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초 부딪힌 비핵화 운명

멀고도 험한 한반도 평화, 만약 엎어지면 3차 대전?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장관의 방북 이후 북한의 후속조치가 주목을 받고 있다. 그동안 한미는 각각 경제협력과 연합 군사훈련 중단 카드를 꺼내들었다. 김정은 위원장에게 비핵화의 길목을 터준 셈이다. 비핵화의 시작과 끝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있다. 완전한 비핵화 로드맵이 전적으로 북한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그 사이에는 얽히고설킨 여러 변수가 존재한다.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길이 멀고도 험한 까닭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장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하 김 위원장)과 회담을 가졌다. 그는 지난 5일, 워싱턴을 출발해 1박2일 일정으로 평양을 방문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인물로 꼽힌다. 

그는 북미정상회담 이전에도 북한을 두 번 방문해 북미 간 교두보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어 세 번째로 북한을 방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신뢰가 변함없다는 방증이다. 김 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의 만남은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으로 봐도 큰 무리가 없다는 해석이다.

계속되는 협상
폼페이오 3차 방북

폼페이오 장관은 기존의 CVID 원칙(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대신 FFVD라는 새로운 비핵화 원칙을 제시했다. FFVD는 최종적이고 충분히 검증된 비핵화를 뜻한다. CVID보다 다소 약화된 표현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대북 정책 완화론이 제기됐다.

이에 외교부는 지난 5일 정례 브리핑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한다는 한미 공동의 목표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 역시 지난 5일(현지시각) “북한에 대한 우리의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에 이어 북미 간 여러 접촉이 지속될 공산이 크다. 비핵화 후속 조치를 위해서다. 북미정상회담의 연장선이라 볼 수 있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선언을 통해 비핵화 의지를 확인했다. 

양국 간 후속 협상은 북미정상회담서 발표한 성명문의 구체성을 채우는 과정이다. 북미는 그 절차를 밟고 있다.

최근 대두된 비핵화 문제는 김 위원장으로부터 시작됐다. 김 위원장의 올해 신년사를 시작으로 평창동계올림픽과 4·27남북정상회담, 6·12북미정상회담이 연이어 개최됐다. 이어 김 위원장은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선언을 통해 비핵화 의지를 공식화했다. 

김 위원장 스스로 비핵화 문제를 꺼내든 셈이다. 비핵화가 김 위원장의 손에 달렸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힘을 싣고자 한다. 한미는 북한 비핵화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한미와 북한 간 정상회담을 통해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가 천명됐기 때문이다. 한미는 다양한 대북정책을 구사했다.

한국은 경제협력을 추진 중이다. 남북은 최근 도로·철도 협의를 가졌다. 교통 인프라 투자를 통해 효과적인 경협을 이뤄내겠다는 것이다. 이어 남북은 지난 4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산림협력 분과 회담을 개최했다. 

남북은 이 자리서 북한의 산림 복원에 적극 협력키로 했다. 향후 남북 경협 분야로는 건설·항만·에너지 등이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연합훈련 중단 조치를 내세웠다. 그는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비용 문제를 언급하며 중단 이유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훈련 중단은 대북 정책의 일환이란 해석이 나온다. 비핵화 협상이 오가는 가운데 자극과 도발은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강경책을 병행하고 있다. 북한을 완전히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 내부에서 제기되는 우려의 시각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백악관 내 대북 강경파들은 김 위원장을 신뢰하지 않는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첫 후속협상
신뢰 구축 가운데 대북제재 유지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대북제재를 1년 연장했다. 북미정상회담 성사 이후 단행한 조치였다. 또한 미국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각) 대북제재 완화의 필요성이 담긴 UN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언론성명을 반대해 무산시켰다. 중국과 러시아가 언론성명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안보리 언론성명은 안보리 결의와 달리 법적 구속력이 없다. 대신 안보리 전체 이사국의 찬성이 있어야 발표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가시적 후속조치가 있기 전까지 안전장치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북한의 전례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북한은 과거에도 비핵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북한은 1991년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을 시작으로 제네바 합의와 9·19공동성명을 거친 바 있다.

