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석방을 둘러싼 논란이 있었다. 김 전 비서실장은 석방과 구속의 기로에 있었다. 그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혐의로 2심 재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지만 상고한 상태. 김 전 비서실장은 구속 기간 만료로 대법원 상고심을 앞둔 채 불구속으로 재판을 받게 됐지만 검찰은 구속기간 연장을 요청한 바 있다. 김 전 비서실장은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해 1월21일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기획하고 작성한 혐의로 구속됐다. 당시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장관도 이날 같은 혐의로 김 전 비서실장과 함께 구속됐다. 김 전 실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등과 함께 당시 문체부 실장들에게 사직을 강요한 혐의도 받고 있다.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블랙리스트 상고
김 전 실장은 지난해 7월27일 1심서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비서실장 등 자신에게 주어진 막대한 권한을 남용해 배제 대상자를 선별하고 문체부에 하달했다”며 “그 어떤 명목으로도 포용되지 않는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김 전 비서실장은 총 5개의 직권남용과 관련한 혐의 중 4개 혐의서 유죄 혹은 일부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 외에도 김 전 실장은 ‘국회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서도 유죄 판결 받았다.
김 전 실장은 국회 국정 농단 청문회에 출석해 “모릅니다”를 반복해 국민적 공분을 사기도 했다. 당시 여러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패러디 되는 등 다양하게 다뤄진 바 있다. ‘1급 공무원 사직 관련 직권남용, 강요’에 대해선 무죄를 받았다.
김 전 실장은 1심 판결을 받은 다음날 바로 항소장을 제출했다. 다만 그는 법정 기한 내에 항소이유서를 내지 못해 기각될 위기에 놓였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정해진 기한 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았을 경우 항소 기각 결정을 내리도록 돼있다. 당시 법원은 “이 사건은 변론을 열어 본안을 심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직권 심리하기로 결정했다.
김 전 실장은 지난 1월23일 열린 2심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1심보다 무거운 징역 4년형 이었다. 2심 재판부는 김 전 실장이 1심서 일부 유죄를 받은 직권남용 혐의와 무죄를 받은 1급 공무원 사직 관련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과의 블랙리스트 공모 관계를 인정했다. 1심과 달리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당시 재판부는 “좌파 배제에 대해 박 전 대통령과 인식을 공유했다”며 “위법한 지원배제를 위한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고 판시했다.
김 전 실장은 1·2심 모두 “결코 사리사욕이나 이권을 도모하지 않았다”며 “자유민주주의 수호라는 헌법적 가치를 위해 애국심을 갖고 성실히 직무수행을 하다가 벌어진 일”이라고 항변했다.
김 전 실장은 1심과 2심서 각각 징역 3년과 4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그는 항소심에 불복해 2심 판결 이틀 뒤인 지난 1월25일 대법원에 상고했다.
1·2심 기한 연장…6일 18개월로 만료
국정 농단 주요 피의자 잇달아 풀려나
지난해 1월 구속된 김 전 실장은 지난달 27일 구속기간이 만료됐다. 이에 대법원은 직권구속 취소 결정을 내렸다. 구속기간이 끝나기 전에 결론을 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법원은 피고인을 2개월간 구금할 수 있다. 계속 구금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 1심에선 피고인의 구속 기간을 2개월씩 두 차례 연장할 수 있다. 총 6개월간 구금할 수 있다는 것이다.
2심에선 2개월씩 세 차례 연장이 가능하다. 또 상고심 재판을 받는 수감자의 경우 형이 확정되지 않았을 시 2심과 마찬가지로 2개월씩 세 차례까지 연장할 수 있다. 최장 18개월간 피고인을 구금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기소 전 체포·구금 기간은 산입하지 않는다. 김 전 실장은 작년 2월7일 기소됐다. 김 전 실장은 1심과 2심 모두 구속 기한이 연장됐고 2018년 8월6일, 구속 후 만 18개월을 맞게 됐다.
대법원은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기로 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법원장과 대법관 13명으로 구성된 합의체다. 주로 정치적·사회적으로 파급력이 큰 사건 등을 담당한다. 이에 따라 선고일은 더 늦어질 전망이다.
대법원은 김 전 실장이 받고 있는 박 전 대통령과의 공모관계와 직권남용 및 강요혐의 등에 대해 면밀히 살필 것으로 보인다.
최순실·박근혜 국정 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 전 비서실장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받게 되면서 선고 과정은 지난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국정 농단 사건을 담당했던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초조한 모양새다. 사건을 기소한지 18개월이 지났지만 판결이 완료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지난달 30일 국정 농단 사건에 대한 심리를 신속하게 진행해달라고 요구했다. 특검팀은 이날 대법원에 ‘신속한 재판 진행’을 내용으로 한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국정 농단 사건의 주요 피의자들이 재판의 장기화에 따른 구속기간 만료를 이유로 잇따라 석방되고 있어서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혐의로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과 김종덕 전 문체부장관은 2심서 각각 징역 1년6개월과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김 전 수석은 지난달 28일, 김 전 장관은 지난달 29일 구속기간 만료에 따라 석방됐다.
국민연금관리공단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할 것을 압박한 혐의를 받고 있는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2심에 불복해 상고한 상태다.
이들은 2심서 각각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지만 구속기간 만료로 문 전 장관은 지난 5월15일, 홍 전 본부장은 지난 6월7일 석방됐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까지 포함된다면 구속기한 만료로 석방된 국정 농단 사건의 피고인 석방자 수는 4명서 5명으로 늘어날 공산이 크다.
4명? 5명?
지난 1일 서울중앙지검은 김 전 비서실장의 구속영장 발부를 법원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김 전 실장은 블랙리스트 혐의 외에 세월호 보고조작 사건과 보수단체 불법 지원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검찰은 서울중앙지법 1심 재판부에 공소유지를 위해 구속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냈다. 김 전 비서실장은 구속기간 만료 전까지 석방과 구속연장의 기로에 섰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