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부의 대북원조 시나리오

1조? 2조? 북한에 얼마나 퍼줄까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남북 경협이 시작됐다. 북핵 비핵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조치의 연장선이다. 남북은 최근 철도와 도로에 대한 회담을 마쳤다. 인프라 투자를 통해 이전보다 교류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과거 대북 지원은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다분했다. 이번엔 다르다. 북한 역시 단순 원조를 떠나 경제 체제의 기틀을 마련하고자 한다.
 

남북은 최근 판문점서 철도 및 도로협력 분과 회담을 연이어 개최했다. 남북 경협의 토대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까닭이다. 남북은 이번 회담서 경의선 철도·도로 연결과 함께 현대화 사업을 논의했다. 이와 관련한 남북 간 협의는 지난 2008년 개성공단 회의 이후 약 10년 만이다.

철도·도로
남북 회담

철도와 도로는 교류의 시발점으로 꼽힌다. 교통 인프라의 개선으로 가시적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남북은 이번 ‘철도회담’서 동해선과 경의선 철도문제에 대해 다뤘다.

우선 남북은 북측구간(금강산∼두만강, 개성∼신의주)에 대한 현지 공동조사를 시작하기로 했다. 이어 다음 달 중순경 경의선 철도 연결구간(문산∼개성)과 동해선 연결구간(제진~금강산)을 공동점검할 예정이다.


‘도로회담’에선 경의선 도로(개성∼평양)와 동해선 도로(고성∼원산)를 현대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남북은 이를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남북은 철도와 마찬가지로 도로의 연결과 현대화를 위해 공동연구조사단을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공동조사는 8월 초 경의선 도로를 시작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대북제재가 유효한 상황이다. 이번 회담서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 논의되지 못한 이유다. 우선 남북은 공동실태조사와 공동연구를 진행한다는 데 합의했다. 대북제재가 존재하는 상황에 발맞춰 접점을 찾은 셈이다.

이번 도로협력 회담 남측 수석대표를 맡은 김정렬 국토교통부 2차관은 제재의 현실성을 지적했다. 다만 그는 회담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제재가 풀리면 할 수 있는 여러 사안들을 충분히 연구조사하고 준비할 사안이 있다”고 말했다. 

대북제재가 일단 존재하지만 남북 경협 및 교류를 위한 물꼬는 트겠다는 것이다.

이어 우리 측 대표단은 향후 대북제재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은 국제사회와 함께 풀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주태 통일부 교류협력국장은 “일을 하다보면 제재에 저촉되거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정부는 기본적으로 제재 틀 안에서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의하며 진행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철도·도로 회담, 남북 경협 물꼬
과거 단순 원조 떠나 인프라 투자로

이번 회담은 무엇보다 지난 4·27 남북정상회담서 발표한 판문점 선언의 후속조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반도 평화와 북한의 비핵화를 향한 첫 출발점이라 봐도 무리가 없다는 평가다. 남북 철도 및 도로의 연결을 넘어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가 있는지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정부서도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여러 대북지원이 있었다. 그러나 반복되는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도발로 그 신뢰가 구축되지 못했다. 대북지원이 ‘퍼주기’라는 비판을 지속적으로 받게 된 까닭이다.

여러 정권서 있었던 대북지원은 보통 쌀과 비료 등 인도적 차원의 지원으로 귀결된다. 처음으로 북한에 쌀을 지원한 정권은 김영삼정부다. 김영삼정부는 지난 1995년 수해 지원용으로 15만톤의 쌀을 북한에 무상 지원했다.

이후 김대중 전 대통령은 ‘햇볕정책’을 통해 대북 원조의 고삐를 당겼다. 햇볕정책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시작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이어졌다. 노 전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계승해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대중정부 초기부터 북한과 교류가 시작된 것은 아니다. 남북 교류의 도화선이 된 것은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소떼 방북’과 김 전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이었다. 민간 교류를 통해 관계 개선에 나선 것이다.

1998년 정 회장은 소 1001마리를 끌고 방북해 교류의 물꼬를 텄다는 평가를 받는다. 소떼 방북으로 남북 화해 분위기가 시작되면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의 기틀이 마련됐다.

금강산 관광은 남북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한 사람들이 관광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금강산 관광이 중단될 때까지 약 100만명이 넘는 남측 관광객이 다녀갔다. 또한 김대중정부 출범 이후 2000년 5월 말까지 1만667명이 북한을 방문했다. 이는 1989년 방북 허용 이후 전체 방북 인원의 80.5%에 해당 된다.

소떼 시작
교류 물꼬

민간 교류에 힘입은 남북 관계는 김 전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으로 이어졌다. 김 전 대통령은 이 자리서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줄 준비가 돼있다’고 밝혔다. 남북의 화해 협력 분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은 베를린 선언에 이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나 6·15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남북정상이 최초로 마주한 때였다.

당시 북한은 식량 상태가 좋지 못했다. 김 전 대통령은 정부 차원서 인도적 지원에 나섰다. 김대중정부에서는 쌀 70만톤과 옥수수 20만톤 등 식량과 비료 91만5000톤이 지원했다. 각각 9085억원, 2753억원 상당의 물량이었다.


