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박5일’ 문재인 복안 대해부

묵직한 바캉스 보따리 풀어보니…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4박5일간의 일정이었지만 주말을 포함하면 총 9일간의 휴식기였다. 숨 고르기에 들어간 셈이지만 산적한 현안들을 뒤로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분야서 비롯된 이슈들이 정국을 가로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휴가 기간 문 대통령의 구상에 여러 예측이 오가는 까닭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3일까지 여름휴가를 보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휴가에 대해 말을 아꼈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지난달 27일 오후 춘추관 정례브리핑서 “통상 대통령이 어디로 휴가를 가고, 어떤 책을 들고 가고, 휴가 구상 콘셉트는 무엇이고 등을 브리핑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번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순수한 휴가 그 자체”라고 덧붙였다.

복귀 이후
현안 수두룩

문 대통령은 대부분의 휴가 기간을 군 보안시설서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의 휴가는 일정이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아 주목을 받았다. 아울러 휴가 이후 본궤도에 들어설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두고 여러 예측이 쏟아졌다.

문 대통령의 정국 구상은 문재인정부 2기와 함께한다. 지난 6·13 지방선거 이후 문재인정부 2기는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고 있다. 청와대 비서관 교체를 시작으로 공석인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을 지명하는 등 조직개편이 시작됐다.

우선 청와대는 지난달 26일 대통령비서실·정책실·국가안보실 3실장·12수석·48비서관 체제서 자영업 비서관 1곳만 늘렸다. 신임 비서관에 대한 인선도 진행될 예정이다. 청와대 김 대변인은 이날 “인선이 진행 중”이라며 “어떤 비서관은 내정이 돼서 채용 절차를 밟고 있고, 어떤 곳은 사람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문재인정부 2기 청와대 조직 개편안이 마련된 것이다. 개편된 조직체계는 실질적으로 지난 1일부터 적용됐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 집권 2년 차를 맞아 새로운 진용을 갖출 태세다.

문재인정부 2기의 성패는 정국을 관통하고 있는 현안들과 관련이 깊다. 문 대통령이 야당에 제안한 협치내각이나 민생 경제, 기무사 개혁, 종전선언 등이 대표적이다.

어느 한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정치, 사회, 경제 등을 아우른다. 각 사안들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기 시작할 때쯤 문 대통령은 휴가를 떠났고, 다시 업무에 복귀했다. 문 대통령의 구상이 어떻게 발현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국내 정치적 현안에는 협치내각이 화두다. 협치내각은 문재인정부 2기 내각에 야당 인사의 참여를 골자로 한다. 문 대통령이 협치내각 카드를 꺼내든 까닭은 후반기 국회 정상화에 힘입어 개혁입법을 완수하겠다는 의지다.

지난 전반기 국회는 제 역할을 다 해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방선거와 남북정상회담 등 대형 이슈들이 국회를 잠식했다. 국회에 계류된 법안만 1만건에 달했다. 6·13지방선거 이후 여야는 이구동성으로 국회 정상화를 주장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선거서 압승해 유권자들에게 성과를 보여야 했고, 야당은 각자도생으로 존재감을 키워 21대 총선을 대비해야 했다. 이에 여야는 국회 원 구성 협상 등을 통해 국회를 정상궤도에 안착시켰다.

휴가 복귀 후 2기 정국운영 본격화
협치내각-개혁법안 연결고리 작동?


국회의 정상화와 함께 여야의 정책대결 레이스가 출발 신호를 알렸다. 한국 경제가 난관에 부딪힌 것이 정책대결의 장을 여는 데 한몫했다. 여론을 좌우하는 중심축으로 평가받는 경제가 흔들리면서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웠다.

특정 이슈를 붙잡고 정략적 대결을 이어가기엔 여야 모두에게 부담이었다. 전반기 국회처럼 공전국회를 후반기에도 거듭하기엔 명분이 부족했다.

문 대통령은 개혁 입법을 통해 경제 동력을 되살리고자 한다. 신산업 육성을 막는 규제를 혁파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언급한 ‘한국 경제 체질 개선’ 역시 그 궤를 같이 한다.

