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 안철수 정계은퇴 경우의 수

이번엔 어디로 철수하나∼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서울시장 후보가 모습을 드러냈다. 고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빈소를 조문한 지 이틀 만이다. 안 전 후보는 “성공이 끝이 아니다. 그렇다고 실패가 완전한 마지막도 아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지난 지방선거 이후 당 안팎에선 안 전 후보의 책임론과 함께 정계은퇴설이 피어올랐다. 안 전 후보의 말이 의미심장하게 여겨지는 까닭이다.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유승민 전 공동대표와 안철수 전 서울시장 후보는 당의 간판이자 중심축으로 통한다. 유 전 대표는 지난 6·13지방선거 직후 대표직을 사퇴했다. 안 전 후보는 미국행을 택했다. 이들은 당의 일선서 물러났다. 당의 두 축이 흔들리면서 바미당은 정계개편 시나리오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선거 참패의 영향도 개편 바람을 몰고 왔다. 바미당은 지난 선거에서 출마자 99%가 낙마했다.

99% 낙마

일각에선 당 해체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러나 바미당은 중심잡기에 나섰다. 바미당은 지난 지방선거 패배 이후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로 전향했다. 이어 지난달 25일 의원총회를 열어 김관영 원내대표를 선출했다. 다음날엔 ‘바른미래당 6·13 지방선거 평가와 과제’라는 이름으로 토론회가 개최됐다. 선거 패인을 분석하고 당의 진로를 모색하기 위해서였다.

토론회에선 유 전 공동대표와 안 전 후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그 목소리는 책임론으로 이어졌다.

유 전 공동대표를 향한 비판은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과 차별화를 이뤄내지 못했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특히 유 전 공동대표가 남북·북미 정상회담에 부정적 입장을 보인 것이 지적됐다.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와 표현만 다를 뿐 맥은 같이한다는 이유에서다.


안 전 후보는 서울시장 선거 당시 불거진 단일화 문제에 대해 비판을 받았다. 바미당 장진영 전 동작구청장 후보자는 “안 전 의원은 김문수 한국당 후보에게 먼저 단일화를 제안해 스스로 정당성을 훼손했다”며 “중도성향 유권자들이 지지할 이유를 없애버렸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서 유 전 공동대표와 안 전 후보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이들의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유 전 공동대표는 선거 책임의 일환으로 대표직을 내려놨다. 반면 안 전 후보는 지난달 15일 딸의 대학원 졸업식 참석차 미국으로 향했다. 그는 뚜렷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채 한국을 떠났다. 그의 거취에 세간의 관심이 모인 까닭이다.
 

안 전 후보를 둘러싼 정계은퇴는 선거 패배 이후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안 전 후보는 지난 대선과 이번 서울시장 선거서 모두 3등에 머물렀다. 정치생명에 치명적인 타격을 받았다는 평가다. 안 전 후보의 정계은퇴는 지난달 19일 열린 바미당 워크숍서도 제기됐다.

안 전 후보는 지난달 21일 조용히 귀국했다. 이어 안 전 후보는 지난달 25일 선거 이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고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빈소를 조문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안 전 후보는 기자들의 질문에 “생각을 정리한 후 말씀 드릴 기회를 갖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귀국 후 선거 책임론 맞닥뜨려
향후 행보 따라 정계개편 가동

이틀 뒤 안 전 후보는 바미당 사무처 당직자들과 오찬을 가졌다. 이 자리서 안 전 후보는 “성공이 끝이 아니다. 그렇다고 실패가 완전한 마지막도 아니다”라며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명언을 인용했다.


이를 두고 두 가지 해석이 나왔다. 사무처 당직자들을 위한 격려였다는 것과 자신의 정계은퇴에 선을 그었다는 시각이다. 안 전 후보는 이날까지도 정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안 전 후보가 일선 후퇴와 정계은퇴 사이서 어떤 결론을 낼지 주목된다. 두 선택지 사이서 안 전 후보가 정계은퇴를 고르게 된다면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안 전 후보는 과거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의 전신)서 나와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또한 바른정당과 합당해 바른미래당을 창당했다. 이 과정서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이 갈라져 나왔다. 평화당의 창당에도 기여한 셈이다. 안 전 후보가 은퇴한다면 정치권의 셈법이 한 층 복잡해질 것으로 보이는 까닭이다.

그 여파로 정계개편 바람에 다시금 힘이 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계은퇴가 현실이 된다면 개편 바람이 다시 불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러 시나리오 중 안 전 후보의 정계은퇴가 평화당 의원들의 바미당 합류에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바미당 관계자는 “과거 국민의당이 갈라질 당시 안 전 후보를 이유로 바미당에 합류하지 않고 평화당으로 이동한 의원들이 있다”며 “안 전 후보의 정계은퇴로 평화당 의원들은 바미당에 합류할 명분을 쥘 수 있다”고 밝혔다. 

안 전 후보의 존재와 영향력이 상실된다면 평화당 의원들의 진입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박지원·천정배·정동영 의원 등 호남중진을 대표하는 인물을 제외한 의원들의 합류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미당은 동서화합의 가치를 내세우는 정당이다. 바미당은 호남 기반의 국민의당과 영남 기반의 바른정당이 합한 당이다. 바미당은 창당 이후 영호남을 번갈아 방문하며 ‘동서화합 정당’이라는 정체성을 부각시키려 노력했다. 평화당 의원들의 진입 장벽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다.

평화당 관계자는 이 가능성에 대해 “평화당 의원들의 바미당 합류 가능성은 논의되지 않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또 평화당 의원들이 이동한다 해도 호남민심이 바미당을 인정할 지 미지수다. 평화당은 이번 지방선거서 호남지역 기초단체장 5석을 차지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압도적 기세 속에서 얻은 가시적 성과다. 

반면 바미당은 선거결과로만 본다면 호남에서 인정받지 못했다는 평가다.

정계 은퇴 뿐 아니라 안 전 후보의 일선 후퇴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당 내 상당한 입지를 보유한 만큼 정계 은퇴는 다소 극단적 선택이란 것이다. 

은퇴 한다면?


바미당 김관영 원내대표 역시 지난달 25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의 인터뷰서 “많은 성찰의 시간을 가질 것이기에 당분간 당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 본다”고 밝혔다. 지난 바미당 토론회서도 안 전 후보의 직접적인 은퇴보다 일선 후퇴를 바라는 목소리가 있었다. 안 전 후보의 선택이 주목되는 시점이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비례대표 3인의 운명은?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은 바미당 소속 비례대표 3인의 거취 문제를 두고 갈등을 겪고 있다. 박주현·이상돈·장정숙 의원은 바미당 소속이지만 평화당서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

과거 국민의당 분당 당시 이들은 본인의 의사대로 당적을 옮길 수 없었다. 비례대표 의원은 당적을 옮기거나 탈당하면 자동적으로 의원직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바미당 김동철 비대위원장은 “이해관계나 시대 조류에 따라 당적을 옮기지 말라는 것이 법정신”이라며 이들의 출당을 반대하고 있다.

반면 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는 “바른미래당과 협치의 시작은 이들을 놓아주는 것”이라며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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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