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비상’ 광역단체 역할론

임금은 아등바등 원님은 유유자적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직을 걸고 임하라!”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발표된 고용동향과 관련, 청와대와 정부의 경제팀에게 단호히 경고했다. 지난달 취업자 증가수가 5000명에 그치면서 한국 사회가 고용쇼크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이 고용 위기 해소를 위해 직접 고삐를 당기고 있는 모양새다. 이에 지방정부 수장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고용충격’ ‘고용대란’ ‘고용참사’. 오늘날 한국 사회를 관통하고 있는 단어다. 통계청이 지난 17일 ‘7월 고용동향’을 발표하면서 고용 이슈가 단숨에 부상했다. 자료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취업자 증가수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7월 취업자는 2708만3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5000명 증가했다. 신규 취업자가 5000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증가폭이 1만명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 2010년 1월 1만명 감소 이후 8년6개월 만이다.

중앙 수장 일침
지방 수장 촉각

문재인 대통령은 일자리 문제 해소를 위해 여러 차례 의지를 드러냈다. 문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업무지시는 일자리위원회 설치였다. 문 대통령은 위원장직을 직접 맡았다. 또한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해 “매일 일자리 현황을 직접 챙기겠다”고 밝혔다.

첫 외부일정 역시 일자리 현장이었다. 문 대통령은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하며 직원 1만명의 정규직 전환 약속을 받아냈다. 일자리의 양과 질 모두를 잡겠다는 포석이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일자리 창출에 역점을 뒀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7월 고용동향의 여파로 문 대통령은 직접 말문을 열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일,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며 “정부는 고용 위기 해소를 위해 좋은 일자리 늘리기를 국정의 중심에 놓고 재정과 정책을 운영했지만 결과를 보면 충분하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간 정부 차원의 노력이 있었다 해도 결과가 충분한 방증이 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어 문 대통령은 “청와대와 정부의 경제팀 모두가 완벽한 팀워크로 믿음을 주고 결과에 직을 건다는 결의로 임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경제 투톱’으로 꼽히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과 청와대 장하성 정책실장의 갈등설에 선을 긋고자 한 것이다.

중앙정부 수장이 고용동향에 자성하고 강한 책임을 요구하면서 지방정부 수장들도 지역 경제 현안에 더욱 집중하는 모양새다. 지방정부 수장들은 민선 7기 출범과 함께 저마다 경제·일자리 해결을 외쳤다.
 

<일요시사>는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수도권 세 곳(서울·경기·인천)을 꼽았다. 가장 많은 인구가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지난 6·13지방선거 결과로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지사 그리고 박남춘 인천시장이 시·도정을 책임지고 있다. 지역 현안에 따라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이들은 일자리 문제 해결에 대동소이했다.

문 대통령 고용지표 악화에 엄중경고
지자체 수장들 일자리 창출에 안간힘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달 2일 취임사를 통해 “일자리 절벽에 직면한 오늘의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일자리대장정 시즌2를 시작할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서울특별시 고용동향’에 따르면 서울시의 고용률은 59.9%로 전년 동월 대비 1.1%p 하락했다. 취업자 수는 510만2000명으로 1년 전 같은 달과 비교했을 때보다 2.2%(11만3000명) 감소했다.

반대로 실업률은 4.7%로 전년 동월 대비 0.5%p 상승했다. 실업자 수는 25만3000명으로 1년 전 같은 달과 비교했을 때보다 10.6%(2만4000명) 증가했다.

산업별 취업자 현황에 따르면 전기·운수·통신·금융업 분야에서만 취업자가 5000명 증가했다. 이외 사업·개인·공공서비스 및 기타에 7만명, 제조업에 2만3000명, 건설업에 1만5000명 그리고 도소매·숙박·음식점업에 8000명이 줄었다.

서울시는 비교적 일자리 사업을 체계적으로 시행중이다. 서울시는 일자리 서비스를 총 6개 분야로 나눠 진행 중이다. 6개 영역은 청년·여성·중장년·어르신·노숙인·장애인이다.

서울시는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대표적으로 일자리 카페, 취업날개, 뉴딜일자리 정책 등을 운영 중이다.

청년 일자리 카페는 스터디룸, 취업 멘토링, 특강을 무료로 제공한다. 취업 날개 서비스는 청년들의 면접 정장을 무료로 대여해준다.

뉴딜 일자리 정책은 서울시가 채용 계획이 있는 기업을 미리 확보해 청년 구직자를 모아 2개월간 교육을 실시한 뒤 정규직 채용까지 연결하는 정책이다. 다만 기업들이 청년 구직자들을 채용해야 할 의무가 없는 데다 해당 중소기업에 취직한다 해도 근무 환경으로 인해 장기근속이 어렵다는 한계가 지적된다.
 

