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사태’ 85일간의 기록

  • 김세훈 기자 space0122@naver.com
  • 등록 2018.07.09 10:50:54
  • 호수 11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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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떨어지고 난장판 됐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세훈 기자 = 경총 상임부회장이 취임 3개월 만에 해임됐다. 내부적으로는 비자금 조성 의혹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최근 경총은 여기 저기 터지는 사건들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가 지난 3일 열린 임시총회에서 송영중 상임부회장 해임안을 가결했다. 이로써 송 부회장은 지난 4월에 취임해 85일 만에 중도 퇴진하게 됐다. 경총이 밝힌 해임 이유는 직원 간 분열 조장과 사무국 파행, 경제단체 정체성에 반한 행위와 회장 업무지시 불이행, 경총의 신뢰 및 이미지 실추 등이다.

실권자는?

경총은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과 함께 한국 재벌과 재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대표적 단체다. 현재 경총의 회장은 손경식 CJ 회장이다. 손 회장은 경총의 회장직을 맡고 있지만 겸직으로 맡고 있기 때문에 경총에 상주하지 않는다. 사실상 경총 내부의 실무를 관장하는 직책은 상임 부회장이다.

지난 4월 경총 부회장에 송영중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석좌교수가 취임했다. 송영중 전 부회장은 DJ정부에서 청와대 노사관계비서관을 지내고 참여정부에서 노동부 근로기준국장, 산업안전보건국장, 고용정책본부장 같은 직책을 지낸 정통 고용노동부 출신 관료다. 경총의 실권자인 상임부회장 자리에 노동부 관료가 앉은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최근 최저임금산입범위를 놓고 노동계와 재계의 갈등이 고조됐을 때 송영중 전 부회장은 노동계의 의견에 동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경총 내부에선 송영중 전 부회장의 자격에 대한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송 전 부회장을 임명한 손경식 회장도 송 전 부회장이 경총 부회장으로서 자격이 없다며 직무를 정지시켰다. 송 전 부회장은 퇴임을 거부하고 버텼지만 취임 85일 만에 임시총회 결과에 따라 해임됐다.

송영중 취임 이후 잡음
해임 전까지 각종 의혹

이번 경총 사태의 배경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김영배 전 경총 상임부회장에 대해서 알 필요가 있다. 김영배 전 부회장은 경총에서 지난 14년 동안 상임부회장을 지낸 인물이다.

지난해 5월25일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이 한 달도 지나지 않았을 무렵 김 전 부회장은 경총 포럼에서 정부 정책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 발언을 했다. 김 전 부회장의 발언 시기는 문 대통령이 인천공항에서 공항공사에 근무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한 직후다.

당시 김 전 부회장은 “새 정부가 인천공항공사의 정규직 전환 추진 정책을 발표한 이후 민간기업에서도 정규직 전환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며 “주력 사업이 아닌 업무라면 전문업체에 아웃소싱을 맡겨 그들의 인력 노하우를 활용하는 것이 당연하고 효율적”이라고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김 전 부회장의 이 같은 발언에 당시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경총 발언에 유감을 표명했다”며 “경총은 비정규직으로 인한 사회적 양극화를 만든 주요 당사자의 한 축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진지한 성찰과 반성이 먼저 있어야 한다”고 질타했다.

이후 경총은 정부가 주관하는 주요 행사에서 제외됐다. 세간에는 ‘경총 패싱’ 이라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올해 2월 새 경총 회장으로 손경식 CJ 회장이 취임했고 김영배 전 상임부회장도 함께 물러났다. 손 회장은 송영중 교수를 경총 상임부회장직에 임명했다. 친 노동자 성향인 송 전 부회장의 인사는 두 가지 해석을 낳았다. 정부의 눈치를 본 경총이 스스로 개혁의지를 내보인 화해의 제스쳐라는 의견과 정부가 경총을 길들이기 위해 내리 꽂은 낙하산 인사라는 의견이었다.

송 전 부회장은 부회장직을 맡고 경총 개혁의 드라이브를 걸었다. 특히 일부 사업 수익을 이사회에 보고하지 않고 사무국이 별도로 관리한 사안을 문제 삼았다. 이후 자금 일부가 격려비라는 명목으로 임직원에게 지급된 사실이 밝혀졌다.

경총이 임직원에게 급여와 별개로 기본급의 300% 정도를 연간 3회에서 4회 현금으로 지급한 것이다. 경총은 사업비 전용이 언제부터 얼마나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임직원 보너스뿐 아니라 다른 용도로 비자금이 유용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눈먼돈 나눠쓴 임직원
잠잠해진 개혁의 바람 

올해 5월부터 송 전 부회장의 제지로 격려금은 지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친 노동계 인사인 송 전 부회장이 추진하는 정책은 김 전 상임부회장이 구축해 놓은 시스템과 마찰을 일으켰다. 경총 내부에서는 송 전 부회장의 인사가 낙하산 인사라고 주장했다. 송 전 부회장이 재계의 입장을 대변하지 못한다며 정체성 논란도 일었다.

송 전 부회장의 인사가 낙하산인사라는 주장의 근거는 인사를 명령한 손경식 회장을 민주당 국회의원이 추천했다는 것이다. 다만 그 민주당 의원이 초선의원이라는 점에서 실제 경총 회장 인선을 좌우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송 전 부회장이 낙하산 인사라면 정권의 영향력이 강한 이 때 송 부회장을 경총에서 몰아낼 수 있는 것인지도 따져봐야 할 부분이다.

넘어가나

낙하산 논란의 진실은 손경식 회장만이 알고 있다. 손 회장은 총회를 마치고 “짧은 기간이었지만 같이 일했던 분을 해임 결의하게 돼 마음이 무겁고 착잡하다”며 “서로 한솥밥을 먹었는데 안타까운 생각이 많다. 앞으로 본인에게 더 넓고 좋은 기회가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kimsehun@ilyosisa.co.kr>

 

<기사속 기사> 경총 장기집권 누구?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전 부회장이 장기 집권하며 경총을 사조직화 했다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회장의 임기는 2년인데 김 전 부회장은 무려 14년간 부회장 자리를 유지했다. 재계 관계자는 “권력이 장기 집권하면 부패하듯, 김 전 부회장이 너무 오랜 기간 경총의 살림을 맡아왔기 때문에 발생한 사태”라고 지적했다. 

김 전 부회장은 주요 부서에 자신의 모교인 중앙대 출신 후배들로 인사를 배치했다. 특히 돈을 관리하는 재경업무를 부회장이 직속으로 관리하게 만들고 관리자로 측근을 배치했다. 


김 전 부회장의 사무실에는 대형 금고가 있다는 증언도 있다. 경총 관계자는 “김 전 부회장 방에 높이가 가슴까지 오는 대형 철제 금고가 있었는데 송영중 부회장이 취임하기 직전 다른 곳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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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