문 대통령은 그 연장선서 협치내각을 내세웠다. 개혁 법안이 적용되려면 국회의 문턱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현재 의석수는 129석이다. 범진보진영으로 평가받는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은 14석, 정의당은 5석, 민중당은 1석이다. 여기에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소속이지만 민주평화당에서 활동하는 비례대표 3인과 여권 성향의 무소속의원 등을 합하면 범진보진영은 156석 안팎이다.

다만 본회의 의결에 필요한 과반 의석을 확보한다 하더라도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180석을 채우지 못한다면 법안처리를 단독으로 추진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이 협치내각을 제안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세법 개정안
국회 문턱 넘나

청와대는 평화당과 정의당부터 한국당과 바미당까지 아우르는 협치내각을 제안했다. 진영을 가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협치내각을 제안한 청와대는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공을 국회에 넘긴 상황이다. 문 대통령이 제안한 협치내각이 어떤 방향성을 갖게 될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이 마주한 또 다른 사안은 지난달 30일 발표된 세법 개정안이다. 문재인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가 반영된 만큼 관심이 쏠렸다. 정책대결을 펼치고 있는 여야 역시 이를 두고 정면 충돌하는 모양새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2018 세법 개정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개정안은 서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조세지출 확대로 소득주도성장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비교적 선명한 충돌을 보이고 있는 영역은 ‘부자증세·서민감세’ 논란이다.

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서민·중산층과 중소기업의 세 부담은 각각 2조8254억원, 3786억원씩 줄어든다. 근로장려금 지급 대상은 기존 166만가구에서 334만가구로 약 2배 확대된다. 자녀장려금 역시 기존 106만가구서 111만가구로 증가한다. 저소득층을 직접 지원해 소득재분배를 활성화하고 빈부격차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어 중소기업을 상대로 고용증대세제를 신설한다. 고용증대세제는 청년 위주로 확대해 공제기간도 늘렸다. 고용증대세제에 따르면 청년 정규직을 고용한 기업은 500만원을 추가로 공제를 받는다. 공제 기간은 대기업의 경우 1년에서 2년으로,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2년서 3년으로 확대됐다.


이어 육아휴직 후 고용유지 공제를 통해 중소·중견기업은 인건비 세액 공제 혜택을 받는다. 중소·중견기업에 다니는 근로자가 6개월 이상 육아휴직 후 복귀하게 되면 정부는 중소‧중견기업에 각각 10%와 5%의 공제혜택을 제공한다. 

남성 근로자도 이에 해당되며 아이 1명당 1회에 한해 적용된다. 또한 육아휴직 복귀 후 1년 이상 근무해야 한다. 적용기간은 내년부터 2020년까지다.
 

또한 성과공유제를 도입한 중소기업은 사업주의 경우 경영성과급의 10%를 세액 공제받고, 근무자는 소득세의 50%를 감면받는다. 성과공유제란 중소기업의 성과를 근로자와 공유한다는 것이다. 즉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근로자의 임금이나 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한 제도다.

반면 고소득자와 대기업은 각각 2223억원, 5659억원씩 증가한다.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한 종합부동산세 개편과 조합 예탁금 등 저율 분리과세 전환으로 세수가 더 걷힐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역시 종합부동산세 개편과 외국인투자 법인세 감면 혜택 등에 따라 증세가 작용될 예정이다.

세법, 기무사, 북핵 등 곳곳 지뢰
현안 극복 시 지지율 반등 가능성

여야는 법안 심사가 이뤄질 9월 정기국회서 정면충돌을 예고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 “분배에 주안점을 뒀던 소득주도 성장이 재분배에 방점을 두는 포용적 성장으로 기조가 바뀌고 있다”며 “임금 가속인상에 이어 세금 가속인상이 벌어질 판”이라고 날을 세웠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도 이날 “효과가 의문스러운 소득주도 성장과 소득주도 경제를 위해 그동안의 예산 퍼붓기와 조세지출까지 동원돼 염려가 크다”며 비판했다.