김 전 대통령에 이어 노 전 대통령 역시 햇볕정책을 계승했다. 노 전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남북정상회담을 가졌다. 노무현정부는 180만톤의 쌀과 160만톤의 비료를 북한에 지원했다. 각각 2조5143억원과 5119억원에 달했다.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는 2001년을 제외하고, 2000년부터 2007년까지 연간 약 40만톤의 쌀을 인도적 차원서 지원했다. 2006년 무상지원을 제외하면 나머지 기간은 차관형식으로 북한에 지원했다. 

10년 거치 20년 분할상환에 연리 1%의 조건이 붙었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운영도 지속됐다.

그러나 2008년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가 북한군의 총격으로 피살되면서 남북관계는 경색 국면으로 진입했다.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은 결정적이었다. 이명박정부는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5·24 대북제재 조치를 단행했다. 2010년 북한의 수해로 인해 5000톤의 쌀이 무상으로 지원됐지만 남북관계의 냉각기를 피할 수 없었다.

박근혜정부에선 대북 쌀 지원이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았다. 민간 차원의 지원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대북 쌀 지원만 살펴볼 때 정부 차원에서 지원한 쌀은 모두 265만5000톤에 달한다. ▲김영삼정부 15만톤 ▲김대중정부 70만톤 ▲노무현정부 180만톤 ▲이명박정부 5000톤을 합한 것이다.


문 대통령 역시 지난 김대중·노무현 정부와 마찬가지로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고 남북교류의 시작을 알렸다. 다만 이번 남북 경협은 과거의 단순한 식량 원조를 넘어선 대규모 인프라 투자로 번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진다. 

철도와 도로를 시작으로 경제특구 조성 등이 제기되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기 전 김정은 북한 위원장은 싱가포르 시내 투어를 통해 상당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위원장은 일시적 원조를 받는 것보다 자강에 힘을 쏟으려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까닭이다. 

이런 연유로 현재 남북 간 이뤄지고 있는 인프라 투자는 경제 체제의 기반을 닦을 수 있는 사회간접자본이 주를 이루고 있다.

단순 원조 넘어
대규모 인프라로

최근 남북 간 철도 및 도로 회담과 함께 미국과 중국서도 북한의 경제 분야가 언급되곤 했다. 특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 부동산’을 언급하며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3일(현지시각) 미국 기독교 방송 TBN과의 인터뷰서 “김정은이 북한으로 기업을 들여오고 싶어 한다”고 밝혔다. 이어 “입지 측면이나 부동산서 (북한은)엄청난 잠재력이 있다”며 “김정은 위원장이 뭔가를 하고 싶어 한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관계자가 ‘북한 해변의 콘도 건설’에 대해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게 될 것으로 매우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특별한 이행이 없다는 것을 고려해 대북제재를 1년 연장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부동산 언급과 함께 중국의 대북투자 역시 주목된다. 김 위원장과 중국 시진핑 국가 주석은 지난 북미정상회담 이후 3차 정상회담을 개최한 바 있다. 이 자리에 북한 경제 관료들이 참여하면서 중국의 대북투자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그 이전에는 북한의 대규모 경제사절단이 중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북 대북투자 적극적 홍보 나서
전적으로 비핵화 조치에 달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지난 북중정상회담서 시진핑 주석은 김 위원장에게 대규모 대북 투자를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김 위원장이 경제특구 공동개발과 기초 인프라 건설 협조 등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점이 주목된다. 단순한 식량 원조를 떠나 경제체제가 자리 잡히길 원한다는 시각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당시 3차 북중정상회담을 두고 중국이 대북 경제제재를 완화해줄 것이란 분석이 있었다. 김 위원장이 한미연합훈련 유예를 이끌어낸 것의 보상이라는 것이다. 양국이 중국의 대북투자에 힘입어 경제협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대두된다.
 

북한 당국 역시 투자자들을 끌어 모으기 위한 노력을 다하고 있는 모양새다. 북한은 지난달 8일 국가관광총국이 운영하는 홈페이지 ‘조선관광’을 새롭게 단장했다. 국가관광총국은 북한의 관광사업 전반을 다루는 기관이다. 

북한은 주요관광 지구를 상세하게 소개하며 투자를 권장했다. 홈페이지에 언급된 지역은 평양, 백두산, 남포, 개성, 신의주, 원산-금강산 등이다. 이 중에서 눈에 띄는 건 원산-금강산지구다. 북한은 이 지역의 현재 개발 계획을 상세하게 소개하며 투자를 권장했다. 

북한이 외국인 투자자 유치를 위해 힘쓰고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정부 역시 지난 정권과 그 궤를 같이하며 남북경협을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독자적이고 직접적인 대북 지원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 그간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해 대북제재가 실행된 까닭이다. 그 연유로 남북경협 역시 국제사회의 협조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대북 제재와
투자 얽혀있어

이번 남북 경협은 단순한 원조를 넘어선 대규모 인프라 투자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단순 원조는 북한 경제에 자극을 주기 어렵다. 반면 인프라 투자는 북한 경제의 활성화를 야기할 만한 수단으로 꼽힌다. 다만 경협 문제는 전적으로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주목 받는 원산·갈마지구

북한이 관광산업 발전을 위해 관광 리조트를 건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7일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북한은 원산·갈마 해안관광 지구에 관광 리조트와 부대시설을 조성할 계획이다.

김정은 북한 위원장은 원산·갈마 지구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안가를 따라 호텔과 워터파크는 물론 카지노까지 조성해 북한 경제 재건을 도모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수>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