이어 서울시는 여성과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여성능력개발원과 50플러스포털 등을 시행 중이다. 또한 노숙인의 사회 복귀와 장애인들의 일자리창출을 위해 노숙인일자리지원센터, 서울시 장애인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이 외에도 서울시는 우수중소기업과 공공일자리의 채용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또 교육훈련을 통해 취업준비생을 위한 잡콘서트 및 특강을 제공하고 있다. 여성과 고령자를 위한 교육도 따로 준비돼있다. 기술교육원 역시 운영 중이다. 기술교육원은 동부·중부·남부·북부 등 총 4곳이다.

취업 정책 강조
취임 후 전면에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3대 기본 복지를 강조하며 성남시장 당시 화제를 모았던 ‘성남형 복지’를 경기도 전역에 안착시키고자 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7월 경기도 고용동향’에 따르면 경기도의 고용률은 62.4%로 전년 동월 대비 0.5%p 하락했다. 반면 취업자 수는 683만8000명으로 1년 전 같은 달과 비교했을 때보다 1.0%(6만5000명) 증가했다.


그러나 실업률은 3.9%로 전년 동월 대비 0.1%p 상승했다. 실업자 수는 27만5000명으로 1년 전 같은 달과 비교했을 때보다 2.2%(6천명) 증가했다.

산업별 취업자 현황에 따르면 전기·운수·통신·금융업에 취업자가 10만4000명, 건설업에 7만1000명, 도소매·숙박·음식점업에 1만5000명이 증가했다. 이와 반대로 사업·개인·공공서비스 및 기타에 9만1000명, 제조업에 2만9000명, 농림·어업에 4000명이 줄었다.

경기도는 일자리재단을 따로 구축해 일자리 창출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일자리재단은 크게 고용성장본부와 여성능력개발본부 그리고 경기도 기술학교로 구성돼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여러 일자리 정책에 집중하고 있지만 역점에 두고 있는 사안은 지역화폐와 주 52시간 노동정책으로 영향을 받은 버스 관련 정책”이라고 밝혔다. 경기도 지역화폐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골자로 한다. 특히 골목상권의 부흥 등 소상공인의 경영난 해소를 목표로 한다.

다만 지역화폐는 경기도 전역서 사용할 수 없다. 통합화폐를 발행할 경우 일부 대도시권으로 쏠림현상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 및 유흥업소 등에서도 사용할 수 없다.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기존 취지와 멀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는 도내 31개 시·군을 대상으로 지역화폐를 발행할 예정이다. 경기도는 해당 시·군이 지역화폐 형태를 선택하면 발행비와 플랫폼 이용료 등을 제공하게 된다. 지역화폐 형태는 종이상품권, 카드상품권, 모바일상품권 등이다.


이미 경기도는 지난달부터 경제실장을 단장으로 TF(태스크포스)팀을 운영하고 있다. 도는 연내 지역화폐에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예산 확보 및 시·군 간 협약 체결 등에 나설 방침이다. 이르면 내년 3월부터 순차적으로 지역화폐가 지원된다.

경기도는 주 52시간 정책의 여파로 버스 대란 등이 예상되긴 했지만 현실로 드러나진 않았다. 다만 인력 확충이 필요할 전망이다. 도는 이미 올해 1월 중순경부터 버스 운전기사 양성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어 하반기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버스 기사를 추가로 양성하고 내년부터 2022년까지 매년 40억원씩 총 160억원을 투자해 4년간 8천명의 버스 기사를 충원할 예정이다.

지역화폐와 버스정책은 이 지사가 지향하는 밑바닥 경제의 연장선이다. 이 지사는 도지사 당선 이후 취임사를 통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살리고, 중소기업 지원과 창업 활성화, 노동권 강화로 일자리와 가처분소득을 늘려 경제가 지속성장하는 선순환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남춘 인천시장 역시 시장 직속 일자리위원회를 창설해 청년 일자리를 비롯한 일자리 이슈를 논의할 예정이다. 인천시의 이번 달 고용동향은 고용률이 늘고 실업률이 감소하는 등 다소 안정적인 결과가 나왔다.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인천광역시 고용동향’에 따르면 인천시의 고용률은 63.6%로 전년 동월 대비 1.4%p 상승했다. 취업자 수는 159만1000명으로 1년 전 같은 달과 비교했을 때보다 2.9%(4만5000명) 증가했다.

실업률은 3.9%로 전년 동월 대비 0.2%p 하락했다. 실업자 수는 6만5000명으로 1년 전 같은 달과 비교했을 때보다 2.3%(2000명) 감소했다.

지역별 방안
가지각색

산업별 취업자 현황에 따르면 제조업 분야에서 취업자가 1만8000명이 감소했다. 이외에 사업·개인·공공서비스 및 기타에 3만4000명, 전기·운수·통신·금융업에 1만9000명, 도소매·숙박·음식점업에 7000명, 건설업에 2000명이 증가했다.

