기준이 공동주택에 한정돼 있어 이번에 단독주택에 적합한 기준을 별도로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땅 사서 집 짓는데 15억∼16억원
지어놓은 주택 구입하려면 20억원

공업화주택은 주요 구조부 전부 또는 일부를 공장에서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주택이지만 까다로운 규정과 절차상 지금껏 상용화된 적이 없었다. 개정안에는 구조안전, 환기ㆍ기밀, 내구성 등 성능기준과 콘크리트 조립식 부재, 경량콘크리트 조립식 부재 등 생산기준이 마련됐다. 개정안은 또 공업화주택을 활성화하기 위해 공업화주택 인정 신청서류에서 연구기관 또는 학술단체 평가서 제출을 폐지하고, 중앙건축위원회의의 심의도 없애는 등 사업 절차를 간소화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공사기간을 단축할 수 있고 대량생산 시 건설비용을 낮출 수 있다”며 “제도 개선을 통해 주택공급활성화 및 전세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개정안에 대한 의견은 오는 11월7일까지 우편·팩스 또는 국토해양부 홈페이지(
http://www.mltm.go.kr) 법령정보-입법예고란을 통해 제출할 수 있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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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국민의힘 행사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다가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국민의힘에서 ‘보수의 김어준’을 꿈꾸는 것 같다. 전씨는 과연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했던 영향력을 단번에 얻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지난 8일, 대구 EXCO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지난 3월 창간한 <전한길뉴스> 소속 언론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선거판 난장판 하지만 전씨는 언론 취재의 한계를 넘어 반탄(탄핵 반대) 성향 후보들의 연설 도중 응원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반대로 찬탄(탄핵 찬성) 성향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연설할 때마다 “내부 총질” 혹은 “배신자” 등 원색 비난을 했다. 이날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는 전씨를 직접 지칭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고, 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정당화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투쟁할 수 있겠느냐”면서 비난했다. 그러자 전씨는 김 후보에게 욕설하면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격동시켰다. 찬탄 성향 조경태 당 대표 후보가 연설할 땐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을 들고 항의하는 등 지지자들의 조 후보 비난을 유도했다. 그러자, 찬탄 성향 일부 당원들이 전씨에게 물병을 던지면서 항의했다. 한 당원은 전씨에게 “난 20년 차 당원인데, 입당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당신이 왜 이런 난동을 부리느냐”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씨의 전당대회 출입을 막기 위해 대의원이 아닌 일반 당원의 행사장 출입을 금지했다. 이어 전씨에 대한 징계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러자 전씨는 <전한길뉴스> 발행인 신분을 내세워 “언론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이처럼 전씨는 국민의힘 당원과 언론인이란 신분을 왕래하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있다. 지난달 31일과 지난 7일엔 시사평론가 고성국씨 등과 함께 주최한 ‘자유 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각각 장동혁·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출연시켜 ‘면접’을 보는 위력을 국민의힘 내외에 과시했다. 특정 진영의 강경파를 대상으로 언론사·유튜브 채널 등을 운영하면서 힘을 과시하는 모델로는 방송인 김어준씨가 있다. 김씨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친문(친 문재인) 강경파 성향 당원·지지자를 대상으로 라디오·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당 대표 후보들을 면접하는 형식은 김씨가 지난해 3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민주당 총선 후보자였던 이언주·전현희 의원과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출연시켜 객석의 청중에게 큰절을 시킨 것과 비슷하다. 김씨가 지난 6월 기획·진행한 ‘더 파워풀’ 콘서트엔 ▲문재인 전 대통령 ▲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등 다수의 민주당 내 유력 정치인이 참석했다. 입당하자마자 영향력 과시 물의 당원·언론인 오가며 전대 개입 김씨는 지난 2011년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로 활동하면서부터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왔다. 물론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한 영향력을 전씨가 단기간에 얻긴 어렵다. 이 때문인지 전씨는 국민의힘에 입당하자마자 ‘10만 당원 양병설’ 등을 주장하면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해선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하고, 연 1회 이상 교육을 받은 책임당원이어야 한다. 전씨는 지난 6월 온라인으로 입당했고, 당 대표 후보 등록일은 지난달 30일부터 단 이틀 동안이었다. 따라서 전씨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수 없었다. 