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노의 남자들 아귀다툼

여의도가 온통 노란색으로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선거제도 개혁이 9월 정기국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까. 최근 민주평화당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된 정동영 대표는 선거제도 개혁의 불씨를 키우는 모양새다. 이에 야당은 화답하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은 새로 선출될 당 대표에 따라 보다 명확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과 인연이 있던 인사들이 저마다 당 전면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선거제 이슈가 정국의 핵으로 부상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5일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된 정동영 대표는 선거제도 개혁의 고삐를 당겼다. 정 대표는 취임 일주일 뒤 열린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서 “목숨 걸고 선거제도를 바꿀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어 정 대표는 “정기 국회가 넘어가면 선거제도 개혁은 물 건너 간다”며 사실상 개혁 시기를 9월 정기국회로 못 박았다.

선거제 개혁
9월 정기국회로

정 대표가 제안한 선거제 개편은 갑작스럽지 않다. 선거제 개혁은 국회를 비롯한 여러 갈래서 지속적으로 제기된 문제다. 특히 선거제 이슈는 20대 국회 전반기부터 개헌과 함께 동력을 얻기 시작했다. 개헌은 권력구조 개편을 골자로 한다. 선거제 개혁 역시 그 궤를 같이 한다.

선거제 개편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핵심으로 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율에 따라 전체 의석수를 확정하는 방식이다. 이후 지역구 의석과 전국구 의석을 결정한다. 지역구 의석은 현행 방식대로 결정되고 나머지 의석은 배분된다. 

예를 들어 한 정당이 10%의 지지율을 얻었다면 30석이 배분된다. 해당 정당이 지역구서 10석을 획득했다면 나머지 20석은 비례대표제로 보완된다.


사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어 민의를 더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군소정당들의 국회 입성이 원활해질 공산이 크다. 현행 소선거구제와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대목이다. 정 대표 역시 소선거구제를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전환하고자 한다.

정 대표가 선거제 개편에 본격적으로 불을 지피자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은 이에 화답하는 모양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역시 긍정적이다.

바미당 김관영 원내대표는는 지난달 선거제 개혁과 개헌을 연동해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이어 김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국회서 열린 원내정책회의에 참석해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은 시대적 책무”라고 밝혔다. 바미당의 선거제 개편 입장은 다음달 2일 선출될 새 당 대표를 통해 선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바미당 전당대회 예비경선을 통과한 후보들 중 몇몇은 공식적으로 선거제 개편을 주장하고 있다. 김영환 후보는 지난 5일, 국회 정론관서 “선거제도 개혁에 사활을 걸겠다”고 강조했다. 정운천 후보 역시 지난 7일,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을 열고 “소선거구제 개편 등 정치제도 개혁을 통해 진정한 동서화합의 미래를 열어가겠다”고 밝혔다.

바미당 전당대회에서 가시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손학규 후보도 선거제 개혁에 적극적이다. 손 후보는 지난 8일 국회 기자회견서 “선거제도를 비롯한 잘못된 정치제도를 바꾸겠다는 것이 손학규의 마지막 소명”이라고 호소했다.

정동영 연일 선거제 개혁 띄우기
김병준 “선거구제 이야기 가능”

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하 김 위원장)도 선거제 개편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뒀다. 김 위원장은 지난 8일 한국당 비대위원장실을 예방한 정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정 대표는 “김 위원장의 한국당과 평화당이 선거제도 개혁의 우군이 됐으면 좋겠다”며 선거제 개편을 위한 연대를 제안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선거구제까지 이야기할 수 있는 룸을 열어뒀다”며 긍정적 의사를 밝혔다. 정 대표는 제1야당까지 우군으로 확보해 놓은 셈이다.

애당초 한국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함께 거대 양당의 축으로 자리하면서 선거구제 개편에 소극적이었다. 소선거구제 개편은 현행 의석수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한국당이 전향적으로 입장을 선회한 까닭은 지난 6·13지방선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지방선거 결과
한국당도 다급

한국당은 지난 6월 지방선거서 민주당에게 완패했다. 지방선거의 꽃이라 불리는 광역단체장 선거는 결정적이었다. 한국당은 보수텃밭이라 불리는 대구와 경북 단 두 곳서 승리했다. 겨우 체면치레한 셈이다.