이에 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지난 1일 “이번 세법개정안은 공정과세 방향 하에 소득분배와 지속가능한 성장 추구를 목표로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세법 개정안은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세법 개정안은 문 대통령의 경제 정책 기조와 맞닿아 있다. 이에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9월 정기국회 전후로 여야 원내대표 회동 등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실제로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달 19일 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을 예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야당 원내대표들이 다 선출된 만큼 이른 시일 내에 만날 수 있도록 (문 대통령에게) 말씀 드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무사 개혁
본격 시행 예정

군 기무사 개혁 문제 역시 도마에 오른 상황이다. 지난 박근혜정부 당시 작성된 촛불집회 계엄령 검토 문건이 시발점이 됐다. 이어 세부 문건이 공개되면서 파장이 일었다.

세부 문건은 비상 계엄령이 선포됐을 경우 언론을 통제하고, 집회 장소로 예상되는 광화문과 여의도에 특전사를 비롯한 장갑차 등을 투입하는 계획을 골자로 한다.

문 대통령은 기무사 관련 문건을 청와대로 직접 제출하라고 지시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내렸다. 문 대통령은 국방부의 기무사 실체 파악이 진전되지 않자 이를 직접 언급한 것이다.

이어 송영무 국방부장관과 이석구 기무사령관의 하극상은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이들은 지난달 24일 국회에 출석해 기무사 문건을 두고 서로 책임을 떠넘겼다. 이에 문 대통령은 “문제의 본질은 계엄령 문건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라며 “왜 이런 문서를 만들었고 어디까지 실행하려고 했는지를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문건 제출을 직접 지시하는 등 이례적 조치를 보이는 것에 대해 촛불시위에 정권의 정당성을 부여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촛불시위를 촛불혁명으로 명명하면서 국가정책의 기조로 삼았다. 

문 대통령은 정권 창출의 연결고리를 촛불시위로 보는 만큼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기무사 개혁 의지가 강한 만큼 기무사에 메스를 대는 일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휴가 복귀 이후 문 대통령의 조치가 주목을 받는 까닭이다.
 

비핵화 관련 의제도 핵심 사안으로 꼽힌다. 비핵화 이슈는 지난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그리고 비핵화의 후속조치 등을 관통하면서 종전선언으로 수렴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북미정상의 회담과 이후 후속 협상의 장을 열어주는 등 중재자의 역할을 해냈다. 다만 북미 양국은 서로 접점을 찾지 못한 채 교착상태에 빠져있다.

북한은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 해체 등 비핵화 조치와 함께 종전선언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다만 미국은 이를 진정한 비핵화 조치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미국은 검증이 가능해야만 보상이 오고갈 수 있고, 신뢰가 쌓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미국이 종전선언에 소극적인 이유다.

이에 문 대통령은 다시금 중재자의 위치에 섰다. 문 대통령은 연내 4자 종전선언 추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양제츠 중국 외교 담당 정치국원이 극비리로 방한해 남북미중 4자 종전선언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종전선언 등
외교 현안까지

북한은 지난달 31일 대남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대북제재의 ‘철저한 이행’을 광고해대는 남조선 당국의 온당치 못한 행태는 지금 온 겨레의 규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문 대통령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반면 미국은 대북제재를 유지하며 북한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는 형국이다. 문 대통령은 중재자로서 북미 사이서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통령 지지율 6주 연속 하락세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CBS의뢰로 지난달 23∼27일까지 전국 성인 25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0%포인트)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61.1%로, 전주 대비 1.8%p 하락해 6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두고 ‘매우 잘한다’와 ‘잘하는 편’에 응답한 응답자는 각각 35.0%와 26.1%였다. ‘잘한다’라는 응답은 이 둘을 합한 61.1%였다. 반면 ‘잘 못한다’는 응답은 33.3%를 기록했다. 이는 ‘잘못하는 편’ 15.8%와 ‘매우 잘 못함’에 응답한 17.5%를 더한 값이다.

문 대통령의 휴가 복귀 이후 현안 극복 여부에 따라 지지율이 반등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의 이번 지지율은 지난 1월 말 가상화폐와 남북단일하키팀 논란 등으로 최저치를 기록한 59% 이후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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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