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남북정상회담 100일의 기록

문-김-트 상봉만 남았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4·27 남북정상회담이 이제 막 100일을 넘어서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은 오늘날을 관통하는 비핵화 이슈의 시발점이다. 남북정상의 만남은 비핵화의 실질적 당사자라 할 수 있는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으로 이어졌다. 이후 북미 간 후속협상이 진행되면서 실질적 비핵화 조치 가능성과 함께 종전선언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형국이다. 남북정상회담의 여파는 상당했다.
 

지난 4월27일 오전 9시30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군사분계선서 손을 맞잡았다. 11년 만이었다. 남북정상 간의 만남은 지난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을 끝으로 한동안 이뤄지지 못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군사분계선을 함께 넘나들며 깜짝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역사적인 만남은 전 세계로 생중계됐다.

후속 협상 착착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기 전부터 문 대통령은 한반도 운전자론을 주장했다. 이후 문 대통령 주도로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됐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판문점 선언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 ‘종전선언’ ‘평화협정’ 등에 합의했다. 비핵화의 밑바탕을 그린 문 대통령은 이후 중재자 역할에 힘을 더해갔다.

‘세기의 회담’으로 불렸던 6·12북미정상회담은 그 연장선에 있다. 몇 번의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싱가포르서 만났다. 두 정상은 싱가포르 선언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 합의했다.

물론 싱가포르 선언은 원론적 합의에 그쳤다는 한계가 지적되기도 했다. 그러나 북미는 정상회담 이후 후속 협상을 거치면서 접점을 모색하고 있는 형국이다.


남북정상회담은 비핵화의 실질적 당사자인 북한과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냈다. 북미가 비핵화의 당사자인 까닭은 행동과 보상을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북미를 포함해 한국과 중국 역시 비핵화에 상당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과의 밀월관계를 과시하고 있고, 한국 역시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며 비핵화에 힘을 싣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비핵화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북한과 미국의 역할이 주요하다. 

북한의 전향적·실질적 비핵화 행동에 따른 보상은 미국의 손에 달려있어서다. 미국은 북한이 가장 원하고 있는 체제보장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최근 비핵화 국면은 종전선언으로 좁혀지고 있다. 북한은 체제보장의 첫 단추인 종전선언에 적극적인 모양새다. 북한은 한국전 실종 미군 유해를 송환하고,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을 해체하는 등 일종의 ‘성의’를 보이고 있다.
 

한국 역시 종전선언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특히 문 대통령의 연내 종전선언 추진 의지가 강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싱가포르 국빈방문 중 싱가포르 신문 <더 스트레이트 타임즈>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판문점 선언서 합의한 대로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이 되는 올해 종전을 선언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목표”라고 밝혔다.

남북 만남 계기로 비핵화 본격 논의
종전선언은 언제? 향후 경로 보니…


중국 역시 적극적이다. 중국은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에 있어서 지속적으로 자국 역할론을 강조했다. 이어 지난달 중순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이 극비리에 방한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회담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주목을 받았다.

기존의 남북미 3자 종전선언이 아닌 남북미중 4자 선언에 무게가 실린 것이다. 이는 강경화 외교부장관의 발언과 그 궤를 같이한다. 강 장관은 지난달 25일 종전선언과 관련해 “중국과도 처음부터 계속 긴밀히 협의해왔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미국은 종전선언에 신중한 모양새다. 북한이 보이고 있는 비핵화 조치를 신뢰하기 어려워서다.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시작으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관련 시설을 해체하고 있지만 미국의 입장은 전향적이기 않다. 미국은 비핵화 조치가 검증 가능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당초 미국은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강조했다. 또 같은 맥락의 PVID(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폐기)와 CD(완전한 비핵화) 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완전한 폐기’에 방점을 둔 것이다.

그러나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지난 3차 방북 시기에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라는 새로운 표현을 언급했다. 미국은 ‘검증’에 주안점을 둔 것이다. 결국 검증 없는 북한의 자체적 조치는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미국이 대북제재를 유지하고 있는 것 역시 이를 완전히 신뢰하기 어렵다는 방증이다.

지난 4일, 100일을 맞이한 남북정상회담은 북한 비핵화의 도화선으로 평가받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을 시작으로 비핵화의 큰 틀이 구축되면서 실질적 당사자들 간 협의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를 두고 협상을 벌일 수 있도록 터를 제공해준 셈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남궁영 교수는 지난달 30일 <일요시사>와의 전화 인터뷰서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비핵화 협상을 위한 계기와 틀이 마련됐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핵 문제를 실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북미에게 협상의 길을 마련해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남북정상회담으로 비핵화 해결의 실마리가 만들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남북정상회담이 비핵화 그 자체에 영향을 준다고 보기 어렵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비핵화 성과를 바라본다면 북미정상회담과 그 이후를 바라봐야 한다”며 “외교적 고립해제, 안전보장, 제재완화 등 북한이 원하는 보상을 결정하는 주체는 우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성공과 실패를 좌우할 수 있는 북미의 만남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3차 회담은?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올해 가을 문 대통령의 평양방문이 성사된다면 3차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될 공산이 크다. 이에 대해 남궁 교수는 “3차 남북정상회담서도 선언문 등을 통해 합의가 나올 수 있다”며 “합의 속에 진전이 있다면 북미의 비핵화 속도가 올라가는 등 새로운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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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