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당선인을 만나다] 광주 서구갑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청와대, 정부, 여당과 함께 밀린 일 제대로 해결하겠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총 9266명의 후보가 저마다의 경쟁력을 내세워 치열한 맞대결을 펼친 결과 4028명의 지역 일꾼이 선출됐다. <일요시사>는 국민들의 이해를 돕고자 6·13 당선인과 인터뷰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세 번째는 광주 서구갑 보궐선거서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송갑석 의원이다. 인터뷰 방식은 서면으로 진행됐다. 
 

83.46%. 압도적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송갑석 의원은 지난 6·13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광주 서구갑 국회의원 보궐 선거에 당선됐다. 송 의원은 지난 2000년 16대 총선을 시작으로 3전 4기 만에 당선의 기쁨을 누렸다. 

송 의원은 전남대학교 재학 시절 전대협 4기 의장을 지내면서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다가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에 불법 연행돼 모진 고문을 받고 구속됐다. 그는 5년간 복역한 뒤 출소했지만 자격정지 5년으로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모두 박탈당했다. 그의 화려한 승리 뒤에는 정치적 역경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다음은 송 의원과 일문일답.

- 당선 소감부터
▲ 네 번의 도전 끝에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이 자리를 빌려 일할 기회를 주신 광주시민 여러분과 광주 서구갑 지역구 여러분들께 정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선거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사람은 송갑석이 아니라 광주시민과 서구 주민분이시다.

- 국회에 입성하신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 정치에 뜻을 품은 지 20여 년이 지났다. 긴 세월 동안 저를 지지해주시는 분들과 주민들께 얼마나 많은 약속을 했겠는가? 그 약속을 지키게 돼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임기 동안 시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뛰겠다.

- 선거 과정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 지난 광주 서구갑 민주당 경선은 이번 선거 중 가장 긴박했던 한 편의 드라마였다. 당시 민주당 지도부는 재·보궐 선거구 11곳 중 광주 서구갑 선거구에만 여성전략공천을 적용했다. 당이 여성전략공천이라는 방침으로 경선의 기회를 박탈한 것이다. 이에 광주시민들과 당원들이 즉각 나서주셨다. 

약 30여개의 시민사회단체가 전략공천 철회 성명서를 발표했고, 탄핵 이후 최초로 촛불집회가 개최됐다. 그 결과 오로지 광주시민의 힘으로 경선을 쟁취했고, 광주시민은 저를 선택해주셨다. 저는 가장 광주다운 방식으로 선출된 후보다. 광주시민의 승리였고, 정의의 승리였다.

- 당선을 예상했나?
▲ 불과 2년 전 총선서 민주당은 광주 8개 지역구 중 단 한 석서도 승리하지 못한 채 참패했다. 저도 낙선했다. 국민의 선택은 언제나 준엄하고 단호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쉽사리 당선을 예상할 수 없었다. 압도적 지지의 여론조사 결과가 나와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다만 선거운동 중에 문재인정부의 성공을 도와달라는 시민들의 바람과 이전과 다른 세상을 원하는 시민들의 열망이 확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집권여당 유일의 광주 국회의원으로서 포부는?
▲ 광주는 호남 정치 1번지라는 상징성이 있다. 이번 광주 서구갑 보궐 선거는 매우 중요했다. 광주에 여당 국회의원이 한 명도 없는 상황이었다. 단지 한 지역구를 대표하는 선거가 아니라 광주를 대표하는 집권여당의 국회의원을 세울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다. 

저의 당선으로 민주당은 원내 제1당을 더욱 견고하게 유지하게 됐고, 광주서 국민 재신임이라는 중요한 정치적 성과를 이뤄냈다. 또한 이제야 청와대, 정부, 여당과 함께 광주의 밀린 현안을 제대로 해결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 국회의원회관 사무실을 ‘광주시청과 서구청의 민원실’로 삼는다고 했는데, 그 계기는?
▲ 우선 지역에 여당 국회의원이 없었고, 보궐 선거를 거치면서 지역 현안 해결에 공백이 컸다. 지역구는 서구갑이지만 광주의 유일한 집권여당 국회의원으로서 광주 전체를 아우르는 예산과 정책을 꼼꼼히 챙길 생각이다. 

그래서 언제든지 편하게 연락 주시고, 언제나 민원을 들으러 찾아가겠다는 마음으로 ‘국회의원회관 사무실을 광주시청과 서구청의 민원실’로 하겠다는 1호 공약을 제시했다. 실제 의원회관의 비서진 인선이 확정되자마자 지난달 26∼27일 이틀간 서울의 의원회관 보좌진들이 광주로 내려가서 광주시청과 서구청의 직원들과 격식 없이 간담회를 가졌다.

- 지역을 위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 광주의 관문과도 같은 서구 광천터미널 지하보도 내 엘리베이터가 설치돼있지 않다. 선거운동 기간 중 어르신들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도 많이 들어왔던 민원이어서 마음에 항상 담아뒀다. 그런데 이번 서구청 국비확보 간담회서도 광천터미널 엘리베이터 소요 사업비 부족분에 대한 지원요청을 들었다. 제1순위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며, 조만간 좋은 결실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광주·서구 발전 프로젝트 중에서 가장 우선순위인 사안은?
▲ 서구갑 지역은 지리적으로 광주의 심장이며, 정치·경제의 중심으로 주민들의 자긍심과 의식수준이 상당히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도심 지역과 구도심 지역 간 다소 불균형이 존재한다. 신도심과 구도심 구분 없이 내가 사는 지역서 같은 것을 보고, 즐기고, 누릴 수 있는 균형발전 도시 조성을 목표로 우선에 두고 있다. 도시재생 사업이 꼭 필요한 시점이며 문재인정부의 역점 사업인 도시재생 뉴딜사업과 연계한다면 더욱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다.

- 5·18 정신을 강조했다. 가장 주안점을 두고 있는 사안은?
▲ 광주를 민주·인권·평화의 도시로 만들겠다는 것이 이번 선거의 주요 공약 중 하나였다. 광주를 대표하는 국회의원으로서 5·18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은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싣는 것을 반드시 실현시키고, 5.18 기념사업 재원을 확보하며, 5·18 진상규명위원회를 제대로 출범시켜 1980년 5월의 진실을 규명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

- 1호 법안으로 준비하고 있는 것은?
▲ 선거운동기간 중에 ‘한반도 평화를 위한 5대 통일 정책’을 발표했다. 한반도 평화의 시대와 새로운 역사는 이미 시작됐다. 이제 통일은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할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제1호 법안으로 일명 ‘한반도 평화시대 남북7법’을 준비 중에 있다. 

7대 법안 중 첫 번째 법안은 남북 교역의 중단으로 인한 민간 기업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남·북간 경제교류협력이 정치적 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정경분리 원칙을 명문화 했다. 두 번째 법안은 남북 이산가족의 한 맺힌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이산가족이 전화나 이메일 등으로 교류하고 화상 상봉도 가능토록 하는 법안이다.


<kjs0814@ilyosisa.co.kr>


[송갑석은?]

▲전남대학교 경영대학 무역학과 졸업
▲전대협 제4기 의장
▲제19대 대선 문재인 대통령 후보 비서실 부실장
▲제20대 국회의원 (광주 서구갑/더불어민주당)
▲제20대 국회 후반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
▲제20대 국회 후반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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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