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점시장에서 별다른 특색 없이 애매한 콘셉트로 일관하며 한동안 시장을 지배했던 퓨전주점이 힘을 잃자, 전문성을 강점으로 내세운 ‘사케-와인-맥주’가 3파전 구도를 형성하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사케와 와인이 새로운 주류 트렌드로 인기몰이를 하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맥주전문점은 다양한 맥주에 차별화를 내세우며 시장 수성에 나서고 있다.
주점 창업은 수요층이 넓고 진입장벽이 낮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고 소비자의 취향 변화에 민감하다는 것이 단점이다. 따라서 주점을 창업할 때는 최근의 시장 트렌드와 소비자의 기호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주점시장에 사케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도수가 낮은 소주의 출시가 줄을 잇는 가운데 13~17도로 순하고 부드러운 맛이 장점인 사케도 마니아층이 형성될 만큼 커져가고 있다. 이에 젊은층이 몰리는 대학가나 오피스가 등을 중심으로 사케전문점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사케전문점은 일본문화에 대해 거부감보다 친숙함을 느끼는 젊은층이 소비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성장 잠재력도 높다.
‘사케’ 내세운 일본식 주점
젊은층 중심으로 인기
사케전문점 ‘오뎅사께’(www.oden gok.co.kr)는 어묵 장인으로부터 노하우를 전수받아 직접 만든 수제어묵을 사케와 조합했다. 사케와 궁합이 잘 맞는 데다 도미살 등 생선을 주원료로 만들어 칼로리가 낮고 다이어트에 좋아 20~30대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
오뎅사께는 ‘준마이다이긴조’ ‘준마이야마다니시키’ 등 대중적으로 인기가 높은 10여가지 이상의 중저가 사케를 갖추고 젊은층들도 부담 없이 사케 한 잔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한식, 일식, 중식을 망라한 60여가지 퓨전요리를 사케와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조리과정을 최소화해 주방 인력이나 운영에 대한 부담도 대폭 줄였다. 본사에서 80% 이상 조리 과정을 마친 제품을 ‘원팩’ 형태로 공급한다. 가맹점에서는 제품을 가열하거나 해동하는 간단한 조리과정을 거쳐 손님상에 내면 된다.
사케의 인기를 배경으로 일본식 선술집 이자카야도 속속 들어서고 있다. 과거 유행했던 로바다야키가 고급스럽고 비쌌다면, 이자카야는 서민적이고 친숙하다. ‘천상’에서는 40여가지 사케와 숯불에 직화구이 방식으로 요리한 야키도리, 다코와사비, 카라아게 등 150여가지 일본 요리를 즐길 수 있다.
와인이 하나의 문화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면서 와인 전문점도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웰빙 바람을 타고 ‘와인=건강한 술’이란 인식이 자리 잡아가면서 와인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와인 전문점, 건강한 술이란
인식 자리잡아
특히 와인 전문점의 성장은 최근의 음주 문화가 편안한 공간에서 대화가 주가 되는 방향으로 변해가는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시장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가격도 대중화한 브랜드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도 성장을 뒷받침하는 원동력이다.
‘보나베띠’(www.5wine.net)는 ‘와인 인식기’를 통해 전문 소믈리에를 고용하지 않고도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고객이 주문한 와인에 붙은 라벨을 인식해 와인에 대한 설명은 물론 어울리는 음식까지도 함께 소개할 수 있어 초보자도 쉽게 운영이 가능하다. ‘투엔디’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와인들을 갖추고 있어 부담 없이 와인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 앉을 수 있는 좌식 형태의 테이블을 갖춰 편안함을 더했다.
한편, 맥주전문점은 세련된 매장 분위기와 다양한 맥주, 전문 레스토랑을 방불케 하는 고급스러운 메뉴를 갖추고 진화하고 있다.
다양한 맥주에 호텔 수준
안주 갖추고 진화
자연냉각 크림생맥주전문점 ‘플젠’(www.plzen.co.kr)은 자연냉각 방식의 크림생맥주가 특징이다. 커다란 황금색 오크통 모양의 맥주인출기 속에 길이 120m에 이르는 얇은 냉각관을 두르고 그 속을 얼음으로 가득 채워 맥주가 얼음에 묻힌 냉각관 속을 흐르면서 시원해지는 방식이다. 전기로 급속히 식히면 과열로 인해 냉각 기능이 떨어질 때가 종종 있지만, 자연냉각 방식을 사용하면 맥주 맛을 내는 최적 온도 4℃ 이하를 항상 유지할 수 있다.
또 독자 개발한 전용 노즐을 이용해 생맥주를 미세하고 고운 입자로 추출해 마치 카푸치노 커피 크림과 같은 형태로 만든 뒤 이 크림을 생맥주 위에 부어 준다. 크림이 맥주의 목 넘김을 부드럽게 해줄 뿐만 아니라 탄산가스가 날아가는 것을 방지해 끝까지 신선한 맛을 느끼게 해준다.
다양한 세계맥주와 이국적인 분위기로 손님들의 눈길을 끌기도 한다. ‘와바’에서는 미국, 캐나다, 멕시코, 동남아 등 20여 개국 80여종의 맥주를 한 자리에서 맛볼 수 있다. ‘쿨럭’에서는 세계맥주와 함께 물담배를 판매해 이국적인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