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 식당’ 단속 못하는 경찰, 왜?

“까짓것 벌금 내면 그만”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피서철마다 사람들이 몰리는 휴양지서 어김없이 불거지는 것이 ‘자릿세’ 논란이다. 계곡·해안 등지에 평상을 설치하고 고액의 자릿세를 요구하는 불법영업이 판을 치기 때문. 지자체의 반복되는 단속·철거가 무색할 정도다. 일각에선 ‘못 치우는 것이 아니라 안 치우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온다. 한철 배짱 영업으로 벌금이나 과태료보다 수십배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일을 업주들은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
 

최근 여름 휴가철을 맞아 계곡 근처에 평상을 설치하고 자릿세 명목으로 바가지요금을 씌어 영업을 하는 음식점들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계곡을 사유화해 돈벌이를 하고 있는 셈이지만 단속은 사실상 미미하다. 여름철 무더위를 피해 국립공원을 찾은 시민들은 마치 관행처럼 이뤄지는 불법 영업으로 인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비싼 값을 치르고 해당 시설물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불법영업

명품계곡으로 유명한 울산 울주군 작괘천 상류에서는 울주군과 식당 업주간 숨바꼭질이 반복되고 있다. 울주군 관계자는 “몇년 전부터 작괘천에서는 단속에 걸리면 평상을 철거하고 단속 직원이 사라지면 다시 평상 영업을 하는 숨바꼭질 영업이 이뤄지고 있다”며 “단속에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대구·울산지역 피서객들이 즐겨 찾는 경북 청도 삼계계곡은 경북 경산의 A교육재단이 수년째 재단 소유 산에서 불법 평상 영업을 하고 있다. 

청도군은 피서객들이 불편을 겪고, 지역 이미지가 나빠지자 계도와 단속을 병행하면서 재단을 설득하고 있으나 재단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지리산 인근 계곡도 피서객들의 불만으로 가득 찼다. 경남 산청군 홈페이지에는 주요 계곡이나 숲 등 피서지서의 바가지 자릿세에 대한 불만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장모씨는 “삼장면 대포숲에 가면 돗자리만 폈다 하면 만원, 1박하려고 텐트 치면 기본 1만5000원에 크기에 따라 추가 요금을 받는다”며 “돈을 받는다면 적어도 카드결제나 영수증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 아무리 찾아봐도 자릿세 받는다는 안내문조차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박모씨는 “시천면 내대계곡서 잠시 쉬어가려 물가로 내려가 평상서 30분 쉬었는데, 지주라는 사람이 와 이용료 5만원을 내라고 해 실랑이 끝에 3만원을 줬다”고 민원을 제기했다. 

산청군 예치계곡을 찾았다는 김모씨는 “현재 5만원도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드는데 8월부터는 6만원이라는데 당일 놀고 가기에는 너무 비싸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수도권 주민들이 자주 찾는 경기 북부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백운계곡이 있는 포천에서는 지난달 50여개 음식점에 시가 불법 시설물을 철거하고 원상 회복하라는 계고장을 상인회에 발송했지만 일부 식당들은 여전히 3만원서 20만원이 넘는 자릿세를 받고 있다. 

북한산 국립공원구역인 의정부시 가능동 안골계곡은 올해도 각종 불법 구조물이 들어서 있다. 안골 계곡 고가도로 밑에서 북한산 둘레길 안골구간 시작점까지 200여m가 주변 음식점 상인들에 의해 불법 점거됐다. 
 


지난해 6월 대대적인 철거 작업도 소용이 없었다. 곳곳에 설치된 ‘냇가 자리 있습니다’는 현수막은 단속을 비웃는 듯했다. 

유명 물줄기마다 점거…음식 값도 바가지
비싼 평상 자릿세 “한철 장사로 1년 수입”

의정부 시민들은 “의정부를 아는 사람이면 안골로 피서를 가지 않는다”며 “안골은 외지인이나 중장년층이 보양음식 먹으러 가는 곳”이라고 말했다. 불법 구조물 설치와 철거, 재설치는 의정부, 양주, 포천, 가평 등지서도 쉽게 발견된다. 

지난 5월 남양주경찰서는 운길산역 인근 북한강변 일대서 불법 건축물을 짓고 영업하는 업주 1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 역시 5∼10년 이상 불법영업을 해오고 있었다. 왜일까?

매년 남양주시가 단속해 300만∼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주말 하루 장사에 수백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장사를 멈출 수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한 번 단속되면 가족, 친척 명의로 바꿔 영업을 계속한다. 

의정부시 관계자는 “매년 단속 강도를 높이고 있지만 단속 후 다시 생기는 건축물들을 24시간 감시할 수 없어 사실상 뾰족한 수가 없다”며 “처벌 강도가 강해지거나 아예 계곡 출입을 제한하는 방법 외에는 근본적 대책이 없지 않나 생각된다”고 단속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매년 문제가 되고 있음에도 불법 평상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법적 조치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가 정한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에서는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방지하고 도시 주변의 자연환경을 보전한다’는 명목으로 개발제한구역에 불법시설물을 설치하는 것을 엄금하고 있다. 

주로 서울근교의 산에 위치한 계곡변은 대부분이 개발제한구역에 해당한다. 

무엇보다 매년 문제가 되고 있음에도 불법 평상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법적 조치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법령을 어기고 불법시설물을 설치한다고 하더라도, 1개월의 계도기간이 포함된 2차례의 시정명령과 이후 불이행시 이행강제금 부가가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조치의 전부다. 

시설과 면적마다 다르지만 최소 600만원 수준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되고 있는데, 업주들은 ‘여름한철 영업료’ 수준으로 생각하고 버젓이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 가게의 하루 매출은 2100만원에 이르며 한 달 주말 기준으로 약 1억6800만원의 수익을 벌어들이는 것으로 예상된다. 

업주들도 입장이 있긴 하다. 


계곡서 업장을 운영 중인 한 업주는 “요즘 사람들이 먹을거리나 돗자리 등을 전부 가져와 평상 값이라도 받지 않으면 장사를 할 수가 없다”며 “계곡의 청소와 관리를 도맡아 하고 있다. 일종의 시설 서비스 요금”이라고 해명했다. 

배짱 장사

작년 불법 평상 대거 강제 철거를 진행했던 울주군 안전건설과 관계자는 “불법 평상은 보통 자진철거로 이뤄진다”며 “고발까지 약 2개월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이 기간 동안 대부분의 업주는 자진철거를 진행하기보단 불법 평상 판매를 강행한다”고 말했다. 

그는 “벌금보다 취하는 이득이 훨씬 많기 때문”이라며 “자진철거로는 불법 평상을 없애기 힘들어 강제철거를 진행했는데 수많은 업주를 완벽하게 단속하기 위해선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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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