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9월 종전선언.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안에 남북미 3자구도의 종전선언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비핵화 의지를 여러 차례 드러냈다. 그러나 전향적 조치는 찾아보기 어렵다. 북미 후속 협상 이후에도 비핵화는 시계제로 상태다. 종전선언은 교착상태에 빠진 비핵화의 물꼬를 터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하 김 위원장)은 지난 4·27남북정상회담과 6·12북미정상회담서 비핵화 의지를 드러냈다. 북핵 문제에 가시적 입지를 보유한 한미 정상과의 만남이었다.
북한의 비핵화 여부는 북미 후속협상서 주목받았다. 비핵화의 실질적 조치를 본격적으로 다뤘기 때문이다. 그 일환으로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지난 6∼7일 방북했다. 그러나 큰 성과 없이 미국으로 귀국했다. 다만 북미는 지난 정상회담서 합의했던 미군 유해송환 문제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폼페이오 효과
지난 15일 북한과 유엔사는 판문점 북측 통일각서 장성급 군사회담을 가졌다. 북한과 유엔사의 장성급 군사회담은 9년여 만이다. 유엔사는 주한미군 주축으로 편성돼있다. 양측은 유해송환의 일정과 규모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유해송환문제는 지난 12일 논의될 예정이었으나 북한은 준비 부족을 이유로 불참했다. 이후 북한은 장성급 군사회담을 역으로 제안해 군사 회담이 개최됐다.
유해송환 문제는 이튿날 16일 영관급 실무회담이 개최되면서 탄력을 받았다. 미군 기관지 <성조지>에 따르면 북한은 오는 27일 미군 유해 55구를 미국에 송환하기로 했다.
일각에선 북한의 역제안에 주목한다. 회담이 유해송환에 머물지 않고 더 큰 의제를 다뤘다는 해석에서다. 특히 회담의 성격상 군사 관련 의제를 다룰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그중 하나로 종전선언이 꼽힌다. 종전선언에 대한 당장의 실무 논의가 진행됐다고 보기 어렵다. 다만 큰 틀에서 교감을 나눴을 가능성은 있다.
유해송환은 북미의 신뢰를 쌓기 위한 과정이다. 양국은 오랜 시간 적대적 관계였던 만큼 서로에 대한 불신이 강하다. 북한은 유해송환을 교두보로 삼아 종전선언을 이끌어낼 것으로 보인다. 종전선언은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보장의 출발선이다.
북미, 유해송환으로 신뢰 쌓아
이대로 종전선언까지 이어질까
다만 트럼프 대통령에게 종전선언은 부담이다. 북한의 ‘적절한 조치’가 없는 상황서 종전선언을 추진하기 어렵다. 명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미국은 북미 간 후속협상서 뚜렷한 비핵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미국 내 여론이 북한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까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부진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비핵화 시계를 빠르게 돌릴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주한 정치적 위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중간 선거를 맞이한다.
그는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최근 로버트 뮬러 특검팀은 지난 2016 대선 과정서 당시 힐러리 클린턴 후보 캠프와 미국 민주당 전국위원회 등을 해킹한 혐의로 러시아군 정보요원 12명을 기소했다.
이런 상황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미러정상회담 이후 공동기자회견을 가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의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 “나도 러시아가 그런 일을 저질렀다는 어떤 근거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특검 조사 내용에 대해서도 “터무니없다” “마녀사냥”이라며 이를 폄하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반역 행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여론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만에 말을 바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백악관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 정보기관을 신뢰한다"며 "러시아가 2016년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정보당국의 결론을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분간 비판 여론을 진화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대선 개입 의혹과 이를 옹호하듯 발언한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사면초가에 빠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선언 카드를 꺼내 반전을 꾀할 수 있다는 예측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선언은 여론의 뭇매를 야기할 수 있지만 이를 발판 삼아 북한의 가시적 비핵화 조치를 이뤄낸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실질적 비핵화 조치로 이어질 수 있는 종전선언이라면 비판을 감내할 공산이 크다. 그는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내 자신의 정치적 난관을 해쳐나갈 것으로 보인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전후로 진행된 비핵화 프로세스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과 자신을 비교하며 치적을 공표한 바 있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성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선언을 통해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를 위해 북미 간 후속협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종전선언에 걸맞은 북한의 실질적 조치를 약속받기 위해서다.
종전선언은 9월 중으로 예상된다. 비핵화의 중심에 있는 남북미의 외교적 이벤트가 9월 달에 집중돼있기 때문이다. 우선 문재인 대통령은 올가을 평양을 방문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판문점 선언을 통해 평양 방문에 합의했다.
북한의 경우 오는 9월9일은 북한 정권 수립일이다. 통상 ‘99절’로 불린다.
또한 오는 9월 미국 뉴욕서 UN총회가 개최된다. 이곳에서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이 종전을 선언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상국가로 발돋움 하고자 하는 김 위원장에게 UN 총회 참석은 국제무대 데뷔로 볼 수 있다.
이 자리서 종전을 선언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까닭이다. 김 위원장은 UN 총회에 이어 백악관을 방문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 북미정상회담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백악관으로 초청한 바 있다.
다만 종전선언에 중국이 참여하게 된다면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종전선언에 반드시 참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정전협정에 서명한 당사국이지만 현재 한미와 적대관계를 청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은 자국 역할론을 강조하며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에 개입할 여지를 남겼다.
북한과 중국의 밀월관계가 공고화된 것 역시 간과하기 어렵다. 양국은 비핵화 의제가 부상하자 세 차례에 걸쳐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이어 중국이 비공식적으로 대북 경제제재를 해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자국 역할론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중국의 관계에 부정적이다. 그가 발언한 ‘시진핑 배후론’은 그 연장선에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김 위원장의 뒤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대북 영향력은 꽤 가시적이다. 최근 폼페이오 장관의 3차 방북 당시 북한은 중국을 포함한 4자 종전선언을 요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