특히 제네바 합의와 9·19공동성명은 구체적인 비핵화 방식이 명시됐다. 제네바 합의에서 북한은 핵 활동의 전면 동결과 기존 핵시설의 궁극적인 해체를 선언했다. 또 9·19공동성명에선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북핵 시계는 멈추지 않았다. 

김 위원장의 집권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제재를 유지하는 까닭이다.

신뢰 형성?
제재 유지 가닥

현재로선 김 위원장의 의지 외에 구체적인 비핵화 계획은 불투명하다. 또한 전례를 비춰봤을 때 실질적 이행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가 제기된다. 우선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경제협력을 제시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연합훈련 중단 카드를 꺼내든 상태다. 신뢰 구축을 통해 김 위원장의 결단을 촉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진일보한 후속조치는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보상의 일환으로 주어지는 체제보장과 경제지원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완전한 비핵화에 물음표가 찍히는 이유다.

이러한 우려와 달리 일각에선 비핵화 문제가 강제성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한다. 비핵화가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관통했다는 이유에서다. 김 위원장이 한미 정상과 만나 비핵화 의지를 드러낸 만큼 소위 ‘판을 벌여 놓았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북핵 문제에 있어서 상당한 입지를 내세우고 있는 한국과 미국을 상대로 직접 비핵화 의지를 드러냈다. 그만큼 비핵화 해결 가능성을 기대할만하다는 분석이다. 결국 북한 스스로 비핵화를 포기한다면 그 반대급부로 북한은 더욱 고립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리스크가 있다는 것이다.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김영수 교수는 지난 2일 <일요시사>와의 이메일 인터뷰서 “리스크가 크고 작은 것을 떠나 비핵화란 것이 명료하게 종료될 수 없는 사안임을 김 위원장은 잘 알고 있다”며 “의지만 밝힌 채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동안 끌고 가도 북한에게 불리할 것이 없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잘못되면 남조선 책임론, 미국 책임론으로 전가하면서 한반도에 위기를 고조시키면 이에 질색하는 여론이 형성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또 다른 유화방안이 나온다는 것이 북한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시간 끌기 전략은 현재진행형이다. 북한은 이를 통해 중국의 대북 경제 지원을 받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 시계를 늦춰 보상 받을 수 있는 부분을 챙기겠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북미정상회담 이후 후속 회담 일정을 뒤로한 채 중국으로 향했다. 김 위원장은 중국을 방문해 3차 북중정상회담을 개최하며 밀월관계를 과시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경제 분야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보인다. 북중 관계가 긴밀해지면서 경협 움직임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경제사절단은 중국 전역을 시찰했고, 북한 경제 관료들은 북중정상회담 기간 김 위원장과 동행했다. 최근에는 구본태 북한 대외경제상 부상이 중국을 방문했다. 구 부상은 북한의 경제와 무역을 총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외경제상의 방중으로 본격적인 북중 경협의 물꼬가 트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또한 김 교수는 비핵화가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 전망했다. 김 교수는 “비핵화는 여러 이슈들과 얽히면서 꽤나 시간을 많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러다가 북한체제의 변화 요인으로 북핵문제는 다른 차원에서 해결되는 실마리를 찾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번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계획은 예견된 시간보다 늦춰진 상태서 진행됐다. 또 북미 간 후속 협상이 예정된 시기에 북측은 답변을 미루고 폼페이오 장관의 상대역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았다. 

이 시기에 북한은 북중정상회담을 가졌고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확대됐다. 북핵 문제가 시간의 경과에 따라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비밀 핵시설
다양한 변수 부상

비핵화의 어려움이 제기되는 또 다른 이유는 변수가 상존해 있어서다. 비핵화 변수는 앞으로의 후속 과정서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가 원활하게 이뤄질 것이란 시각이 시기상조인 까닭이다.
 