인천시 역시 서울시, 경기도와 마찬가지로 홈페이지 등을 통해 일자리 알림에 나서고 있다. 그 외에 주목되는 사안은 인천시의 일자리위원회다. 위원회는 시장 직속이면서 위원장을 시장과 민간위원장이 공동으로 맡는다.

인천시 일자리위원회는 기업·고용·청년·복지 등 4개 분과로 구성된다. 기업 분과는 중소기업 미스매칭 해소 등을, 고용 분과는 지역특성에 맞는 일자리 창출 사업과 산업별 직업훈련 및 인력양성 등을 담당하게 된다. 

청년 분과는 청년일자리 사업 발굴 및 청년일자리 미스매칭 해소방안 등을 수행하고, 복지 분과는 여성, 노인, 장애인 취업 확대 등을 맡게 된다. 위원회는 오는 10월경 출범할 예정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강조할 만한 일자리 정책으로 ‘강화 청춘마을과 뿌리산업을 위한 정책’을 꼽았다. 인천시는 지난 5월 강화 청춘마을의 문을 열었다. 청춘마을은 주로 청년층을 대상으로 창업 및 취업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강화 청춘마을은 청년과 지역을 동시에 잡는 사업으로 평가받는다. 강화군은 노령화로 인해 청년들의 이탈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 해소와 함께 지역 노령화를 방지할 수 있다.

인천시는 인천뿌리지원산업센터를 통해 뿌리기업 취업자를 위한 경력형성 장려금을 지원하고 있다. 뿌리산업(주조·금형·용접·소성가공·표면처리·열처리)은 제조업 전반에 걸쳐 기반성과 연계성이 높은 산업으로 제조업의 근간이다. 

근로자가 지역 내 뿌리산업 기업체에 신규 취업해 3개월 이상 근무하면 1년간 매월 15만원서 최대 30만원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 사업은 뿌리산업의 인력 유입을 늘리고 구직·구인 미스매치를 막기 위해 마련됐다.

그러나 구직을 시도한 사람과 취업에 성공한 사람의 수가 적다는 점에서 효과는 가시적이지 않다. 다만 시행된 지 3개월 된 사업인 만큼 아직은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뿌리지원센터는 지난 5월부터 시행 중이다.

관계자는 인천시 고용률이 증가하고 실업률이 감소한 것에 대해 “인천시가 그간 기업을 유치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밝혔다. 인천시는 기업 유치 등에 적극적인 것으로 평가 받는다. 인천시는 지난 4년간 4400여개의 기업을 유치해 35만6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시는 이 기간 경제자유구역과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기업을 유치했다. 시는 2018년 전국 지방자치단체 일자리대상에서 최우수상과 우수상을 받았다.

지역별 일자리 정책, 실질적 효과는?
시도지사 간담회 통해 대안 마련할까

문 대통령은 7월 고용동향에 따른 여파로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전국 17개 시도지사 간담회를 오는 30일 개최할 예정이다. 지난 6월 지방선거를 통해 민선 7기 지방정부가 출범한 이후 처음 개최되는 간담회다.

당초 간담회는 22일 기획됐지만 간담회는 태풍 ‘솔릭’의 북상으로 연기됐다. 전국 17개 시도의 광역단체장은 각 지역의 일자리 구상을 발표하고, 문 대통령은 중앙 정부의 지원방안을 논의해 일자리 문제 해결 방안을 강구할 예정이었다.

한자리에 모여
지방 역할 강조

문 대통령과 전국 시도지사가 한 자리에 모이는 까닭은 고용지표 개선에 지역의 역할이 강조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또 문 대통령이 청와대와 정부의 경제팀에게 “직을 걸고 임하라”며 단호히 경고한 만큼 지방정부의 수장들에게 일자리 창출에 만전을 기해달라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자리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중앙과 지방이 협력을 가하는 모양새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한숨 돌린 광역단체는?

최근 통계청에서 발표한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인천을 포함해 전남과 경남 역시 고용률이 증가하고 실업률이 감소했다.

‘7월 광주전남 고용동향’에 따르면 전남의 고용률은 62.7%로 전년 동월 대비 0.2%p 상승했다. 취업자 수는 96만5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000명 증가했다. 실업률은 2.5%로 전년 동월 대비 0.6%p 하락했다. 실업자 수는 2만5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5000명 감소했다.

‘7월 경상남도 고용동향’ 에 따르면 경남의 고용률은 62.6%로 전년 동월 대비 1.5%p 상승했다. 다만 전월에 비해 0.2%p 하락했다. 취업자 수는 178만1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5만명(2.9%) 증가했다. 

실업률은 2.3%로 전년 동월 대비 0.6%p 하락했다. 실업자 수는 4만2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9000명(18.2%) 감소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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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