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와 선긋기 나선 박근혜 속내

“같이 가다간 죽도 밥도 안돼” 살 길은 딴살림?

[일요시사=이주현 기자]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와 친박계 의원들이 18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에서 경제, 복지, 외교 등 이명박(MB)정부의 정책 전반에 대해 잇따라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그동안 국정 운영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정부 정책에 대한 입장 표명을 자제했던 박 전 대표가 국정감사를 계기로 자신의 정책 구상을 밝히기 시작하면서, 현 정부와의 정책 차별화를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전 대표의 이 같은 행보에 당 안팎에선 대선행보를 앞두고 이명박 정부와의 ‘선 긋기’를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으며 오래전부터 거론되어 왔던 ‘창당설’이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마지막 국정감사에서 MB정부와 본격 차별화 나서
또 다시 고개 드는 창당설, 창당시 최소 60~100석

박근혜 전 대표의 ‘창당설’은 이번만이 아니라 오래된 논점 중 하나이다.

가장 최근의 창당설은 4·27재보선 참패 후 지도부가 사퇴하고 책임론이 제기될 때 제기됐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고조되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있는 박 전 대표가 히든카드로 탈당 후 신당 창당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소문이 여의도를 뒤흔들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속화되고 있고 MB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떨어지자 친박계 내부에서 ‘창당’의 목소리가 꿈틀대고 있다.

지난 6·2 지방선거에 이어 4·27 재보선까지 참패했고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 준비 과정에서 반(反)한나라당에 대한 정서를 피부로 느끼게 해준 ‘안철수 효과’를 경험 한 뒤로 ‘창당’의 목소리는 더욱더 높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위기감 고조되는
친박계 히든카드는?

한나라당에 굳이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추석 전 실시되었던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당을 제외한 후보 부분에서는 앞도적인 1위를 차지한 박 전 대표였지만 한나라당 대 야권단일 후보의 1:1 구도에서는 초박빙의 결과가 나와 친박계 의원들을 더욱더 긴장하게 만들었다.

이에 한 정치 전문 칼럼리스트는 “대한민국에서 정당이 십 년 이상 간 적이 없다. 지금 한나라당이 십 년이 넘게 존재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김대중, 노무현 정권 기간에 보수 세력들이 모여 있었기 때문이다”며 “그들은 어떤 정치적 사상으로 함께 모여 있었던 것이 아니라, 진보에 빼앗긴 그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다”고 평가했다.
 
한나라당이 정치적 사상과 이념에 부합하여 모인 당이 아니라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 한나라당은 표를 가져다주는 보증수표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선거철만 되면 보수진영 안팎에서 한나라당을 비판하지만 결국은 한나라당을 지원하고 공천을 받기 위해 줄을 선다.

그토록 비난하던 한나라당 간판으로 출마한 이유는 한나라당이라는 나무 아래 있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당선은 물론 그들 자신의 이익을 보장해 준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나라당은 그간 공천 학살, 총·대선 참패 등 험난한 과정을 겪어오긴 했지만 거대야당을 형성할 만큼 총선에서 막강한 힘을 과시해왔다.

14년 동안 각종 선거에 참여한 관록을 무시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와 함께 한나라당의 가장 강력한 무기로 평가 받는 것은 ‘막강한 조직력’이다.

최근 SNS정치의 활성화로 조직력의 중요성이 상당부분 약화되긴 했지만 사상과 정치적인 이유로 한나라당을 떠나고 싶은 이들도 이 ‘막강한 조직력’의 매력을 뿌리치긴 쉽지 않아 보인다.

실제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에도 친박계의 대규모 탈당, 친이계의 탈당 등 각종 시나리오가 나왔지만 양쪽 모두 대규모 탈당으로 새로운 길을 찾지는 않았다.

서로가 눈에 가시이고 앙숙지간이라 마음에 들지 않지만 모두 한나라당 우산 아래 모여서 헤게모니 다툼을 했을 뿐이다. 아마 이들은 서로가 탈당하기를 바랐을지도 모른다.

치열하고 본능적인
밥그릇 챙기기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불편한 동거를 계속해온 친이와 친박계 간의 균열 조짐이 보이고 있다. 정권말기에 접어들며 자신들을 철옹성 같이 지켜줄 줄 알았던 자신들의 밥그릇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위기감은 먼저 느낀 곳은 친이계다. 임기 말로 치달으며 각종 측근비리가 속속 밝혀져 레임덕이 가속화되자 자신들의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 정치적 소신은 온 데 간 데 없이 ‘월박’이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상당수의 친이계 의원들이 친박으로 월박한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친박계도 당내 입지가 높아지며 실세로 등극했지만 ‘안철수 신드롬’을 겪으며 자신들의 대세론을 마냥 즐기고 있을 형편은 안 돼 보인다. 이제 새로운 밥그릇과 새로운 먹이를 차지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신당 창당 시 박근혜가 얻게 되는 유리한 점은?
‘무관의 제왕’으로 남을 것이라는 우려의 시각도


물론 그 주축은 박 전 대표이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박 전 대표의 창당설은 오래전부터 제기 되어 왔다”며 “그럴 때 마다 최소 60석에서 많게는 100석까지는 무난히 차지 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고 박 전 대표의 영향력을 자신했다.

