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문 궁합 보니…

국가 의전서열 1-2위 ‘충돌하나’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국회가 본회의를 개의했다. 의회주의자로 통하는 문희상 국회의장은 “전반기가 청와대의 계절이었다면 후반기는 국회의 계절”이라고 밝혔다. 국회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겠다는 의지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규제개혁을 통한 경제 활성화에 올인하는 모양새다. 규제혁신을 실현하기 위해선 입법이 보장돼야 한다. 결국 국회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와 국회의 호흡이 주목되는 까닭이다.
 

지난 13일 국회는 본회의 개의로 정상궤도에 안착했다. 마지막으로 열린 본회의는 지난 5월28일이었다. 꼭 46일 만이다. 국회는 남북평화무드와 6·13지방선거를 관통하면서 개점휴업 상태였다. 식물국회라는 오명을 피하지 못했다. 국회 정상화의 분수령은 지난 6월 지방선거였다. 여야는 선거결과에 따른 재정비 국면에 돌입했고, 원 구성 협상을 완료했다.

원 구성과 의장단
후반기 진용 갖춰

이어 문희상 국회의장(이하 문 의장)이 의사봉을 잡게 됐다. 문 의장은 지난 13일 본회의서 후반기 국회의장으로 선출됐다. 문 의장을 비롯한 여야 신임 국회 의장단이 내정·선출됐다. 후반기 국회의 진용이 구축된 것이다.

‘여의도 포청천’으로 불리는 6선의 문 의장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이다. 문 의장은 지난 13일 본회의서 단독후보로 나서 당선됐다. 문 의장은 이날 취임사를 통해 자신이 대표적 의회주의자임을 여실히 드러냈다.

문 의장은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을 인용해 “싸워도 국회서 싸워야 한다”며 운을 뗐다. 문 의장은 “첫째도 협치, 둘째도 협치, 셋째도 협치가 최우선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전반기가 청와대의 계절이었다면 이제는 국회의 계절이 돼야 한다”며 “집권 1년차에 발표한 청와대의 수많은 개혁 로드맵은 반드시 국회의 입법을 통해야만 민생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협치와 국회의 역할에 대해 강조한 것이다.

문 의장은 지난 20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서도 협치를 내세웠다. 문 의장은 특히 제1야당과의 협치에 대해 강조했다. 또 정책연합과 같은 소연정과 야당 소속 장관의 임명 등을 언급하며 여야 간 합의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청와대 역시 지난 23일 문재인정부 2기 내각의 콘셉트를 ‘협치’로 구상했다. 청와대는 ‘협치내각’을 제안하며 야당 인사의 장관 임명 등을 내비췄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하 김 대변인)은 “여당서 지방선거 이후 먼저 요청이 왔다”며 “민주당과 야당의 논의가 진전되는 것을 보면서 결정짓기 위해 기다렸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입법 절차와 협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협치 내각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협치의 범위에 대해선 “좀 많이 열려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범진보진영으로 분류되는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과 정의당뿐 아니라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역시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정부 2기 내각의 키워드가 협치라는 점에서 문 의장의 의지와 상통한다.

문 의장, 개헌·선거제도 개편 전면
청, 개혁입법 두고 협치 내각 제안

청와대는 협치 내각을 내세우며 경제 활성화를 강조했다. 지난 전반기 국회는 남북평화와 드루킹 그리고 6월 지방선거 등 대형 이슈에 잠식된 상태였다. 지방선거를 마친 이후 국회가 정상 가동 절차를 밟게 되면서 그동안 밀렸던 현안들이 하나 둘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그 중 경제 문제가 가장 가시적으로 대두됐다.


6월 지방선거가 종료된 지 이틀 뒤인 지난 6월15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5월 고용동향 내용이 충격적”이라며 화두를 던졌다. 김 부총리는 이날 “정부가 그동안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며 “경제팀 모두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이어 여야 간 경제 공방레이스가 시작됐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제 등 경제 이슈가 정국을 관통했다. 이는 곧 중앙 이슈로 부상했다. 개혁입법연대의 등장도 그 연장선에 있다.