출마 길이 막힌 전씨는 전당대회에서 당원·언론인 신분을 교차하면서 자신을 따르는 당원들을 선동해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가 민주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주변 진영 전체를 둘러싼 질서는 20세기 초·중반에 활동했던 이탈리아 사회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이 갖는 틀과 비슷하다. 그람시는 “자본주의는 견고하게 발전할 것”이라는 대전제를 토대로 “언론·문화 등 각 분야에 진지를 구축해 참호전으로써 상대 세력을 약화해야 한다”는 사상을 정리했다. 각 분야에 구축한 진지는 결정적인 시기에 전개할 기동전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자본주의 구조가 뿌리내리면서 러시아 2월·10월 혁명과 같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뒤집는 혁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람시는 주도권 다툼으로써 체제 내 혁명을 추구하는 취지의 사상을 구체화했다. 우리나라에선 소련 해체가 가시화되던 1980년대 후반부터 기존 노동운동에 문화·예술운동을 접목하는 단체가 활동하는 등 각계에서 다른 방향의 노동운동을 전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민주당을 받치는 양대 축은 각계의 시민단체들과 진보 성향 매체들이다. 대규모 정치 이벤트가 진행될 땐 민주당 지원 사격을 맡으면서, 정치적 명분과 정당성을 구축·홍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민주당에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주요 선거 등 대규모 기동전이 필요한 상황에선 각자의 진지에서 일시에 뛰쳐나와 물량을 공급하는 식이다. 이 같은 구조를 상징하는 사람이 민주당 윤미향 전 의원이다. 정의기억연대 대표로 오랫동안 활동하던 윤 전 의원은 민주당을 통해 국회의원이 됐지만, 횡령 의혹이 유죄로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 등 민주당 일각에선 윤 전 의원의 사면을 강하게 지지했고, 결국 8·15 광복절특사를 통해 사면·복권됐다. 민주당과 그람시 하지만 시민단체와 매체는 대중을 직접 동원하기가 어려운 데다, 매체는 언론 고유의 한계가 있다. 시민단체 역시 시민들의 참여가 부실하다는 핸디캡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도 존재해 왔다. 이 때문에 삼각 구조를 받쳐줄 또 하나의 하부 구조가 필요했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사람이 바로 김씨였다. 김씨는 지난 1998년 ‘안티 <조선일보>’라는 깃발을 내걸고 <딴지일보>를 창간한 후 풍자·B급 정서·유머를 지향해오고 있다. 당시 <딴지일보>에선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찍어 먹는 용도로 내는 간장의 위생 상태를 취재해 기사화하거나 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대표의 대권 도전 과정을 풍자하는 등 ‘신선한 B급 정서’를 지향해 독자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한편으로 김씨에게 평생 따라다닐 놀림거리를 남겼다. 김씨가 <딴지일보>의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용 성인용품을 판매했고, 성인남녀의 만남을 중개하는 사이트를 개설했던 탓이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여전히 김씨를 비판하면서 당시의 전력을 함께 언급한다. 이후 김씨는 ▲황우석 박사 옹호 ▲영화감독 겸 코미디언 심형래씨 옹호 등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황 박사 옹호는 그럴 듯한 음모론을 제시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 김씨의 특성과 깊이 맞물린다. 당시의 논란도 김씨에 대한 비판론을 형성하는 중심축이다. 그랬던 김씨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계기로는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를 처음 시작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 중 1명으로 활동했단 것이었다. 김씨는 당시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거친 항의를 말리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문 전 대통령을 주목했다. 이후 김씨는 문 전 대통령의 킹메이커를 자처했고, 이는 ‘나는 꼼수다’ 진행 이후 문 전 대통령의 대세론으로 이어졌다. ‘나는 꼼수다’는 김씨 특유의 B급 정서·음모론이 이명박정부에 대한 다양한 불만과 맞물려 대성했던 방송이었다. ‘나는 꼼수다’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김씨의 성향을 구체화한 방송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해당 팟캐스트의 상징으로 통하는 “쫄지 마”는 여전히 회자된다. ‘나는 꼼수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검증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명확한 당파성을 매개로 특정 정당·진영 사람들이 선호할 음모론과 괴담을 이미 밝혀진 사실관계와 섞어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선을 적당히 왕래하면서 민주당 지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영웅과 악당들 이는 집단의식으로 연결됐고, 김씨에겐 거대한 영향력을, 민주당엔 거대한 지지 집단을 만들어줬다. 김씨는 ‘나는 꼼수다’를 통해 단순·명쾌한 이분 구도를 완성했다. 그를 선호하는 민주당 지지자의 정치관은 “보수진영이란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다. 이는 정의로운 주인공이 지구 정복을 노리는 악당의 무리에 맞서 싸우는 어린이용 만화의 서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울러 현재 민주당 핵심 지지 세대로 알려진 4050세대가 미국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선호하는 것과 연결해볼 수 있다. 이 세계관엔 초월적인 힘을 갖고 모든 생명체의 절반을 죽여 우주를 정화하려는 악당에 맞서는 영웅들이 등장한다. 이 세계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건은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사건이었다. 