한국당의 지방선거 참패는 오는 2020년 시행되는 21대 총선과 결부지어 볼 수 있다. 소위 지방선거는 정부와 정당의 중간평가로 여겨진다. 한국당이 이전과 달리 선거제도 개편에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지방선거 이후 당 내외에서 제기되는 위기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정의당도 선거제 개혁을 촉구하고 있다. 정의당 최석 대변인은 지난 7일 오전 국회 정론관 브리핑을 통해 “민의를 제대로 담보하는 선거제도 개혁은 이미 시대정신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이날 오후 정의당을 예방해 이정미 대표를 만나 선거제 개편과 관련해 협력을 촉구했다.

다만 정 대표는 민주당을 예방해 추미애 대표(이하 추 대표)를  만나는 과정서 실망감을 드러냈다. 추 대표가 선거제 개편과 관련해 답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지난 10일 KBS 라디오 <최강욱의 최강시사>와의 전화 인터뷰서 “민주당 추 대표와 한국당 김 위원장을 만나 똑같이 (선거제 개편을) 강조했지만 추 대표가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좀 답답하다”고 털어놨다.

민주당은 선거제 개편 논의를 좌우할 수 있는 입지를 지니고 있다. 집권 여당인 데다 정당 지지도가 여타 정당에 비해 압도적이다. 지난 6월 지방선거서도 ‘싹쓸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압승했다. 당 내외에선 21대 총선 전망도 지방선거 결과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

민주당은 현행 의석수와 그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거제 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설지 확실치 않다.

그러나 민주당은 선거제 논의를 전면 부정하고 있지 않다. 최근 여야 5당은 회동을 통해 올해 안에 선거제 개혁을 이뤄내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여야 5당은 지난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다당제 민주주의와 선거제도 개혁’ 토론회서 뜻을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민주당 박병석 의원은 “정당들이 많은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면서도 “다양성을 보장할 수 있는 선거제도 개혁을 마련할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선거제 개편에 뜻을 함께 했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정 대표가 선거제 개혁의 당론 채택 여부에 대해 묻자 “문제없다”며 한국당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정 대표는 선거제와 함께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여야 모두 원론적인 입장에서부터 적극적인 화답에 이르기까지 동행의 뜻을 밝히고 있다. 최근 평화당 전당대회에 이어 민주당과 바미당도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다. 

민주당과 바미당은 각각 오는 25일과 다음달 2일 전당대회를 개최한다. 선거제 이슈가 힘을 이어간다면 각 당 수장들의 입장 표명이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민주당은 이해찬·김진표·송영길 후보가 막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 민주당 당 대표 여론조사에선 이해찬 후보(이하 이 후보)가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바미당에선 손 후보가 유력한 차기 당 대표 후보로 평가된다. 이에 타 후보들은 적극적으로 손 후보를 견제하고 있다.

최근 전당대회를 앞두고 등판한 이들을 향해 ‘노의 남자들’이 돌아왔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 후보와 김 위원장 그리고 정 대표는 모두 참여정부서 일한 경험이 있다. 손 후보 역시 정치적으로 얽혀있다. 

이들이 모두 각 당 대표로 자리한다면 ‘노의 남자들’이 당 전면에 포진하게 된다.

전대 이후
다시 재편?


이 후보는 열린우리당 창당준비위원회 창단기획단장으로 열린우리당 창단의 기틀을 닦았다. 이후 그는 참여정부에서 36대 국무총리를 지냈다.    

정 대표는 참여정부서 31대 통일부장관으로 남북문제를 책임졌다. 이후 그는 열린우리당 초대 의장을 지냈다. 열린우리당은 노 전 대통령이 창당했다. 2007년 대선 때는 노무현정부의 여당이던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로 나섰다. 정 대표는 당시 대선 후보 경선서 이 후보와 손 후보와 경쟁했다. 정 대표는 대선서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크게 패했다.

손 후보는 이듬해 대통합민주신당 대표를 맡으며 당 수습에 들어갔다. 이 후보와 손 후보가 전당대회 이후 당 대표로 선출된다면 세 사람의 운명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게 된다.

김 위원장은 2002년 대선 당시 새천년민주당 후보였던 노 전 대통령의 정책자문단 단장을 지냈다.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분과위원회 간사위원과 대통령자문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위원장, 대통령 정책실장을 역임하다 7대 교육부총리에 임명됐다. 
 

그러나 취임 13일 만에 논문 표절 의혹으로 자진 사퇴했다. 네 사람 모두 참여정부 시절 정치권의 중심서 활약했다.

