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규 찾아낸 ‘미시USA’ 실체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7.04 10:27:05
  • 호수 1173호
  • 댓글 0개

미국 뜨면 잡아내는 미친 정보력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노무현 전 대통령 논두렁 시계를 수사했던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의 행방을 찾아낸 커뮤니티 사이트 ‘미시USA’(Missy USA)가 관심을 끌고 있다. 그동안 언론보다 한 발 앞선 정보력으로 미국서 일어난 사건사고 보도의 시발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 때문에 이명박·박근혜정권서 탄압의 대상이었다.  
 

해외 도피 의혹을 사고 있는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최근 미국 워싱턴DC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에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교민들이 그에 대한 검찰 소환을 촉구하며 시위에 나섰다. 지난달 24일 미주 최대 여성 온라인 커뮤니티인 ‘미시 USA’에는 이 전 부장이 사는 것으로 알려진 한 아파트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사진 2장이 올라왔다.

단순 정보 교환?
부글부글 게시판

시위에 나선 회원은 “북미 민주 포럼과 사람 사는 세상 워싱턴 등에서 현상금 500달러에 (이 전 부장을)수배했지만, 한동안 잠적했다”며 “1년 만에 워싱턴 최고급 아파트서 거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논두렁 시계 망신, 사기조작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간 파렴치범 이인규”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미시USA 회원들은 지난해 8월 이 전 부장의 갑작스러운 미국행에 대한 보도를 접하고는 이 전 부장의 소식에 대해 자체 현상금까지 내걸기도 했다. 


당시 이 전 부장이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인근에 체류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미시USA서도 이 전 부장을 페어팩스의 한 한인 상점서 목격했다는 제보가 들어왔으며, 북미 민주포럼 등 교민단체들은 500달러의 제보 현상금을 내걸고 그의 행방을 뒤쫓기도 했다.   

미주 최대 한인 여성 온라인 커뮤니티
32만명 가입해 운영…폭로·제보 봇물

첫 번째 사진에는 피켓을 들고 있는 한 교민이 서 있고 또 다른 사진에는 이 전 부장의 아파트 현관 앞에서 찍은 메모가 있다. 

사진 속 피켓에는 “이인규 보고 있나? 공소시효 끝났다고 끝난 게 아니다”며 “논두렁 시계 조작사건 너가 했냐? 맹박(이명박 전 대통령)이냐? 워싱턴 동포를 물로 보냐? 이인규, 끝까지 쫓아간다”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두 번째 사진의 메모엔 “대한민국 검찰은 즉각 이인규를 소환해 ‘논두렁 시계’ 조작을 재조사 하라”며 하단에는 미시USA회원을 뜻하는 ‘워싱턴 미시’가 적혀있다.

미시 USA는 지난달 19일(현지시각) 이 전 부장이 가족과 함께 중국식 레스토랑서 식사하는 장면과 그가 이용하는 자동차를 찍은 사진을 올렸다. 

이 글에는 ‘(이 전 부장) 미국 버지니아 애난데일에 있는 한 중국집서 와이프랑 딸이랑 밥 먹는다’라는 설명과 함께 이 전 부장으로 추정되는 한 남성과 그의 가족들이 식사하고 있는 모습을 찍은 사진을 추가했다.     


총수, 연예인도
손들어 꼼짝마

이어 주차장에 세워진 이 전 부장의 BMW 차량 사진도 첨부했다. 게시자는 ‘비 오는데 기다렸다가 보니 이 차를 타고 갔다’고 설명했다. 사진을 확인한 누리꾼들은 차량번호를 조회해 차량 소유주가 'In Gyu Lee'라는 사실을 확인했고, 더 나아가 이 전 부장의 주소지까지 찾아낸 것이다. 

미시USA 회원들의 활약으로 국내에서는 “미시USA의 정보력이 기자나 인터폴(국제경찰)보다 낫다”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미시USA는 1999년 한 포털사이트의 동호회로 시작한 뒤 2002년 11월 자체 웹사이트로 서비스를 시작한 재미동포 여성 온라인 커뮤니티다. 재미동포들 중 이 사이트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많은 여성들이 이용하는 미주 최대 여성 커뮤니티다. 

미시USA가 집계한 회원수는 32만명에 이른다.

미시USA는 소개 글에서 “미주에 사는 우리 한인 여성들이 새로운 땅 미국서 생활해나가는데 있어 꼭 필요한 정보들과 감상들, 이미 경험하신 분들의 생생한 이야기들과 따뜻한 조언들, 얘기할 곳 없고 풀 곳 없는 수많은 고민들을 나누는 온라인 공간”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미시USA의 가입 절차는 까다롭다. 회원제로 운영되며, 사이트에 게시글을 보려면 정회원이 되는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하면 일단 준회원이 되고, 결혼여부, 결혼기념일, 가족사항, 미국 내 거주지, 미국에 온 계기, 사이트 가입 계기, 본인소개 등 6개 항목을 정확히 보내야 정회원이 될 수 있다.

현재 토크라운지, 건강&뷰티, 홈&푸드, 육아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정보를 나누고 벼룩시장을 운영하는 등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미국 한인 여성 사회에서는 절대 다수가 이 사이트를 알고 있으며, 현지의 생생한 얘기를 듣기 위해 방문하는 한국 거주 이용자들도 많다.

특히 ‘미시 토크’(Missy Talk)라는 코너에선 각종 정치 현안에 대한 의견과 시중에 떠도는 소문 등을 자유스럽게 올리고 찬반 논쟁도 이뤄진다. 박근혜정부 시절 유명했던 윤창중 전 홍보수석의 인턴 성추행 사건의 진원지가 바로 이곳이다. 