특히나 여야는 최저임금을 두고 공방을 이어갔다. 민주당은 최저임금 상승에 발맞춰 후속 대책 마련에 방점을 찍었다. 반면 야당은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부작용을 지적했다.

문 대통령의 최저임금 사과 발언은 여야 갈등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가뜩이나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사용자와 노동자 어느 쪽에서도 지지를 받지 못하는 상황서 나온 발언이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으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목표는 사실상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다만 최저임금 1만원 목표를 완전히 철회하지 않았다.

개혁입법 위해
협치내각 카드

여야는 스스로 경제회복의 모멘텀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형국이다. 지난 지방선거서 크게 승리한 민주당은 경제성과를 필두로 유권자들의 선택을 증명하려는 모양새다. 반면 야당은 경제지표의 낮은 점수를 부각하며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동시에 야당은 경제정당을 자처하며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

문 대통령은 규제혁신을 통해 경제 회복을 노리고 있다. 문재인정부의 3대 핵심 경제정책 중 하나인 혁신성장을 통해 경제 발전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규제혁신은 혁신성장을 위한 마중물로 여겨진다. 

혁신성장은 불필요한 규제를 혁파해 신산업을 육성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정부는 신산업 육성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발전시키고자 한다.

민주당은 규제혁신 5법 등을 내세우며 개혁 입법을 주장하고 있다. 야당 역시 규제 혁신의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한다. 다만 규제 혁신 법안이 통과될지에 대해선 미지수다. 한국당과 바미당은 규제혁신 5법이 아닌 규제프리존법과 서비스산업발전법을 주장한다. 

이들은 규제프리존법이 민주당의 규제혁신 5법보다 먼저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의 규제 혁신 의지가 국회의 문턱에 가로막힐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까닭이다.

문 대통령은 협치 내각을 제안해 법안 통과를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야당은 경제회복을 위한 규제혁신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한다. 그러나 협치 내각에 대해선 반응이 제각각이다.


야, 개헌·선거제도 카드로 맞불
향후 정국 따라 행보 주목받을 듯

한국당은 협치 내각 국면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제1야당인 까닭이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 26일 청와대의 협치 내각에 대해 “범여권 위성정당 포섭에 나서려는 모양새”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범여권 위성정당은 평화당과 정의당을 가리킨다. 이어 김 원내대표는 “협치가 아니라 한국당을 패싱시키자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그는 청와대가 경제 정책 실패를 사과하고 협조를 요청할 경우 “적극 협조할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협치 내각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한국당과 달리 바미당과 평화당은 조건부 수용을 내비추고 있다. 이들이 제시한 조건은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이다. 개헌은 권력 구조의 개편을 골자로 한다. 

특히 ‘제왕적 대통령제’로 여겨지는 대통령의 권력 분산을 핵심으로 한다. 선거제도 개편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중심으로 한다. 선거구제 개편이 개헌과 함께 이어지는 까닭은 선거구제 개편이 권력구조 개편과 연동돼있기 때문이다.

바미당은 당 차원서 청와대의 협치 내각 제안에 대해 개헌과 선거 제도 개혁 등을 요구하는 한편, 김관영 바미당 원내대표는 협약서 제시를 제안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협치를 연정으로 평가했다. 그는 “연정을 하려면 협약서가 기본적으로 필요하다”며 “무조건 장관부터 보내라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평화당 조배숙 대표 역시 선거제도와 개헌을 언급했다. 
 

조 대표는 지난 25일,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서 “야당 앞에서 장관 한 두 자리를 놓고 유혹하는 것은 협치가 아닌 통치”라며 날을 세웠다. 이어 “협치 내각을 하려면 선거제도 개선과 개헌합의 이후에야 가능하다는 사실을 말씀 드린다”고 밝혔다.

