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청와대 국민청원 딜레마

‘전철 기다리기 힘들어요’ ‘청와대는 에어컨 끄세요’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청와대는 지난 2017년 8월17일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100일째를 맞아 ‘국민청원 및 제안’ 코너를 신설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직접민주주의의 새로운 항로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간 공론화되지 못한 사안들은 국민청원을 통해 언론과 여론의 주목을 받아 이슈로 부상했다. 이에 반해 본래의 취지와 어긋난 청원들이 등장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상식을 비켜간 막무가내식 청원에 눈살이 찌푸려진다는 것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시행 당시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대체적으로 국민들의 의견을 직접적으로 청취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 청원의 형식과 내용이 자유로운 만큼 제기된 문제에 좀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국민청원 시스템은 ‘30일간 20만명 이상의 추천’을 기준으로 작동한다. 청와대는 모든 청원에 답변하지 않는다. 20만명이 넘는 국민들의 공감대가 이뤄져야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각 부처 장관·대통령 수석 비서관·특별보좌관 등)가 답변을 할 수 있다.

기대와 우려

청와대 국민청원을 두고 적정범위를 벗어난 청원이 등장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가 제기됐다. 형식 등에 제약받지 않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청와대는 욕설과 비속어,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내용과 청소년에게 유해한 내용 등을 삭제하고 있다.

‘허위 사실이나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은 관리자에 의해 숨김 또는 삭제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제도의 중복성 역시 도마에 올랐다. 청와대 국민청원의 등장으로 기존의 민원접수 창구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18개 정부부처서 민원접수 등을 시행 중이다.

이어 청와대가 우후죽순으로 발생하는 청원을 얼마나 소화할 수 있을지 주목됐다. 20만명이란 기준이 있기 때문에 모든 청원에 답변할 필요는 없다. 다만 답변이 요구되는 청원에 있어서 얼마나 전문적으로 문제를 다룰 수 있을지 관심이 모였다.

문취임 100일 맞아 신설 화제
다양한 의견 역·순기능 공존 

1년을 바라보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작용했다. 현재까지 답변이 완료된 청원은 모두 41개(7월25일 기준)다. 41개의 청원은 20만명이 넘는 국민들의 공감대로 이뤄졌다. 

또 사회서 주목을 받지 못했던 사안들이 이슈로 자리 잡으면서 주목을 받았다. 국민청원의 순기능이 실현되는 대목이었다. 한 예로 고 장자연 사건이 국민청원으로 재조명됐다. 검찰은 사건 재수사에 착수했고, 한 방송사에선 장자연 사건에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들의 실명을 폭로하기도 했다.

이와 반대로 청와대서 답변한 내용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우려가 있다. 한계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문제에 대한 진단을 내릴 뿐 해당기관에 업무를 전달하는 데 그친다. 이는 정부가 사법권 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 연장선서 청와대는 ‘국민이 물으면 답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바탕으로 답변하고 있다. 구체적인 해답이 아니더라도 어떻게든 답변을 한다는 것이다.


적정 범위를 벗어난 다소 황당한 청원들도 게시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에 공감하는 국민들의 수가 가시적이지 않지만 청원의 수는 상당했다. 최근 제기된 청원(청원기간 2018년 7월25일∼8월24일)서도 마찬가지였다.

‘전철 기다리기가 너무 힘들어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그 사례 중 하나다. 작성된 내용에 따르면 ‘전철역서 전철을 기다리기가 너무 힘들다’ ‘전철을 기다리는 내내 땀이 주륵주륵 흐른다. 제발 해결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또 다른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의 하야를 청원합니다’ 라는 제목의 청원이었다. 작성자는 ‘경제가 엉망이다’ ‘최저임금이 올라 자영업자들이 다 죽게 생겼다’ ‘북한에 매일 퍼준다’ ‘국민들을 위해서라도 하야해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작성된 청원들은 국민들의 공감을 충분히 얻지 못했다.

이 외에도 ‘청와대는 에어컨 꺼주세요’ ‘이강인을 아시안게임 축구 국가대표로 발탁해주십시오’ ‘수능시험 없애주세요’ ‘홍상수 이혼 소송’ 등 비슷한 맥락의 청원들은 현재진행형이다.

기대와 우려가 반복되는 상황서 여론은 청와대 국민청원 운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모양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s의뢰로 지난달 28일 발표한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대한 국민여론 현안조사 결과(전국 성인남녀 501명 대상, 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에 따르면 ‘현행 그대로 운영’에 20.1%, ‘실명제 도입 등 개편’에 40.2%가 응답했다. 

운영을 지속해야 한다는 '운영 지속' 응답은 이 둘을 합한 60.3%였다. 반면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32.0%였고,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7.7%였다(자세한 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여론은 국민청원의 역기능보다 순기능이 더 가시적이라 보고 있다는 것이다.

20만명 공감해 41개 답변
외면 사안들 이슈로 부상

청와대 국민청원은 ‘2018 유엔 전자정부 평가’서도 호평을 받았다. 지난 22일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에 따르면 한국은 유엔 평가서 온라인 참여 부문 공동 1위(덴마크·핀란드), 전자정부 발전 부문에 종합 3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유엔 경제사무처는 2년마다 전자정부 수준을 온라인 참여지수와 전자정부 발전지수로 나눠 평가한다. 지난 2016년 평가 때 한국은 온라인 참여지수와 전자정부 발전지수서 각각 4위와 3위를 기록했다. 이번 평가서 한국은 온라인 참여지수 순위가 올랐다.

긍정과 부정

행안부는 ‘광화문 1번가’와 청와대 국민청원 등 문재인정부의 온라인 참여정책과 정부24, 국민 생각함 등 대국민 온라인 서비스 개선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분석했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주목받는 청원은?


지난달 1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제주도 불법 난민 규제 강화’ 청원은 참여자 71만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청와대의 난민 관련 공식 입장이 여느 때보다 주목을 받는 까닭이다. 

청와대 측은 지난 24일 페이스북 댓글을 통해 “약속드린 국민청원 기한 내에 성실히 답변 드리겠다”라고 밝혔다. 청원은 난민법과 무사증 입국, 난민신청허가의 기준을 언급하며 청와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한편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지난 19일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국민 보호가 무엇보다 최우선”이라며 “그 다음 난민 문제나 국제적 책무가 고려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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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