하지만 부정적인 입장도 있다. “박 전 대표가 ‘선거의 여왕’이라고 불리지만 최근의 선거에는 움직이지 않았다. 과거의 정치판과 현재의 정치판은 비슷하지만 상이하게 다른 점이 있다”며 “선거의 여왕이라는 타이틀에 대한 검증도 다시 해야 할 것이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고, 이어 “따지고 말해 박 전 대표가 그간 정책면이나 현안에 대해 자부할만한 성과가 뭐가 있나?”라며 힐난하기도 했다.

또 다른 친이계의 의원은 “유신의 딸이라는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 있다”며 “이는 한나라당의 조직적인 힘과 지원이 없다면 박 전 대표는 ‘무관의 여왕’으로 남게 될 것”이라 경고하기도 했다.

신당 창당
유리한 점은?

박 전 대표가 신당을 창당하면 가장 먼저 받는 효과로 당내에서 벌어질 경선이나 계파 갈등을 줄일 수 있는 것이 단연 으뜸으로 꼽힌다.
그것은 ‘공천 대학살’을 몸소 경험한 바 있는 박 전 대표의 마음속 깊은 걱정을 해소해주는 것이 된다.

또한 “홍준표식 공천을 마음껏 해보고 싶다”고 밝힌 홍 대표와의 신경전과 눈치싸움을 줄일 수 있어 자신과 우호적 인사를 더욱더 많이 추천 할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내년 총선이 박 전 대표의 주요 승부처라면 최종 결승점은 대선이다. 경선 과정에서 소모적인 당내 분쟁에 신경 쓰지 않고 별다른 출혈과 상처 없이 후보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지난 대선 패배 직후부터 4년을 준비해온 박 전 대표로서는 대선을 향한 일정 가이드라인이 머릿속에 짜여져 있을 것이다. 따라서 당내에서 요구하는 역할론과 책임론에 대해서도 자유로울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지난 4·27 재보선과 이번 무상급식 주민투표 때 당의 간곡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초지일관 “선거는 당 지도부가 알아서 할 문제”라는 입장을 고수하자 당 내에서는 책임론이 거세게 일었다.

일부 보수우익단체들은 박 전 대표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격과 비난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에 친박계 의원들은 “왜 박 전 대표가 선거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하냐” “당 대표와 원내대표, 최고위원들은 놀고먹는 직책이냐”고 성토하기도 했다.

또 다른 친박계 의원은 “당 지도부가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한 어떤 지침이나 당론도 확정하지 못했고, 무상급식을 시행하고 있는 한나라당 지자체 장들에게 어떤 가이드나 당의 요구를 전달한 적도 없으면서, 무조건 박 전 대표가 무상급식을 반대 하지 않았다고 책임져라고 맹비난을 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고 답답해했다.

이처럼 한나라당 주류세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당이 불리하고 난처한 상황에 처할 때 마다 박 전 대표의 책임으로 매도해왔다. 이러한 책임론에서 벗어난다는 것도 박 전 대표에게는 큰 짐을 더는 것이 될 것이다.

또한 아직 월박을 하지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는 친이계 의원들의 탈당을 자연스럽게 유도해 의석을 확보하고 보수 세력을 결집해 전국정당을 설립하는데 용의하다는 이점도 있다.
 
물려받은 재산과 인맥을 통해 대규모 조직을 운영할 수 있는 역량과 자산, 인재를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박 전 대표는 기본적으로 신당을 설립할 때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신당 창당을 통해 누릴 수 있는 효과는 기존 한나라당에 잔류하는 것보다 훨씬 유리해 보인다.

물론 당을 지키며 수많은 악조건을 모두 이겨내고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고 대선까지 승리하여 집권하게 된다면 역사적인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 정치평론가는 “유권자들이 기득권의 조정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주장을 하게 되는 공정사회로 가는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마지막 국정감사에서 자신이 준비한 정책을 맘껏 펼치고 있는 박 전 대표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언론과 국민의 관심을 받고 있다. MB와의 차별화를 나타내고 있는 박 전 대표의 손에는 어떤 카드가 쥐어져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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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