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A는 2013년경 경북 영천시의 한 국도서 자전거를 타고 가다 B가 몰던 차량에 치어 외상성 뇌내출혈 등 큰 부상을 입었습니다. A는 B와 자동차종합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사 C로부터 4500만원을 받고 합의하면서 ‘이후 이 사건 사고와 관련된 모든 권리를 포기하고 어떠한 이유로든 민·형사상의 소송이나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할 것을 확약한다’는 합의서를 작성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 2015년경 A에게 사고로 외상성 시신경위축 증상 등 실명에 가까운 시력 저하가 발생했다면, A는 C를 상대로 추가 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요?
[A] 교통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는 치료비 등의 적극손해와 휴업으로 인한 일실손해 및 위자료 등으로 구성됩니다. 그런데 사고경험이 많지 않은 일반인의 입장에선 각 손해액수를 얼마만큼 인정해 손해배상을 받아야 하는 것인지 잘 알 수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더욱이, 교통사고 손해배상금을 처리하고 더 이상 이를 문제 삼지 않기로 했으나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 후유증으로 통증을 느끼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배상청구나 합의에 있어 철저한 검토 및 대비가 필요합니다.
우리 법원은 민·형사상의 권리를 포기로 하는 소위 ‘포괄적 합의’를 했다고 하더라도 ①합의 당시 손해의 범위를 정확히 확인하기 어려울 때 ②후발손해가 합의 당시의 사정으로 보아 예상이 불가능한 것일 때 ③당사자가 후발손해를 예상했더라면 사회통념상 그 합의 금액으로는 화해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상당할 만큼 손해가 중대한 것일 때에는 다시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질문의 사안서도 마찬가지로 재판부는 “후발손해가 합의 당시의 사정으로 보아 예상이 불가능한 것으로서 당사자가 후발손해를 예상했더라면 사회통념상 그 합의금액으로 화해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상당할 만큼 그 손해가 중대한 것일 때에는 당사자가 이러한 손해에 대해서까지 배상청구권을 포기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다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A의 시력장해는 75%의 노동능력상실률이 예상될 만큼 중대한 것이고, A의 시력저하는 합의가 이루어진 이후에야 진행되기 시작했던 것으로 보여 이 같은 후발손해는 합의 당시의 사정으로 보아 예상이 불가능한 손해로 보이므로 A가 이를 예상했더라면 사회통념상 4500만원으로는 합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시했습니다.
즉, 보험사가 교통사고 피해자와 합의했더라도 이후 합의 당시 예측할 수 없었던 장해가 피해자에게 발생했다면 보험사는 추가로 배상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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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윤은?]
▲ 서울대학교 법학과 석사 졸업
▲ 대한상사중재원 조정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