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사 기다리는 범털들 백태

대통령 입만 보고 ‘세월아 네월아∼’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특사는 없다.” 청와대는 이번 8·15광복절 특별사면을 실시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광복절이 다가오면서 일각에선 특사를 기대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의 사면권 제한 기조가 크게 바뀌지 않은 것이다. 특사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특사를 더욱 학수고대하는 까닭이다.
 

광복절이 다가오면서 특별사면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역대 정권의 특사를 비춰볼 때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일찌감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청와대는 지난 1일 “올해 8·15광복절 특별사면은 없다”고 밝혔다. 광복절 특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행사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말 ‘서민생계형 범죄에 대한 사면’을 골자로 첫 특사를 단행했다. 다음 특사는 언제쯤 진행될지 아직까지 정해진 바 없다.

이번에도 역시
다음에는 혹시?

특사가 화두로 떠오를 때마다 자주 언급되는 사람들이 있다.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 이석기 전 의원이 대표적이다.

이 전 의원은 지난 2015년 1월 내란선동 혐의로 징역 9년을 선고 받았다. 다만 내란음모에 대해선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 전 의원이 속해있던 통진당은 지난 2014년 12월 헌법재판소 판결을 통해 해체됐다. 이 전 의원의 석방을 주장하는 측은 문재인정부 들어 그 목소리를 더욱 높히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이하 민가협)은 지난달 19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8·15광복절을 맞아 이 전 의원을 포함한 양심수들의 특사를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민가협은 “단 한 명의 양심수도 사면하고 있지 않기에 우리는 쉴 수 없다”며 “이 전 의원을 비롯한 양심수 석방을 결단하지 않는 것은 민가협 33년 역사를 부정당하는 심정”이라고 촉구했다.


지난달 14일 오후 광화문 광장에선 이 전 의원 석방과 관련한 콘서트가 열리기도 했다. 종교계와 시민사회 단체의 공동주최로 ‘평화와 인권, 민주주의를 위한 이석기 의원 석방 콘서트’가 열린 것이다. 이날 함세웅 신부는 “이 전 의원을 석방하는 건 시대의 명령이고 대통령의 의무”라며 이 전 의원의 석방을 주장했다.

반면 이 전 의원의 특사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이 전 의원이 내란선동 혐의서 유죄 판결을 받은 만큼 동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이 전 의원의 사형을 주장하기도 한다. 국가 전복 행위라는 비판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이 전 의원의 특사 논란은 최근 불거진 ‘이석기 내란음모 판결 파장’에 따라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법원행정처가 공개한 문건에서 당시 행정처는 이 전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 항소심 판결과 관련해 이를 분석했다.

문건에 따르면 당시 행정처는 “항소심 판결은 엄격한 법리에 따라 해석한 결과”라면서도 “정당해산심판서 정부 측에 유리한 판시내용이 많다”고 명시했다. 논란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통진당 해산 심판과 이 전 의원의 내란선동 유죄 판결은 모두 박근혜정부 때 발생했다. 당시 행정처는 정당해산 심판에 대해 ‘박근혜정부에 유리할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광복절 특별사면 무산
사면권 제한기조 유지

또 이 전 의원에 대한 판결은 특정 판사의 비리를 덮기 위해 앞당겨졌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향신문>과 SBS 보도 등에 따르면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거래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3부는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의 이동식저장장치(USB)와 하드디스크 등에서 관련 증거를 확보했다. 지난 2015년 뇌물수수혐의로 구속된 최민호 전 판사와 이 전 의원에 대한 문건이었다. 

‘최 판사 관련 대응 방안’이란 문건에 따르면 “청와대가 사법부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갖게 된 상황이라 메가톤급 후폭풍이 예상된다”며 “(이 전 의원) 판결 선고를 1월22일로 앞당겨 언론 및 사회 일반의 관심을 유도 한다”고 명시돼있다. 실제로 대법원은 1월22일 이 전 의원 사건을 선고했다.
 

한명숙 전 총리 역시 양승태 사법부 시절 행정처가 작성한 문건에 적시돼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과거 한 전 총리의 판결을 두고 사회적으로 논란이 있었다. 당시 정치권 역시 극심한 대립을 겪은 바 있다. <이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당시 행정처는 ‘한명숙 사건 대법원 판결 이후 대응 전략’이란 문건을 작성했다.