2013년 5월9일 미시USA에 ‘이번 박근혜 대통령 워싱턴 방문 중 대변인이 성폭행을 했다고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추행을 당했던 인턴이 현지 한국 여성에게 도움을 청했고, 미시USA 회원이었던 이 여성은 사이트에 글을 올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수사 저리가라
네티즌 그녀들

이 글은 윤 전 대변인이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기간에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전격 경질되기 전에 올라왔다. 당시 “청와대 대변인 윤창중이 박근혜 대통령 워싱턴 방문 수행중 대사관 인턴을 성폭행했다고 합니다”며 “교포 여학생이라고 하는데 이대로 묻히지 않게 미시님(미시USA 이용자들을 지칭)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는 글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글은 삭제됐지만, 당시 켭쳐 된 사진은 트위터와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만약 미시USA서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논란을 다루지 않았다면, 이 사건은 미궁에 빠지거나 몇 년 후에나 불거졌을지도 모른다. 

당시 청와대는 윤 전 대변인의 도주행각을 덮기 바빴기 때문이다. 국내 언론들은 미시USA 글을 근거로 삼아 보도했다. 결국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민, 피해 여성 인턴과 가족, 동포들에게 사과했으며, 당시 홍보수석의 사의로 이어졌다. 

미시USA는 박근혜·이명박정부서 ‘종북 사이트’로 매도돼 국가정보원의 탄압을 받기도 했다. 국정원 적폐청산 TF 조사결과 이명박정부 시절 국정원이 미시USA 사이트를 해킹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박근혜정부 때는 두 차례 미시USA 해킹 공격도 국정원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대형 사건사고 정보의 보고
국내 언론들 받아쓰기 바빠

지난해 10월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국정원 3차장 산하 심리전단은 이명박정부 시절인 2010년 “미시USA를 무력화시키겠다”며 해킹 계획 보고서를 작성했다. 실제 국정원이 해킹을 실행했는지 여부 등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시USA가 ‘이명박 국정원’의 타깃이 된 것은 2008년 미국산 수입 쇠고기 반대 촛불시위 때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게 발단이 된 것으로 전해진다. 촛불시위 당시 미시USA는 모금 광고를 내는 등 적극적으로 정부 비판에 나섰고, 이명박정부는 이들 사이트를 ‘눈엣가시’처럼 불편해하던 분위기였다.
 


박근혜정부 시절 시도됐던 두 차례의 미시USA 해킹도 국정원과 관련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시USA 쪽은 2014년 5월9일 ‘세월호 참사 애도 게시판’에 해킹 시도가 이뤄졌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은 미시USA가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 및 박근혜 전 대통령 비판 시위를 미국 50개 주에서 벌인다고 밝힌 날이기도 하다. 해킹으로 세월호 참사 애도 게시판의 일부 글이 삭제됐다. 

이·박 정부
사이트 해킹

실제로 세월호 참사 직후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두 차례의 수석비서관 회의서 “미시USA에 불순 친북 인사들이 파고들어가 반정부시위를 주도하고 있다”며 “국내 언론에도 실체를 알리라”고 여러 차례 지시했다.

미시USA 회원들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국정원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소송인단 모집 게시 이틀 반 만에 700명 이상의 회원이 참여 신청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보도자료 낸 이인규 노림수

미시USA서 이인규 전 중수부장의 행적이 드러나 논란이 되자, 이 전 부장은 ‘논두렁 시계 보도’ 사건의 기획자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을 지목한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전 부장의 주장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뜨겁다. 

2009년 4월 당시 언론들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회갑 선물로 받은 명품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의혹을 앞 다퉈 보도했다. 당시 최초 보도를 낸 KBS는 “검찰서 노 전 대통령의 회갑을 맞아 선물용으로 2억원을 들여 시계를 선물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3주 뒤인 5월 13일에는 SBS가 “권양숙 여사가 이 명품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후속 보도까지 내놨다. 

논두렁 시계 의혹이 노 전 대통령은 물론 가족까지 연루되면서 ‘노 전 대통령은 부정한 인물’이란 여론이 일었다. 열흘 뒤 노 전 대통령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비극적 결말을 선택했다. 

당시 수사 총 책임자였던 이 전 부장은 이 보도가 원 전 국정원장의 작품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발표된 국정원 개혁위 조사 내용은 다르다. 국정원 간부가 이 전 부장을 만난 사실은 있지만 ‘언론플레이’를 둘러싼 국정원의 지시나 실행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논두렁 시계 의혹을 보도한 SBS 기자도 ‘검찰서 확인한 정보’라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 과거사위 진상조사단은 ‘논두렁 시계 보도’와 관련 지난 5월부터 재조사를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검찰 조사에 이 전 부장은 소환되지 않았다. 같은 달 조사를 앞둔 이 전 부장이 미국으로 떠나면서 도피성 출국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 전 부장은 기자들에게 보낸 2차 입장문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의 수사와 관련, 검찰이 불법적이거나 부당한 일을 한 사실은 전혀 없다”며 “조사 요청이 있다면 언제든 귀국해 조사받겠다”고 밝히고 있어 검찰의 수사 의지만 있으면 언제든 조사가 가능한 부분이다.

노 전 대통령의 비극적인 선택의 단초가 된 ‘논두렁 시계’의혹을 둘러싸고 국정원과 검찰, 그리고 언론 사이에 책임과 진실공방이 팽팽한 가운데 검찰 과거사위 진상조사단이 이번엔 이 전 중수부장을 조사할지, 또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창>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