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전초전 치르는 박근혜 파급력

‘안풍’ ‘문풍’ ‘김풍’에 고군분투 하는 ‘선거의 여왕’

[일요시사=이주현 기자]10·26 재보선은 해당 지역 후보들에게도 중요하지만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박근혜·안철수·문재인 등 여야 거물급 대선주자들도 예비대선 전초전의 심판대 위에 섰다. 특히 내년 초쯤 본격적인 대권 행보를 가속화 할 예정이었던 박 전 대표는 예상보다 이른 등판과 야권의 잠룡 3인방과의 3:1 결투양상에 고군분투했다. ‘선거의 여왕’과 ‘미래권력’으로 불리는 그가 이번 재보선에서 남긴 것은 무엇인지, 향후 대권행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아봤다.

서울, 박원순 지지한 안철수와의 대결
부산, 이해성 지지한 문재인과의 대결


박근혜 전 대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갑작스런 퇴임과 안철수 원장의 ‘안풍’에 휩쓸려 뜻하지 않게 조기 등판하게 됐다.

지난 경선 패배 직후부터 차기 대권행보 일정을 머릿속에 그려둔 박 전 대표로서는 오 전 시장과 안 원장이 ‘눈엣가시’이고 아주 밉게 보일 듯도 하다.

하지만 4년 만에 선거전에 직접 나선 박 전 대표는 애초 조용한 유세를 펼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나경원 후보와 동행유세는 물론, 전국을 돌아다니며 적극적인 선거운동에 나섰다.
 
‘이왕 나선 거 제대로 한번 해보자’는 식으로 열심히 유세 현장을 찾아다니며 시민들을 만났고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는 데 힘썼다.

서민과 접촉 강도 강화
파격적 격식 허물기 행보


박 전 대표에게 이번 선거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그동안 자신을 괴롭혔던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있고 정권심판론과 보수의 위기 속에 치러진 이번 재보선에 자신의 등판으로 승리하게 된다면 끊임없이 불거졌던 여러 가지 의문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그래서일까? 박 전 대표는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다. 서울, 부산, 함양, 인제, 충주 등 전국의 선거지역을 빠짐없이 순회했고 박빙 지역인 서울과 부산은 수차례 방문하며 자신과 당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애썼다.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는 그에게 이런 전국을 누비는 일정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4년 전 과는 다른 방식으로 선거를 지원해 관심을 모았다.

일단 대규모 유세가 없었다. 나 후보와 마찬가지로 공동유세에는 나섰지만 다른 후보들과 손을 맞잡고 ‘파이팅’을 외치지도 않았다.
 
또한 기존의 선거 방식이었던 “우리 후보를 찍어 달라”고 주입하지 않고 부탁하지도 않았다. 박 전 대표는 유권자들에게 다가가 이야기를 들으며 자세를 낮췄다.

충주에서는 노인복지관을 찾아 재취업과 교육·복지 문제에 대한 노인들의 건의사항을 일일이 청취했다.

그러면서 “국가와 사회가 노후를 편안하게 지내도록 뒷받침하는 게 도리다. 필요한 부분이나 애로사항을 잘 챙겨 어르신에게 보답하겠다”고 몸을 낮췄다.

서울 소공동 지하상가를 지날 때는 한 여성복 상점 주인이 “(상가 재개발에 반대하며) 한나라당과 시청 앞에서 28번이나 시위를 했다”며 눈물을 글썽이자 박 전 대표는 “그럼 잠깐 들어가시죠….”라며 가게 안으로 들어가 동료 상인 서너 명과 즉석 면담을 했다.

북창동 한 식당에서는 일행 3명이 앉아있는 식탁 앞에서 “앉아도 되느냐”며 합석하기도 했다. 서민과 접촉면을 대폭 넓히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강도도 강화한 것이다.

인제 재래시장에서는 빨간 고무통에 교자상을 얹은 ‘임시식탁’에서 3천원짜리 올챙이국수를 먹었고, 함양 재래시장에서는 “아무 것이나 잘 먹는다”며 6천원짜리 순대국밥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부산 재래시장의 만두가게에서는 만두를 한 입 베어 물며 “맛있다”를 연발했다. 명동에서 그는 자신을 알아보는 일본인 관광객들과 휴대전화 사진을 찍고 호떡을 파는 트럭 앞에서 “제가 좋아한다”면서 사들고 가는 등 2시간여 시민과의 데이트를 즐겼다.

과거에도 시장상인이나 자영업자들을 만났지만 “뭔가 부족하다”는 평이 많았던 박 전 대표로서는 그야말로 파격적인 격식 허물기였다.