대표적인 변수는 앞서 언급한 중국이다. 중국의 경제 제재 완화로 인해 대북 영향력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비핵화 해결 방안은 더 복잡해질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변수는 최근 미국 정보 당국이 제기한 북한의 핵탄두·핵시설 은폐 의혹이다.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의문이 생기는 까닭이다. 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실제로 주장한 핵탄두의 수보다 더 많은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또 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2010년부터 강성이라는 지역에서 비밀 우라늄 농축 시설을 운영했다고 주장했다. 농축 규모는 그간 북한의 유일한 우라늄 농축시설로 알려진 영변의 두 배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의혹의 사실관계 여부에 대해선 명확한 결론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한계·변수 잇따라 수면 위로
김정은 결단에 성사 여부 달려

비핵화 협상이 진행될수록 다양한 변수가 부상하고 있다. 변수가 어떻게 작용하느냐에 따라 비핵화의 향배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남궁영 교수는 지난 4일 <일요시사>와의 전화 인터뷰서 “비핵화의 가부 여부는 김정은 위원장의 진실성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남궁 교수는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는 성명을 통해서만 드러났다”며 아직까지 실질적 조치가 가시적이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다만 “현재 진행 중인 북미 간 물밑접촉과 후속협상 등은 비핵화 후속조치를 위한 것인 만큼 변수를 주시하면서 해석해야 한다”고 보충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 변수 역시 김 위원장의 진실성과 연결됐다고 설명했다. 남궁 교수는 “김 위원장이 비핵화의 진실성을 보인다면 트럼프 대통령과 큰 문제가 없을 것이지만 그와 반대라면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결렬을 선언하거나 새로운 형태의 타협으로 이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남궁 교수는 새로운 타협에 대해서 “과거의 핵은 인정하는 대신 ICBM을 파기하고 미래의 핵을 만들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대통령이
또 나설 차례?

남궁 교수는 중국에 대해서도 “김 위원장이 진실성을 갖고 있다면 중국은 북한의 조력자 역할을 할 것”이라며 “(중국은)미국이 북한에게 제공할 보상 등을 좀 더 편하고 빠르게 받아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 반대의 경우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하지 않고도 체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대북제재 완화 혹은 경제지원 등을 실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핵시설·미사일 실험장, 지금은…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5일 “한미 군 당국은 북한 영변서 여전히 각종 핵시설이 정상가동 중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20대 국회 전반기에 국방위원장을 지냈다.

군 당국은 이와 관련해 단정적으로 보고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군 관계자는 지난 6일 오전 국방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단정적으로 이야기가 안 된 걸로 안다”며 “동향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스탠스가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지난 5일 “국방부로부터 최근 북한의 군사동향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며 “결과는 여전히 아무것도 변한 게 없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함경남도 신포서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탑재 잠수함의 신규 건조 정황이 포착됐다”며 “동창리 등 수 곳의 미사일 엔진 시험장도 정상가동 중”이라고 밝혔다. 

동창리 실험장은 과거 북한이 인공위성을 탑재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사용된 백두산 엔진을 실험한 곳이다.

그는 “난수방송도 여전히 방송 중”이라고 덧붙였다.

 난수방송은 북한이 대남 간첩들에게 지령을 내릴 때 사용하는 일종의 암호다. 난수 방송은 숫자나 문자 등을 조합해 만든 난수와 모스 부호 등을 이용해 남파 공작원 등에게 전달한다.

김 의원은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한 우리 군의 조치와 반대로 북한은 예년과 유사한 수준의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다”며 “군 내부에서는 여전히 반미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사상교육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북한이 취한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는 지난 5월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가 전부”라며 “북한의 정확한 의도와 진정성을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그는 “통일부와 외교부는 북핵 폐기를 위한 비핵화 논의를 진전시켜 나가되 대한민국 안보의 최후 보루인 국방부는 변함없는 안보 태세를 유지해야 한다”며 “북한과의 협상서 압박카드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군사 대비태세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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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