당시 행정처는 판결에 대해 정치권의 반응과 전망, 언론사 보도 분석까지 자세하게 담았다. 당시 한 전 총리의 판결을 두고 여야가 극심한 대립을 겪게 되자 법원 차원의 대응 논리도 제시됐다. 행정처는 한 전 총리와 관련된 사회 갈등을 근거로 상고심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문건을 작성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지난 2일 김현 대변인을 통해 “박근혜정부 당시 사법부에 의한 정치재판의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날이 갈수록 증폭되는 가운데 한 전 총리의 재판에 개입한 정황까지 나오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이번 한명숙 총리를 희생양 삼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거래 의혹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석기·한명숙
새로운 국면 맞나

한 전 총리는 지난 2007년 당시 열린우리당 대선 후보 경선 비용을 명목으로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에게 총 3차례에 걸쳐 9억원가량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한 전 총리는 지난 2010년 기소돼 지난 2011년 1심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그러나 지난 2013년 항소심서 유죄 판결 받아 전세가 역전됐다. 한 전 총리는 지난 2015년 상고심서 원심인 징역 2년과 추징금 8억80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에 한 전 총리는 의원직을 상실했고 2027년까지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제한된 상태다.

한 전 총리는 지난해 8월23일 새벽 만기 출소했다. 당시 한 전 총리는 의정부 교도소서 나와 “2년 동안 정말 가혹했던 고통이 있었지만 드디어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됐다”며 “여러분께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이 자리엔 민주당 이해찬·우원식·전해철 의원 등이 찾아 한 전 총리를 격려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한 전 총리의 만기 출소 이후 “한 전 총리의 인격과 고운 양심을 믿는다”며 “진실을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소도, 재판도 잘못됐다”고 밝혔다.

이 전 의원과 한 전 총리와 함께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이 전 지사)도 언급된다. 이 전 지사는 지난 2010년 지방선거서 강원도지사에 당선됐다. 그러나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지난 2011년 1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판결이 확정된 이 전 지사는 지사직을 잃었고, 2021년까지 피선거권을 상실한 상태다.

이 전 지사는 대표적인 친노(친 노무현) 인사로 꼽힌다. 이 전 지사는 노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이었을 당시 보좌관을 지냈다. 이어 대선 때 노무현대통령후보 선거단 기획팀 팀장을 맡았다. 


이 전 지사는 당시 노무현 캠프의 중심축으로 꼽혔던 금강팀 멤버였다. 대선 승리 이후 이 전 지사는 대통령비서실 국정상황실 실장을 수행했다. 금강팀 멤버로는 유일하게 청와대로 입성한 인물이다.

이 전 지사는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이후 사면 대상이 될 것이란 추측이 무성했다. 그러나 이 전 지사는 지난해 사면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 전 지사의 혐의가 문 대통령의 ‘5대 중대 부패범죄’에 해당됐다는 이유에서다. 
 

문 대통령은 뇌물·알선수재·알선수뢰·배임·횡령 등을 기준으로 원천적 사면 배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 전 총리는 정치자금법위반 혐의로 사면 명단에 들어서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전 총리 역시 그와 같은 맥락이다.

내 차례는
언제쯤…

정재계 인사로는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거론된다. 윤 회장은 지난 2012년 회사의 신용 하락을 예상하고도 1천억원가량의 기업어음을 발행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어 법인자금 횡령, 계열사 불법 지원 등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배임·횡령액 1560억 중 1520억은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신용 하락을 예상하고도 기업어음을 발행한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판결했다. 고의성이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윤 회장은 1심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항소했지만 재판부는 2심서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윤 회장은 지난 2015년 2심 재판서 배임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회장직을 이용해 우량계열사로 하여금 부실계열사나 실질적 개인회사에 거액을 지원하게 해 지원회사 주주, 채권자, 이해관계자에게 손해를 입혔다”며 “범행 결과가 결코 가볍지 않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회생 절차를 마치고 재기 중인 피고인에게 실형을 선고하는 것보다 기업 경영을 다시 하게 해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낫다”며 “원심의 실형 선고는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밝혔다.