‘정치’가 등장하지 않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자신이 밝힌 ‘한국 정치의 위기’에는 당 내부 간 그리고 여야 간 ‘정치투쟁’의 모습이 크게 작용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대신 정책을 내세웠다. 선거지원 첫날 일자리 창출을 시작으로 이후 노인복지·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농어촌 대책·문화콘텐츠산업 경쟁력 강화·군인 복지 등에 대해 참석자들과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

이 같은 변화에 박 전 대표는 자신이 주도해 선거운동 방식이 바뀌지 않았느냐는 자부심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3풍’에 위협받는
‘박근혜 대세론’


이번 재보선의 핵심인 서울시장 선거는 사실상 박근혜 전 대표와 안철수 원장의 대리전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따라서 서울시장 선거 결과는 다른 주자들보다 두 사람의 행보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박 전 대표가 지원하는 나 후보가 승리할 경우 박 전 대표는 ‘대세론’을 지킴은 물론이고 이 대세론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 입지를 확고히 다져 내년 총선 공천 등에서도 막강한 입김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총선 결과에 따른 책임론이 제기 될 수도 있지만 최소한 내년 총선까지 당 내에서의 영향력도 커질 전망이다.

박 전 대표의 위상이 높아질수록 ‘안풍(安風)’은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여겨진다. 제도권 정치에 대한 불신을 상징하는 안풍이 제도권 정치에 차단되어 더 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형국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잠재적 대권주자의 위상도 꺾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나 박원순 후보가 승리할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박 전 대표가 4년 동안 쌓아온 박근혜 대세론의 아성이 일거에 흔들리게 됨은 물론이고, 최악의 경우  무너질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박 후보가 기존 정당정치를 반대하며 시민후보로 나와 승리한다면 곧 정당정치를 주장하는 박근혜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며, 박 전 대표의 수도권 공략 전략과 대선 행보에도 적잖은 타격을 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함양, 김두관 비서실장 지낸 윤학송과의 대결
최소 2승1패의 성적표 받아야 대권행보 탄력


반면 ‘박원순 시장’을 만든 안 원장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상승하며 안 원장이 차기 대선주자로 나서라는 요구로 이어질 것이다.
 
이 경우 안 교수를 중심으로 정치세력화 움직임도 본격화할 수 있고 안 원장의 멘토로 알려진 윤여준 전 장관이 공공연히 밝혀온 내년 3월 제3당 창당을 본격화 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안 원장의 입지 상승은 박 전 대표의 대세론을 흔드는 것은 물론 문재인 이사장의 입지를 좁히는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여겨진다.

10·26 재보선의 또 다른 흥행지역인 부산동구청장 선거는 박 전 대표와 문 이사장과의 피할 수 없는 승부의 장이 되고 있다. 야권의 잠재적 대선주자로 분류되는 문 이사장의 정치적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정치권과 거리를 뒀던 문 이사장은 한나라당 정영석 후보에 맞선 이해성 야권단일후보의 선거를 전면 지원하며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이 후보가 승리할 경우 문 이사장은 PK(부산·경남)를 중심으로 자신의 정치적 영역을 넓히면서 부산에서의 내년 총선 전망도 한층 밝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울에서 나 후보가 승리하고 부산에서 이 후보가 승리할 경우, 차기 대권주자는 ‘박근혜 대 문재인’ 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안풍’으로 인해 한동안 잠잠했던 ‘문풍’이 다시 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정영석 후보가 승리할 경우 부산은 ‘반MB’ 정서가 강한 것과는 상관없이 ‘한나라당 텃밭’이란 인식을 재차 심어줄 가능성이 높아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박 전 대표는 한결 수월하게 이 지역을 공략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낙동강 서부전선’ 경남 함양군수 선거도 정치적 의미로 중요한 지역이다. 함양은 무소속 윤학송 후보가 김두관 경남지사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경력을 들어 선전하고 있어 야권의 잠재 대선주자로 꼽히는 김 지사와 박 전 대표의 대결도 흥미를 모으고 있다.

또한 함양군은 민선 지자체 시행 이후 한나라당이 군수 선거에서 4전 전패한 불모지로서 민주당은 부산·경남(PK) 지역으로의 동진(東進)을 꾀하고 있고 한나라당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불모지인 함양에서 박 전 대표의 득표력이 어느 정도일지에 대해 정치권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만약 함양에서 승리하게 된다면 박 전 대표는 낙동강 서부전선까지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고 ‘불모지 개척자’라는 새로운 의미 창출을 모색할 수 있다.

하지만 패배할 경우 야권의 힘을 넘지 못했다는 비난론과 김 지사의 영향력에 힘을 실어주는 형국이 될 게 뻔하다.

승리-대권행보 박차
패배-대세론 휘청


이처럼 박 전 대표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3:1이라는 수적으로 어려운 선거를 치렀다.

정치권에서는 최소 2곳의 승리를 이뤄내야 박근혜 대세론이 흔들리지 않고 지속 될 것이라 보고 있다. 그 2곳 중 1곳은 서울시라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대선 전초전을 치른 박 전 대표가 앞으로 날개를 달고 승천 준비에 박차를 가하느냐, 상처를 입고 치료 받을 시간이 필요할 것인지 10·26 재보선의 성적표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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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