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히기’ 손학규의 한계

된다고 해도…사방이 적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바른미래당 9·2전당대회를 앞두고 손학규 후보가 굳히기에 들어가고 있다. 지난 6월, 지방선거서 송파을 전략공천 문제로 당 내홍의 불씨가 됐던 지난날과 다른 모양새다. 손 후보는 연일 상대 후보들의 집중공세를 받으며 존재감을 방증하고 있다.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전당대회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바미당 전당대회는 오는 9월2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서 치러진다. 지난 6·13지방선거 이후 정계개편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던 바미당은 전당대회를 거쳐 본격적인 행보에 나설 예정이다. 컷오프를 통과하고 본선행에 오른 후보들은 총 6명이다. 국민의당 출신 김영환·손학규 후보, 바른정당 출신 하태경·정운천·이준석·권은희 후보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 중 손학규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유력 후보

손 후보는 과거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에 주요한 역할을 했다. 손 후보는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 갈등 국면서 통합파에 힘을 실어줬다. 다만 그는 바미당 출범 이후 당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손 후보는 지난 6·13지방선거를 약 한 달 정도 앞둔 시점에 바미당의 중앙선대위원장과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캠프 선대위원장직을 공식 수락했다. 정계 복귀에 시동을 건 셈이다. 지방선거 출마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지만 그는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손 후보는 송파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출마를 선언하며 당 내홍을 야기했다. 이미 송파을 후보 경선서 1위로 통과한 박종진 예비후보가 있었다. 당시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는 손 후보의 출마를 지지했고, 유승민 공동대표는 반대했다. 


결국 손 후보가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국민의당계와 바른정당계의 계파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결정적 사건이었다.

손 후보는 지난 8일, 바미당 9·2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손 후보는 이날 “선거제도를 비롯한 잘못된 정치제도를 바꾸는 것이 제 마지막 소명”이라며 “모든 것을 내려놓고 저를 바치겠다”고 강조했다.

손 후보는 본선 궤도에 오르면서 다른 후보들의 집중 공세를 받았다. 손 후보의 출마로 당권 레이스가 출렁였기 때문이다. 지상파 3사가 지난 14일 공동으로 주최한 TV토론회서 그 양상은 가시적이었다.
 

하태경 후보는 이날 손 후보를 겨냥해 “올드보이는 신생 벤처 정당에 맞지 않다”며 당 내외서 제기된 올드보이 비판에 힘을 실었다. 

이준석 후보는 “당시 서울 송파을 공천 사태를 보면 손 후보는 낙제점을 받아야 한다”며 지방선거 참패론을 강조했다. 손 후보는 즉각 반박했다. 손 후보는 올드보이 비판에 대해 “여러분들이 세대 교체할 준비가 됐느냐”며 반문했고, 참패론에 대해선 “지방선거 전체에 책임지고 사과 드렸다”고 말했다.

바미당 9·2 전대…불붙은 선거전
손, 후보들 공세에도 대세론 자부

나흘 뒤 부산 지역민방 <KNN> 주관으로 개최된 영남권 TV토론회서도 후보들의 ‘손 후보 공략’이 이어졌다. 특히 이날 하 후보는 “(손 후보는) 2016년 11월 박근혜정부에게 거국내각 총리 제안이 오면 적극 임하겠다고 한 적 있다”며 “박근혜정부 때 국무총리를 하겠다는 발언”이라며 날을 세웠다. 손 후보는 “절대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손 후보 캠프 선대위원장인 이찬열 의원은 이튿날 기자회견을 통해 “당시 손 후보의 발언은 혼란을 수습하고 국정마비 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이야기한 것”이라며 “대통령이 총리를 지명하는 것이 아니고, 여야 합의로 총리를 임명해 과도정부를 구성하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 아래 총리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 후보는 후보들의 공세에 진땀을 빼기도 했다. 그는 지난 21일 티브로드대구방송을 통해 열린 대구경북 TV토론서 박선숙 의원의 입각설에 대해 “박 의원은 현재로서 바미당과 관계없이 독자적으로 활동하고 있다”며 “박 의원에 대한 입각 동의는 지금 정부서 바미당과 협의할 사항이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청와대가 제안한 협치 내각의 일환으로 환경부 장관 입각설의 중심에 선 바 있다. 박 의원은 국민의당 비례대표였지만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그는 당이 통합된 뒤 독자행보를 이어가고 있으며 바미당 소속이지만 민주평화당서 활동하고 있는 비례대표 3인(박주현·이상돈·장정숙)과 함께 당 노선을 달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하 후보가 “박 의원이 바미당 의원이 아니냐”고 묻자 손 후보는 “지금 현재는 그렇다”고 답했다. 하 후보는 토론회 이후에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을 통해 ‘당 대표가 되시겠다는 분이 어떻게 멀쩡한 자기 당 국회의원을 당과 관계없다고 하느냐’며 공세를 이어갔다. 
 

손 후보 측은 “현재 비례의원 4인이 당과 함께하지 않고 계시지만 그분들까지도 함께할 수 있을 통합과 화합의 정당으로 이끌겠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손 후보는 ‘올드보이 비판’ ‘공천 갈등’ ‘선거 참패론’ ‘탄핵 정국 거국내각 총리’ ‘박선숙 의원’ 등과 관련된 비판과 설전을 관통하고 있다. 전당대회의 시작과 함께 ‘손학규 대 반손학규’ 구도가 형성되면서 손 후보 홀로 고군분투하는 형국이다. 손 후보를 둘러싼 여러 변수가 전당대회서 작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손 후보에게 가장 결정적인 변수는 올드보이 비판으로 꼽힌다. 최근 각 당 전면에 올드보이들이 등판하면서 젊은 정치인에 대한 기대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원과 국민여론이 젊은 리더십을 원한다면 선거의 향배는 예측하기 어렵다. 이번 당 대표 선거에 국민여론조사가 25% 반영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비판 속 1강

손 후보는 여유로운 모양새다. 그는 지난 22일 오전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에 출연해 대세론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손 후보는 ‘대세론이 맞다고 보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저에 대한 기대가 큰 것이 사실인 것 같다”며 “당의 어려움을 해결을 하고 당내 통합과 정치의 개혁을 이룰 사람이 손학규가 아니겠느냐는 얘기들을 국민의당뿐만 아니라 바른정당 출신 당원들도 아주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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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