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내정 파문 ‘일파만파’

‘낙하산 인사’도 모자라 ‘일자리 챙겨주기’까지!

[일요시사=김한솔 기자] 정부가 동계올림픽 유치 특임대사인 김진선(65) 전 강원지사를 2018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장에 추대하면서 집행위원장을 겸임하도록 하는 조직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정부의 일방적 내정자 발표에 야당 및 강원도내 시민단체가 크게 반발하고 있어 파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김진선 전 강원지사,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위원장 추대
정부의 일방적인 발표, 야당 ‧ 강원도내 시민단체 크게 반발

김진선 전 강원지사의 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장 내정에 대해 반대 이유는 재임시절 소득·성장·자립도를 전국 하위로 만들었고, 올림픽 유치 후원금 은폐 의혹을 받고 있으며, 알펜시아 리조트 조성사업을 실패하여 현재 빚더미에 앉게 만들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는 이번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의 선정에 있어 강원도 측과 어떠한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위원장 내정을 통보해왔다”면서 “첩보작전을 능가하는 날치기 인사임이 자명하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민주당 문방위 위원들은 “김 전 지사는 그동안 두 번의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와 관련해 후원금의 집행내역을 공개치 않아 여러 은폐 의혹을 사고 있다”며 “국비와 도비, 개인과 기업에서 받은 후원금 등은 유치위원회가 비영리법인이라는 이유로 각종 견제와 감시에서 제외되어 왔고,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씨와 김 전 지사가 가까운 사이라며 ‘박태규 리스트’에 언급되기도 했다”고 질타했다.

첩보작전 능가하는
MB의 날치기 인사


그러면서 민주당 문방위 위원들은 “각종 의혹의 당사자를 조직위원장으로 임명해 평창동계올림픽을 역대 최악의 올림픽으로 만들 것인가”라고 반문하면서 “김 전 지사의 내정을 철회하고 조직위원장 선출 창립총회를 연기하라”고 요구했다.

원주YMCA, 춘천시민연대, 강릉경실련, 원주환경운동연합 등 강원도내 30개 단체로 구성된 강원시민단체연대회의 또한 “조직위원장 추대는 알펜시아 부실의 주범인 김 전 지사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회 문방위의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도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김 전 지사가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에 추대된 것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민주당 전병헌 의원은 “조직위원장은 통상 올림픽 개최도시를 계약한 지 5개월 이내에 정하면 된다. 2개월이나 빨리 조직위원장 인선을 한 건 특정인을 일사천리로 내정하기 위한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고, 민주당 장병완 의원은 “평창겨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알펜시아 처리 문제가 중요하다. 알펜시아 리조트가 계속 큰 적자를 보는 것에 대한 책임은 김 전 지사가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자유선진당 조순형 의원도 “평창 조직위원회는 위원을 우선 선정한 뒤 위원장을 선출하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이와는 반대로 한나라당 의원들은 “김 전 지사가 12년간 도정을 이끌어 온 만큼 적임자”로 평가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최관식 장관은 국감에서 “김 전 지사와 박용성 대한체육회장, 조양호 평창 유치위원장 등이 조직위원장 후보로 거론됐다. 강원도 출신인 김 전 지사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아이디어를 냈고 다른 후보와 달리 김 전 지사는 동계올림픽 준비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추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최 장관은 최문순 강원지사가 불쾌감을 표시한 것에 대해 “발표에 앞서 사전협의를 했으며, 논의 당시 ‘난감하다’고 했지 ‘안 된다’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기자회견에서도 동의 의사를 표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 지사는 “의사 결정 과정에서 민주적이며 투명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부탁했는데 아쉽다”며 “다음에도 이런 식으로 일방적인 절차와 과정이 진행된다면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문광부의 말바꾸기는 계속 이어졌다. 문광부는 강원도 측에 서울프레스센터에서 ‘조직위원장 선임 건으로 협의한다’고 전달하여 최 지사를 참석하게 했다. 하지만 협의는 없었고 조직위원장 내정을 발표했다.

최 장관은 추대 발표문에서 “조직위원장 선정에 수차례 강원도 측과 협의했다”고 밝혔지만 국감에서 문광부가 조직위원장 선정에 있어 강원도 측과 실질적인 협의도 없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강원도와의 협의가 8월16일 조직위 설립관련 사무관급 실무회의와 9월15일 조직위 설립관련 실무과장 회의, 두 차례가 전부였기 때문에 강원도 측과 실질적인 협의가 없이 문광부가 대한체육회를 끌어 들여 일방적으로 선임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지시에
복종하는 장관

최 장관은 조직위원장 선정의 시급한 사유로 “IOC와의 협약에서 개최지 선정 후 3개월 내 조직위원회를 구성, 통보하여야 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10월4일 내정자를 발표했다”고 말하고 있으나 개최지로 선정 직후 IOC와 맺은 ‘개최도시 계약서’에 의하면 ‘개최도시와 NOC(우리나라의 경우 대한체육회)는 계약이 체결된 후 5개월 이내에 조직위원회를 구성한다’고 명시돼 있어 12월6일 이전에 조직위를 구성하기만 하면 된다.