과거의 인연으로 얽혀있는 이들이 모두 당 대표에 안착하게 된다면 정 대표의 선거제 개혁이 어떻게 작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선거제 개편 공론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정 대표는 민주당과 바미당의 전당대회 이후 그 행보를 더욱 넓혀갈 것으로 보인다.

전당대회 이후 선거제 개편 논의는 치열해질 가능성이 있다. 후반기 국회의장에 선출된 문희상 국회의장(이하 문 의장)은 취임 이후 개헌과 함께 선거제 개혁에 힘을 실었다.

문 의장은 지난달 18일 오전 국회 기자간담회를 통해 선거제도 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문 의장은 이날 “선거제도의 개편이 따르지 않는 개헌은 의미가 없다”며 “선거제도만 개편한다고 해도 역사적으로 정치개혁을 제대로 한 국회로 기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문 의장 역시 노 전 대통령과 정치적 인연이 닿아있다는 것이다. 문 의장은 참여정부 초대 대통령비서실장이었다.

민주당·바미당 전대 후 선명해질 듯
문 의장까지 가세…개편 가능성은?

전당대회 이후 새 당 대표를 주축으로 본격적인 5당 체제가 공고히 되면서 선거제 개혁이 어떤 흐름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민주당과 바미당 전당대회서 노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얽힌 이 후보와 손 후보가 당의 전면에 나설 수 있을지 역시 관전 포인트다.

선거제 개혁은 각 당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교차하는 곳으로 꼽힌다. 정쟁의 과열이 예상된다. 게다가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둔 상황서 의석수 확보를 위한 각 정당의 움직임이 선거제 개편과 맞물려 분주해질 것으로 보인다.

바미당은 의석수로 원내 3당 자리를 꿰차고 있지만 지난 6월 지방선거서 참패했다. 바미당 소속 후보들의 99%가 낙선했고, 기초단체장 선거에선 단 한 석도 차지하지 못했다. 지방선거 이후 정계개편 시나리오의 중심에 선 것도 그 이유에서다. 

바미당은 다가올 총선을 대비하기 위해 선거제 개혁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만연하다. 유력한 차기 당 대표로 꼽히는 손 후보는 선거제 개혁을 ‘정치적 소명’이라 강조하며 만전을 기하고 있다.
 

평화당도 지난 지방선거서 한계를 보였다. 기초단체장은 5석 확보에 그쳤다. 호남서의 성과는 있었지만 외연 확장에는 실패했다. 또한 평화당은 정의당과 함께 ‘평화와 정의’라는 이름의 공동교섭단체를 결성했지만 정의당 노회찬 의원의 타계로 지위를 상실했다. 

2020 총선 결과에 따라 당의 존폐 여부가 좌우되는 상황이다. 정 대표가 평화당 대표에 취임하자마자 선거제 개혁 카드를 꺼낸 것도 당의 현재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선거제 개혁의 키는 민주당에 달려있다 봐도 큰 무리가 없다. 민주당은 연일 정당 지지율 1위를 기록하는 가운데 6월 지방선거서 압승했다. 이어 2020 총선서의 승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민주당이 선거제 개혁 논의를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는 새로 선출될 당 대표의 입장을 통해 분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개혁 어디까지
당 대표 입장은?

이 후보와 손 후보가 전당대회서 차기 당 대표로 선출된다면 노 전 대통령과 정치적 인연이 닿아 있는 이들이 4당의 수장이 된다. 정의당과 후반기 국회를 이끄는 문 의장이 선거제 개편에 적극적인 가운데 이들의 정치적 결단이 선거제 개혁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노무현의 숙원, 선거구제 개편 이뤄질까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선 당선 직후 선거구제 개편을 언급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선거제를 바꾸겠다”며 “중대선거구제가 아니라도 좋다. 지역구도가 깨지면 대통령 권한을 그만큼 양보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당시 제1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노 전 대통령의 선거구제 개편 제안에 수용 불가 방침을 내세웠다. 이후 노 전 대통령은 대연정을 한나라당에게 제안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대연정 제안의 반대급부 내용은 선거제도를 고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노 전 대통령과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대연정 등을 논의하기 위해 회담을 가졌지만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당시 박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의 선거구제 개편 제안에 행정구역 개편을 역으로 제안하면서 사실상 반대의사를 표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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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