청와대 김 대변인은 지난 24일 정례브리핑서 “청와대 또는 여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성격의 것이 아니다”라며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도 “모든 정치적 상황은 변하기 마련이다. 논의가 진행되면서 성사가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협치 내각 두고
개헌·선거구 조건

문 대통령의 협치 내각 제안은 그만큼 개혁 입법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반면 야당은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을 요구하고 있는 형국이다. 문 대통령에게 개헌과 선거구제는 부담이다. 특히 개헌의 경우 지난 전반기 국회처럼 ‘이슈의 블랙홀’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 전반기 국회에선 개헌 국회라는 명목으로 여야 간 공방이 치열했다. 

당시 국회는 개헌 정국을 관통하며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개헌의 부상은 문 대통령에게 우려로 작용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경제가 제2의 개헌 정국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본다는 것이다.

한편 야당이 청와대의 협치 내각 요구에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 카드를 꺼내든 까닭은 문 의장의 발언이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다. 문 의장은 취임 이후 연이어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을 강조했다. 두 사안이 청와대와 야당 간 협상카드로 작용한 데에는 문 의장의 발언이 다소 결정적이었다.

문 의장은 지난 17일 제헌절 70주년 경축사를 통해 “국민의 80%가 개헌을 재추진해야 한다고 말한다”며 “올해 연말까지 여야가 합의한 개헌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선거구제 개편에 대한 입장을 피력했다. 문 의장은 18일 취임 기자간담회서도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날 문 의장은 “촛불혁명의 제도적 완성은 개헌과 개혁입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 의장은 개헌의 방향에 대해 “국회가 주도해야 한다”며 “개헌안을 도출하기 위해 교섭단체대표들이 자주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거제도 개편이 따르지 않는 개헌은 의미가 없다”며 “근접거리에 합의 사항이 상당히 있다”고 밝혔다. 야당이 청와대의 협치 내각에 맞서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을 강조하는 배경 중 하나다.

규제 개혁을 서두르고자 하는 문 대통령과 개헌의 불씨를 다시 지핀 문 의장의 귀추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개헌을 대선 공약 전면에 내세우며 취임 이후 개헌안을 발의한 바 있다. 당시 청와대는 6·13지방선거와 개헌국민투표를 동시에 진행하고자 했다. 

그러나 야당의 반발로 개헌은 추진되지 않았다. 당시 야당은 정부 주도가 아닌 국회 주도의 개헌을 주장했다.

청와대와 여당은 개헌에 선을 긋는 모양새다. 문 대통령은 개헌안이 무산될 당시 “국회는 헌법을 위반했고, 국민은 헌법을 선택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게 됐다”며 “이번 국회서 개헌이 가능하리라고 믿었던 기대를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그 기조는 현재진행형이다. 민주당 역시 지난 18일, 강병원 원내대변인을 통해 “개헌은 경제민생 입법들을 외면하는 블랙홀로 작용할 수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지난 6월 지방선거와 개헌국민투표가 동시에 이뤄지지 않았고, 선거 이후 여야 간 정책대결 레이스가 펼쳐지면서 개헌 이슈는 자칫 힘을 잃은 모양새였다. 그러나 문 의장의 취임과 함께 개헌 불씨가 되살아났다. 문 의장은 개헌을 연이어 강조했다. 

대통령-의장
개헌에 시각차

그가 개헌 불씨를 쉽게 꺼트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까닭이다. 문 의장은 후반기 정국에 국회를 전면 내세울 방침이다. 또 국회 전반기를 청와대의 계절이라 평가하면서 국회 후반기를 국회의 계절로 만들겠다고 언급했다. 국회의 존재감을 확실히 부각시키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로 풀이된다. 개헌을 불편해하는 청와대의 문 대통령과 개헌을 다시 살려낸 국회의 문 의장이 향후 정국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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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