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규 찾아낸 ‘미시USA’ 실체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7.04 10:27:05
  • 호수 11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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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뜨면 잡아내는 미친 정보력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노무현 전 대통령 논두렁 시계를 수사했던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의 행방을 찾아낸 커뮤니티 사이트 ‘미시USA’(Missy USA)가 관심을 끌고 있다. 그동안 언론보다 한 발 앞선 정보력으로 미국서 일어난 사건사고 보도의 시발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 때문에 이명박·박근혜정권서 탄압의 대상이었다.  
 

해외 도피 의혹을 사고 있는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최근 미국 워싱턴DC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에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교민들이 그에 대한 검찰 소환을 촉구하며 시위에 나섰다. 지난달 24일 미주 최대 여성 온라인 커뮤니티인 ‘미시 USA’에는 이 전 부장이 사는 것으로 알려진 한 아파트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사진 2장이 올라왔다.

단순 정보 교환?
부글부글 게시판

시위에 나선 회원은 “북미 민주 포럼과 사람 사는 세상 워싱턴 등에서 현상금 500달러에 (이 전 부장을)수배했지만, 한동안 잠적했다”며 “1년 만에 워싱턴 최고급 아파트서 거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논두렁 시계 망신, 사기조작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간 파렴치범 이인규”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미시USA 회원들은 지난해 8월 이 전 부장의 갑작스러운 미국행에 대한 보도를 접하고는 이 전 부장의 소식에 대해 자체 현상금까지 내걸기도 했다. 


당시 이 전 부장이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인근에 체류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미시USA서도 이 전 부장을 페어팩스의 한 한인 상점서 목격했다는 제보가 들어왔으며, 북미 민주포럼 등 교민단체들은 500달러의 제보 현상금을 내걸고 그의 행방을 뒤쫓기도 했다.   

미주 최대 한인 여성 온라인 커뮤니티
32만명 가입해 운영…폭로·제보 봇물

첫 번째 사진에는 피켓을 들고 있는 한 교민이 서 있고 또 다른 사진에는 이 전 부장의 아파트 현관 앞에서 찍은 메모가 있다. 

사진 속 피켓에는 “이인규 보고 있나? 공소시효 끝났다고 끝난 게 아니다”며 “논두렁 시계 조작사건 너가 했냐? 맹박(이명박 전 대통령)이냐? 워싱턴 동포를 물로 보냐? 이인규, 끝까지 쫓아간다”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두 번째 사진의 메모엔 “대한민국 검찰은 즉각 이인규를 소환해 ‘논두렁 시계’ 조작을 재조사 하라”며 하단에는 미시USA회원을 뜻하는 ‘워싱턴 미시’가 적혀있다.

미시 USA는 지난달 19일(현지시각) 이 전 부장이 가족과 함께 중국식 레스토랑서 식사하는 장면과 그가 이용하는 자동차를 찍은 사진을 올렸다. 

이 글에는 ‘(이 전 부장) 미국 버지니아 애난데일에 있는 한 중국집서 와이프랑 딸이랑 밥 먹는다’라는 설명과 함께 이 전 부장으로 추정되는 한 남성과 그의 가족들이 식사하고 있는 모습을 찍은 사진을 추가했다.     


총수, 연예인도
손들어 꼼짝마

이어 주차장에 세워진 이 전 부장의 BMW 차량 사진도 첨부했다. 게시자는 ‘비 오는데 기다렸다가 보니 이 차를 타고 갔다’고 설명했다. 사진을 확인한 누리꾼들은 차량번호를 조회해 차량 소유주가 'In Gyu Lee'라는 사실을 확인했고, 더 나아가 이 전 부장의 주소지까지 찾아낸 것이다. 

미시USA 회원들의 활약으로 국내에서는 “미시USA의 정보력이 기자나 인터폴(국제경찰)보다 낫다”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미시USA는 1999년 한 포털사이트의 동호회로 시작한 뒤 2002년 11월 자체 웹사이트로 서비스를 시작한 재미동포 여성 온라인 커뮤니티다. 재미동포들 중 이 사이트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많은 여성들이 이용하는 미주 최대 여성 커뮤니티다. 

미시USA가 집계한 회원수는 32만명에 이른다.

미시USA는 소개 글에서 “미주에 사는 우리 한인 여성들이 새로운 땅 미국서 생활해나가는데 있어 꼭 필요한 정보들과 감상들, 이미 경험하신 분들의 생생한 이야기들과 따뜻한 조언들, 얘기할 곳 없고 풀 곳 없는 수많은 고민들을 나누는 온라인 공간”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미시USA의 가입 절차는 까다롭다. 회원제로 운영되며, 사이트에 게시글을 보려면 정회원이 되는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하면 일단 준회원이 되고, 결혼여부, 결혼기념일, 가족사항, 미국 내 거주지, 미국에 온 계기, 사이트 가입 계기, 본인소개 등 6개 항목을 정확히 보내야 정회원이 될 수 있다.

현재 토크라운지, 건강&뷰티, 홈&푸드, 육아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정보를 나누고 벼룩시장을 운영하는 등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미국 한인 여성 사회에서는 절대 다수가 이 사이트를 알고 있으며, 현지의 생생한 얘기를 듣기 위해 방문하는 한국 거주 이용자들도 많다.

특히 ‘미시 토크’(Missy Talk)라는 코너에선 각종 정치 현안에 대한 의견과 시중에 떠도는 소문 등을 자유스럽게 올리고 찬반 논쟁도 이뤄진다. 박근혜정부 시절 유명했던 윤창중 전 홍보수석의 인턴 성추행 사건의 진원지가 바로 이곳이다. 

