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2라운드’ 관전 포인트

막 오른 레이스…주도권 쟁탈전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후반기 국회를 바라보는 각 당의 셈법이 가지각색이다. 지방선거서 크게 승리한 민주당은 성과를 보일 차례다. 선거서 패배한 야당은 존재감 드러내기에 분주하다. 6·13 지방선거를 관통한 여야는 향후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그 분수령은 개헌을 향하고 있다.
 

지난 6·13 지방선거 이후 각 당은 동분서주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선거 완승 이후 굳히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지금의 기세를 2020 총선까지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내부에선 선거 승리를 자체적 성과라기보다 외부적 요인이 강하게 작용했다고 평가한다. 

야당의 지리멸렬과 남북 평화무드가 대표적이다. 다만 그 호재들은 지속되기 어렵다. 북한의 비핵화는 불투명한 상태다. 야당은 정계개편의 소용돌이서 연착륙을 시도하고 있다. 민주당 스스로 성과를 일궈내야 하는 형국이다.

후반기 준비

야당은 선거 기간 내내 힘을 이어가지 못했다. 선거 결과가 그 방증이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굵직한 사안마다 민주당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여당을 견제하는 제1야당의 역할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대중의 지지를 받지 못했고 결국 한국당은 선거서 크게 패했다. 지지율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바른미래당(바미당)은 대안 정당을 자처했지만 한국당과 차별화에 실패했다. 선거 결과가 이를 여지없이 보여줬다. 바미당 소속 광역단체장과 지방자치단체장은 ‘제로’다. 당 내외서 자성의 목소리가 이어진 까닭이다.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과 정의당은 ‘평화와 정의’라는 이름의 공동 교섭단체를 형성했다. 평화와 정의는 원내 캐스팅보트 역할을 자부했다. 그러나 선거 기간 발발한 대형 이슈들 속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남북정상회담과 드루킹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야당은 지난 지방선거서 민주당에게 압도당했다. 그 결과 야당은 정계개편 시나리오에 휩싸였다. 정당 간 합종연횡과 이합집산이 예상됐지만 가시적이지 않다. 대신 야당은 후반기 국회서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모양새다.

여야는 최근 경제지표가 악화된 것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까닭이다. 민주당은 경제 분야서 성과를 보이고자 한다. 선거 결과의 정당성을 쥐기 위해서다.

야당 역시 민생정당을 외치며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여당의 책임론을 부각시키고자 한다. 향후 정국 주도권을 위한 발판을 삼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민주당·평화당·정의당은 ‘개혁입법연대’를 내세우고 있다. 범여권은 국회 내 과반을 넘어 그 힘이 선명하다. 이들은 국회의 공전을 막고 민생 법안을 빠른 시일 내에 통과시키고자 한다.

지난 3일 국회서 열린 ‘개혁입법연대 좌담회’에 참석한 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는 “속도감 있게 개혁을 추진해나갈 필요가 있다”며 연대를 강조했다. 

같은 자리에 참석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뜻을 함께하는 의원들과 연대를 결성하자”며 대동소이한 입장을 보였다. 다만 한국당과 바미당은 입법연대를 반대하고 있다. 민생경제 회복이라는 큰 틀에선 동의하지만 인위적 연대는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은 지난 3일 ‘하반기 국회 대비 정책혁신 워크숍’에 참석해 “(개혁입법연대는) 입법 권력을 통한 인위적 정계개편을 시도하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정계개편 소용돌이 각당 연착륙 시도
여, 성과 낼 차례 야, 존재감 표출 분주

김관영 바미당 원내대표 역시 지난 4일 “국회 내 과반이 넘으니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은 오만한 인식”이라며 날을 세웠다. 다만 김 원내대표는 “민생에 도움이 되는 개혁에는 적극 동참 하겠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후반기 국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개혁입법연대의 경계는 허물어질 것이란 해석을 내놓는다. 여야 모두 민생법안 통과에 강제성을 부여받고 있기 때문이다. 민생법안들은 국회서 계류 중이다. 심사하지 못한 법안만 1만건에 달한다. 
 

민생 법안의 통과가 지연된다면 여야를 막론하고 여론의 비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민생 법안 통과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현재 여야 간 다툼은 후반기 국회와 원 구성을 앞두고 몸값을 키우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결국 야당의 터닝 포인트는 민생 법안의 줄다리기에 있지 않다는 해석이다.

여야가 민생경제를 넘어 정면으로 부딪힐 사안은 개헌이다. 한국당과 바미당은 개헌을 요구하며 개헌연대를 구축하고 있다. 바미당 김 원내대표는 개혁입법연대와 개헌연대를 두고 ‘편 가르기’라며 반대하고 있지만 개헌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

한국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비롯한 선거구제 개편을 내세우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란 정당득표율에 따라 국회의원 의석수가 결정되는 것이다. 사표를 방지할 수 있고 민의가 직접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 이를 통해 소수 정당의 국회 진입장벽은 낮아진다. 그만큼 거대 정당의 독과점을 막을 수 있다.

한국당이 선거구제 개편을 포함해 개헌을 요구하는 까닭은 2020 총선 이후 존속 가능성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현행 소선거구제로 총선을 치른다면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민주당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바미당의 처지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평화당과 정의당은 개헌연대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개혁입법이 먼저라는 것이다. 다만 그 경계가 다소 흐릿하다. 평화당과 정의당은 바미당과 마찬가지로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외면할 이유가 없다. 

의회정치서 의석수는 결정적이다. 특히나 평화당과 정의당은 공동교섭단체를 형성했다. 양당은 비교섭단체를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    

개혁입법연대는 야당들이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벌이는 다툼의 일환이다. 후반기 국회가 정상화된다면 민생 법안은 풀어나갈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국회가 장기간 공전하면서 여론의 비판 역시 높아지고 있어서다.


반면 개헌의 경우 한국당을 포함한 야4당이 선거구제의 변화를 원하고 있다. 민주당 강세가 지속되면서 현행 선거구제로 2020 총선을 치른다면 야당의 타격은 결정적일 수 있다.

분수령은?

국회의원 ‘배지’가 걸린 만큼 야4당의 개헌 주장이 거세질 것으로 점쳐진다. 개헌이 향후 정국의 분수령이 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지난 6·13지방선거서 개헌 동시투표가 야4당의 반대로 결렬된 바 있다. 반면 오늘날엔 야4당이 개헌에 동조할 것으로 풀이된다. 2차 개헌 정국이 열릴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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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