판결 당시 윤 회장은 “투명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법에 어긋나는 행동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며 “금융감독원과 검찰 조사에서도 개인 비리가 나오지 않았는데 배임죄가 적용된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지난해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특사를 언급할 당시 윤 회장도 물망에 올랐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윤 회장은 유죄 판결로 2020년 말까지 회사 등기임원이 될 수 없다. 또한 출국에 있어서도 지장을 받는다.

이석기·한명숙, 문건 공개로 반전?
경제인부터 양심적 병역거부자까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군 이슈와 관련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특사 요청도 눈길을 끌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6월28일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이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당시 헌재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병역 종류 조항에 규정된 병역을 부과하면 그들의 양심과 충돌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며 “충분히 병역의 대안이 될 수 있는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 종류 조항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돼 양심의 자유를 침해 한다”고 밝혔다. 

다만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 등을 거부할 경우 처벌하도록 하는 병역법 제88조 1항에 대해서는 위헌 정족수에 미치지 못해 합헌을 결정했다.
 

오두진·김진우 변호사는 지난달 25일 수감 중인 양심적 병역거부자 155명이 특별 사면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대리하고 있다. 헌재의 판결에 따라 이미 수감돼있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구제를 위해 정부의 특사 단행을 촉구한 것이다.

이들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즉시 석방은 국제기구 권고사항에 대체복무 도입과 함께 늘 빠짐없이 포함됐던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들은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의 2015년 ‘대한민국에 대한 최종 견해’ 및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의 지난해 5월 보고서의 권고대로 석방 조치만이라도 이뤄진다면 국제기구의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된 권고사항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총수들도 기대
사연 가지각색

두 변호사는 “특별사면이 이뤄진다면 이번 헌재 결정에 따라 국회가 이 문제를 국제인권 원칙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조속히 해결하도록 촉구하는 매우 중대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문정부 첫 특사는?

지난해 12월29일 법무부는 특별사면 대상자 명단을 발표했다. 당시 특사는 일반 형사범, 불우 수형자, 일부 공안사범 등을 중심으로 단행됐다. 정치인과 기업인 등을 포함한 부패형 범죄 수형자는 배제됐다. 

특별사면·복권된 이들은 모두 6444명이었다. 세부적으로 일반형사범 6400명, 고령 등 불우 수형자 18명, 용산참사 관련자 25명 그리고 정치인 중 유일하게 정봉주 전 의원(이하 정 전 의원)이 사면 및 복권됐다.

당시 화제가 됐던 특사 대상은 용산참사 관련자와 정 전 의원이었다. 지난 2009년 이명박정부 당시 벌어진 용산참사 관련자들은 당시 강제철거에 반발해 건물 점거 농성을 벌인 바 있다. 이날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용산참사는 수사 및 재판이 종결된 대표적 공안사건”이라며 “삶의 터전을 잃은 철거민들을 배려해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고 국민통합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사면 대상에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유일한 정치인인 정 전 의원의 사면은 세간의 눈길을 끌었다. 정 전 의원은 지난 17대 대선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의혹을 제기했다가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아 복역했다. 

정 전 의원이 ‘이명박 저격수’란 별명이 붙은 까닭이다.이후 정 전 의원은 민주당 복당 신청과 서울시장 출마 등을 추진하며 정치 일선에 복귀했다. 그러나 정 전 의원은 성추행 의혹으로 피해자와 공방을 펼쳤다가 스스로 사실관계를 인정해 물러났다. 정 전 의원은 “자연인 정봉주로 돌아가겠다”며 정계은퇴를 드러낸 바 있다.

한편 정부는 이 외에도 165만975명을 대상으로 운전면허 행정제재 특별감면을 실시했다. 다만 음주운전과 뺑소니, 난폭·보복 운전, 경찰 폭행, 사망 교통사고 등은 제외했다. 또한 1716명을 대상으로 어업인 면허·허가 행정제재 감면을 단행했다. <수>


<기사 속 기사> 특사 절차는?

특별사면은 형의 언도를 받은 특정 범죄인에 대해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절차 없이 자신의 특권으로 형의 전부나 일부를 소멸시키거나 형을 선고받지 않은 사람의 공소권을 소멸시키는 제도다. 

사람이 아닌 특정 범죄(종류)를 지정해 국회동의를 얻어 이에 해당하는 모든 범죄인의 형을 소멸하는 일반사면과 구분된다. 법무부장관이 상신하고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결정한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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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