이들에게 노 전 대통령 사망사건은 거대 악당과 싸워야 하는 당위성을 제공해주는 절대적인 명분이었다. 김씨가 이 사건에 주목하고, 상주로서 백 전 의원의 항의를 제지하던 문 전 대통령을 주목한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우리 고전문학 중 전설은 김씨의 평소 주장과 비슷한 서사 구조를 띠고 있다. 전설은 능력이 뛰어난 주인공이 현실의 한계에 좌절하고 무너지는 비극적인 구조를 취한다. 또 설득력을 부여해야 많은 사람에게 퍼질 수 있어서 실제 존재하는 지역·지명을 매개로 그럴듯하게 전개된다. 여기엔 각박한 현실을 바꿔줄 새로운 영웅의 출현을 기대하는 민중의 소망이 담겨있다. 그래서 조선시대엔 “정씨 성을 가진 영웅이 새 나라를 만들어 왕이 될 것”이란 취지의 예언서가 오랫동안 돌아다녔다. 김씨의 주장은 21세기판 전설이라고 할 수 있다. 김씨는 민주당과 주변 진영을 취약한 상황에서 거대한 악에 도전하는 영웅으로 묘사하고, 지지자들은 그 영웅담에 환호한다. 그러면서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우는 영웅을 또 잃을 수 없다”는 공감대를 공유한다. 그들은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 김씨는 ‘김어준 유니버스’ 혹은 ‘민주 유니버스’를 만들었고, 지지자들은 관객을 넘어선 참여자로서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 <한국일보>는 지난 2017년 이들의 세계관을 소개하면서 “대통령이 국민을 지켜야지, 왜 국민이 대통령을 지켜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완전히 다른 ‘B급 정서’ 카타르시스·도파민 차이 김씨는 ▲세월호 고의 침몰설 ▲천안함 피격 사건 관련 가짜 뉴스 살포 ▲코로나19 대구 확산설 등 주장을 이어가면서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했다. 그들이 김씨를 통해 느낀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은 고스란히 민주당의 정치적 자양분이 됐다. 그래서 총선 출마 후보들은 김씨가 보는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큰절을 해야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김씨를 지목했던 것은 김씨에게 엄청난 이익이 됐다. 당시 계엄군은 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스튜디오 주변을 통제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13일 국회에서 “계엄군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사살한 후 북한 소행으로 공작하려고 했다”면서 “정보 출처는 국내에 대사관이 있는 우방국”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그 우방국은 미국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미국은 국무부·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 반면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어준님’의 증언을 허구로 단정하고 비난부터 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은 민주당과 그 주변 세력처럼 정교한 조직체를 만들지 못했다. 보수 세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피커 역할은 전씨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맡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김씨처럼 진영 전체를 들썩일 수 있는 정치적 유머 감각과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하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의 주장은 강경 보수 지지자들 외 국민 사이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고, 국민의힘 내부서도 강하게 비판한다. 국민의힘이 지난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이겼을 당시엔 민주당에 비판적인 2030세대 남성과 6070세대를 아울러 민주당을 지지하는 4050세대와 2030세대 여성을 포위한다는 ‘세대포위론’ 전략이 제시됐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불화 끝에 결별하면서 이 연합은 얼마 가지 못해 해체됐다. 당시 승리를 주도했던 국민의힘 지지층은 이 대표 특유의 합리주의를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와 강경 보수를 지향하는 노년 유권자로 분열됐다. 전씨는 많은 공무원 제자를 거느린 유명 한국사 강사였다. 따라서 적절히 순화된 주장과 교묘하게 선정한 정치적 입지를 섞어서 정치 전면에 나섰더라면,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와 달리 그럴듯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유머를 섞는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전씨의 옛 제자들은 그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절대로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는 김씨와 달리, 직접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 하는 등 적당히 선을 긋지도 않는다. 정치인들이 알아서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큰절을 하게 만드는 김씨와 달리, 전씨는 스스로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전당대회서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다. 전에겐 없는 것들 무엇보다 김씨가 “이 대통령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가진 것 아니냐”는 설까지 나올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구축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단 사실도 제대로 통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국민의힘은 정치 구조를 통찰하지 못해 민주당이 장기간 공들여 구축한 정치 구조체를 갖추지 못했다. 그런데도 전씨는 ‘전한길 유니버스’ 제작을 멈추지 않는다. 과연 전씨는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