즉 최 장관이 언급한 시급성은 없었으며 IOC와 맺은 조직위원회 구성 시기를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IOC의 올림픽헌장 제35조에는 ‘올림픽대회의 조직은 IOC가 개최도시 소속국가의 NOC와 개최도시에 위임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다시 말해서 조직위원회의 구성은 개최도시인 강원도와 대한체육회가 협의해 구성하게 되어 있다. 올림픽 조직에 아무런 권한이 없는 문광부가 ‘조직위원회의 법인설립 등록 권한(문화부 소관)’ 만으로, 강원도 측과 어떠한 협의 없이 조직위원장을 내정한 것은 권한남용이란 지적이 빗발치고 있다.

이는 정부가 정부 마음대로 하기 위해 강원도지사를 배제하고 김 전 지사로 하여금 동계올림픽을 주도하겠다는 의미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최 장관은 조직위원장 선정에 있어서 청와대 박범훈 교육문화수석 및 곽영진 문화체육비서관과 논의를 했다고 알려지고 있으며, 취임한지 얼마 되지 않은 최 장관이 스스로 결정했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주장이란 시각도 있다. 일각에서는 최 장관이 강원도와 실질적인 협의 없이 청와대의 지시에 따랐을 것이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신임 최 장관이 스스로 결정?, 청와대 압력 ‘작용설’ 힘 얻어
정운찬, 안상수, 현인택, 유인촌 등 없는 자리를 만들어주기도

또한 조직위원장과 집행위원장을 겸임하도록 한 것은 국내에서 개최된 주요 국제경기대회 준비에 있어 전례가 없는 인사이다. 그 외에도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에 평창동계올림픽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세계대구육상경기대회 조직위 사무총장을 임명해 뒷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 전 지사의 올림픽조직위원장 추대에 비춰보면 현 정부는 측근 낙하산 인사와 함께 일자리 챙겨주기를 끊임없이 하고 있다. 정운찬 전 총리, 안상수 전 인천시장, 현인택 전 통일부 장관,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에게 없던 자리를 새로 만들어서 그 자리에 앉혔다.

정 전 총리의 경우, 세종시 수정안 부결 책임을 지고 총리직을 사퇴한 지 4개월 보름 만에 동반성장위원회 초대 위원장에 앉았다. 동반성장위원회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회공익 부문 출신이 참여하는 민간기구다. 당초 정부는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위원장 후보를 물색하되 선정은 민간에 맡기기로 했다. 그러나 일련의 과정이 불투명하게 진행되면서 정 전 총리를 임명했다.

이 인사가 세종시 역풍으로 낙마한 정 위원장을 내심 안타까워했던 이명박 대통령의 결정으로 알려지면서 “세종시 역풍에 낙마한 정 전 총리의 자리 봐주기냐”라는 비판마저 나오기도 했다.

낙하산 인사로는 부족?
측근 일자리 챙겨주기


동반성장위원회의 개관을 보면 대·중소기업간 사회적 갈등문제를 발굴, 논의하여 민간부분의 합의를 도출하는 동반성장 문화 확산의 구심체역할 수행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현재 동반성장위원회가 추진한다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단지 혈세가 낭비되는 하나의 단체일 뿐이다. 정 전 총리는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과 함께 제주-세계7대자연경관 선정 범국민추진위원회 위원장도 맡고 있다.

지난해 6·2 지방선거 패배 뒤 쓴 잔을 마시고 있던 안 전 인천시장은 ‘국민통합전국시·도민연합회’ 출범과 함께 총재를 맡았다. 이 연합회는 전국 각 지역 향우회가 모여 만든 단체다. 안 전 시장은 ‘국민통합전국시·도민연합회’를 한민족 전체를 연결하는 네트워크의 허브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연합회가 각종 토론회, 지역교류간단회, 포럼 등을 개최하여 소통문화정착에 앞장서고, 사회갈등으로 빚어진 양극화 극복 모델을 찾아내어 주요정책에 반영되도록 건의하겠다고 했으나 현재까지 이 단체가 정부에 건의하거나 채택되었다는 소리는 들리지 않고 있다. 한민족 전체를 연결하는 네트워크의 허브로 만들겠다는 안 전 시장의 구상과 달리 현재까지도 국민들은 국민통합전국시·도민연합회가 어떤 단체인지, 무엇을 하는 단체인지, 존재조차도 모르고 있다.

이 외에 현 전 통일부 장관은 대통령 통일정책특별보좌관으로 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대통령 문화특별보좌관으로 임명됐다.

‘특별보좌관(特別補佐官)’은 말 그대로 전문적인 문제나 중요한 사안에 대하여 조언과 답변을 하는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의심스러운 것은 그동안 대통령직속으로 없었던 통일정책이나 문화가 직속으로 필요했었는지 여부이다. 

이에 대해 현 정부에서 누차 제기되어 왔던 낙하산 인사를 넘어서서 없었던 일자리를 새로 만들어 그 자리에 앉히는 자리 나누어주기란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 정부의 자기식구 챙기기는 언제까지 이어질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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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