2013년 5월9일 미시USA에 ‘이번 박근혜 대통령 워싱턴 방문 중 대변인이 성폭행을 했다고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추행을 당했던 인턴이 현지 한국 여성에게 도움을 청했고, 미시USA 회원이었던 이 여성은 사이트에 글을 올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수사 저리가라
네티즌 그녀들

이 글은 윤 전 대변인이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기간에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전격 경질되기 전에 올라왔다. 당시 “청와대 대변인 윤창중이 박근혜 대통령 워싱턴 방문 수행중 대사관 인턴을 성폭행했다고 합니다”며 “교포 여학생이라고 하는데 이대로 묻히지 않게 미시님(미시USA 이용자들을 지칭)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는 글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글은 삭제됐지만, 당시 켭쳐 된 사진은 트위터와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만약 미시USA서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논란을 다루지 않았다면, 이 사건은 미궁에 빠지거나 몇 년 후에나 불거졌을지도 모른다. 

당시 청와대는 윤 전 대변인의 도주행각을 덮기 바빴기 때문이다. 국내 언론들은 미시USA 글을 근거로 삼아 보도했다. 결국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민, 피해 여성 인턴과 가족, 동포들에게 사과했으며, 당시 홍보수석의 사의로 이어졌다. 

미시USA는 박근혜·이명박정부서 ‘종북 사이트’로 매도돼 국가정보원의 탄압을 받기도 했다. 국정원 적폐청산 TF 조사결과 이명박정부 시절 국정원이 미시USA 사이트를 해킹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박근혜정부 때는 두 차례 미시USA 해킹 공격도 국정원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대형 사건사고 정보의 보고
국내 언론들 받아쓰기 바빠

지난해 10월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국정원 3차장 산하 심리전단은 이명박정부 시절인 2010년 “미시USA를 무력화시키겠다”며 해킹 계획 보고서를 작성했다. 실제 국정원이 해킹을 실행했는지 여부 등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시USA가 ‘이명박 국정원’의 타깃이 된 것은 2008년 미국산 수입 쇠고기 반대 촛불시위 때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게 발단이 된 것으로 전해진다. 촛불시위 당시 미시USA는 모금 광고를 내는 등 적극적으로 정부 비판에 나섰고, 이명박정부는 이들 사이트를 ‘눈엣가시’처럼 불편해하던 분위기였다.
 


박근혜정부 시절 시도됐던 두 차례의 미시USA 해킹도 국정원과 관련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시USA 쪽은 2014년 5월9일 ‘세월호 참사 애도 게시판’에 해킹 시도가 이뤄졌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은 미시USA가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 및 박근혜 전 대통령 비판 시위를 미국 50개 주에서 벌인다고 밝힌 날이기도 하다. 해킹으로 세월호 참사 애도 게시판의 일부 글이 삭제됐다. 

이·박 정부
사이트 해킹

실제로 세월호 참사 직후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두 차례의 수석비서관 회의서 “미시USA에 불순 친북 인사들이 파고들어가 반정부시위를 주도하고 있다”며 “국내 언론에도 실체를 알리라”고 여러 차례 지시했다.

미시USA 회원들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국정원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소송인단 모집 게시 이틀 반 만에 700명 이상의 회원이 참여 신청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보도자료 낸 이인규 노림수

미시USA서 이인규 전 중수부장의 행적이 드러나 논란이 되자, 이 전 부장은 ‘논두렁 시계 보도’ 사건의 기획자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을 지목한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전 부장의 주장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뜨겁다. 

2009년 4월 당시 언론들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회갑 선물로 받은 명품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의혹을 앞 다퉈 보도했다. 당시 최초 보도를 낸 KBS는 “검찰서 노 전 대통령의 회갑을 맞아 선물용으로 2억원을 들여 시계를 선물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3주 뒤인 5월 13일에는 SBS가 “권양숙 여사가 이 명품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후속 보도까지 내놨다. 

논두렁 시계 의혹이 노 전 대통령은 물론 가족까지 연루되면서 ‘노 전 대통령은 부정한 인물’이란 여론이 일었다. 열흘 뒤 노 전 대통령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비극적 결말을 선택했다. 

당시 수사 총 책임자였던 이 전 부장은 이 보도가 원 전 국정원장의 작품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발표된 국정원 개혁위 조사 내용은 다르다. 국정원 간부가 이 전 부장을 만난 사실은 있지만 ‘언론플레이’를 둘러싼 국정원의 지시나 실행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논두렁 시계 의혹을 보도한 SBS 기자도 ‘검찰서 확인한 정보’라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 과거사위 진상조사단은 ‘논두렁 시계 보도’와 관련 지난 5월부터 재조사를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검찰 조사에 이 전 부장은 소환되지 않았다. 같은 달 조사를 앞둔 이 전 부장이 미국으로 떠나면서 도피성 출국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 전 부장은 기자들에게 보낸 2차 입장문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의 수사와 관련, 검찰이 불법적이거나 부당한 일을 한 사실은 전혀 없다”며 “조사 요청이 있다면 언제든 귀국해 조사받겠다”고 밝히고 있어 검찰의 수사 의지만 있으면 언제든 조사가 가능한 부분이다.

노 전 대통령의 비극적인 선택의 단초가 된 ‘논두렁 시계’의혹을 둘러싸고 국정원과 검찰, 그리고 언론 사이에 책임과 진실공방이 팽팽한 가운데 검찰 과거사위 진상조사단이 이번엔 이 전 중수부장을 조사할지, 또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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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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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